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갯마을
일 시: 2015년 10월 30일
구 간: 대요리 - 진충사 - 도성리 - 중왕리해변 - 흑석리 - 대황보건진료소 - 양길3리 - 양길교 (아라메길) - 덕송리정류장 (18km)
7. 중왕리의 뻘 낙지
해미에서 서산터미널까지는 직행 버스로 20분 거리다. 서산터미널에서 다음 행선지를 찾아가는 대요리는 대산방면의 버스가 지나는 길목이라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아 한결 편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가 있다. 대요리 정류장에서 시작하는 발걸음이 진충사(振忠柌)를 지난다.
지난번 아내와 함께 찾아 왔을 때는 공사 중이라 주변이 어수선했는데, 말끔하게 정리가 되어 정충신장군의 영정을 모신 사당으로 품위를 갖추게 되었다. '진충사길' 에 이어 '대요한우물길'을 따라가면, 지곡저수지에서 흐르는 개천을 만나, 저수지 둑으로 올라선다.
어제 뉴스에서 중부지방의 가뭄소식을 들었다. 기상관측소가 생긴 이래 42년 만에 가장 심한 가뭄으로 충남 8개 시·군에서 제한 급수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간척지로 조성하여 만든 천수만에서는 염분의 피해를 입은 벼들이 쭉정이만 남아 수확을 포기했다고 했는데, 이곳 지곡저수지도 바닥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지고 말았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도성3리로 들어서면, 천여 년 전 백제의 발자취를 만나게 된다. 철이 많이 생산되는 이곳에서, 철을 이용한 각종도구와 정교한 무늬를 삽입하는 상감기술이 발달했는데, 그 유명한 칠지도(七支刀)가 이곳 도성리에서 탄생했다는 것이다.
칠지도는 일곱 개의 가지가 있는 칼이란 뜻으로, 칼 앞면에 새겨진 ‘七支刀(칠지도)’란 글자로 부르고 있다. 백제 왕세자가 왜왕(일본)을 위해 만들었다고 하는 칠지도는, 하늘과의 교감을 나타내는 ‘칠성’(七星) 혹은 불교적인 의미의 ‘칠각지’(七覺支)로 해석되기도 한다.
19세기 말에 발견된 칠지도는, 3세기 중엽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정벌하고, 헌상 받았다는 일본 측 주장과 4세기 후반 근초고왕(近肖古王)의 하사설(下賜說)을 비롯하여, 5세기 제작설이 제기되고 있다.
도성리를 빠져나와 중리포구로 가는 중에 동쪽으로 아담한 산봉우리가 보인다. 부성산성이 있는 부성산(118m)이다. 성 둘레가 529m인 부성산성은 6세기 초 백제시대 때 축조된 성곽이다. 서남쪽과 서북쪽 해안이 내려다보이는 구릉지역에 축조하여, 중국과의 교역로를 확보하고 서산마애삼존불이 있는 운산면으로 통하는 옛 도로와 연결돼 있다.
6세기 중엽 백제작품으로,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여래입상과 반가사유상, 보살입상의 웃는 모습이 제각기 달라 “백제의 미소”로 부르는 마애여래삼존불상은 국보 제84호로 지정된 서산에서 가장 뛰어난 불상이다.
서산시 운산면은 중국의 불교문화가 태안반도를 거쳐 백제의 도읍지인 부여로 가는 중간지점에 있다. 뱃길의 안전을 기원하는 목적으로 조성된 삼존불상은《법화경》의 수기삼존불(授記三尊佛)을 형상화하여 조성한 것이라고 한다.
망미산 기슭의 임도를 따라가면, 중리 포구에 도착한다. 웅도가 바지락마을이라면, 대산면 중리는 낙지마을이다. 일주일 전 열렸던 뻘 낙지축제에 참석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가로림만의 ⅔를 차지하는 서산에서, 절반 가까운 22.8㎢가 지곡면에 분포하고 그 중심에 중왕리가 있다.
중왕1리에서 산등성이를 따라 왕산포구를 찾아가는 길은 호젓한 산책코스다. 울창한 수림 사이로 가로림만이 속살을 드러내고, 에덴빌라 앞마당으로 내려서면, 건너다보이는 안도(安島)가 수반위에 피어나는 분재처럼 마음을 사로잡는다.
언덕 빼기에 올 라 앉은 팔각정에서 바라보는 왕산포구는 어머니의 품처럼, 아늑하고 조용한 어촌이다. 때맞추어 간조시간이라 가로림만의 너른 갯벌이 끝없이 펼쳐진다. 지난번에 다녀온 웅도와 고파도가 심한 풍랑을 막아주는 빗장이라면, 왕산포구는 갯마을 처녀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텃밭이다.
굴을 따랴 전복을 따랴/ 서산갯마을… 가수 조미미가 불러 공전의 희트를 한 “서산갯마을” 노래비의 주 무대가 바로 중왕리포구다. 팔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운 안도. 밀물이면 배로 왕래해야 하는 섬이라 물때를 맞추어 건너가 본다. 경운기가 다닐 수 있도록 포장까지 하여 안도를 중심으로 너른 갯벌이 펼쳐진다.
발에 닿는 촉감이 너무도 부드럽다. 명개흙이 자갈과 어우러져 바지락과 낙지가 서식하기에 알맞은 환경을 만들고, 우리의 식탁을 풍요롭게 꾸며주는 해산물의 보고가 바로 왕산포구다. 해변을 따라 저수지 방향으로 간다. 만조 때는 어렵겠지만, 안심하고 해안가 비경을 돌아본다.
해안가 절벽으로 검은색과 붉은색 단층으로 형성된 비경이 펼쳐진다. 마치 거대한 용이 해안가를 휘돌아 승천하는 모습이라고 할까. 터키여행에서 보았던 카파토키아의 구렁이가 산줄기를 타고 가는 모습과 흡사하다. 썰물 때만 볼 수 있는 진기한 보물이다.
가두리 양식장이 있는 저수지제방으로 올라선다. 저수지중간지점이 지곡면 중왕리와 팔봉면 흑석리가 경계를 이룬다. 이제부터 바다와 멀어지고, 간척사업으로 형성된 흑석리 너른 들판이 펼쳐진다. 흑석리 반월마을에는 서산이 자랑하는 생강과 양배추가 산자락을 덮고 있다.
가로림만에서 실려 온 갯바람과 비옥한 토질에서 생산되는 품질이 우수한 마늘과 생강, 양배추가 우리의 식탁을 풍요롭게 꾸며 주고 있다. 버스가 다니는 2차선 포장도로(문현로)를 따른다. 흑석리 삼거리에서 양길3리 정류장까지는 3km 가 넘는 거리다.
남쪽으로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팔봉산이 반겨준다. 가로림만을 굽어보며 솟아있는 팔봉산은 제3봉(362m)을 정점으로 8개의 봉우리가 올망졸망 모여 있어 수려한 암릉미가 일품이다. 높지 않은 산이면서도, 그림같이 펼쳐지는 아름다움으로 서산 5경에 선정된 명산이다.
양길교에서 아라메길 4구간 표지목을 만난다. 아라메길이란 바다의 고유어인 아라와 산의 우리말인 메를 합친 말로, 바다와 산이 만나고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울려 대화와 소통의 공간을 이르는 말이다.
서산에서는 산과바다, 계곡을 이어주는 아라메길 100여 km를 9구간에 나누어 조성하고 있다. 이번에 걷게 되는 4구간은 팔봉산 주차장이 있는 양길리에서 시작하여 호리반도를 돌아 양길리까지 돌아오는 22km 구간이다. 호안을 따라 진행되는 아라메길은 비포장에 돌 자갈이 깔려있어 걷는데 불편함이 많다.
지난번 황금산 구간에서도 보았듯이, 이곳 아라메길도 이정표에 리본, 노란깃발까지 길 안내가 잘 돼 있다. 오늘은 덕송리 버스정류장까지만 진행하기로 한다. 미리예상은 했지만, 막상 정류장에 도착하니 아무런 안내문도 없고, 오가는 사람도 없으니 막막하기 그지없다.
궁여지책이라. 십여 년 전, 남부터미널 옆에 있는 21세기병원에서 아내들의 허리 수술로 알게 된 이은범씨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고 말았다. 이은범씨는 팔봉면 어송리에서 현대조경을 운영하고 있는 이 지방 토박이이다. 한달음에 달려온 이사장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서산터미널까지 편하게 이동하여 4시25분발 직행버스로 무사히 상경하였다.
진충사
삼거리길 완쪽으로
지곡 저수지
가을의 전령사
양파
황량한 벌판에 포일리지
해수 양어장
앞에 보이는 섬이 저도
집 뒤로 이어지는 산길
속살을 드러낸 갯벌
중왕리 포구
안도
썰물때 건너가는 포장도로
안도에서 바라보는 왕산포
아름다운 안도
용머리 해안
중왕리 제방
저수지 수로
가두리 양식장
서산의 특산물 -생강, 양배추, 마늘
팔봉산
양길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