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제 20구간 : 신재생에너지관

김완묵 2013. 8. 19. 03:35

일   시: 201`3년 8월 18일

경유지: 강구항 -  구름다리 - 고불봉 - 영덕풍력발전단지 - 영덕 해맞이 공원 ( 18.8km)

 

                          제20구간 : 강구항-영덕 해맞이 공원 (18.8km)

 

먼동이 터오는 강구항은 고기잡이 나간 배들이 돌아올 시간이 멀었는지 정적만이 감돈다. 영덕대게시장 앞에서 시작하는 해파랑길 20구간은 강구교를 건너 농협 앞에서 새마을금고 까지 진행한다. 이곳에서 해안가를 돌아가는 길과 영덕불루로 이어지는 솔밭 길로 나누어진다. 해안도로는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구간이라 나무그늘이 없는 대신 불루로드보다 5km가 짧다. 8명이 해안도로를 따라가고 나머지 16명은 마을 뒤안길을 돌아 산등성이로 올라선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강구항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영덕대게로 유명한 강구항은 오십천의 물길이 동해로 유입되는 강어귀에 자리 잡은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포구이다. 동해의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며 풍부한 어족자원이 형성되는 강구앞 바다에서 잡아 올린 해산물이 이곳 강구항에서 전국으로 팔려나간다.

 

 

오도리와 강구동을 사이에 두고 흐르는 오십천은 내연산 향로봉에서 발원하여 팔각산에서 물골을 모으고 영덕읍내를 관통하여 강구항에서 동해로 유입되는 길이37.5km의 하천이다. 낙동정맥에서 발원하여 동해로 흐르는 하천으로는 두 번째로 긴 오십천을 국토해양부에서 “고향의 강”으로 선정하여 생태, 문화, 자연이 어우러진 생태하천으로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영덕에서는 오십천에서 서식하는 은어를 주제로 황금은어축제를 개최하여 군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빙엇과의 민물고기인 은어는 몸의 길이가 20~30cm에 모양이 가늘고 길며, 어두운 녹황색 바탕에 배 쪽으로 갈수록 연한 흰색을 띤다. 어릴 때에는 바다에서 지내고 이른 봄 강을 거슬러 올라 급류에서 살다가 다시 하류로 내려가 알을 낳는데, 낚시꾼들이 가장 좋아하는 어종이다.

 

 

소나무가 울창한 오솔길로 들어선다. 무성한 나뭇잎에 가려 하늘도, 바다도 보이지 않는 호젓한 오솔길은 포근한 부엽토가 깔려있어 발에 닿는 감촉이 아주 부드럽다. 영덕군청에서 권장하는 “불루로드”는 세상의 모든 번뇌를 털어버리고, 사색으로 빠져드는 삼림욕장으로 조성하여 소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트가 온몸 구석구석을 파고든다.

 

 

표시는 없지만, 운동기구와 평상이 놓여있는 봉화산(150m)정상에서 숨을 돌리고 비알 길을 내려서면 금호리와 금진마을을 이어주는 금진구름다리를 만난다. 다리하나에도 아름다운 조형미를 갖추어 단조로운 산길을 새로운 명소로 탈바꿈한 영덕군의 정성이 돋보이는 구간이다. ⇦고불봉4km 강구항3,5km⇨이정표를 지나며 모처럼 가파른 비알 길에서 가쁜 숨을 몰아쉰다.

 

 

모처럼 시야가 트이는 해맞이봉은 힘들게 올라온 등산객이 쉬어가기에 좋은 곳이다. 동쪽으로 풍력발전단지의 바람개비와 북쪽으로 고불봉을 바라보며 2.5km를 진행하면 고불봉정상이다. 불루로드 숲길에서 전망이 가장 좋은 고불봉(235m)은 정상석과 휴식용 밴치와 평상이 있고, 강구항 7.4km 숭덕사 1.7km 못골 0.8km 이정표와 감시용 카메라가 설치된 철탑이 있다.

 

 

고불이란 봉우리 이름이 이상하다하지만/ 여러 봉우리 중 최고로 뛰어난 봉우리이네/ 어디에 쓰일려고 구름, 달사이로 높이 솟았나/ 때가되면 홀로 하늘 맡을 기둥이 될 것이네.

고산 윤선도가 귀양살이로 영덕을 찾아와 고불봉의 아름다움에 취해 산 밑에 숙소를 정하고 지은 노래비가 정상석 옆에 서있다.

 

 

예전에 망월봉이라 불렀던 고불봉은 一望無際라. 동쪽으로 풍력발전단지에서 남으로 강구항과 삼사해상공원, 서쪽으로 영덕읍내가 손바닥위에 보석처럼 선명하고, 낙동정맥에서 가장 돋보이는 주왕산 국립공원이 하늘 금에 아른거린다. 당나라 때 후주를 자처하며 반란을 일으키다 실패하고 이산에 숨어든 뒤로 부르게 된 주왕산은 대전사에서 제3폭포까지 4km구간에 걸쳐 기암괴석과 협곡사이를 흐르는 폭포와 담소가 절경을 이루고, 山모양의 바위가 압권이다.

 

 

높지 않으면서도 높아 보이는 고불봉은, 영덕자연환경자원관리센터 쪽으로 내려오면서 실감하게 된다. 반대편에서 올라온다면 무척이나 힘이 드는 코스이다. 고불봉까지는 울창한 수림 속에서 편안한 산행이 이루어 졌지만,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나무를 벌목하게 된 것인지, 임도주변으로는 그늘하나 없이 작열하는 태양을 온 몸으로 받아야 하는 고행의 연속이다.

 

 

영덕 자연환경자원관리센터 광고판이 있는 삼거리에서 왼쪽의 세멘트 포장길을 따라가면 폐차장과 소각장이 나오고, 영덕해맞이 캠핑장 3.4km 환경자원센터 2.1km이정표를 지나 전망대를 겸하고 있는 정자에 올라서면 24기의 풍력발전기가 웅장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멀리서 볼 때는 귀엽고 아름답게만 보이던 것이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크다. 풍차를 지탱하는 기둥의 높이가 80m에 날개의 직경이 82m에 이르며, 2만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하는 풍력발전단지는 사업비만 675억 원이 소요되어 국내최대의 민간자본이 투입된 발전단지다.

 

 

우리에게 한시라도 없어서는 안 될 전기는, 생산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풍차를 이용하여 얻는 신재생에너지는 21세기를 열어가는 첨단 무공해 동력시설이다. 아직까지 준비단계라 시작은 미미하지만 앞으로 조력발전과 함께 연구하고 발전해 나가야할 산업과제라 할 수 있다.

 

 

풍력발전단지를 지나는 임도가, 물길을 피해 능선을 따라가는 백두대간처럼 사행천을 그리며 이어지고, 삼복더위의 열기 속에서 체력도 한계를 느낀다. 사막을 횡단하던 나그네가 오아시스를 만나면 이보다 반가울까. 영덕 신재생에너지전시관에 도착하여 가장먼저 찾은 곳이 매점이다. 냉커피 맛이 이렇게 좋을 줄이야. 목울대를 넘어가는 시원한 맛에 갈증이 싹 가신다.

 

 

신재생에너지전시관을 중심으로 산림생태공원과 해맞이캠핑장, 별반산 봉수대가 조성되어 있다. 남쪽의 황석산과 북쪽의 대소산을 연결하는 봉수대는 영덕앞바다의 위급함을 알리는 파수꾼이다. 근처에는 월월이청청 노래비가 있다. 월월이청청은 전라도 해안지방에서 전승되는 강강술래와 비교되는 동해안지역의 대표적인 여성 집단전통놀이다. 정월대보름날 보름달 이 뜨는 밤이면, 마을부녀자들이 손에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며 원을 그리는 춤이다.

 

 

밝은 달밤에 논다고 하여 월월이 청청이다. 이웃끼리 손을 잡는다는 것은 갈등을 해소하고 단결하여 마을의 번영을 추구하자는 여성들의 소박하고 강렬한 전통놀이로, 한 바탕 신나게 놀고 나면 마을의 화합으로 풍년이 든다는 월월이청청의 깊은 뜻이 담겨 있다.

 

 

해맞이 공원이 있는 창포리까지는 2.5km. 동해의 푸른 물결을 바라보며 창포리에 도착하면 파도소리가 반겨준다. 해맞이 공원에 있는 창포말 등대는 깨끗한 바다와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파도가 온몸을 포근하게 감싸는 청정해안이다. 바다속이야기 전시시설과 바다와 하늘사이 전망대, 추억만들기 낙서판이 완비된 가족과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호감이 가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