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제6, 7구간: 울산대공원. 십리대숲

김완묵 2013. 7. 23. 18:07

 

일   시: 2013년 7월 20일

경유지: 대공원 동문 - 솔마루길 능선 - 대공원전망대 - 남문 - 구름다리 - 고래전망대 - 태화강 전망대 - 삼호교 - 십리대숲 - 번영교 -

           명촌대교 - 시외버스터미널 (25km)

 

                                    제6, 7구간: 태화강공원 십리대밭

 

중부지방의 비소식과는 다르게 남부지방의 날씨는 낮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올라가는 폭염 경보가 발령된다는 소식이다. 극한 상황을 이겨내는 것도 건강다지기의 한 방법이라고 하지만,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하지 않던가. 지나친 행동을 자제하자는 다짐을 하며, 새벽 일찍 출발하면 한낮의 열기를 피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다.

 

새벽4시에 일어나 도시락으로 싸온 떡국에 누룽지탕과 밥을 말아 든든하게 먹고, 동이 트는 5시 숙소를 나서니, 산책 나온 주민들로 공원이 분주하다. 어제 내려온 동문으로 들어서면 분수대공원과 효성그룹에서 기증한 울산대종이 걸려있는 종각을 중심으로 푸른 잔디와 정원수가 조경사들의 손길로 다듬어져 화려한 꽃밭을 이루고, 다목적운동장을 거슬러 산책로로 올라선다.

 

 

울창한 숲 사이로 이어지는 산책길에는 청솔무와 산새들이 새벽잠을 깨우고, 10여분 만에 솔마루길 등산로에 올라선다. 바람 한 점 없는 열대야속에서도 건강다지기로 모두들 흥건하게 땀을 쏟아내고, 대공원정자에 올라서면 울산시청 방향의 전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운동기구와 벤치, 가족과 친지들이 간식을 들며 담소나누기에 좋은 휴식공간을 마련하고, 숲속 도서관까지 구비하여 싱그러운 소나무 벤치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진다는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오는 사람 가는 사람 서로의 눈길에서 반가운 미소가 피어나고 생활의 활력소가 샘솟는 아침이다.

 

 

대공원남문에서 또다시 솔밭 길을 1km남짓 진행하면, 삼호산으로 연결되는 구름다리가 오른쪽으로 이어진다. 방랑시인 김삿갓 석상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앙증맞은 솔마루 산성문을 통과하여 층층계단을 올라서면 삼거리 갈림길이 나온다. 이런 곳에 해파랑길 이정표가 걸려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현지주민들에게만 통하는 솔마루길 이정표를 바라보며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산책 나온 부부의 안내를 받아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30여 분간 후줄근하게 땀을 흘리며 정상에 올라서니 새벽부터 달려온 보람을 한꺼번에 보상받고도 남을 만큼 전망 좋은 솔 마루정자에 오른다. 울산 50km 구간을 포기하였다면 두고두고 후회를 하게 될, 삼호대숲 위를 덮은 백로들의 무리들이 장관을 이룬다.

 

 

대나무 숲이 팬더곰의 서식지로만 알고 있었는데, 사시사철 푸른 대숲의 가지 끝에 둥지를 틀고 있는 모습은 고귀한 품격이 살아나는 보금자리라 할 수 있다.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태화강. 동식물이 살아야 인간도 살아갈 수 있다는 환경론자들의 주장이 실감나는 현장이다.

 

 

유유히 흐르는 태화강을 중심으로 삼호대밭과 십리대밭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백로들이 무리지어 날아오르는 울산이야말로 다른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현대가문이 이루어놓은 공업도시 울산. 악취 풍기던 태화강에 물고기들이 살아나고 먹이 찾아 모여든 백로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환경이 살아있는 울산을 실감한다.

 

 

고만고만한 봉우리 몇 개를 넘은 뒤에야 고래전망대에 도착하면, 태화강 전망대와 십리대숲이 정면으로 내려다보인다. 예천의 회룡포를 연상하는 지형의 가장자리가 바로 울산이 자랑하는 십리대숲이다. 가파른 비알 길을 단숨에 내려서니 해파랑길 이정표가 반겨준다. 지나온 길을 생각하면 반가움보다는 원망스럽기만 하다.

 

 

태화강전망대로 올라가지만, 9시부터 문을 연다는 안내문을 바라보며 자전거도로가 펼쳐지는 둔치로 내려온다. 이곳이 6구간과 7구간의 경계지점이다. 유유히 흘러가는 태화강을 중심으로 삼호대숲과 십리대숲이 펼쳐지고, 강바람을 가르는 자전거와 조깅하는 사람, 걷는 사람 모두가 행복한 아침이다.

 

 

영남알프스의 산정에서 발원한 태화강이 언양 읍내를 휘돌아 울산시 중구로 들어오며 삼호대숲과 십리대숲을 펼쳐놓으니, 국내최대의 백로들과 까마귀들이 둥지를 틀고, 정화된 강물위로 날아오르는 숭어새끼(모치)들의 담방구치는 모습이야말로 자연이 살아있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모치의 힘이 얼마나 좋은지, 서너 번 씩 연속적으로 점프하는 모습이 너무도 신비롭다.

 

 

무거천이 있는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면, 잘생긴 정자나무가 있는 삼화교에 도착한다. 태화강에서 가장 오래된 삼화교는 1924년 준공된 철근콘크리트교량이다. 길이 230m에 폭이5m인 삼호교는 역사성을 인정받아 문화재 제104호로 등록되었다고 한다. 신 삼호교가 건설되면서 보도로 사용하고 있는 삼호교를 건너 다시 동쪽으로 U턴한다.

 

 

태화강 둔치에 조성된 체육공원에서는 젊음의 함성이 메아리치고, 십리대숲이 시작되는 북쪽 끝자락에 있는 오산(鰲山) 만회정(晩悔亭)에 오른다. 자라를 닮아서 오산이라 부르는 이곳은 주변경치가 매우 아름다워 시인묵객들이 풍류를 즐기던 곳이다. 물속의 고기를 관찰했다는 관어대(觀魚臺)를 비롯하여 만회정, 시원한 대숲의 향기와 강물, 삼호산의 푸른 숲이 어우러진 선경 속으로 빠져든다.

 

 

다음으로 울산이 자랑하는 십리대숲으로 들어간다. “입추의 여지가 없다”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하늘이 보이지 않는 대나무 터널이 이어진다. 밖의 온도가 30도를 넘는 한증막이지만, 청량감 넘치는 냉기와 우리 몸에 좋다는 음이온이 온몸을 감싸고, 제습기능이 탁월하여 온몸이 보송보송하여 기분이 상쾌하다.

 

 

우리나라에서 대나무라면 담양을 으뜸으로 친다. 그곳에 가면 양지바른 언덕에 자리 잡은 죽녹원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나는 이곳에 정감이 간다. 입장료도 없고, 지키는 사람이 없어도 한 점 흐트러짐이 없이 정갈하게 조성된 대나무 숲. 산책하는 길옆으로 놓인 벤치가 전부인 대숲십리 길은, 사람의 손길을 최소화하여 자연그대로 숲을 이루고 산책 나온 주민들의 정담이 자국마다 묻어나는 곳이다.

 

 

십리대숲이 끝나고 나면 작열하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시원한 대숲에서 나온 뒤끝이라 더위에 대한 반응이 더욱 예민해진다. 둔치에는 각종야생화가 반겨주고, 디자인이 아름다운 십리대밭교와 뒤로 보이는 43층의 초고층 빌딩이 스카이라인을 그리며, 태화강 속으로 머리를 숙인다.

 

 

태화교, 번영교, 학성교, 동천교를 지나 명촌대교 앞에 도착한다. 7구간은 성내삼거리까지 연장되지만 지난 3월 8구간을 이곳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명촌대교를 건너 시외버스터미널까지 진행하는 것으로 이번행사를 마감하게 된다. 오전11시에 모든 일정을 끝내고 따끈한 사우나에 몸을 담그는 즐거움은 나만의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