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구간: 송지호 생태전망대
일 시: 2015년 2월 23일
삼포해변 - 봉수대 해변 - 송지호 - 철새관망타워 - 공현진 해변 - 가진항 (9.7km)
제47구간: 삼포해변 - 가진항(9.7km)
육중한 철조망으로 바다를 가린 삼포해수욕장을 바람결에 스치고 봉수대 해수욕장에 도착한다. 행정동으로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오호리인 봉수대 해수욕장은 일반에 개방 된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바다가 특징이다. 수심도 낮고 백사장이 깨끗하여 가족 나들이에 안성맞춤이다. 또한 여름에만 개장하는 오토캠핑장을 갖추고 있다.
봉수대 해수욕장은 최근 파도타기에 좋은 곳으로 알려 지면서 비수기에도 서퍼들이 즐겨 찾는다. 하지만 여름 피서객들이 떠나간 자리에는 적막감만 감돌고, 그물 손질하는 어부들의 손놀림만 분주할 뿐이다. 등성이를 넘어서면 송지호 해수욕장이 반겨준다. 앞바다에 고래가 수면위로 떠오르는 형상의 죽도가 있다. 대나무가 많아서 죽도라 부르는 섬을 바라보며 송지호로 올라선다.
송림이 울창한 송지호는 둘레가 5km에 수심이 5m의 자연호수다. 청둥오리와 기러기 떼를 비롯한 겨울철새와 천연기념물인 고니가 머물다가는 철새 도래지로, 생태전망대에 올라서면 호수와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고 한다. 동절기라 휴관을 한 탓에 진면목을 볼 수 없어 아쉽기만 하다. 명경지수(明鏡止水)와 같이 아름다운 호수를 바라보며 발걸음을 이어간다.
송지호에서 왕곡마을을 바라보면 유선형의 배가 동해바다와 송지호를 거쳐 마을로 들어오는 모습의 길지형상이라 한다. 지형적인 특성과 풍수지리적 요인으로 전란과 화마의 피해가 없었던 왕곡마을은 한국전쟁과 고성지역에서 발생했던 대형 산불이 났을 때에도 전혀 화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고성군 죽왕면 오봉리에 위치한 왕곡마을은 고려말 두문동 72현 중의 한 분인 함부열이 이성계의 조선건국에 반대하여 간성으로 낙향하여 은거하고, 그의 손자들이 왕곡마을에 정착하면서 마을이 형성되었다. 이 마을은 19세기 전후에 건립된 북방식 전통한옥과 초가집의 원형이 보존되어 전통 민속마을로서 역사적,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1년 1월 중요민속자료 제235호로 지정되었다.
7번 국도를 가로질러 공현진 해변으로 들어선다. 해는 서산으로 내려앉고, 바다와 백사장도 황금빛으로 물들며 하루해가 저문다. 25km의 여정이 만만치를 않았다. 70을 넘은 나이에 이만 한 거리를 걸어왔다는 것이 대견하지 않은가. 고단한 몸을 쉬어 가기에는 모텔 만 한 곳이 없다. 육신이 고단할수록 잠자리만은 편해야 한다는 생각이 내 소신이다.
해변가에 우뚝 솟은 킹모텔 502호에 짐을 풀고 샤워부터 한다. 고단했던 몸이 날아갈듯이 가뿐하다.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낙조현상도 장관이다. 모텔 그림자가 모래톱으로 내려앉고, 붉게 물든 하늘에 바다와 백사장이 황금빛으로 물든다. 철 석 철석 해안가로 밀려드는 파도소리가 가슴속을 파고든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내에게 결과를 보고하고 반주를 겻들인 저녁으로 하루해를 마감한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니 새벽 5시. 겨울바다가 어둠속에 잠들어있다. 자장가처럼 들려오는 파도소리에 하늘의 별들이 머리위로 쏟아진다. 멋진 광경이다. 오늘이면 해파랑길 2천리도 끝이 나는 날이다. 긴 여정을 마무리하는 아침 해돋이를 베란다에서 맞이할 생각이다.
방으로 들어와 느긋하게 침대에 눕는다.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해파랑길. 30여명의 동지들과 첫걸음을 내딛던 오륙도 앞에서 감회도 깊었다.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나홀로 대 장정의 막을 내리고 있다. 거진항에서 통일전망대까지는 지난 가을 일행들과 마무리를 하였으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7시가 지나면서 먼동이 터온다. 하늘과 바다가 한데 어울려 수평선을 이루고, 그 끝자락이 붉게 물든다. 붉은 등대에선 환영의 불빛이 반짝이고, 출항하는 어선이 방파제를 넘어가는 순간 수평선위로 새빨간 태양이 서시(西施)의 눈썹처럼 고개를 내민다. 점점커지는 불덩이가 쟁반위로 올라오고 온 누리를 붉게 물들인다.
환영행사는 십여 분만에 끝이 났다. 이제 거진항까지 20여 km의 종착점을 향해 달려갈 일만 남았다. 밤사이에 피로도 싹 가시고 보무도 당당히 공현진 해안을 빠져 나온다. “일출명소 1번지 고성 해파랑길” 환영조형물이 홀로 가는 외로움에 길동무로 나선다. 신 바람나는 아침이다.
낭만가도 배롱나무길을 지나 청정해역을 눈요기 하면서 가진항에 입성한다. 아담하고 조용한 어촌이다. 밤새워 잡아온 생선들이 어판 장에 가지런히 진열되고, 걸죽한 목소리에 경매가 시작된다. 활기 넘치는 가진항에도 하루해가 열린다.
송지호
생태조망 타워
공현진 킹모텔 502호에 투숙
베란다에서 찍은 일출(7시 2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