해변 파도길
일 시: 2016년 1월 11일
구 간: 만리포해수욕장 - 모항항 - 모항저수지 - 어은돌해수욕장 - 파도리해변 - 버스종점(12km)
10. 해변 파도길
만리포 노래비 앞에서 해변 파도길 9km 여정이 시작된다. 오전에 의항항에서 만리포까지 13km에 9km를 더하면, 22km다. 하루 일정으로는 다소 짧은 편이지만, 몸 컨디션을 조절한다는 차원에서 아주 적당하다는 생각이다.
만리포광장에서 10여 분간 해안을 바라보며 걸어가면, 이정표(만리포해변 1.0km, 파도리해변 7.7km, 모항항 1.3km)가 있는 서울여대 만리포수련원입구에서 왼쪽 임도로 파도길이 이어진다. 경사가 제법 가파른 임도를 올라서면, 산등성이를 따라 모항항까지 이어진다. 울창한 소나무가 도열해있는 임도는 차량왕래도 별로 없고, 전망이 좋아 여유자적하며 사색에 잠길 수 있는 구간이다.
삼거리에서 송도오션리조트 앞으로 내려서면 모항항이다. 모항항은 태안지역에 있는 12개 어항중의 한곳으로 국가에서 지정한 어항이다. 모(茅)는 불모지(不毛地)를, 항(項)은 물을 건너간다는 뜻이 담겨있다. 예전에는 파도리와 연결되는 잡초가 무성한 불모지였으나, 지금은 연근해에서 잡은 물고기와 양식으로 생산한 각종 어패류가 모항항을 중심으로 유통되고 있다.
유림슈퍼 옆 골목으로 계단을 오르면 해변길 문주가 나타나고, 또 다시 솔밭 속으로 이어진다. 잠시 후 행금이 쉼터에 도착한다. 행금이란, 옛날 사금이 많이 나왔던 곳을 ‘생금말’이라 했고, 다시 생금으로 부르다가 ‘생금이’ ‘행금이’로 부른다는 것이다.
쉼터에는 벤치도 있고, 소원면 일대의 너른 들녘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해남에 남쪽 땅 끝 마을이 있다면, 행금이 쉼터에서 산줄기를 따라 서쪽해안으로 내려서면, 새 머리모양의 아름다운 서쪽 땅 끝 지점이다. 솔밭도 끝이 나고 문주를 벗어나면, 모항저수지가 내려다보인다.
한 여름에는 수련이 만발하여 진한 감동을 준다는데, 한겨울의 모항저수지는 낚시꾼도 없는 을씨년스런 모습이다. 파도길은 모항저수지제방을 가로질러 오른쪽으로 반 바퀴를 돌아 포장도로와 만나는 삼거리에서 왼쪽 산등성이를 오르게 된다.
무성한 소나무사이로 어은돌 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모항4리 경노당을 지나면, 곧바로 어은돌 해변이다. 설명에 의하면「어은돌」은 ‘모항과 파도리 사이를 이어주는 들’이라는 뜻으로 「이은들」, 「여운돌」로 불리다가 물고기가 숨기 좋은 돌이 많은 마을이라 하여 한자 음으로 「어은돌(漁隱乭)」로 표기하고 있다.
해수욕장의 규모가 제법 크면서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것은 마을이름에서 오는 뜻이 아닐까 싶다. 해변을 둘러싸고 있는 울창한 솔밭이 있음에도, 휴양지라기보다는 갯벌과 더불어 살아가는 어촌이라 부르는 것이 잘 어울리는 포구다.
오토캠핑장이외는 휴양시설이 보이지 않고, 어선들이 정박할 수 있는 방파제와 등대를 중심으로, 바다 생물들이 서식하기 좋은 갯바위들이 많고, 남쪽해안에는 독살까지 설치돼 있다. 독살이란,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한 전통어로 방식이다. 해안에 둥그렇게 돌을 쌓아 밀물 때 들어온 고기가 썰물 때 바다로 나가지 못하고 갇혀있는 물고기를 잡아내는 방식이다.
밀물과 썰물의 간만의 차가 크고, 오목하게 들어간 포구에 대나무, 싸리나무, 돌멩이 따위로 보를 쌓아서 고기를 잡던 원시적인 어로 방식을 ‘어살’이라 한다. 이 함정에 밀물로 인해 밀려 온 고기들이 물이 빠져 나가면서 갇히는 것이다. 돌로 막은 것은 ‘독살’, 대나무로 막은 것을 ‘죽살’이라 한다.
이 굴혈 독살은, 태안을 비롯한 서해안이나 남해안에 산재한 전국의 200여 개의 독살 가운데 보존 상태가 좋아 숭어, 전어, 멸치, 갑오징어, 가오리 등이 심심찮게 잡힌다고 한다.
어은돌 해변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서, 소나무 숲길을 따라 산등성이를 넘으면 곧바로 파도리 해수욕장이다. 파도리는 태안반도에서 바다 쪽으로 돌출되어 파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이다. 다른 지역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모래해변과는 달리 모래는 바다로 쓸려가고, 자잘한 돌들이 쌓인 자갈해변이 나타나고, 기암절벽과 해식동굴이 형성되어 아름다운 절경이 펼쳐진다.
남쪽 끝자락 이정표 앞에서 태안해변 파도길도 무사히 종료한다. 병원에서 시술한지 한 달 만에 시도한 1박2일간 44km 여정을 완주하면서 새로운 용기를 얻고, 거리가 너무 먼 탓에 6개월간 보류했던 삼남길 전남구간도 남겨진 숙제이다.
버스종점에는 출발시간을 기다리는 버스가 있어서, 이래저래 행운이 따르는 날이다. 13시 40분발 버스로 태안터미널에서 14시 30분발 강남행 직행버스에 오른다.
모항저수지
옛날 고기 잡이 방식인 독살
파도리 콩돌해변
파도 초등학교(폐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