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누리길

평화의 댐

김완묵 2015. 3. 12. 06:49

일  시: 2015년 5월 7일

구  간: 풍산리 - 안동철교 - 비목공원 - 평화공원 - 비스구미 - 해산령 전망대 - 풍산리(38km)

 

                                      

                                          제4구간 : 평화의 댐(16km)

평화누리길에서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 평화의 댐을 통과하는 구간이다. 1년 반전에 실패로 끝난 터라 세심한 계획을 세웠지만, 도보로는 갈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아내의 애마를 이용하기로 했다. 풍산리에서 시작하는 4구간은 안동철교입구에 있는 검문소까지 승용차로 진행하고, 검문소부터 평화의 땜까지 7km 구간을 자전거로 이용하게 된다.

 

그동안 민간인들의 출입이 통제되었던 민통선이 북쪽으로 이전하고, 통관절차가 간소화함에 따라 안동철교를 건너 평화의 댐까지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평화통일을 기원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목적으로 지난 2010년부터 3년간 국비 77억 원과 군비 33억 원 을 투입하여 평화의 댐부터 화천읍 풍산리까지 16㎞ 구간을 자전거도로로 조성하였다.

 

그동안 평화의 댐부터 안동철교까지 6.86㎞ 구간은 군부대 보안과 군 작전상의 이유로 일반인들의 출입이 제한되었다. 이에 화천군은 육군 제7보병사단과 육군 제21보병사단 등 해당부대와 시설보안과 운영 등에 대한 협의를 마무리하고, 민통선 구간을 전면 개방하게 되었다.

 

검문소에 도착하여 출입신고서를 작성하고 자전거로 이동한다는 계획은 화천자전거협회에서 자리를 비운 터라 자동차로 이동하게 되었다. 화천자전거협회 직원의 안내를 받아야만 자전거통행이 허락된다. 안동철교를 건너면,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는 생태습지가 펼쳐진다. 이곳에는 천연기념물인 황쏘가리를 비롯하여 희귀동식물이 자생하고, 멧돼지와 산양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사방을 둘러봐도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자동차의 속력을 최대한 낮추어 주위를 둘러보며 천천히 이동한다. 철조망사이로 보이는 지뢰표시를 지나칠 때는 가슴이 섬뜩하다. 민통선지역의 도로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야생동물들의 건널목이 있다. 만약 동물을 만난다면 동물이 지나간 다음에 통과해야 한다.

 

평화의 댐에서 거슬러 오는 북한강은 금강산이 발원지인 금강산댐(인남댐)이 있다. 제5공화국 정권이 북한의 수공위협을 과장하고, 국민에게 불안감을 조성하여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평화의 댐은, 북한의 금강산댐 건설에 따른 수공(水攻)과 홍수예방을 위해 1987년에 착공하여 2005년 10월에 2단계 증축공사를 완공하였다.

 

댐의 규모는 제방의 길이가 601 m, 높이가 125 m에 최대 저수량이 26억 3천만 t 으로, 평시에는 물이 없는 텅 빈 댐이다. 안동철교에서 10여분을 달리면, 평화의 댐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 검문소에서도 신분증을 제시하여 통관절차를 마치고 비목공원을 찾는다. 공원 입구를 장식하고 있는 비목 노래비가 보는 이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6.25전쟁의 참화가 지나간 자리에 이름 모를 용사의 녹슨 철모와 돌무덤을 발견하고, 짝 잃은 궁노루의 애절한 울음소리에서 영감을 얻은 청년장교 한명희가 작사하고, 장일남이 곡을 붙인 가곡이다. 평화의 댐 1차공사가 끝난 뒤 관광객을 위해 마련했던 전망대 자리에 비목공원을 조성했다.

 

비목공원에서 층층계단을 올라가면, 세계 분쟁지역의 탄피를 모아서 만들었다는 세계평화의 종이 걸려있다. 세계평화의 종 무게가 9,999관이라고 하는데, 통일이 되면 상부에 있는 4마리의 비둘기 중에서 날개가 잘려있는 비둘기의 날개를 달아 1만관의 종으로 마무리를 하게 된다고 한다.

 

일인당 500원을 내면 일반인들도 평화의 종을 타종 할 수 있는데, 모인 성금은 제3국 분쟁지역의 난민들을 위해 쓰이고 있다고 한다. 한반도의 평화통일과 가정의 행복을 염원하며, 아내와 함께 타종하는 종소리가 멀리멀리 북녘 땅으로 울려 퍼진다. 평화의 종 옆으로 세계 노벨평화상 수상자 12명의 부조상이 전시되어 있다.

 

그중에는 200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대통령과 제56차 유엔총회의장으로 활동하던 한승수 총회의장이 2001년 국제연합(유엔)과 코피아난 유엔사무총장이 공동수상하게 되었는데, 의장자격으로 수상을 했다고 한다. 물 문화회관 뒤뜰에 조성된 정원에서 우리부부는 집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펼쳐든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했나, 막걸리와 곁들이는 오찬은 부부사랑을 확인하는 의미 깊은 시간이었다.

 

제방을 보강하는 3차 공사 중이라, 주변이 어수선한 가운데 터널을 빠져나오면 평화의종 공원이 펼쳐진다. 가장먼저 시선을 끄는 곳이 3개의 기둥에 걸려있는 한 쌍의 가락지다. 조성중이라 내용은 확인할 수가 없고, 언덕위에 걸려있는 염원의 종을 찾아간다. 염원의 종은 나무로 만든 황금색목종(木鐘)이지만, 통일이 되면 쇠종(鐵鐘)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한다.

 

찾아오기 힘든 평화의 댐. 분단조국의 평화통일을 상징하는 광장을 둘러보며, 우리의 안보의식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었다. 안동철교에서 자전거를 탔다면 양구 쪽으로 진행했겠지만, 최전방에서 자전거 타는 것을 원하는 아내의 청을 들어주기 위해 화천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북한강에 조성한 자전거 길은 화천이 자랑하는 백리길이다. 화천댐에서 시작하는 자전거 길은 붕어섬을 지나 서오지리 연꽃단지까지 환상의 하이킹 코스가 펼쳐진다. 시간상 전 구간을 질주할 수는 없고, 미륵바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붕어 섬까지 다녀오는 것으로 만족하고 올겨울 산천어 축제에 다시 한 번 찾아 올 것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