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도보여행

시화방조제

김완묵 2015. 6. 12. 04:24

일  시: 2015년 6월 11일

구  간: 시화호 조력발전소 - 방아머리 -  바다향기 수목원 - 북동 삼거리 - 대부중고등학교 - 선재대교 (11.5km)

 

                                                  7.시화방조제

안산역에 도착한 시각이 7시 20분이다. 버스 승강장에서 123번 버스 운행시간을 확인하니 도착시간이 5분 남았다. 배차간격이 30분이라 마음을 졸였는데 다행이다. 하지만 안산역 주변이 교통지옥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탓이다. 정류장 하나를 이동하는데 10분씩 걸리니 말이다.

 

70만 인구가 상주하는 중심지이고, 반월공단으로 출근하는 직원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드는 시간이라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겨우 중심지를 빠져나와 옥구공원을 지나며 총알택시처럼 달려 조력발전소 정류장에 도착하니 8시40분이다.

 

 

오늘은 영종도를 경유하는 날이다. 단조롭고 지루한 11.2km의 시화방조제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영종도의 속살을 체험하는 것이 훨씬 보람이 있을 것으로 판단을 하고, 시화방조제 8km지점에 있는 조력발전소까지는 버스로 이동을 하고 나머지 구간을 걷는다는 목표를 정해두었다.

 

 

물안개로 가시거리가 짧아 실망을 하면서도, 전망탑(높이 75m)을 오르기 위해 달려가니, 전망대는 10시가 돼야 문을 연다고 한다. 단 1분이 아쉬운데, 무한정 기다릴 수가 없어 공원 주변의 조형물을 돌아보고 방아머리 선착장을 향해 출발을 한다.

 

 

시화방조제가 완공되기 전에는 대부도까지 뱃길로 다니던 곳이라, 인간의 위대함을 실감하는 현장이다.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서해바다를 매립하여 여의도 면적의 60배에 달하는 간척지와 배후지를 개발하여 수도권 공장을 이전하고, 경쟁력 있는 농업육성과 휴식공간을 조성하는 대 역사였다.

 

 

1987년부터 1994년까지 6년 만에 완공한 11.2km의 시화방조제는 시흥시 오이도와 안산시 대부도 방아머리를 연결하는 대공사였다. 처음에는 방조제 안쪽을 담수호로 만들어 산업용수로 활용할 계획이었으나, 수질오염이 심각하여 담수화 계획을 포기하고, 바닷물이 흐르는 호수로 변경하였다.

 

 

청정해양 에너지를 개발하기위해 밀물 때 바닷물을 시화호로 유입하여 발전하고, 썰물 때 수문으로 배수하는 대규모 해수유통을 통해 수질을 개선하는 조력발전소는 시설용량이 25만4천KW로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발전량이 소양강댐의 1.5배나 된다고 하니, 그 규모에 놀랄만하다.

 

 

방아머리까지 3.2km를 걸어가는 동안,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 굴곡이 심한 서남해안에서는 일찍부터 간척지 매립공사가 이어져왔다. 하지만 첨단공법으로 매립이 시작된 것은 서산방조제에 이어 두 번째 이고, 이를 계기로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는 새만금방조제가 탄생한 것이다.

 

 

방아머리(舂頭浦)선착장에 도착한다. 조선시대 지도(1871년 제작)에는 방아 찧을 용(舂)자를 써서 용두포라고 기록하고 있다. 디딜방아처럼 생긴 지형의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용두포는 대부도와 떨어져 있어 징검다리로 건너다녔으나, 구봉염전을 만들면서 대부도와 연결되었다.

 

 

방아머리삼거리에서 왼쪽에 보이는 대부도공원으로 진행한다. 대부해솔길 1코스가 시작되는 대부바다향기테마공원으로 들어선다. 수 십 만평의 너른 습지는 시화방조제가 완공된 뒤로 생겨난 부산물이다. 수 십 기의 풍차를 앞세워 고수부지에는 꽃동산으로 조성하고 낮은 습지에는 수생식물을 심어 자연 속으로 동화된다.

 

 

대부도(大阜島)는 원래 옹진군에 속해 있다가, 1994년 시흥시 오이도(烏耳島)와 대부도 방아머리를 잇는 총 연장 12.7㎞의 시화방조제로 생활권이 연결되면서, 안산시로 편입되었다. 면적이 33.08㎢에 해안선이 61㎞이고, 인구 5,300명이 상주하는 서해안에서 강화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북동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대선로를 따라가는 중에, 조선시대 풍속도를 그려놓은 종현동왕진물 표지석을 발견한다. 조선 인조임금이 이괄의 난을 피해 몽진하다가 목이 말라 신하에게 물을 찾아올 것을 명령하자, 이 우물에서 물을 바친 뒤로 “왕지정(王指井)”이라 칭하고 기념으로 쇠종을 하사한 뒤로 마을을 종현동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대부중고등학교 삼거리에서 선재도 방향으로 선회한다. 갑자기 일진광풍이 일어나며 빗줄기가 거세게 쏟아진다. 일기예보에는 오후 늦게 비가 온다고 했는데, 너무도 일찍 시작한다. 유난히도 심한 봄 가뭄으로 소양강 댐의 수위가 낮아져서 발전이 중단될 정도라고 하니 반가운 손님임에는 틀림이 없다.

 

 

서둘러 배낭 커버를 씌우고, 우산을 받쳐 든다. 오늘의 일정을 ⅓밖에 소화하지 못했는데, 중도에서 포기하기는 너무 이른 시간이다. 선재대교까지는 걷기를 멈출 수가 없다. 다행이 바람은 잦아들었지만,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을 걸어가는 몰골이 처량하기 그지없다. 한 시간 동안 고생한 보람이 있어, 선재대교에 도착하며 빗줄기도 가늘어지고, 주위에 펼쳐지는 경치에 매료되어 다시 용기를 얻는다.

 

 

 

 

 

 

 

 

 

 

 

 

 

 

 

 

 

 

 

 

 

 

 

 

 

방아머리선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