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로마 - 벤츠관광 1
2013년 4월 24일
5. 로마 관광
드디어 유적의 도시 로마에 입성한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시내 중심가로 향하는 대로는 시원한 가로수의 그늘 속에 석양으로 붉게 물든다.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중심가에서 30여분 거리에 있는 4성급 ENEA HOTEL에 여장을 풀고, 2일간 머물게 된다.
로마는 땅속이 모두 유물이라 함부로 개발을 하기가 어려운도시다.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넘쳐나는 로마는 교통의 지옥일 수밖에 없다. 해서 대중교통인 버스들이 도심지로 들어오는 것을 금지하면서 로마관광은 발품 파는 관광으로 이루어진다. 로마를 제대로 보자면 일주일도 모자라는데, 하루에 그 많은 곳을 다닐 수도 없는 일이고 보면 아쉬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발품을 팔아서는 3-4곳을 다니는 것이 고작이라, 가이드가 추천하는 벤스 관광이라는 이색적인 풀코스가 옵션으로 등장한다. 벤스란 외국의 사절들을 경호하는 의전용이라, 특별한 보호아래 로마의 명승지마다 자유롭게 진출이 가능하여 짧은 시간에 많은 곳을 둘러볼 수 있는 특전이 있어 한나절에 10여 곳을 돌아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매력적인 벤스 관광은 1인당 50유로(75.000원)라는 비싼 요금이 부담되지만, 쉽게 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곳이라도 더 보고 싶다는 욕심으로 승낙을 하게 된다. 콜로세움관광을 마치고 시작되는 벤스 관광은 정장을 한 기사가 문을 열어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귀빈의 신분이 된 우리는 안락하고 편안한 벤스로 로마의 중요한 유적지를 답사하게 된다.
가장먼저 찾은 곳이 콜로세움 원형경기장이다. 역사교과서에 단골로 등장하던, 로마의 상징인 거대한 원형경기장은 당시 로마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네로황제의 궁전 뜰에 있던 인공연못에 AD72년 건설을 시작하여 80년에 완성된 대형 원형투기장 겸 극장이다. 검투사와 짐승과의 격투가 벌어지던 경기장은 80개의 출구를 통해 5만 5000명의 관객이 입장할 수 있는 규모로, 2천 년 전의 시설로는 불가사의한 일이다.
고대 로마 유적지중 규모가 가장 큰 원형경기장은 최대지름188m, 최소지름156m, 둘레 527m, 높이57m의 4층으로 된 타원형 건물이다. 콜로세움은 거대하다는 뜻으로 근처에 거대한 네로상이 있어서 이름 지어졌다는 전설이 있다. 1층은 토스카나식, 2층은 이오니아식, 3층은 코린트식의 아치로 장식되어 있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려면 입구 반대편에서 엘리베이트를 이용하지만, 시간상 내부를 관람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콜로세움경기장 하나만으로도 로마관광의 진면목을 볼 수가 있고, 어린 학생들 수학여행 나온 것처럼 마음이 들뜬다. 로마관광 온 외국인들이 의무적으로 이탈리아 가이드를 동반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합류한 가이드. 원래는 이탈리아 가이드의 통역으로 관광을 해야 하지만, 시간상 번거로움 때문에 동참하는 것으로 의무를 다 하고 만다.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실감나는 장면이다.
나폴레옹이 로마를 정복하고 이곳의 모형을 본떠 파리의 개선문을 만들었다고 하는 콘스탄티누스 대제 개선문은 콜로세움경기장 옆에 있다. 거짓말을 한 사람이 입에 손을 넣으면 손이 잘린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진실의입. 그레고리팩과 오드리 햅번이 주연한 영화 “로마의 휴일”로 유명해진 곳이다. 이 원형 석판은 기원전 4세기경쯤 로마시대에 하수도 뚜껑으로 사용된 물건이라고 한다.
바다의 신 트리톤을 조각한 진실의 입에 자신의 신분을 속인 앤 왕녀가 두려워하며 손을 넣었다고 한대서 유래되었다. 사람들을 심문할 때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손이 잘린다고 하지만, 권력자가 반대파를 숙청할 때 뒤에서 손을 자르는 형벌을 가했다는 속설이 있다. 진실의 입을 지나면 자연스레 산타마리아 코스메딘 성당 안을 지나게 된다.
무료화장실을 찾아 올라온 언덕에서 바라보는 로마는 보이는 곳마다 유적전시장이다. 캄피돌리오 광장은 고대 로마의 발상지로 전해지는 7개 언덕 가운데 하나인 카피톨리노 언덕에 미켈란젤로의 구상으로 1547년에 건설되었다. 124개 계단을 올라가면 양쪽으로 카피톨리노 미술관과 콘세르바토리 미술관이 마주보고 있고, 가운데는 시청사 건물로 둘러싸인 광장이 나오는데, 광장의 가운데는 로마의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기마상이 있다.
캄피돌리오 광장은 미켈란젤로가 실제보다 넓어보이게 설계했다는데 코르도나타 라고 부르는 계단위로 갈수록 좁아져서 위에서 보는 것과 아래서 보는 원근감이 다르게 느껴진다. 또한 광장의 바닥에 그려진 그림은 천재수학자 미켈란젤로의 치밀한 작품이다. 캄피돌리오 광장에서 세나토리오 궁전 옆으로 돌아가면 포로 로마노의 전경이 펼쳐진다. 포로 로마노는 “로마인의 광장”이라는 뜻으로 지금은 흩어진 돌덩이와 폐허로 보이지만,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와 함께 고대 로마시민생활의 중심지였다.
기원전 1세기 시저와 아우구스투스가 기초를 닦은 후, 공화정시대에 웅장한 공회당과 여러 신전, 원로원, 상점 등이 들어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지만, 제정시대가 들어서며 공화당의 기능이 쇠퇴하고, 정치활동의 중심이 황제의 궁전이 있는 팔라티노 언덕으로 옮겨지면서 포로 로마노는 뒷전으로 밀리고 말았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영화 벤허로 더욱 유명해진 대전차경기장이다. 로물루스시대 경마와 육상경기가 열렸던 곳으로 제정시대에는 길이 610m 넓이 약 450m의 직사각형의 호화스러운 스탠드에 30만 명을 수용하였으며, 현재의 지면보다 10m 아래 스탠드가 있었다고 한다. 벤스의 기동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시내관광은 많은 인파를 비집고 유적지를 잘도 찾아간다.
베네치아광장은 콜로세움이나 콘스탄티노 개선문과 가까워서 10여분 이면 갈 수가 있다. 광장정면에는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기념관이 있으며, 광장의 왼쪽에는 베네치아 궁전이 있다. 외관이 하얗다고 해서 “웨딩 케잌” 이란 별칭을 가진 건물이다.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는 통일 이탈리아의 초대 국왕으로서 그의 위업을 기리기 위해 지은 기념관이라고 한다.
2000년 된 건축물 판테온은 기원전 27년 올림포스의 모든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미켈란젤로가 “천사의 설계”라고 극찬했을 정도로 아름다운 판테온의 기둥이 모두 16개이며, 판테온의 직경과 높이가 43.3미터라고 한다. 중간에 기둥이 하나도 없는데도 오랜 시간동안 붕괴되지 않은 것은 현대과학으로도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라고 한다. 또한 돔의 꼭대기에 구멍이 뚫려 있어 자연채광과 함께 공기를 순환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다.
영화 “로마의 휴일”로 더욱 유명해진 트레비 분수는 많은 연인들이 찾아와 달콤한 아이스크림 본젤라를 먹으며 사랑을 확인하고 동전을 던지는 곳이다. 전쟁에서 돌아온 목마른 병사에게 한 처녀가 샘이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는 전설이 있는 샘을 수원지로 사용하고 있어 처녀의 샘이라 부른다.
교황 클레멘스 13세(제248대)에 의해 분수설계공모전에서 당선된 니콜라 살비의 작품이다. 1732년 공사에 착수하여 1762년 완공된 트레비 분수는 나폴리궁전의 벽면을 이용한 조각으로 이루어졌으며, 바다의신 포세이돈과 그의 부하 트리톤, 해마를 모델로 삼고 있다.
포폴로 광장의 중심에는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이집트에서 직접 가지고 온 기원전 13세기의 유물인 높이 24미터의 오벨리스크가 있다. 이집트에서 로마까지 그 먼 거리를 손상된 곳 하나 없이 가지고 왔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벤스 관광의 마지막 코스는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스페인 계단에 앉아 젤라토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광장을 중심으로 스페인사람들이 거주하며 인구가 늘어나자, 프랑스 쪽에서 계단을 만들어 경계로 삼은 것이다. 계단 중앙에 4개의 돌덩이가 있는데 프랑스 왕가의 백합문장과 독수리가 날개를 펴고 있는 문장이 조각돼 있다. 계단아래 보이는 조각배모양의 분수가 프랑스왕 루이14세와 교황님의 우정을 상징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 로마도 유적지마다 관광객으로 넘쳐나다 보니 줄서는 것이 생활화 되어 따가운 햇볕아래서도 불평 한마디 없이 질서정연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벤스 덕분에 짧은 시간에 여러 곳을 돌아볼 수 있어 오전 중에 로마관광을 끝내고 오후에는 로마교황청을 방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