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5길 - 보물길
일 시: 2015년 3월 17일 , 20일
구 간: 광정삼거리 - 보물리 - 장원리 정안휴게소(고속) - 석송리 - 합심교 - 북계교 - 오인교 - 수촌리 - 금강비행장 - 고마나루 연꽃단지
- 예비군 훈련장
충남 제5길(보물길): 17km
한양으로 가는 과객과 보부상들이 험준한 차령고개를 넘기 위해 다리쉼을 하던 길목으로 광정역이 생기고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저잣거리가 형성된 것이 광정삼거리다. 그런 연유로 광정삼거리가 정안면 면소재지로 발전한 것이다.
전국최고의 밤 생산지로 명성이 높은 정안면은 밤꽃축제, 군밤축제, 알밤줍기체험으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산 비알과 밭두렁에 밤나무가 지천으로 자라고, 마을 어귀마다 밤 가공공장이 성업 중이다. “밤 세 톨만 먹으면 보약이 따로 없다”는 말과 같이 영양 상태가 좋은 아이를 “토실토실 밤 토실”이라고 한 것도 밤의 영향가치를 높이 평가한 말이다.
9월 초순부터 10월까지 수확하는 공주 밤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등 5대 영양소를 고루 갖춘 완전식품이다. 뿐만 아니라 밤 100g에 들어 있는 비타민 B1의 함량이 쌀의 4배나 되며 인체의 성장발육을 촉진하는 비타민 D도 많이 들어 있어 인체의 발육과 성장촉진에도 좋다고 한다.
《동의보감》에 “밤은 과일 중에 가장 유익한 과일로, 기를 도와주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신기를 보호하고 배고프지 않게 한다”고 기록할 정도로, 예전에는 구황작물로 사용하기도 했고 관혼상제에 빠지지 않을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한의학에서는 위장이 약하고, 신장이 허약한 사람, 또는 아이가 걷지 못하거나 식욕부진일 때 밤을 건강 회복식으로 처방했다는 기록을 볼 수가 있다.
광정삼거리를 뒤로하고 어물천을 따라가는 중에 광정낚시터에서 10여 분간 휴식을 한다. 시원한 물속에 발을 담그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고, 양말을 벗고 보니 후끈거리던 발바닥이 시원하며 피로가 한결 풀어진다. 한해 농사가 시작되는 농촌들녘에는 밭이랑을 고르는 농부들의 모습이 정겹고, 정안농공단지의 한진피엔씨를 지나 보물리로 들어선다.
작은 시골마을에 “문화복지회관”이라는 간판이 의아스러워 주위를 둘러보니, 경로당 앞에 공덕비 하나가 시선을 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공덕비다. 1952년 천안에서 태어난 김승연 회장은 한화그룹을 국내 10대재벌로 성장시킨 인물로서 1981년 한화그룹 선영을 이곳 보물리에 모신 뒤로 마을에 다리도 놓아주고 주민들의 애경사를 후원하는 등, 훌륭한 업적을 기리는 뜻에서 공덕비를 세웠다고 한다.
1998년 공주시에서 문화마을 육성사업에 보물리가 선정되어 발전의 계기가 되었을 때, 김승연 회장이 물심양면으로 협조하여 문화회관과 경천정을 지어 마을에 희사하고, 막대한 자금을 찬조하여 마을발전에 지대한 공로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흐뭇한 미담을 뒤로하고 마을을 빠져나오면, 서쪽으로 고속도로가 신나게 질주하고 남쪽산자락에 휴게소가 아른거린다. 정안휴게소는 수도권과 호남지역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상의 대표적인 고속버스 환승휴게소이다.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정안휴게소까지 발권하여 정안휴게소에서 하차 한 후, 이곳에서 원하는 목적지까지 다시 발권하면 된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호남지역을 운행하는 고속버스들이 모두 이곳을 거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 2009년 호남선과 영동선에서 처음 시작된 고속버스 환승제도는 정안휴게소, 인삼랜드휴게소, 횡성휴게소, 선산휴게소 등 전국에 총 4곳이 있다. 한 번에 갈 수 없었던 수도권과 지방도시를 연결하는 이 고속버스 환승 휴게소가 우리에게 더욱 친근감을 준다.
오늘의 일정을 정안휴게소에서 환승하여 서울로 돌아가는 것으로 잡았다. 17km를 걸어왔으니 거리도 적당하고, 시내버스로 공주나 천안으로 이동하여 서울로 가는 것보다 시간과 금전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가 아닌가. 눈대중으로 휴게소를 바라보며 정안천을 따라가던 중, 앉은뱅이 다리를 건너 장원보건진료소에서 마을길을 따라간다.
알밤공장인 달원농원앞에서 23번국도 지하통로를 빠져나오면 곧바로 천안논산간 고속도로 상행휴게소와 연결된다. 현재시각이 13시 느긋하게 간식도 들면서 휴식을 한 뒤,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까지 1만2백원에 승차권을 발급받아 13시40분 전주에서 출발한 고속버스에 오르면서 너무도 행복한 하루였다.
3일 만에 다시 찾은 삼남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정안휴게소까지 승차권을 발급받아 1시간 10분 만에 휴게소에 도착하니 8시도 되지 않은 이른 시각이다. 오늘의 장도를 축원하는 듯, 동녘하늘에서 떠오른 태양이 더욱 눈이 부시다. 서둘러 휴게소를 빠져나오니 3일전에 진입했던 도로인지라 아주 편안한 행보를 이어간다.
23번국도 옆으로 시작하는 삼남길이 석송리에 도착하면, 석송정이라는 정자가 있다는 정보에 따라 인근주민에게 물어보니 찾아가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어 고증을 인용한다. 인조가 1624년 이괄의 난을 피해 공주로 내려오면서 잠시 들렸던 장소에 마을사람들이 정자를 세우고, 인조가 한양으로 올라갈 때 지방 유림들이 백성들의 어려움을 호소하자 세금을 감면해 주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석송정 대신 3.1독립만세 기념비를 참배하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공주에서 최초로 만세운동이 일어난 이곳은 1919년 4월 1일 이 마을의 이기한선생을 중심으로 만세운동을 전개하여 이병림 선생이 현장에서 순국하고 25명이 체포되는 등 마을 주민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기념비를 세우게 되었다고 한다.
석송리에서 합심교를 건너며 동행하는 정안천은 차령고개(190m)에서 발원하여 25km를 남쪽으로 흘러오다 백제 큰 다리 아래서 금강에 합류하는 하천이다. 정안천은 사현천, 고성천, 평정천, 두만천, 반촌천, 중산천을 포용하여 고마나루 명승길로 부르는 생태공원을 품고 있어 공주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새소망교회에서 정안천을 따라 진행하는 삼남길은 북계교(北溪橋)를 지나며 콘크리트 포장도 끝이 나고, 개천 옆으로 시궁창같이 질척거리는 하천길이라 비라도 내리는 날에는 통행이 어려운 곳이다. 오인교를 지나며 콘크리트 포장으로 편안한 행보가 시작되지만, 춘삼월 농번기가 시작되면서 겨우내 저장하였던 가축들의 분뇨를 밭에 뿌리면서 하루살이들이 극성을 부린다.
지독한 냄새에다 코로 눈으로 마구 날아드는 하루살이의 습격을 도저히 참아내기 어려운 지경이다. 잠시라도 참아내기 어려운 곤경에, 이골이 난 농민들이 묵묵히 생계를 이어가는 모습이 너무도 존경스럽다. 그들이 있기에 우리의 식탁이 풍요롭고, 우리의 고향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두만천을 돌아서는 수촌1리 신촌마을에서, 삼남길 이정표가 종적을 감추고 만다. 종종 있는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정안천 뚝 방 길을 따라 가지만, 그 흔하던 리본이 보이지 않는다. 불안한 마음으로 진행하다보니 軍에서 운영하는 경비행기 금강훈련장이 나타난다.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관계로 삼남 길도 제방안쪽의 농로를 따르게 되어있고, 진입로의 리본은 누구의 짓인지 알 수 없지만, 분실된 것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
정안천1교와 당진영덕고속도로를 통과한 삼남길은 수촌배수장을 지나면서, 정안천둔치에 공주가 자랑하는 고마나루연꽃 단지가 펼쳐진다. 시민들의 휴식공간이요, 심신을 단련시키는 산책코스다. 모든 잎 새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앙상한 풍경이지만, 고마나루 명승길에서 몸 풀기운동에 열중하는 시민들 모습이 분주하다.
공주시장애인복지센터에서 시작하는 메타스퀘어 가로수가 인상적이며, 공주시청 탁구체육관을 지나 금강둔치까지 이어지는 고마나루 연꽃공원은 중간지점인 예비군 훈련장입구에서 5구간이 끝나고 6구간 공산성 구간이 시작된다.
광정 낚시터
3일후 정안휴게소 하차
북계교(北溪橋)
북계리 마을
정안천 1교
당진 대전고속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