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 38구간: 수변공원
일 시: 2014년 9월 12일
구 간:강동면사무소- 쟁골저수지 - 수변공원 - 정감이 마을길 - 덕고개 - 금광초등학교 - 학산3리 - 오독떼기 전수관(9.4km)
37구간: 강동면사무소-오독떼기 전수관(12km)
안인해변에서 시작하는 37구간은 솔바람이 불어오는 소나무 숲길을 걷는 구간이다. 안인진리 북쪽해안은 강릉공항 활주로가 있어 통행이 어려운 곳이고, 무리하게 진입을 한다고 해도 하시동리 골프장(비치코스와 메이풀 코스)을 돌아가는 단조롭고 지루한곳이라 큰 의미가 없어서, 강동면사무소와 오독떼기 전수관을 돌아 단오공원까지 답사하는 일정을 잡는다.
강릉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9시 30분. 17시에 출발하는 의정부행 버스표를 예약하고, 강동면사무소가 있는 상시동까지 택시(9.600원)로 이동한다. 시동천을 따라 진행하는 들녘에는 풍년을 기약하는 결실의 계절을 맞이하여, 오곡이 알차게 여물어가고 있다. 잠시 후 수변공원이 시작되는 쟁골저수지로 올라선다. 저수지라기보다는 방죽으로 부르는 것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규모가 작은 연못이다.
쟁골저수지를 한 바퀴 돌아 산모퉁이를 돌아가면, 정감이 마을 등산로가 시작된다. 모전리에서 언별리까지 4km에 이르는 소나무 숲길은 사색의 길이요. 체력을 단련하는 삼림욕장이다. 강릉하면 먼저 떠오르는 곳이 경포대와 오죽헌이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대관령을 넘어오며, 가장먼저 감탄하는 것이 울창한 소나무 숲이다.
강릉시에서는 이점을 착안하여 소나무 숲길을 개발하면서, 이름도 정감이 가는 바우길로 정하고 19개 코스에 300여 km의 숲길을 조성하였다.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을 풍호연가길로 부르며, 해파랑길을 이 구간으로 유도하여 전래농요인 오독떼기를 비롯하여 강릉의 숨은 비경을 선보이고 있다.
정감이 마을 김 부잣집에 예쁜 고명딸이 있었는데, 영특하고 부지런한 머슴을 사모하게 되었으니. 정분을 나눈 두 사람은 도망가기로 결심하고, 칠성산 깊은 계곡으로 숨어들기 위해 이 고개를 넘어갔다고 한다. 이후 젊은 연인들이 이 고개에서 사랑을 언약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고압전신주를 따라가는 정감이 마을 등산로는 운동기구를 설치한 전망대를 지난다. 나무로 만든 전망대는 너무 낡아서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이 삐걱거린다. 아슬아슬하게 2층 전망대로 올라서면, 북쪽으로 강릉 시내가 아득하게 멀어 보이고, 신나게 질주하는 동해고속도로 뒤편으로 칠성산(953m)과 만덕봉(1.033m)이 험준한 산세를 이룬다.
고갯마루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언별리 방향을 버리고 덕현리 버스종점 쪽으로 내려선다. 강동면에서 보았던 시동천 상류와 다시 만나 덕골마을 뒤편으로 돌아 덕고개를 넘는다. 고갯마루에서 바라보는 금광마을은 조용한 농촌들녘이다. 이제 산길도 끝이 나고 들길을 걷는다.
반듯하게 정리된 들판의 차도를 따라 금광마을로 진입하여 금광초등학교를 찾아간다. 금광마을의 유래는 금덩이를 건져 올린 용금정에서 유래하여 금빛이 나는 마을이란 지명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영동지방에서 가장먼저 천주교(1887년)를 전파한 금광리 공소가 있다. 그만큼 이 마을은 강릉에서도 외진 곳이라, 모진 박해 속에서도 사람의 눈길을 피해 옹기를 구워가며 신앙생활을 하던 마을이다.
잠시휴식을 한 다음, 초등학교 서쪽 담장을 따라 들길을 간다. 학산3리 경로당을 찾아가는 중에 어단리를 지난다. 어단리의 유래는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자, 고려의 충신들이 不事二君(불사이군)의 기치를 내걸고, 은둔생활을 하면서 고려 우왕의 위패를 모신 어단을 쌓아놓고 충절을 지킨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언덕을 올라서자, 멀리서도 굴산사 당간지주가 모습을 드러낸다. 오독떼기전수관을 찾는 것이 순서라는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름도 생소한 오독떼기는 강릉지방에 전해오는 농요를 일컫는 말이다. “농자는 천하지대본”이라는 신념으로 살아온 우리 조상들은, 품앗이로 모내기와 논을 매는 힘든 고비를 넘기는 지혜를 터득하게 된다.
내 어린 시절, 고향에서도 모내기와 김매기를 하면서 북채를 잡은 선소리꾼의 선창에 따라 구성지게 울려 퍼지는 농요는, 탁 배기 한 사발에 허리 휘는 줄 모르게 신바람이 나던 모습이 생생하다. 강릉시 구정면 학산리에서 전수되고 있는 오독떼기는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5호로 지정되어, 보존회에서 벼농사를 직접 지으며 시연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일 시: 2014년 9월 12일
구 간:오독떼기 전수관 - 굴산사지 - 학산교 - 구정면사무소 - 장현저수지 - 모산봉 - 7번국도 횡단 - 단오공원- 고속버스터미널(12.5km)
38구간: 오독떼기 전수관-단오공원(12km)
수 백 년은 됨직한 아름드리 소나무 숲속으로 내려앉은 학을 연상하는 흰색의 2층 건물이 오독떼기 전수관이다. 아마도 우리선조들이 즐겨 입던 배달민족의 하얀 옷 색깔에서 전수관의 외관을 장식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전수관 현관에서 건너다보이는 곳이 굴산사지 발굴현장이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보니, 양지바른 언덕을 배경으로 멋진 부도 탑이 반겨준다. 보물 제85호로 지정된 승탑은 승려들의 유골이나 사리를 모신 무덤의 일종이다. 신라 말에서 고려초기의 것으로 추정하는 승탑은 굴산사를 창건한 통효대사 범일의 사리탑으로 전하고 있다.
8각형의 지대석위에 접시모양의 받침돌을 놓고, 기단부위에 몸돌과 지붕돌을 올려놓았는데, 가운데 받침돌은 소용돌이치는 구름무늬로 8개의 기둥을 표현하고, 지붕을 8각형으로 다듬어 연꽃문양을 넣은 아름다운 조형미가 굴산사를 신비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다.
강릉지방의 불교를 대표하는 굴산사는 신라문성왕9년(847)에 통효대사(범일)가 창건한 사찰이다. 당나라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통효대사는 왕의 부름을 거절하고, 오로지 40여 년간 굴산사에서 불법을 전파하는데 전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수령이 5백여 년이 넘는 소나무를 비롯하여, 강원도 문화재38호로 지정된 석불좌상과 보물86호인 굴산사 당간지주가 유명하다. 당간지주는 사찰에서 불교의식이나 행사가 있을 때, 당을 걸어 놓는 돌기둥인데, 높이가 5.4m로 국내에서 가장 큰 당간지주라고 하니 굴산사의 규모를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다.
석불좌상이 모셔진 기단 밑에 있는 샘물은, 강릉단오제의 주신인 범일국사를 잉태하게 한 우물로 전하고 있다. 옛날 이 마을에 양가집 처녀가 있었는데, 하루는 물을 뜨러가서 바가지에 물을 뜨니 해가 담기는 것이었다. 물을 버리고 다시 뜨기를 반복하지만, 그때마다 바가지에 해가 담기는지라, 물을 마시고 난 뒤로 배가 불러오고, 14개월 만에 낳은 남자아이가 범일국사라는 것이다.
굴산사지와 범일국사의 숨은 이야기는 강릉이 자랑하는 단오제의 기원이 되었고, 학마을에는 학바위에 얽힌 설화가 전해오고 있다. 범일국사가 아비 없는 자식이라 하여 어린아이를 학바위에 버리게 된다. 며칠 뒤에 찾아가보니 백학이 날개로 아이를 덮어주고, 아이 입에 붉은 열매를 넣어주는 모습을 보고, 범상치 않은 아이라는 사실을 알고 집으로 데려와 키우게 된다. 그 후 아이는 출가하여 승가에서 가장 높은 국사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 되었다고 한다.
소나무 숲속에 둥그렇게 돌담을 쌓아놓은 학산 성황당이 있다. 강릉단오제의 主神(주신)인 대관령국사성황 범일국사가 태어난 학산의 성황당이다. 매년 음력4월15일 거행되는 국사성황행차가 대관령국사여성황사로 가기 전에 굿을 하고 제사를 올리는 곳이라고 한다. 근처에 있는 학마을 주점으로 가는 길에 해파랑길 37,38구간 안내판을 발견하고 사진 한 컷을 담는다.
유서 깊은 학마을 표지석을 뒤로하고, 왕 고개를 넘어오면, 구정면 소재지다. 석섬천 상류에 걸려있는 대동교를 건너면서, 이정표는 장현 저수지 쪽을 가리킨다. 붕어낚시의 명소로 유명한 장현(모산)저수지 상류 쪽으로 접근한다. 지난 2002년 8월 태풍 루사의 영향으로 동해안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장현저수지 일부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당시 폭우로 인해 저수지 제방 40여m가 붕괴됐고, 하류지역 주민 800세대 240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진 곳이다. 71억 원의 사업비를 투자하여 저수지 복구공사가 시작됐고, 2년 뒤인 2004년 12월 장현 저수지는 지금의 현대적인 모습으로 거듭 태어났다.
울창한 소나무 숲속에 자리 잡은 장현 저수지는 도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최적의 장소이며, 단오공원으로 가는 바우길 6구간에서 최대명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저수지를 둘러싸고 있는 모산봉은 밥그릇을 엎어 놓은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밥봉’ 이라고, 볏짚을 쌓아 놓은 것 같다는 의미에서 ‘노적봉’, 인재가 많이 배출된다고 해서 ‘문필봉’이라고 부른다.
조선 중종 때 강릉부사 한급(韓汲)이 강릉지역에 인재가 많이 배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역 명산인 모산봉의 봉두를 인위적으로 낮췄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 속에, 지난 2005년에는 강남동을 중심으로, 지역단체들이 옛 정기를 찾는 복원운동에 나서 105m로 봉두의 높이를 높였다고 한다.
보리선원 옆으로 7번 국도를 횡단하는 토끼 굴을 빠져나와 임영로를 따라가면, 남대천이 흐르는 고수부지에 강릉단오산림공원이 펼쳐진다. 하루 종일 숲속을 지나왔으면서도, 단오산림공원을 보는 순간, 눈이 환하게 밝아온다. 푸른 잔디밭에 소나무를 심고, 인공폭포를 중심으로 문화관과 전시실에 놀이마당까지, 강릉단오의 메카로서 중심축을 이룬다.
단오는 설날, 추석, 한식과 함께 우리나라 4대명절로 손꼽히는 날이다. 수릿날, 중오절, 천중절이라고도 부르며, 농부가 이른 봄부터 각종 씨앗을 뿌리고, 모내기가 끝날 때 까지 피로에 지친 심신을 풀어주는 날이다. 단오 날이 되면 여인들이 나풀대는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남정네의 애간장을 녹이고, 웃통을 훌러덩 벗어던지고 남성미를 과시하는 씨름이야말로, 여인들의 가슴을 두 방망이 치게 하는 짜릿한 정경이다.
전시실로 들어가면, 범일국사를 主神으로 모시는 대관령국사성황신과 김유신장군을 모시는 대관령산신, 국사성황신의 배필이신 대관령국사여성황신의 초상화가 자리를 잡고, 강릉지방 단오제 진행과정이 일목요연하게 전시돼있다.
굿마당으로 들어가면, 조전제가 끝난 뒤 행해지는 단오 굿이 자세히 묘사돼있다. 굿은 인간의 생각을 신에게 전달하는 의식으로, 대략 19가지의 주제로 30여 차례 행해진다고 한다. 인간과 신을 연결시켜주는 중재자가 굿을 주관하는 무녀이다. 인간이 소원을 빌면 무녀를 통해 신으로 전달되고, 신으로부터 내려오는 공수를 통하여 풍농풍어, 행로안정, 영동지역의 안녕을 기원한다.
단오 굿이 끝나면 놀이마당이 펼쳐진다. 그 대표적인 것이 관노가면극이다. 강릉지역의 관노들에 의해 시연된 관노가면극은 다섯 마당으로 펼쳐진다. 퇴계원산대놀이, 양주별산대놀이, 송파산대놀이, 안동하회탈춤, 북창사자놀이 등과 함께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탈춤놀이다.
난장마당에서 절정을 이룬다. 난장이란 임시로 마련된 장터를 일컫는 말로, 단오 굿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한마음이 되어 축제의 장이 펼쳐지는 것으로 구성하고 있다. 강릉단오제는 중요무형문화재 13호로 등록되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단오축제로 자리매김을 하고, 2005년 11월에는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으로 등록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