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제18, 19구간: 강구항

김완묵 2013. 7. 2. 01:41

 

일   시: 2013년 6월 30일

경유지: 월포해변 - 조사리해변 - 화진해변 - 장사해변 - 구계항 - 삼사해상공원 - 강구항( 24.1km)

 

                           제18.19구간  : 월포해변 - 강구항(24.1km)

 

바다가 잘 보이는 샘 모텔 3층에 여장을 풀고 피곤한 몸을 누이고 있으려니, 폭죽 터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월포해수욕장 개장 축하 쇼가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 쇼를 바라보며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다. 다음날 새벽 이동식으로 준비한 떡국에 누룽지탕을 곁들여 아침 식사를 하고 해변으로 나오니 축제분위기도 파장이 되어 조용하다.

 

 

일출을 보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해변의 상징물 앞에서 사진 한 컷을 누르고 강구항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아름다운 조형물로 장식한 월포다리를 건너 국립수산과학원 사료연구센터 를 지나며 일출을 보게 된다. 매일 떠오르는 태양이지만, 바라보는 사람의 생각에 따라 그 의미가 사뭇 달라진다. 구름 한 점 없는 해안가에서 빨간 등대위로 사뿐이 올라앉은 태양은 순간적인 포착이 아니면 건질 수 없는 작품이다. 월척을 건진 기분으로 조사교를 건넌다.

 

 

조사교가 놓인 광천을 거슬러 오르면 천년사찰 보경사와 12폭포가 걸려있는 내연산과 연결된다. 포항시 송라면과 영덕군의 경계지점에 있는 내연산은 기암절벽으로 산세가 빼어나고, 물 맑은 청하골에 12폭포가 걸려있어, 국내100대 명산 중에서도 23번째로 많은 등산객이 찾는 군립공원이다.

 

 

내연산과 천영산이 경계를 이루는 청하골에 걸려있는 열두 폭포는 향로봉에서 시명리로 내려오는 계곡상류의 북호2폭포로부터 시작된다. 아슬아슬한 벼랑길을 내려오면 천지를 진동하는 연산폭포를 중심으로 두 줄기 물길이 쌍폭을 이루는 관음폭에서 절정을 이룬다. 무풍폭, 잠룡폭, 삼보폭, 보현폭, 쌍생폭포를 지나오는 동안 세속의 묵은 때가 말끔히 가신다.

 

 

계곡을 벗어나면, 천년사찰 보경사를 만난다. 보경사(寶鏡寺)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1교구 본사인 불국사의 말사로 신라 진평왕25년(602) 진나라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지명(智明)대사에 의해 창건되었다. 보경사를 중심으로 내연산 등산로가 시작되며, 12폭포를 찾아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조사교를 건너 조사리 해변으로 내려서면, 조약돌이 깔려있는 몽돌해수욕장이다. 이곳에서는 수영보다는 낚시터로 명성이 높은 곳이고, 방석지구 끝자락에 있는 THE CAPE에서 더 이상 진행할 수가 없다. 화진해수욕장이 건너다보이면서도 해병대 사령부가 해안가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 화산교회가 있는 마을로 접근하여 7번 국도를 따라 화진교를 건너 화진해수욕장으로 진입하게 된다.

 

 

포항시에서 북쪽으로 20km가량 떨어진 화진해수욕장은 백사장길이가 400m에 폭이 100m로 규모는 큰 편이 아니지만, 해변에 깔려있는 모래입자가 가늘고 해수욕장 뒤편으로 울창한 송림과 평균수심이 1.5m로 낮아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의 피서지로 이상적이다. 이곳에서 18구간이 끝나지만, 19구간을 이어가는 행진이 계속된다.

 

 

7번 국도변으로 화진휴계소와 노벰버펜션호텔을 지나면, 포항시와 영덕군이 경계를 이루는 지경교에 도착한다. 지경교를 건너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이 대계공원이다. “영덕 불루로드” 로 명명된 하트모형의 상징물은 영덕관내를 지나는 해파랑길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 이름이다.

 

 

포항구간에서 푸대접을 받아온 해파랑길이 영덕군에 들어오며 제대로 인정을 받는다. 표지목을 중심으로 불루로드 스티커가 방향을 표시하고, 대로변의 보행자 도로에서는 해파랑길 마크가 그려진 대리석을 바닥에 깔아 편안하게 불루 로드를 따라간다. 송림이 울창한 장사해수욕에 도착하면, 솔밭 속으로 가족나들이 텐트촌이 자리를 잡고 장사상륙작전 전적지 복원공사가 한창이다.

 

 

“장사상륙전 전몰용사위령탑”에서 그 내용을 인용하면, 1950년 6월25일 미명하에 북한군의 기습남침으로, 아군은 낙동강까지 밀려나고, 최후방어선에서 일진일퇴 공방전을 벌이고 있을 때, UN군 총사령관 맥아더원수가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하며 동해안 장사동에서 양동작전을 전개하면서 시작된 전투이다.

 

 

육본직할 유격대원들은 L.S.T 문산호로 부산항을 출발하여 새벽5시 장사동 해안에 도착했으나, 태풍으로 배는 좌초되고 적의 격렬한 저항으로 악전고투 끝에 상륙작전에 성공하여 적의 후방을 교란하고, 보급로를 차단하여 퇴각로를 봉쇄하므로서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전투에서 아군 측의 피해가 막심하여 학도대원등 139명이 전사하고 부상병 92명을 비롯하여 수 십 명의 행방불명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남정면 장사리 7번 국도변에 위치한 장사해수욕장은 모래의 입자가 굵고 몸에 붙지 않아 맨발로 걷거나 찜질을 하면 심장과 순화기계통질환에 아주 좋고, 최고의 수질을 자랑하는 부경온천과 장사오일장터가 있어 싱싱한 먹거리를 구입하기에 편리하다.

 

 

해수욕장을 지나며 송림이 울창한 해안가로 내려선다. 기기묘묘한 해변의 갯바위들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고, 경운대학교 연수원을 지나며, 철책 선을 걷어낸 자리에 흰 로프로 해파랑길을 인도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도 재정자립도가 하위그룹에 속하는 영덕군이지만, 정부시책에 부응하는 관심도가 포항이나 울산의 대도시보다도 더욱 열성적이다.

 

 

7번 국도를 사이에 두고 경보화석박물관이 보이지만, 직접방문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시 해안가로 내려서면 철조망은 없어도, 야간통행을 금지한다는 경고판이 우리의 마음을 긴장시킨다. 몇 년 전만해도 민간인의 출입을 금지하던 아름다운 해안의 절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개가 무량하다.

 

 

조용한 어촌마을 구계항을 지나면, 남호해수욕장이 반겨준다. 영남대학교 수련원이 있는 남호해수욕장은 아직까지 개장준비가 안된 탓인지 주위가 산만하다. 그림 같은 남호교를 건너 오션컨트리 클럽이 있는 해안가 삼사마을에 도착하면, 바다 산책교가 반겨준다. 푸른 바다위에 두둥실 떠 있는 인공 섬처럼, 교각을 따라 한 바퀴 돌아 나오게 된 산책로에서 주위경관을 바라보며 추억의 장면을 사진에 담는 분위기가 정겹다.

 

 

곧이어 영덕군이 자랑하는 “삼사해상공원”으로 해파랑길이 이어진다. 진입로의 아치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해상공원은 “이북도민 망향탑”을 지나며 서서히 산 정상으로 향한다. 정상의 광장에는 각종조형물이 전시되고, 영덕군 문화관광 해설사로 활동하는 김광희씨의 안내를 받는다. 영덕군 관내를 통과하는 해파랑길이 해안가보다는 울창한 숲길을 걷는 “빛과 바람의길”을 추천한다. 시원한 냉수한잔을 대접받고 경내를 둘러보면, 가장 높은 언덕위에 있는 경북대종각이 삼사공원의 중심지이다.

 

 

경상북도 개도 100주년을 맞이하여 도민의 단결을 도모하고, 조국통일과 민족화합을 염원하여 환태평양시대의 번영을 축원하는 삼백만 도민의 뜻이 담겨있다고 한다. 총사업비 18억 원이 소요된 종의 규모는 지름이 250cm, 높이가 420cm, 무게가 7,700관(31톤)이다. 칠천은 남북한의 인구가 칠천만을 뜻하는 것이고, 7백은 경상도의 명칭이 정해진 고려 충숙왕부터 700년이 된 해를 가늠한다는 해설이다.

 

 

또한 삼사공원의 의미는 통일신라시대 이 고장출신의 세 사람이 시랑벼슬을 지내 三侍郞이라 하였고, 들어오면서, 살면서, 떠날 때 세 번 생각하여 시행한다고 하여 三思라고 부르는데서 연유한다고 한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너무도 아름답다. 푸른 숲속에 조성된 삼사공원을 중심으로, 동해의 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지고, 대계로 유명한 강구항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영덕어촌민속전시관 옆으로 산책로를 따라 강구해안 길로 내려서면, 오포3리 해수욕장이 반겨준다. 강구항을 대표하는 해수욕장으로는 규모가 너무도 작다. 사실 강구항은 해안에서 수로를 따라 육지로 깊숙이 들어온 천예의 조건을 갖춘 항구로서, 나주의 영산포와 비슷한 지형을 갖고 있다. 영덕대계로 알려진 곳이 바로 강구항이다.

 

 

수정같이 맑고 깨끗한 강구항, 영덕대계의 명성을 한 몸에 받고있는 항구항의 거리는 대계 간판으로 홍수를 이룬다. 이곳에서 서울 가는 버스가 없는 관계로 관내버스를 이용하여 영덕읍내로 들어가야 한다. 영덕대계로 소문난 영덕이지만, 이곳은 항구가 아니다. 영덕군의 소재지로서 명성을 얻고 있을 뿐 조용한 산골마을이다. 동서울행 버스에 오르면서 1박 2일간의 해파랑길 17, 18, 19구간을 완주한다.

 

 

 

 

 

 

 

 

 

 

 

 

 

 

 

 

 

 

 

 

 

 

 

 

 

 

 

 

 

 

블루로드’라는 이름으로 전국의 걷기동호인들을 불러들이는 영덕구간은 숲길과 바닷길이 지루하지 않게 적당히 이어진 것이 특징이다. 파도소리만이 넘나드는 한적한 갯마을을 한동안 지나다 만나는 까닭에 더 왁자지껄해 보이는 강구항은 활기 넘치는 삶의 현장을 그대로 보여준다. 송림이 일품인 숲길을 한동안 걷던 길은 다시 짙푸른 동해바다와 접촉을 시도하며 민간인의 품으로 돌아온 군인들의 해안순찰로를 따른다.

 

대나무가 많아 죽도산이라 명명된 죽도산 전망대에 오르면 지나온 길과 가야할 길이 남북으로 아득하고, 기어이 저 아름다운 길을 모두 걸어내고야 말리라는 다짐이 솟는다. 고려 후기 문신으로 이름 높았던 목은(牧隱) 이색(李穡) 선생이 걸었다는 숲길 산책로와 이색 선생이 고래가 뛰노는 모습을 보고 명명했다는 고래불 해수욕장에 이르면 해파랑길은 울진구간으로 이어진다. - 62.8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