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둘레길

경계선 따라

김완묵 2014. 10. 21. 04:38

 

                               울대고개 - 사패산 - 도봉산 - 도봉산 역 (약 10km)

 

일시: 2010년 11월 17일

산행시간: 4시간 30분 

 

 

올래길, 둘레길, 마실 길로 들불처럼 번지는 걷기운동으로 주말이면 입추의 여지가 없는 원색의 물결들. 산이 좋아 산을 찾는 사람들의 천국이다. 도봉산과 수락산의 정기를 받은 의정부는 사패산과 흥복산, 천보산으로 둘러싸인 인구 42만 여명에 82㎢의 아담한 면적을 가진 위성도시다. 수도 서울을 사수하는 천혜의 요새지인 탓에 산봉우리마다 군부대가 자리 잡고 유네스코에서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국립수목원이 있어 의정부시계를 완전히 종주한다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종주 길에 나서본다.

 

 

흥복산에서 울대고개까지는 지뢰경고표시가 있어 접근이 불가능하므로 울대고개에서 사패산 쪽으로 접근을 시도한다. 한북정맥이 지나는 울대고개는 의정부시 가능동과 양주시 장흥면이 경계를 이룬다. 교외선과 평행으로 달리는 39번 국도는 의정부에서 외지로 나갈 수 있는 큰길 중에 하나로 서울의 구파발과 고양시로 연결되는 관문이다.

 

 

한북정맥과 동행하는 시 경계는 일반인들이 찾지 않는 곳이라 가시덤불이 앞길을 가로막고 군부대훈련장이 있어 진행하는데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안골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며 긴장감도 사라지고 일명 샌드위치바위를 지나 벼랑길을 기어오르면 사패산(552m) 정상이다. 선조의 여섯째딸인 정휘옹주가 유정량에게 시집갈 때 하사하여 붙여진 사패산은 수십 명이 쉬어갈수 있는 널찍한 바위암반으로 정수리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회룡사에서 송추로 넘어가는 회룡골재를 지나며 도봉산 오름길이 시작된다. 한여름이면 시원한 그늘 속으로 가을이면 붉게 타오르는 단풍으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사면 길을 치고 오르면 사패능선과 포대능선의 분기점인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649봉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의정부는 부처님 손바닥처럼 도심지의 뒷골목까지도 선명하다. 관북지방에서 한양으로 들어오는 관문인 의정부는 태조 이성계가 태종 이방원과의 불화로 함흥차사라는 고사성어가 만들어지고 이성계의 환심을 사기위해 정승들이 이곳까지 행차하여 정무를 본 후로 지어진 이름이다. 또한 회룡사는 이성계와 무학대사의 전설이 깃들여있는 유서 깊은 사찰이고 부근에 있는 석굴암은 김구선생이 은거하던 곳으로 바위에는 친필서각이 남아있다.

 

 

아기자기한 포대능선의 암 봉을 넘나들며 자운봉(740m)이 지척에 보이는 벙커가 있는 716봉에 올라서면 의정부시와 도봉동이 경계를 이루는 다락능선과 천년고찰 망월사가 시원하게 조망된다. 수석의 전시장을 타고 내리는 다락능선은 조물주의 걸작 품이다. 바위와 어우러진 소나무 숲길을 내려설 때, 건너다보이는 자운봉과 선인봉, 만장봉이 도봉산의 백미를 이룬다.

 

 

대한불교조계종인 망월사는 신라 선덕여왕 8년(639)에 해호화상(海浩和尙)이 왕실의 융성을 기리고자 창건한 절이다. 대웅전 동쪽에 토끼 모양의 바위가 있고, 남쪽에는 달 모양의 월봉(月峰)이 있어 마치 토끼가 달을 바라보는 모습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망월사가 건너다보이는 암봉을 내려서며 다락능선을 버리고 남쪽으로 은석암이 있는 낮은 능선으로 내려선다. 도봉산역을 바라보며 활등같이 휘어진 능선을 30여 분간 내려서면 인강학교 정문이 나오고 골목길을 빠져 나오면 도봉동과 다락원이 경계를 이루는 3번 국도가 기다린다.

 


                     다락원- 수락산 - 숫돌고개 - 도정산 - 비루고개 (약 13km)

 

일시: 2010년 11월 19일

산행시간 :5시간

 

 

 3번 국도는 의정부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가장 큰 관문으로 경원선이 전철로 개통된 뒤로는 서울 가는 길이 훨씬 수월하다. 의정부에서 설치한 광고판을 뒤로하고 의정부 쪽으로 100여m 진행하면 경원선 전철 밑을 통과하여 비닐하우스 밭둑을 따라 중랑천으로 내려선다.

 

 

의정부가 자랑하는 조깅코스. 녹양역부터 시작된 중랑천의 자전거 전용도로는 서울 숲까지 신나게 달려가고, 한강을 바라보며 팔당으로 행주산성으로 가지 못할 곳이 없다. 팔뚝만한 잉어들이 활개 치며 뛰어오르고 철새들이 찾아오는 지상낙원으로 변신한 중랑천. 후손들에게 물려줄 우리의 자랑스러운 유산이다. 서울 쪽으로 1km쯤 내려서면 두원초등학교가 있는 중랑천다리가 나온다.

 

 

이곳까지가 의정부 남쪽 지경이고, 동쪽으로 수락 아파트 사이로 실개천이 흐르는 제방을 따라 동부고속화도로 무지개다리를 건너며 수락산 오름길이 시작된다. 왕 사토 비알 길은 소나무도 뿌리 내리기가 힘겨운지 벌거숭이로 남겨 진채 가시나무가 진을 치고 있다. 서울외곽 순환도로 수락터널위로 올라서면 꼬리무는 차량들이 21세기 우리의 번영을 예고하듯 신나게 달려간다.

 

 

의정부에 뿌리를 내린지 20년. 제2의 고향으로 마음을 열고 돌 하나, 풀 한포기까지 소중하게 보듬어 안고 시 경계를 따라 걷는 발걸음이 너무도 편안하다. 다정한 이웃들이 숨 쉬는 곳. 수락산 자락엔 노강서원이 자리 잡고, 시인묵객들이 놀던 그 자리에 천상병 시인의 발자취가 아련하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험상 굳은 암릉 들이 앞길을 가로막고 비지땀 흘리며 안간힘을 쏟는다.

 

 

전망 좋은 정수리에 사뿐히 올라앉은 매월정. 조선중기 생육신의 한 사람인 매월당 김시습을 기리며 정자를 세우고 시편들을 걸었다. 세조의 왕위찬탈 이후 벼슬길을 버리고 전국을 유랑하며 발자취가 머물던 곳. 정자의 누각에 올라서면 건너편의 불꽃같은 도봉산이 하늘로 치솟고 호원동의 아파트 숲이 桑田碧海와 같이 하루가 다르게 변신을 하고 있다. 주위 경관을 바라보며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에 김시습의 시 한편을 읍 조리면 만단시름이 녹아난다.

 

 

금오신화를 짓고

 

작은집에 자리 까니 따스한데

막 떠오른 달빛에 매화 창가에 가득

등불 켜고 긴 밤을 향 사르며 앉아

세상에 없던 새로운 책을 썼노라

 

 

벼슬할 생각은 이미 접었고

깊은 밤 소나무 창 아래 단정히 앉았네

향로에 향을 꽂고 깨끗한 책상에 앉아

풍류 넘치는 진기한 이야기 골똘히 찾았지

 

 

규모는 작지만 옹골찬 수락산. 북한산과 도봉산의 위세가 대단하다 하여도 만만하게 볼 산세가 아니다. 철모바위 돌아가는 난간에서 모골이 송연하고 정상의 표지석이 반갑기 그지없다. 수락지맥의 중심부를 이루는 637m. 아담한 돌비석에 커다란 바위 덩이 하나가 정상위에 올라앉았다.

 

 

수락지맥이란 한북정맥이 죽엽산(600m)을 지나 무림리 고개로 남진하다 축석령 가기 전 무명봉에서 분기하여 남동쪽으로 용암산(475.4m), 수락산(637m), 불암산(508m), 아차산(316m)으로 이어지는 43.8km 산줄기를 일컫는다. 이제부터 수락지맥과 팔짱끼고 걸어가는 경계선. 정상을 내려서는 암릉 길에는 나무데크로 계단을 만들어 편안하고 아름다운 산책로가 이어진다.

 

 

주말이면 정선오일장처럼 북새통을 이루는 종주길. 수락산이 자랑하는 기차바위에 도착한다. 건각들이 체력을 과시하는 불.수.사.도.북 다섯 산을 연계하는 종주길이 기차바위를 지나야 하지만 수락지맥은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암릉 길로 내려선다. 북새통을 이루던 인파들이 간곳없이 호젓한 암릉 길. 옹골차게 휘어진 소나무 등걸 부여잡고 내려서는 와중에 내원암의 독경소리가 금류폭포와 옥류폭포 속으로 녹아들고 마당바위 돌아가는 급류가 용담천으로 흘러든다.

 

 

눈이 부신 용현동과 민락동의 신시가지를 바라보며 30여분을 내려서면 43번 국도가 지나는 숫돌고개에 도착한다. 의정부쪽의 산곡동은 전형적인 농촌마을인 반면 남쪽의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는 제법 번화한 도심지를 이루고 있다. 수락산과 용암산을 이어주는 지맥은 낮은 구릉지대를 형성하고, 부드러운 산세가 조상을 모시는 명당자리 인지라 가족 묘지들이 줄을 잇는다.

 

 

북쪽으로 방향을 잡아가는 지맥은 청학리 주민들이 산책로로 이용하는 도정약수가 있어 발길이 분주하고 편안한 오솔길에서 모처럼 忙中閑을 즐긴다. 시원한 약수로 갈증을 달래고 울창한 참나무사이로 빼 꼼이 터진 산길을 오르면 곧바로 도정산 정상이다. 잡목이 무성하여 주위를 둘러볼 수는 없지만 지도상에는 깃대봉으로 표기된 289봉이다.

 

 

정상에 특별한 시설물은 없지만 도정산의 유래를 적은 간판이 있어 일제시대 조선총독부에서 지지조사와 토지 측량을 할 때 정상에 깃대를 꽂은 인연으로 깃대봉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하며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는 의미에서 정갑성이 주장했던 개벽된 세상을 구현하기위해 도정산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제부터 나 홀로 산행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나만의 천국이다. 완만하게 오르내리는 능선길이 지루하지 않고, 잘 다듬어진 소나무와 잣나무 숲속으로 들어서면 짙은 향기의 피톤치드가 분수처럼 온몸으로 파고들며 피로감이 싹 가신다. 또한 오가는 사람하나 없이 고즈넉한 산길에서 흥겨운 타령 한 곡조 뽑아내면 금상첨화가 아닌가.

 

 

좌우로 고산동과 용암동을 바라보며 1시간 동안 진행하면 비루고개에 도착한다. 두 마을이 소통의 길로 사용하고 있는 널찍한 수례길이다. 완만하게 경사진 산 비알에는 비옥한 토지와 배수관리가 수월한 탓에 배나무 과수원이 즐비하지만, 이곳에도 개발의 바람으로 머지않아 도심의 아파트 숲으로 변하고 말 것이다.

 

 

    

고산동 갓바위 - 비루고개 - 수리봉 갈림길 - 용암산 - 수락지맥 분기점 - 축석고개( 진입로까지 13km)

 

일시: 2011년 6월3일

장소: 축석고개- 민락동

 

비루고개를 지나 320봉에 올라서면 지금까지 북쪽을 향해 달려가던 지맥이 동쪽으로 방향을 틀며 국립수목원 경내로 들어선다. 5년 전 수락지맥을 종주할 때는 통사정으로 국립수목원지역을 통과하였지만 유네스코에서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선정된 이후로는 일반인들의 출입을 더욱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기록 한 散文을 정리하여 “백두대간에 부는 바람”이라는 제목을 달아 발간한 산행수필집이 국토사랑의 기록물로 인정받아 산림청으로부터 “숲 사랑 지도원”증을 발급받았다. 국토의 지맥과 생태계를 관찰하고 산림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국공립 수림 원과 휴식년제로 통제된 지역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게 되었으니 감회가 새롭다. 특혜를 받는 만큼 숲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우치며 자연을 사랑하고 보호하는데 더욱 정진할 것을 다짐한다.

 

 

산림감시원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올라서는 산등성이가 벌거숭이 민둥산으로 변하고 말았다. 수십 년간 공들인 울창한 숲이 잿더미로 변하고 말았으니 세상에 이런 허망할 때가 있나. 열 사람이 도둑 하나를 지키지 못한다더니 철저한 감시 속에서도 한 순간의 실수로 큰 재앙을 불러오고 말았다. 일찍 찾아온 삼복더위의 열기를 고스란히 받아가며 방화지역을 벗어나니 천국이 따로 없다.

 

 

하늘을 뒤덮는 울창한 수림 속에는 작열하는 태양도 범접하지 못하고 정성들인 꿈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온실속의 천국이다. 그 누구의 간섭도 없이 사색의 공간속에서 사람하나 지나갈 수 있는 오솔길을 따른다. 골바람이 불어오는 그늘 속을 단숨에 올라서면 406봉이다. 林자와 58번 표지석이 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면 부근에서 가장 높은 수리봉(537m)이고 천겸산(393m)과 퇴뫼산(367m)으로 연결된다.

 

 

왼쪽으로 완만한 능선을 따르면 용암산 오름길이 시작된다. 잣나무와 소나무, 참나무를 비롯한 각종나무들이 부위별로 식재되어 사열하는 장병들처럼 질서가 정연하다. 사람 없는 골에 산새들 천국이라 지휘자가 없어도 오케스트라의 하모니로 요란스럽다. 산불감시초소와 삼각점이 있는 용암산(477m)은 울창한 수림 속에 묻혀 답답하기 그지없다.

 

 

2010년 6월 2일 개최된 유네스코에서는 인간과 생물권계획 국제조정이사회에서 우리나라 최대의 산림보고인 광릉 숲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선정하였다. 생물권 보전지역이란 유네스코가 주관하는 보호지역(생물권보전지역, 세계유산) 중 하나로 설악산(1982), 제주도(2002), 신안 다도해(2009)에 이어 국내에서 4번째로 한반도에서는 백두산(1989), 구월산(2004), 묘향산(2005)을 포함하여 7번째로 전 세계 109개국, 564개소가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우리의 위상이 높아진다는 자부심으로 숲길을 내려오면 용암산 정상에서 동쪽으로 100여 m 떨어진 사면 길에 진흙탕 웅덩이가 있고 산돼지들이 천국을 이루고 있다. 진흙탕 마사지를 좋아하는 산돼지들의 특성에 따라 보금자리를 틀고 있는 모습은 우리가 숲을 가꾸는 이유를 알려주는 좋은 교훈이다. 자연의 생태계는 우리인간뿐만 아니라 동식물들이 먹이사슬에 따라 형성되는 자연조건에 따라 건강한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고도를 낮추어 내려서는 둘레 길은 국립수목원과도 작별하고 무림리 내루동을 휘돌아 서쪽으로 내달린다. 전형적인 농촌마을에도 서울이 가깝다는 이유로 골골마다 그림 같은 전원주택이 자리 잡고 펜스 담장사이로 제철만난 넝쿨장미가 흐드러지게 향기를 뿜어낸다. 외진 산골마을이라 집지킴이 필요한지 황소만한 견공들이 낮선 사람들을 향해 으름장을 놓고 종종 걸음으로 고샅길을 빠져나간다.

 

 

숲속에 가려진 삼각점(포천 460)이 있는 235봉에서 북동쪽으로 급선회해야 한다. 산이라는 말이 실종되고 경작지로 연결되는 수레 길을 따라 진행하면 잠시 후 수락지맥의 분기점에 도착한다. 會者定離라는 말이 실감나게 그동안 정들었던 수락지맥을 뒤로하고 한북정맥을 따라 북쪽의 참나무 숲속으로 들어선다. 20여 년간 전국의 천 여산을 다녀오면서도 이곳만은 잊을 수가 없다. 잠시 후에 만나는 군부대의 삽살개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혼쭐이 난 곳이다.

 

 

앙살 맞은 삽살개를 깔보고 잘못 건드렸다가 독이 오른 채, 군부대의 철조망을 들락거리며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지던 5년 전의 수모. 다시는 어설픈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천천히 군부대 철조망으로 접근을 하니 삽살개는 보이지 않고 쇠사슬에 묶인 군견들이 으르렁 거리고 검정색의 개 한 마리가 하이애나처럼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내며 울부짖는다. 그래도 목줄 때문에 달려들지 못하는 그들을 피해 종종걸음을 친다.

 

 

이제 축석고개도 머지않은 듯. 자동차의 경적소리가 가깝게 들린다. 축석고개에서 민락동으로 빠지는 대체도로위로 야생동물 이동통로를 만들었다. 산을 자르고 골을 메워 개설되는 도로 때문에 동물들의 행동반경이 줄어들고 생존권마저 위협을 받는다. 우리인간들의 편리함으로 인해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이 되고 말았으니 자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

 

 

천혜의 요새처럼 육중하던 방호벽이 헐리고 4차선으로 확장된 축석고개. 엉금엉금 기어가던 차량들이 신바람 나게 달려간다. 의정부에서 외지로 나가려면 4곳의 대로를 경유하게 된다. 서울 도봉동 방면의 다락원길, 송추로 빠지는 울대고개, 양주로 빠지는 비석거리와 이곳 축석령이다. 이 고개를 분수령으로 하여 북쪽으로 흐르는 물이 포천천을 거쳐 한탄강에 이르고, 남쪽으로는 중랑천을 거쳐 한강으로 유입된다. 철원과 서울까지의 거리가 2백리가 된다고 하여 2백리 고개라 불렀다고 한다.

 

 

                                                      

                               축석고개- 천보산 - 녹양역 - 홍복산 (약 13km)

 

일시: 2010년 11월 23일

(2011년 6월10일 녹양역에서 흥복산까지 재 답사)

 

  

내천(川)과 뫼산(山)을 형상하는 역동적인 모습.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통일조국의 중심지로 21세기를 준비하는 미래 지향적인 포천시의 정신을 표현한 상징물 옆으로 횡단보도를 건너 축석교회 앞마당으로 올라선다. 완만한 능선 길에서 쉬엄쉬엄 올라서면 전망 좋은 287봉이다.

 

 

포천시. 의정부시. 양주시가 경계를 이루는 287봉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서북쪽의 양주고을이 압권이다. 양주의 진산인 불곡산자락에 자리 잡은 양주시청을 중심으로 눈부시게 발전하는 고읍지구의 아파트 숲이 장관을 이룬다. 또한 이곳은 왕방지맥의 분기점이다. 북쪽으로 어하고개로 향하는 산줄기가 천보산(423m), 해룡산(660m), 왕방산(737m), 국사봉(754m), 개미산(453m)을 지나 연천군 청산면 영평천까지 이어지는 37.0km 산줄기를 왕방지맥이라 부른다.

 

15분간의 꿈같은 휴식을 끝내고 암릉 구간을 내려서면 그윽한 솔향기 속에 백석이 고개를 만난다. 의정부시 자일동과 양주시 삼승동을 오가는 백석이 고개는 그 옛날 마을을 이어주는 소통의 길이었지만 무성한 잡초 속에 허물어진 돌무더기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완만한 능선 길에는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다투어 피어나고 꽃길 따라 정상을 향하여 달려가면 북쪽으로 로얄 골프장이 내려다보이는 230봉에서 한북정맥과도 아쉬운 작별을 한다.

 

 

한북정맥은 골프장의 경계선을 따라 덕고개까지 진행한 다음 샘내고개와 임꺽정봉을 지나 도봉산과 노고산, 현달산, 고봉산을 지나 파주의 장명산까지 이어진다. 천보산 정상의 송신탑을 바라보며 따라가는 산줄기는 전망 좋은 암릉이 있어 주위를 둘러보는 재미로 발걸음이 마냥 느려진다.

 

 

천보산에는 고구려시대의 유물인 보루가 여러 곳에서 발굴된다. 보루라 함은 국경지대에 설치한 견고한 진지를 말하며 적의 동태를 살피고 비상시에는 적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시설이다. 천보산 정상에 설치한 미군 부대의 통신시설 또한 현대판의 보루라 할 수 있으니 의정부가 수도 서울을 사수하는 요새지인 셈이다.

 

 

천보산은 암석과 왕사토가 깔려있는 산이라 나무들이 자라기에는 부적합한 곳이다. 하지만 곳곳에 전망 좋은 바위들이 있어 인근주민들의 산책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정상을 내려서면 소림사의 암자를 지나 320봉으로 진행해야하지만 군부대가 정수리에 진을 치고 불암사가 가로막아 왼쪽기슭의 약수터를 지나 빡빡이 산으로 내려서야한다. 수년전에 일어난 산불로 벌거숭이 민둥산이 된 뒤로 빡빡이 산으로 부르고 있다.

 

 

소요산까지 전철이 개통된 뒤로 나날이 발전하는 녹양동. 새로 신축된 녹양역을 중심으로 아파트가 우후죽순처럼 솟아오르고 활기찬 로데오거리가 의정부의 새로운 명물로 떠오른다. 하동교로 내려선 다음 중랑천상류를 따라 암매교차로까지 이동한 다음 서쪽으로 암매교를 지나면 비석사거리가 나오고 건너편으로 시군 경계석인 해태상이 반겨준다.

 

 

3번국도가 지나는 비석사거리는 양주와 동두천으로 나가는 관문이며 경원선과 함께 금강산이나 함경도를 가자면 이 길을 지나야만 했다. 양주산성로를 따라 모소 어린이집을 지나고 인화당 한약방을 지나면 남방주유소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흥복산 진입까지는 군부대와 목장지대의 철조망이 있어 진입로 찾기가 까다로우니 세심하게 적어본다.

 

남방주유소 삼거리에서 어둔리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진행하는 길옆으로 수련이 만발한 연못을 지난다. 한마음수련원 입간판이 있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50여 m 거리에 상감한우 간판이 있는 큰길로 나선다. 왼쪽의 의정부녹양동 방향으로 가는 길에는 천년 초 농원(선인장)이 있고, 50여 m 진행하면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옛길을 따라가는 중에 일신조경이 반겨준다.

 

잠시 후 의정부와 양주시가 경계를 이루는 방호벽이 나온다. 쓰레기 더미로 지저분한 입구에서 서쪽으로 수례 길을 따라가면 비로소 흥복산의 들머리가 열린다.

 

 

마을 뒤로 아카시아와 참나무가 울창하고 고압송신탑이 있는 안부에서 시작하는 잣나무 숲은 경사가 심하여도 짙은 그늘속이라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주능선을 바라보며 20여 분간 진땀을 흘리고 나면 헬기장에 올라서며 주위의 전망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하지만 이곳까지가 일반인들이 올라올 수 있는 곳이다.

 

 

지척에 있는 정상에서 서쪽능선으로 내려서야 하지만 육중한 철조망이 앞길을 가로막고 가슴이 서늘한 지뢰경고판이 우리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철조망 옆으로 트인 길은 호명산과 한마음 수련원으로 내려서는 길이라 의정부 둘레 길과는 거리가 멀다.

 

올라온 길로 되돌아 내려와 잣나무 숲이 있는 능선에서 입석마을로 내려서는 암릉 길을 따르며 사패산과 도봉산, 수락산, 용암산, 천보산까지 의정부를 이어주는 주능선을 바라보며 35km의 거리를 4구간으로 나누어 진행하였지만 흥복산에서 울대고개로 내려서는 능선을 생략하게 되어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