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도보여행

영흥도 둘레길

김완묵 2015. 6. 12. 05:19

일  시: 2015년 6월 11일

구  간: 선재대교 - 영흥대교 - 십리포 해수욕장 - 장경리 해수욕장 - 버스터미널(15km)

 

                                                8. 영흥도 둘레길

선재대교를 올라서면, 안산시에서 인천시 옹진군으로 진입한다. 엷은 운무로 시야는 흐리지만, 주위에 펼쳐지는 풍광이 너무도 아름답다. 선재선착장의 상징인 크루즈호는 돛을 팽팽히 당겨 출항준비를 마친 범선의 모습이고, 부둣가에 닻을 내린 수 십 척의 어선들은 제왕을 모신 호위무사들처럼 대오를 정연하게 갖추어 보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선재대교를 건너 버스정류장 벤치에서 쉬어가기로 한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을 걸어오며 등산화에 가득 찬 습기와, 달아오른 열기를 식히기 위해 양말을 벗는다. 세상에 이렇게 시원할 수가. 발가락과 발바닥을 맛 사지하며, 혹독하게 고생하는 발바닥에 고마움을 표시한다.

 

선재도(仙才島)는 영흥도(靈興島)와 대부도(大阜島) 사이에 있는 섬으로, 조선초기부터 남양도호부에 소속되었다가 대부도에 편입되었고, 1914년 영흥도와 함께 부천군으로, 1973년 옹진군에 편입된 뒤로 1995년 옹진군이 인천시 관할이 되면서 인천시가 되었다.

 

 

주위경관이 아름답고 수려하여 선녀가 내려와 춤을 추던 곳이라 하여 선재도라 부른다. 원래 소우도(小牛島) 또는 독우도(犢牛島)라 하였는데, 조선 후기부터 선재도(仙才島)로 개칭하였다. 소우나 독우는 모두 송아지를 뜻하는 것으로 ‘영흥도를 어미 소처럼 따라다니는 송아지 섬’이라는 유래를 갖고 있다.

 

 

서쪽의 영흥도와는 2001년 11월에 개통된 영흥대교(길이: 1,250m, 너비: 9.5m)를 통해 연결되고, 동쪽의 대부도와는 2000년 11월에 개통된 선재대교(길이: 550m, 너비: 13.3m)를 통해 연륙되었다. 면적은 2.47㎢이고, 해안선 길이는 10.9㎞이다.

 

 

10여 분간 휴식을 하고 다시 일어선다. 썰물 때면 바닷길이 열리는 목섬은, 밀물시간이라 사람들이 건너다니던 흔적만 나타난다. 대부도와 영흥도사이에 징검다리처럼 놓여있는 선재도는 남북으로 길게 장구모양을 하고 있다. 섬을 관통하는 선재로(仙才路) 변으로 이색적인 음식점과 카페를 겸하고 있는 도자기 전시장에 눈길을 주며 3.5km를 진행하면, 영종대교에 도착한다.

 

 

영흥도의 관문인 영흥대교는 길이 1,250m에 왕복2차선으로 1997년 8월 착공하여 2001년 11월 준공하였다. 국내기술로 건설된 최초의 해상 사장교로 영흥화력발전소를 건설하면서 함께 놓았다. 바라보는 순간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듯이, 웅장하고 화려한 영종대교다.

 

 

육지와 섬, 섬과 섬을 잇는 다리들이 놓이면서, 섬사람들의 생활에 일대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다리를 연륙교(連陸橋)라하고, 섬과 섬을 잇는 다리를 연도교(連島橋)라 부르는 것이 정설이지만, 영흥도와 같이 큰 섬을 연결하는 영흥대교를 連陸橋라 부른다.

 

 

옛날 중국에서 오던 배가 풍랑을 만나 암초에 부딪혀 침몰 직전에 있었는데, 거북이 한마리가 나타나 구멍을 막아 육지로 인도해주었다. 그 뒤 신령이 도와준 섬이라 하여 영흥도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남양군에 속하였으나, 1995년에는 인천광역시에 귀속하게 되었다.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32km 거리에 있는 영흥도는 옹진군에서 백령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동쪽으로 선재도와 대부도, 북쪽으로 무의도, 서쪽으로 덕적도와 자월도와 경계를 이루고, 선재도, 측도 등 유인도서 4개와 외항도, 중도, 자암도 등 무인도서 18개를 포함하고 있다.

 

 

영흥도는 면적이 23.46㎢이고, 해안선이 42.2㎞에 4,436명이 상주하는 영흥면소재지가 있는 섬이다. 영흥대교를 건너 버스터미널에서 시간표를 확인하고 십리포 해수욕장을 찾아 북쪽으로 이동한다. 내리복지회관, 코지휴게소, 비엔나 펜션까지 그림 같은 해변풍광을 즐기며 40분 만에 십리포 해변에 도착한다.

 

 

영흥도의 북쪽에 있는 십리포해수욕장은 길이가 400m로 아담하고, 왕모래와 자갈이 깔려있는 특이한 지역이다. 해변 남쪽에는 테크로 만든 산책로에서 시원한 해풍을 받으며 피서를 즐길 수가 있고, 북쪽으로 무의도가 물위에 떠 있는 부평초처럼 아름답게 보인다.

 

 

십리포 해수욕장에서 가장 빼어난 곳은 3백 여 그루의 서어(소사)나무 군락지다. 무더운 여름철에는 정자나무로, 겨울에는 매서운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이다. 150여 년 전 선조들이 바람이 심한 내동마을에 방풍림을 조성했는데, 다른 나무는 살지 못하고 서어나무만이 살아남아 군락지를 이루었다고 한다.

 

 

모래언덕에 뿌리를 내린 서어나무는 어느 것 하나 곧은 것 없이 온몸이 뒤틀려있는데, 바람결에 춤을 추는 형상이다. 높이 15m에 밑 둥의 둘레가 50cm정도로 앙바틈하여 강한 바람에도 견딜 수 있는 자생력이 강한나무다. 옹진군에서 보호수로 관리하는 국내 유일의 서어나무 군락지다.

 

 

장경리 해수욕장으로 넘어가는 산길은 그레이스펜션이 있는 능선으로 올라선다. 영흥도가 자랑하는 등산로는 봉고트럭이 다니는 비포장 길이다. 오토캠핑장을 찾는 차량들이 지나갈 때마다 흙먼지를 뒤집어쓰는 고난의 길이다. 울창한 숲속에서 싱그러운 공기를 마시는 삼림욕장을 기대했지만, 실망뿐이다.

 

 

국사봉가는 산길을 포기하고, 영흥로를 따라 농어바위해변을 지나 산 고개를 넘어서면, 그림 같은 장경리 해수욕장이 펼쳐진다. 백사장의 길이가 1.5km에, 수천 평이 넘는 노송지대와 서해낙조가 환상적인 영흥도에서 가장 큰 해수욕장이다.

 

 

이색적인 전망대와 마루원두막에 텐트 하나씩 오붓하게 즐길 수 있는 캠핑의 천국이다. 양로봉쪽으로 쉴 사이 없이 돌아가는 풍력 발전기가 이색적이다. 높이가 80m에 날개가 45m 거대한 몸체에서 뿜어 나오는 전기로 2000세대가 사용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장경리 해수욕장에서 터미널까지 4.1km여서 50분이면 완주할 수 있지만, 빗속을 걸어온 25km가 버거운지 피로와 함께 허기가 몰려온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있다. 영흥도의 별미인 바지락칼국수로 요기를 하고 관내버스로 오른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장경리 해수욕장의 명물인 도자기 펜션을 찾지 못한 것이다. 알면서도 그러는 건지 현지상인들의 모르쇠 대답에 포기하고 말았지만, 분명히 그곳에 있다는 대답을 버스 안에서 들었다. 터미널에도착하니 4시40분이다. 매시10분에 출발하는 790번 버스로 오이도역에 도착하여 전철에 오르며, 고단했던 하루도 막을 내린다.

 

 

 

 

 

 

                                                                                   물에잠긴 목섬

 

 

 

 

 

 

 

 

 

 

 

 

 

 

 

 

 

천연기념물 서어나무군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