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가는길
일 시: 2015년 9월 26일 - 9월 30일 까지 (3박5일)
장 소: 인천공항 - 하노이 롯데호텔
6개월을 기다려온 베트남 여행의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다.
세벽공기를 가르며 인천공항으로 달려가는 고속도로는 은구술을 뿌려 놓은듯
영롱한 별빛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공항에 도착한 시각이 5시40분.
출발시간이 3시간 남았지만, 서둘러 출국 수속을 시작한다.
갑자기 정전이 된듯
모든일정이 올스톱 되고 말았다.
여권유효기간이 모자라 출국할수 없다는 단 한마디.
부풀어 오른 고무풍선이 한 순간에 터지고
황당한 사건속으로 휘말린다.
여권이란?
외국에 여행할 수 있는 자격을 증명하는 서류를 말한다.
자국민을 보호하고 방문하는 나라의 요구조건을 충족시키기위해
사증을 발금하는 제도가 있는데,
한국과 베트남은 여권유효기간을 6개월로 정하고 있다.
아내의 여권이 16년 2월이 만료일이므로
6개월에서 20여일이 모자라게 된다.
통사정을 해보지만 우리의 하소연을 들어줄 사람이 없다.
며느리와 손녀
송현이와 가현이만 예정대로 8시40분에 출발하는 비행기에 오르고
아내와 나는 공항대합실에서 외교통상부 직원이
출근하기만 학수고대한다.
직원이 출근한다는 9시가 지나도 굳게 닫힌 철문이
열릴생각을 하지 않는다.
안내데스크를 통해 확인하고보니
오늘부터 추석연휴로 담당직원이 휴뮤라는 사실을 확인하며
실낱같은 희망도 사라지고 만다.
수없이 외국여행을 했지만
이런일을 당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추석연휴를 맞아 출국하는 인파로
공항대합실은 북새통을 이룬다.
많은 인파속에 우리리와 같은 미아가 또 있을까.
하노이로 날고 있을 아들 재형이와
통화를 위해 무료하게 2시간을 기다린다.
12시
재형이와 통화를 한뒤
우리는 여행을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갈 일만 남았다.
이때 부터 아내와의 신경전이 벌어진다.
나 까지 여행을 포기하면
그동안 아들내외가 준비한 보람도 없이
후회만 남으니
혼자서라도 다녀와야 한다는 설득이다.
내키지 않는 일이지만
아내의 설득에 타당성이 있다는 생각에
집으로 돌아가는 아내의 쓸쓸한 모습을 바라보며
저녁 6시 40분 비행기에 오른다.
6개월 전에 예약한 비행기 티켓이 취소되고
비행기표를 새로 발권하다보니 환율차이로 245.000원을 더 지불하고
아내의 위약금 100.000원까지 포함하여
반쪽짜리 여행을 하면서
345.000원의 여행경비가 추가되고 말았다.
하루종일 악몽속에 시달리며
파김치가 된 몸으로
하노이 공항에 도착한 시각이 8시 40분.
씁쓸한 표정으로 공항에 마중나온 재형이와
상면한다.
공항에서 40분 거리에 있는 롯데호텔 48층에
여장을 풀고
산사춘을 기울이며 기분을 전환한다.
새벽 5시
차창너머로 바라보이는 하노이는
매연탓인지 도시전체가 연무속에 잠겨있다.
피로가 가시지 않은 부석부석한 몸으로
하노이 일정이 시작된다.
2일간 투숙할 롯데호텔은 65층으로
하노이에서 경남빌딩과 함께
한국의 위상을 높혀주는 상징적인 건물이다.
세종학원이라는 로고가 붙은 벤으로 하노이 관광을 시작한다.
한국말을 더듬거리는 운전기사는
마산, 창원, 부산, 대구에서 4년간 돈을 벌어 벤을 샀다고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