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누리길

연천1구간

김완묵 2013. 9. 9. 04:47

일   시: 2013년 9월 8일

경유지: 장남대교 - 장남면소재지 - 사미천교 - 전동교 - 비룡교 - 숭의전 - 연천당포성 - 동이리 - 설운교 - 임진대교(31.5km)

 

연천군

                          제1구간 : 황포돛배선착장-숭의전-왕징면사무소(31.5km)

 

무덥고 지루하던 여름도 지나고, 절기상으로 하얀 이슬이 내린다는 白露가 돌아왔다. 그래서인지 오늘아침은 자욱한 안개로 주위를 분간하기조차 어려운 을씨년스런 모습이다. 백로에는 북쪽의 기러기가 날아오고, 제비들이 강남으로 날아가고, 뭇 새들이 먹이를 저장한다고 한다.

 

 

이처럼 계절의 순환이 시작되는 안개 속에서도 머리 숙인 벼들이 황금들녘을 풍요롭게 누비고 있는 아침이다. 인적도 없는 황포돛배선착장에서 평화누리길 연천군 제1구간이 시작된다. 무지개다리처럼 아치형을 그리는 新 장남교는 일 년 전 신축공사 중에 콘크리트 상판이 무너져 내리는 대형사고가 일어난 현장이다. 하지만 지금은 말끔하게 준공되어 아름다운 모습이다.

 

 

총 길이 539m의 장남교를 건너면 연천군 장남면이다. 면소재지를 지나 원당리 삼거리에 도착하면 장남면 사적간판이 반겨준다. 왼쪽으로 표시된 호로고루성, 경순왕릉, 김신조가 넘어온 고랑포 철 책선은 3년 전 안보관광차 다녀온 곳이라 더욱 정감이 가는 곳이다.

 

 

호로고루성은 서울 아차산성, 단양 온달산성, 충주 고구려비 등과 함께 고구려 역사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사료가 되는 국가지정 문화재이다. 호로고루성은 임진강변을 중심으로 백제와 국경을 이루던 성곽으로, 황포돛배선착장에서 출발한 유람선이 원당리를 지나며 주상절리와 적벽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요새지이다.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고랑포리 성거산자락에 사적244호로 지정된 경순왕릉이 있다. 신라의 경애왕이 견훤의 습격으로 살해되고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경순왕은 이미 나라의 기운이 다하여 더 이상 나라를 유지하기가 어렵게 되자 무고한 백성들의 고통을 덜어주자는 신념에 따라 태자와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천년사직을 고려에 넘겨주고 만다.

 

 

태조 왕건은 경순왕을 정승의 예로서 대하고 개성에서 여생을 보낸 경순왕이 서거하자 신라의 유민들이 경주로 이장하려했으나, 고려조정에서 백리 밖으로는 나갈 수 없다하여 이곳 고랑포에 왕의 예로써 모셨다고 한다.

 

 

김 신조가 개성을 출발하여 고랑포(경순왕릉)를 거쳐 파평산과 법원리의 삼봉산(비학산) 줄기를 따라 서울의 자하문까지 진출한 사건이 있었다. 1968년 1월 17일 23시 북한군 제124군 소속 김신조 일당이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고랑포에서 남방한계선을 뚫고 넘어올 당시 이곳에 주둔하고 있던 미2사단 경계부대에서 경계 철책과 철조망을 그대로 보존하고, 철조망을 뚫고 침투한 무장공비들의 인물 모형을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장남면 농촌들녘을 따라 오른쪽으로 진행하면 서정실버하우스를 지나 사미천교를 건넌다. 임진강최북단으로 유입되는 사미천은 북한에서 흘러오는 하천으로 2년 전에는 여름장마 통에 북한에서 떠내려 온 목함지뢰로 민간인이 피해를 입는 사고가 발생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사미천 제방을 따라 진행하는 누리 길은 최전방의 긴장과는 거리가 먼 평화로운 농촌 들녘이다.

 

 

하지만 벼이삭이 고개 숙인 황금들녘이 아니라 푸른 잔디밭이 끝없이 펼쳐지는 초원에는 스프링클러가 쉴 새 없이 물을 뿌리고 있다. 이색적인 광경을 의아하게 생각하며, 주민에게 물어보니 벼농사로는 경쟁력이 없어 조경사업의 일환으로 잔디를 재배하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사미천과 석장천이 임진강으로 유입되는 하구언에는 버드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사람들의 발자취도 없는 습지에서 철새들이 천국을 이루고 있다.

 

 

제방은 백학면 소재지가 있는 두일리 쪽으로 진행하여 석장천에 걸려있는 전동교를 건넌다. 세월을 비껴간 노곡리 마을은 낮은 지붕에 허접스런 담장 밑으로 제철만난 봉선화, 맨드라미, 백일홍이 만발하고, 탐스런 호두에 밤, 대추까지 풍요로운 가을의 정경이 펼쳐진다. 마을복판에 자리 잡은 3.8선표지석. 6.25전쟁이전에는 이북의 통치를 받았던 마을이지만, 한국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피를 흘리며 찾아온 땅인가. 표지 석을 바라보며 마음이 숙연해진다.

 

 

길옆으로 300여 평의 채마밭에는 손바닥 선인장이 가득하다. 언제 어디서 우리나라에 들어왔는지 알 수는 없으나, 제주도를 중심으로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손바닥 선인장이 이곳 중북부지방까지 진출하게 되었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열대 지방이나 아열대 지방에서 자생하는 다른 선인장과는 달리 4계절이 뚜렷한 한반도에서 자생하면서 그 약리작용의 효과가 뛰어난 식용선인장으로 백년초, 천년초 등으로 부르고 있다.

 

 

 

적성면 가월리와 연결되는 비룡대교를 지나 연천지방에서 발견된 지석묘가 있는 학곡리를 찾아간다. 지석묘는 청동기시대의 대표적인 무덤으로 고인돌이라고도 부르며 주로 경제력이 있거나 정치권력을 가진 지배계층의 무덤이다. 우리나라의 고인돌은 전북고창, 전남화순, 강화고인돌이 대표적으로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고인돌은 네 개의 받침돌을 세워 방을 만들고 그 위에 거대하고 평평한 덮개돌을 얹어놓는 탁자식과 땅속에 돌방을 만들고 작은 받침대를 세운 뒤 그 위에 덮게 돌을 올려놓는 바둑판식으로 구분된다. 마을 한 폭 판에 있는 연천군 백학면 학곡리 지석묘는 탁자식으로 보존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학곡리 마을을 벗어나면 임진강 제방위에 조성된 적석총을 만난다. 돌무지무덤으로 모두 4기의 묘곽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경기도 기념물 212호인 적석총은 삼국시대초기의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일정한 크기의 강돌을 보강하여 적석부의 붕괴와 유실을 막았다고 한다. 지석묘와 적석총의 발굴로 삼국시대 이전부터 임진강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한반도 중심 로하스 연천”의 로고가 붙은 배수장과 여름장마에 임진강이 범람하면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시설물(스피커)이 있는 전신주를 지나 누리 길은 산속으로 연결된다. 삼복더위가 지났다고는 해도 한낮의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를 피해 나무그늘 속으로 들어서니 시원해서 좋다.

 

 

강물이 북동 방향에서 남서 방향으로 굽이쳐 흐르는 모습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아미산이지만 무성한 신갈나무로 인해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없으니 애석하기 그지없다. 숭의전을 지척에 두고 임진강 제방으로 내려서니 그 아름다운 비경이 펼쳐진다. 수십 길 단애를 이룬 절벽위에 자리 잡은 숭의전은 고려의 종묘라 할 수 있는 사적223호로 지정된 건물이다.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에 있는 숭의전은 고려 태조와 현종 · 문종 · 원종 등 4명의 왕과 복지겸 · 홍유 · 신숭겸 · 유금필 · 배현경 · 서희 · 강감찬 · 윤관 · 김부식 · 김취려 · 조충 · 김방경 · 안우 · 이방실 · 김득배 · 정몽주 등 충신 16명을 봉향하는 곳으로, 조선 태조 이성계의 명에 의해 왕건의 원찰(기도처)이었던 앙암사 터에 지은 건물이다.

 

 

숭의전에 모신 16명의 충신 중에 僉議令忠烈公金方慶將軍은 나의 22대조이시다. 고려 500년 역사를 이어오는 16명의 충신 반열에 오르신 할아버님을 뵈오며 명문가의 후손임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할아버님은 16세에 散員(산원)으로 출사하시어 監察御使를 거쳐 西北面兵馬判官에 이르시고, 刑部尙書, 樞密院副使, 삼별초의 난을 평정하는 대원수로서, 일본을 정벌할 때는 중군장이 되셨고, 문무를 겸비한 재상으로 萬人之上 一人地下의 上洛郡開國公으로 壁上三韓三重大匡에 이르셨다.

 

 

이로써 황포돛배선착장에서 숭의전까지 연천군 제1구간 21.5km도 끝이 났다. 3개구간으로 나뉘는 연천구간 중에서도 둘째길이 가장 아름답다. 18.5㎞의 둘째 길은 다시 “썩은 소의 전설을 따라가는 숭의전 둘레길”(숭의전-임진교)과 “고구려 보루 숲길”(임진교-군남홍수조절지)로 나누어 진다.

 

 

현재시간이 11시 40분. 백학면에서 전곡으로 가는 15시30분 버스를 타는 데는 4시간의 여유가 있으니 임진교까지 10km를 진행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는 판단으로 나무벤치에서 간식을 겸하여 휴식을 하고 숭의전 둘레 길을 따라 진행한다.

 

 

아미산자락을 돌아 마전삼거리에서 동이리 입구로 들어선다. 강이나 산등성이를 중심으로 행정구역이 갈라지게 마련인데 미산면 중에서도 유독 삼호리만이 임진강을 건너 홀로 떨어져있으니 의아한 생각이 든다. 삼화교가 건설되기 전에는 나룻배로 건너야하는 불편함 때문에 파주시 적성면이나 전곡읍으로 편입되는 것이 순리가 아닌가 싶다.

 

 

그 내역을 살펴보면 1945년 해방과 동시에 38선 북쪽에 위치하여 공산 치하에 있던 삼화리는, 한국전쟁 후인 1954년 11월 17일 행정권이 회복되어 민간인 입주가 허용되었다. 이후 1963년 1월 1일「수복지구행정구역에 관한 임시조치법」에 의해 미산면에 편입되었다고 한다. “연천 군지”

 

 

강어귀에 있는 당포성은 임진강을 건너는 삼화대교와 본류사이에 형성된 삼각형 절벽 동쪽 입구를 가로막아 쌓은 석성이다. 호로고루, 은대리성과 함께 연천군의 임진강과 한탄강 북안에서만 발견되는 강안평지성으로 고구려가 임진강 남쪽의 백제와 신라로부터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쌓은 성이다.

 

 

당포성을 빠져나와 유엔 참전용사 화장장과 동이리 대대를 거쳐 동쪽 끝자락에 이르면 임진강과 한탄강이 만나는 곳에 너른 습지가 형성된다. 사람의 발길이 뜸한 이곳도 사미천이 유입되는 하구언처럼 철새들이 천국을 이루는 생태계의 자연사 박물관이다.

 

 

강원 평강군에서 발원하여 김화, 철원, 포천, 연천을 지나 연천군 미산면과 전곡읍의 경계에서 임진강으로 흘러드는 한탄강은 길이가 136km에 이른다. 화산폭발로 형성된 추가령의 좁고 긴 골짜기를 지나며, 유역에는 절벽과 협곡이 발달하고 하류인 전곡 부근은 한반도의 역사를 신석기시대로 끌어올린 전곡리선사유적지(사적 제268호)와 강변이 아름다워 한탄강국민관광지로 조성되어 있다.

 

 

임진강의 물길이 북쪽으로 선회하며 임진강이 자랑하는 주상절리가 펼쳐진다. 길이가 1.5㎞에 이르는 주상절리가 거대한 성벽과 같이 강줄기를 따라 끝없이 이어진다.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주상절리는 육각형의 긴 기둥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형태를 이루고 있어, 자연의 신비함에 경탄을 금할 수가 없다.

 

 

공항천을 건너 임진물새롬공원에 도착한다. 연천군 미산면 우정리에 들어선 임진물새롬센터는 연천군관내 군남면, 왕징면, 미산면에서 발생한 생활하수를 처리하는 종말처리장을 건설하며, 유휴 부지를 활용해 “이상한 나라 앨리스”를 주제로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는 공원을 조성하여 연천지역의 새로운 명소로 탄생하였다는 설명이다.

 

 

임진대교에 도착하며 연천1구간 21.5km와 숭의전 둘레길 10km를 합하여 31.5km 완주하고 15시45분에 도착하는 58-5번 버스로 전곡에 도착하여 39번 버스로 소요산역에서 지하철로 환승하여 귀가하였다.

 

 

 

 

 

 

 

                                                                   황포돛배를 타고 바라보는 호로고루성

 

                                                                   김신조가 넘어온 철책선

 

                                                                       고랑포에 있는 경순왕능

 

 

 

 

                                                                             탐스럽게 열린 다래

 

 

 

 

 

 

                                                               벼농사 대신  잔디를 가꾸는 농장

 

 

 

 

 

                                                                  이름도 아득한 율무밭

 

 

                                                               사미천과 임진강이 만나는 하구

 

 

 

 

 

 

 

 

 

 

 

                                                                 만병통치약 -  손바닥 선인장

 

                                                                               향수어린 기름 판매하는곳

                                                             탐스러운 호두열매

 

 

 

 

 

 

 

 

 

 

 

 

 

 

 

 

 

 

                                                                                구미리 주민 지경환 씨

 

 

 

 

 

 

 

 

 

 

 

 

 

 

 

 

 

 

 

 

 

 

 

 

                                                                    

                                                                          임진강 주상절리

 

 

 

                                                                   임진몰 새롬랜드

 

 

 

 

 

 

                                                                              왕징면 임진대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