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1길 - 성환천길
일 시: 2015년 1월 4일
구 간: 안성천교 - 안궁리 - 성환천 둑길 - 어룡교 - 장천교 - 성환역 - 매주육교 - 매주고가교 - 성환천 - 부송교 -
직산교 - 직산역 (14.5km)
교 통: 하행 - 전철( 회룡 05시 13분 출발 - 용산), 무궁화호(7시 5분 3.3.00원) : 용산- 평택, 택시(5.000원) - 평택역- 안성천교
상행 - 전철급행(천안 14시 5분 출발 - 신도림), 전철(신도림 - 회룡 16시 50분 도착)
충남 제1길(성환천길)
경기도 구간에 이어 완전 개통된 충남 삼남길이 10개구간에 걸쳐 140km를 이어간다. 청양의 해(乙未年)를 맞이하여 가정에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요. 나라에는 국태민안(國泰民安)이라. 우리 모두의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염원하며 삼남길 답사에 나선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면서 건강을 과시하던 내가 70을 넘어서며, 만성기관지염이라는 지병으로 몸을 사리게 되었으니, 인간의 나약함은 별수가 없는가 보다. 추운겨울과 삼복더위에 특히 조심하라는 의사의 간곡한 부탁을 염두에 두고 두문불출(杜門不出)하다시피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면서도 삼남길의 매력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맹추위가 모처럼 영상으로 올라선 날을 가려 집을 나선다. 잘못 표기된 인터넷을 믿고 천안행 급행열차를 타려고 이른 새벽에 나섰지만 간발의 차이로 차를 놓치고 말았으니 허망하기 그 지 없다, 대안으로 떠 오른 것이 무궁화 열차다. 덕분에 7시55분 평택역에 도착하고 보니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 기분이 좋아진다.
평택역에서 안성천교까지는 2km에 불과하지만, 겨울해가 짧은 계절이라. 황금 같은 시간을 절약하기위해 과감히 택시를 이용한다.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는 을씨년스러운 안성천. 앙상한 갈대숲사이로 모락모락 수중기가 피어오르고, 물속을 유영하는 청둥오리와 두루미의 날개 짓이 평화롭게 보인다.
경기도 용인시 석성산에서 발원하여 안성과 평택을 두루 섭렵하며 서해로 흐르는 안성천은 길이가 75.5km에 이르는 제법 긴 하천이다. 진위천(振威川), 입장천(笠場川), 한천(漢川), 청룡천(靑龍川), 오산천(烏山川), 도대천(道垈川), 황구지천(黃口只川)이 유입하여 넓은 충적평야를 형성하고 있다.
안성천 하구에 아산만방조제가 들어설 때까지는 하구로부터 16.5㎞ 떨어진 평택시 팽성읍 신호리까지 조류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간만의 차가 가장 심하던 이곳에 방조제를 설치한 뒤로 많은 농경지가 생겨나면서, 김포평야와 함께 경기미(京畿米)의 주산지를 이루고 있다.
안성천 제방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마을이 안궁리 문화촌이다. 나사렛성결 안궁교회를 중심으로 드넓은 평야를 경작하는 땅의 주인들이다. 풍족한 그들에게도 우루과이 회오리가 비켜가지 못했다면, 남모르는 애환으로 가슴앓이를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끝없이 이어지는 농로를 따라 1번 국도를 횡단하여 “복모 친환경 쌀 생산 단지”를 지나 “머슴과 마님 쌀” 정미소에서 성환천 둑길을 따라간다.
대홍리 1번국도변에는 국보 제7호인 봉선홍경사갈기비가 있다. 고려현종12년(1021년)에 창건한 봉선홍경사는 성환역 북쪽3km에 있는 교통의 요지인데, 갈대가 무성하여 도적이 출몰하므로, 승려 형극에게 명하여 절을 세우고, 절 서쪽에 객관 80칸을 지어 광연통화원이라 칭하고, 행인을 위하여 양식과 마초를 제공하였다고 한다.
사찰과 광연통화원은 사라지고 갈기비만이 남아있지만, 국보급 유물을 외면하고 성환천 둑길로 선정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구간이다. 수확이 끝난 황금들녘에 볏짚사일리지가 장관을 이룬다. 볏짚수집상들이 300여㎏ 단위로 말아 피복해 놓은 곤포사일리지는 축산농가에서 선호하는 가축사료이다.
축산사료로 볏짚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확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먹이용으로 수거되는 바람에 지력 악화로 인한 쌀 품질저하가 심각하게 우려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 말이 있다.’ 눈앞의 이익을 쫒다가 우를 범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뿐이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지루한길. 어룡교를 지나고, 1번국도와 철길을 교차하며 성환천을 1시간 이상 거슬러 오른 후에야 성환역에 도착할 수가 있다. 최신시설로 갖추어진 성환역에는 천안의 역사와 문화유적을 소상히 소개하고, 성환의 특산품인 신고배를 상징하는 모자이크 그림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천안 9경에 선정된 왕지봉 배꽃은 서해안과 근접한 구릉지대를 배경으로 100여 년 전부터 재배해온 신고배의 주산단지다. 따스한 봄날 왕림리 일대를 하얗게 수놓는 배꽃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최적의 환경조건을 갖춘 천안의 신고배는 껍질이 얇고 과즙이 풍부하며, 단맛과 함께 씹히는 식감이 좋아 소비자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또한 개구리참외를 빼놓을 수 없다. 참외라면 성환을 떠 올릴 정도로 유명한 과일이었다. 지금은 노란참외가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6~70년만 해도 성환의 개구리참외가 단연으뜸이었다. 겉모양이 개구리처럼 검푸른 바탕에 물결모양을 이룬 녹색의 얼룩무늬가 특징이다.
개구리참외는 조선 초기 중국으로부터 건너와 재배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육질이 부드럽고 연하며, 속을 쪼개면 연한홍색으로 색감이 좋아 여름한철 우리의 주린 배를 채워주던 으뜸 과일이었다. 성환역 벤치에서 간식을 들며 10여 분간 휴식을 하고 철길을 따라 진행한다.
매주4리 버스 정류장에서 시작되는 농로는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안성천교에서 시작하는 성환들녘이 직산교까지 10km를 넘어서니, 충남제일의 곡창지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산역에 도착하며 1구간 14.5km를 3시간 30분 만에 완주한다. 현재시각이 11시 40분, 예상보다 빠른 행보에 만족하며 두원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