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옛길: 삼남길

충남9길 - 은진향교길

김완묵 2015. 3. 22. 08:11

일  시: 2015년 3월 21일, 30일

구  간: 하도2리 버스정류장 - 초포마을 - 국철 건널목 - 부적면사무소 - 아호교 - 논산역 - 관촉사 - 와야리 -은진면사무소

 

                               충남 제9길(은진 향교길): 12.2km

하도2리 버스정류장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은진향교길을 시작한다. 부지런한 새가 멀리 날아간다는 말이 있다. 아침7시에 출발했더니 5시간 만에 20km를 완주하고 논산역까지 5km가 남은 상태인지라,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답삿길에 여유가 생긴다.

 

때 마침 할머니께서 지나가신다. 80여세가 넘어 보이는 연세에 삭정이처럼 앙상한 체구, 게다가 등까지 굽은 몸에 손 구루마를 끌고 비알 길을 올라가는 모습이 너무도 안쓰럽다. 저 할머니에게도 꽃다운 청춘이 있었으련만, “세월 앞에 장사 없다.” 는 말이 실감나게 힘겨운 세월을 등에 업고 다니시다 저런 몰골이 되었으니,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자동차도 뜸한 舊 도로를 따라 산 모랑이 돌아 초포마을로 들어선다. 기세 좋은 개들이 만만한 꼴을 보았는지 마구 짖어대고, 등줄기가 서늘하도록 위기감을 느끼며 고샅길을 빠져나와 초포마을회관을 지난다. 향월1리 버스정류장을 벗어나 노성천 제방으로 올라서면, 새로 축조한 노성제방(길이4.672m)이 끝없이 이어진다.

 

이곳에서 노성천에 놓인 풋개다리를 건넌다. 풋개는 초포의 옛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옛날 호남에서 서울 올라갈 때 건너던 큰 다리였다고 한다. 지금까지 지루하도록 함께 걸어온 노성천은 계룡산 서쪽 갑사 골짜기에서 발원하여 남서쪽으로 흘러가며 금대들, 상평들, 산정들, 화평들에 생명수를 공급하고, 노성대교 아래서 논산천과 합류하는 길이가 30여km에 달하는 하천이다.

 

덕평들 농로를 따라 동쪽으로 진행하면, 호남선 국철위로 기차가 달려간다. 오랜만에 만나는 건널목에서 간수 아저씨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 호남고속철도(KTX)가 국철을 이용하여 준 고속으로 운행하고 있지만, 4월부터 새로 건설된 노선으로 운행을 시작하면, 서울용산에서 광주까지 90분 만에 주파할 수 있다고 귀띔을 한다.

 

국철건널목에서 남쪽으로 다음건널목까지 진행한 다음, 국철을 건너 덕평리를 바라보며 동쪽으로 진행한다. 농협에서 직영하는 벼 건조장을 지나고, 덕평3리노인회관에서 마구평2길을 따라 부적면보건소 앞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선회하여 게이트볼장, 종자관리 논산분소, 율림촌을 차례로 답사하며 계백로 굴다리를 빠져나와 아호1리 제방으로 올라서면 논산천과 만난다.

 

아호교를 건너 관촉사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순서이겠으나, 다음으로 기약하고 오늘의 목적지인 논산역으로 향한다. 70을 넘긴 나이에 2일간 52km를 무사히 완주하고 보니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식당에서 반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고 2시36분발 무궁화호에 오르며 꿈속으로 빠져든다.

 

논산을 다녀 간지 일주일 만에 다시 찾은 논산역이 반갑기만 하다. 이유는 논산역에서 문화재해설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재철 선생에게서 “논산 문득 돌아본 그곳에서 예를 마주하다”라는 제목으로 논산의 관광명소를 소개한 에세이집을 선물로 받고, 그 답례로 나의 수필집 “백두대간에 부는 바람과 물길따라 삼천리” 2권을 보내며 인사를 나눈터라 더욱 잊지 못할 고장이다.

 

문화재 해설사들이 쉬는 날이라 다시 만나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택시로 기본요금을 지불하고 도착한 계백사거리에는 딸기광고판이 시선을 끈다. 매년4월초가 되면 논산천변에서 딸기축제를 여는 논산은, 90년의 딸기재배 역사와 전국 생산량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맛과 향이 독특한 무공해 딸기로 유명하다.

 

유유히 흐르는 논산천은 전라북도 완주군 우주면 왕사봉에서 발원하여 강경읍 북옥리와 서창리 사이에서 강경천과 합류하여 금강에 이르는 길이가 57.1㎞에 이르는 하천이다. 탐정호에서 물길을 모아 논산시를 가로지르는 논산천은 넓은 충적평야를 형성하여 노성천, 마산천, 왕암천, 왕덕천, 방축천 등의 지류를 품고 있다. 논산에 와서 어찌 황산벌을 외면할 수 있으리오?

 

660년 7월 9일 백제군과 신라군이 이곳 황산벌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신라군 5만여 명과 대적했던 백제군의 마지막 격전장이다. 5천의 군사로 열배가 넘는 군사를 상대하여 네 번을 이기는 일당백의 힘이 어디에서 나왔을까? 백제의 마지막 보루에서 처자식까지 무참히 살해하고 비장한 각오로 사생결단을 벌였으니, 청사에 기리 남을 후회 없는 한판이었다.

 

다음 행선지는 천년사찰 관촉사 가는 길이다. 삼남길의 꺽쇠를 길잡이로 눈썰미 좋게 뒤를 쫒으면, 반야산에 이른다. 모처럼 만나는 산길이다. 딱딱한 농로와 지방도로에서 피곤하던 발길이 부드러운 부엽토에 생기를 얻는다.

 

반야산 정상에는 안향선생의 동상이 있다. 안향선생은 고려시대 문인으로 원종원년에 무과에 급제하고, 충렬왕을 따라 원나라에 들어가 “주자전서”를 가지고와 주자학을 연구한 우리나라 최초의 성리학자다. 하지만 안향선생은 논산지역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데도 후손들이 임의로 세운 것이어서, 동상의 철거에 관하여 논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천년고찰(千年古刹)의 연륜을 말해주듯이 아름드리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관촉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인 마곡사의 말사다. 산속에서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를 내며 나타난 큰 바위가 있어서, 나라에 상서로운 일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한 임금님의 하명으로 혜명대사와 백여 명의 석공이 968년(고려광종19년)에 불상을 만들기 시작하여 37년간 온갖 정성으로 갈고 다듬어 웅장한 불상이 완성되었다.

 

거대한 불상을 3부분으로 만들어놓고 안치하는 문제로 고민하던 중, 어린동자들이 모래성을 쌓아 불상을 끌어 올리는 놀이에서 영감을 얻어, 1년의 대공사 끝에 목종9년(1006년) 높이18.12m, 둘레11m의 동양최대석불이 탄생하였다.

 

논산 제1경인 관촉사는 당시, 중국의 지안스님이 석조미륵불상(은진미륵)에서 발산하는 빛을 따라 서해바다를 건너와 예불을 드렸다는 일화에서 灌(물댈관), 燭(촛불촉), 寺(절사)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보물218호인 석조미륵불상(은진미륵)이외에도 보물232호인 석등과 5층 석탑이 있다. 관촉사는 나에게 감회가 깊은 곳이다. 중학교3학년 때 수학여행으로 다녀갔으니, 불상을 만든 기간보다도 20년이나 더긴 57년 간 동심의 추억 속에 간직해온 미륵불이다.

 

반야산을 벗어나면 건양대학교가 모습을 드러낸다. 영등포 김안과로 유명한 건양의료재단에서 설립한 건양대학교 논산창의융합캠퍼스인데, 대전에도 매디칼캠퍼스가 있다고 한다. 학교주변에는 대학생들의 숙소인 원룸이 많이 보인다.

 

홍살문처럼 꾸민 부평하이테크를 지나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콩크리트 축대에 걷는 사람들을 격려하는 글씨와 그림벽화가 보인다. 걸어온 길보다 걸어갈 길이 더 많은 우리가 스스로 등불을 켜 들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있어 이 겨울 한 귀퉁이를 밝히려 하겠는가. 라는 안도현의 시 구절이다.

 

과수원을 지나 은진향교에 도착한다. 문이 굳게 잠겨 있어 사진만 찍고 교촌1리 버스 정류장과 은진어린이집을 지나 면사무소에 도착한다. 은진면사무소에 있는 애향비에 눈길이 간다. “은진미륵을 찾는 아이들과 선비의 글 읽는 소리, 팍팍한 세상일수록 여유롭게 살아가는 득안(得安)마을을 자랑하며, 이웃과 정을 나누며 살아가자” 는 내용이다. 면사무소 안마당에 있는 정자에 오르면서 제9구간 “은진향교길”도 끝을 맺는다.

 

 

 

 

 

 

 

 

 

 

 

 

 

 

 

 

 

 

 

 

 

 

 

                                                                              호남국철 건널목

 

 

 

 

 

 

 

 

 

 

 

 

 

 

 

 

 

 

 

 

 

 

 

 

 

 

 

                                                                           봉하 어린이집

 

 

 

 

 

 

                                                                       기민 중학교

 

                                                                        논산시 보건

 

 

 

 

 

 

 

 

 

 

 

 

 

 

 

 

 

 

 

 

 

 

 

 

 

 

 

 

                                                                  계단을 다시 올라간다

 

 

                                                                       다복한 사람.  부인이 3명

 

 

 

 

 

 

 

 

 

 

 

                                                                건양대학교 홈 스테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