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구간: 용화해변
일시: 2014년 7월2일
구간: 호산버스터미널 - 임원항 - 해신당공원 - 장호항 - 용화해변 - 황영조기념관 - 초곡항 - 궁촌해변
제30구간: 임원항-공양왕릉입구(15.5km)
이제부터 본격적인 삼척지역 81km의 해안선이 시작된다. 해안선은 대부분 근덕면과 원덕읍 지역. 삼척은 신라 파사왕 시절 실직국이었으나 505년 지증왕 때 신라에 병합되면서 실직주가 설치되었고 757년(경덕왕 16년) 삼척군이라 개칭된다.
신남항을 내려서면 해신당공원 간판이 반겨준다. 동해안에서 유일하게 남근숭배민속이 전래되고 마을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해신당이 있는 신남마을 이라고 한다. 어촌이라야 자그마한 포구에 불과하지만, 해신당이라는 이색적인 공원을 조성하면서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다.
경로요금 1,500원을 지불하고 들어선 해신당 공원에는 남성의 심벌인 남근조각상이 줄줄이 도열해있다. 소나무숲속에 자리 잡은 해신당을 찾아가는 길엔 마을의 역사와 함께 자라온 500년 된 향나무가 반겨준다. 성문화가 발달되지 못한 우리에겐 생소하게만 느껴지는 남근 조각상을 바라보며 찾아간 해신당 앞에서 엄숙한 분위기가 감돈다.
그 옛날 이 마을에는 결혼을 약속한 애랑과 덕배라는 처녀총각이 있었는데, 해초작업을 나갔던 애랑이 풍랑을 만나 죽고 난 뒤로 고기가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마을에서는 처녀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남근을 만들어 제사를 지낸 후로 고기가 많이 잡혔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지금도 정월보름이면 남근을 깎아 세우고 해신당에서 제사를 지내는 풍습을 재현하여 해신당 공원을 조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바다를 향해 닻을 올리는 어선을 형상화하여 만든 어촌민속관은 어촌의 옛 모습을 재현하여 어민들의 생활을 간접체험 할 수 있는 문화공간과 성 신앙실, 영상수족관, 어류포본 및 모형을 전시하여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는 학습의 장으로 구성하고 있다.
산등성이를 넘어서면 그림같이 아름다운 갈남해변에 도착한다. 조용한 포구 앞바다에 부초처럼 떠있는 월미도. 소나무가 무성한 무인도가 갈매기천국이다. 갈매기의 울음소리에 이끌려 벼랑 끝에 조성한 전망대에 올라서면 낭만가도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반겨준다. 해파랑길을 종주하다보면 각 지방마다 특색 있는 산책로를 조성하고 있는데, 영주의 불루로드와 함께 삼척에서도 동해안의 빼어난 경관을 “낭만가도”로 정하여 해파랑길과 함께 진행하게 된다.
7번구(舊)도로를 따라가면 한국의 나폴리 장호항에 도착한다. 동해안 제일의 미항으로 명성이 높은 장호항은 아름다운해변과 쪽빛 바다에 둔대 바위섬을 중심으로 아기자기한 해금강이 펼쳐진다. 진기한 보물일수록 사람들의 눈에 뜨이지 않는 은밀한 곳에 숨어있게 마련이다. 동쪽 끝자락에 숨어있는 둔대섬을 찾아가면 무지개다리가 걸려있다.
둔대 바위섬 정자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가슴속이 후련하도록 청량감을 느낄 수 가 있다. 소나무와 어우러진 기암괴석들 사이로 밀려오는 하얀 포말들, 물속에 잠겼다가 모습을 드러내는 크고 작은 바위섬이 마술사의 주머니를 들락거리는 보물단지처럼 신비스럽다. 무지개다리 아래서 어촌체험에 참가한 가족과 연인들의 재잘거리는 웃음소리야말로 자연이 빗어내는 천상의 소리다.
둔대바위 오르는 길에 한 쌍의 고래조형물이 보인다. 1986년 고래포경이 금지되기 전에는 동해연안에서 잡은 고래들을 이곳 장호항에서 해체작업을 했고, 그런 연유로 이 지역을 고래무덤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손님 맞을 준비가 끝난 장호해수욕장은 고운입자의 백사장과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해변이다.
삼척로(7번국도)를 따라 용화해변으로 가는 중에 산등성이에서 바라보는 장호항은 한국의 나폴리라는 별명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이다. 민박마을 용화해변으로 들어선다. 삼척이 자랑하는 레일바이크 용화정거장이 있는 곳이다. 궁촌에서 용화해변까지 레일바이크로 동해의 아름다운 절경을 감상하며 소나무 숲길을 달리는 7.2km야 말로 환상의 구간이다.
용화해변에서 초곡리가는 길은 삼척로(7번국도)를 따라 산등성이를 넘어야한다. 모처럼 바다가 보이지 않는 호젓한 길을 따라 산모랭이를 돌아서면, 레일바이크 철도건널목이 나타나고, 오륜마크도 선명한 “황영조 기념공원”이다. 작은 키에 다부진 몸매로 숙적 일본의 다니구치를 몬주익 언덕에서 따돌리고 당당히 금메달을 차지한 우리의 영웅 황영조 선수.
작은 어촌마을 초곡리가 스페인 몬주익(예수의 언덕)의 영웅 황영조 선수가 태어난 곳이다. 황영조는 1992년 제25회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여 1936년 손기정선수의 마라톤 금메달 이후 56년 만에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조국에 바쳤다. 황영조 선수의 생가가 내려다보이는 초곡마을 뒷산에 조성한 황영조 기념공원을 돌아보며 그 순간의 함성을 다시 한 번 떠 올린다.
황영조 선수의 감흥에 젖어 초곡 마을을 벗어나면, 정자와 어우러진 기암이 있는 곳에 삼존미륵불 바위가 있다. 삼세교법과 해인조화로서 중생구제를 위해 56억 7천만년 만에 용화도장에 출현한다는 미륵부처님의 묘상이 나타나 세상의 이목을 집중 시키고 있으니 음주, 가무, 수영, 낚시를 금해달라는 대한불교조계종주지스님의 당부의 말씀이 있다.
고개를 주억거리며 문안해변을 따라가면 바닷가와 인접해있는 세은정사를 만난다. 암자의 규모를 벗어난 아담한 사찰이지만, 파도소리와 어우러지는 불경소리는 심심산골의 암자에서 들려오던 소리와는 또 다른 사바세계로 빠져든다. 굴다리를 빠져나가며 시작되는 레일바이크와의 동행은 동해안 제일의 경관을 자랑한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도열한 숲 사이로 철길이 놓이고, 동해의 푸른 파도가 넘실거린다. 느릿하게 움직이는 레일바이크에서 젊은 연인도, 노부부도 환한 웃음 속에 십년씩 젊어진다. 레일바이크 탑승객들이 잠시 쉬어가는 초곡 정류장을 지나 갯바위 풍광을 바라보며 해변을 걷다보면 궁촌에 도착하며 오늘의 일정도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