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탈리아

1. 밀라노

김완묵 2013. 4. 27. 20:48

2013년 4월 21일

 

                                       4. 밀라노 - 베니스 - 피렌체

 

알프스의 여진을 남겨 둔 채 유적의 도시 이탈리아로 떠나는 길에는 인터라켄의 비경을 마지막으로 감상할 수 있는 아름다운 장면들이 펼쳐진다. 왕복2차선의 좁은 길이 초원위로 이어지고 설악산의 한계령을 오르는 길처럼 산자락을 파고들며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수 백길 절벽에서 쏟아지는 폭포와 호수가로 이어지는 인터라켄이 그림속의 풍경처럼 아름답다.

 

좁은 협곡과 터널을 지나는 알프스산맥에서 가장 인상 깊은 곳은 길이가 17km에 이르는 쌍코테르도 터널이다. 통과하는데 25분이나 걸리는 터널에서 사고라도 난다면 하루 종일 정체현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터널을 무사히 통과하여 국경지역에 있는 휴게소에서 마지막으로 바라보는 알프스산은 푸른 초원위로 솟아오른 만년설이 인상적이다.

 

이탈리아 국경을 통과하여 밀라노까지 가는 데는 5시간이 걸린다. 관광의 천국 이탈리아에는 자국인 가이드를 동반해야 한다는 관광수칙이 있다고 한다. 규칙을 위반할 경우에는 많은 벌금을 물어야 하고, 말도 통하지 않는 가이드에게 많은 비용을 지불한다는 것이 아까워 짧은 일정의 밀라노에서는 눈으로 보는 관광으로 대신 할 수밖에 없다.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먼저 찾은 곳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동상과 베르디 “나부코”와 푸치니의 “투란도트”를 초연한곳으로 유명한 스칼라극장이 있는 광장이다. 아케이드로 이어지는 빅토리오 엠마뉴엘 2세 갤러리는 150년 전에 만들어진 건물이지만,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아케이드란 건물과 건물사이 천정을 유리로 씌워 실내공간처럼 만든 것을 말하는데, 쇼핑몰이나 놀이공원 같은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으로, 그 원형이 밀라노의 엠마뉴엘 2세 갤러리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아케이드를 통과해 두오모 성당이 있는 광장에 도착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건물 앞에서 입이 벌어지고 만다.

 

길이157m에 높이가 108.5m인 두오모 성당은 바티칸의 성베드로 대성당, 런던의 세인트폴, 독일의 괼른 대성당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며, 한번에 2만 명이 들어 갈수 있다고 한다. 138개의 첨탑과 3400개의 조각품으로 장식된 장엄하고 아름다운 건물의 가장 높은 첨탑에는 도시를 수호하는 황금마리아상이 세워져있다.

 

1386년 갈레치오 비스콘티공작의 명으로 착공되어 450년 간 공사 끝에 19세기 초에 완공된 두오모성당은 지금도 보수공사로 빔을 설치하여 어수선한 분위기이다. 정면으로 광장이 조성되어 관광객들로 붐비고, 두오모성당을 사진에 담기에 분주하지만, 관광객을 노리는 노숙자들의 횡포가 심하여 소지품에 신경이 쓰인다. 이탈리아에서 주교신부가 미사를 집전하는 성당을 두오모라 부르며, 큰 도시에는 모두 두오모가 있다고 한다.

 

도심지에 있는 4성급 golden mile hotel에 여장을 푼다. 밀라노는 이탈리아 북부에 있는 롬바르디아 지역의 주도이고, 인구130만 명의 패션도시로 이탈리아에서 로마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이다. 15세기에 비단생산이 활성화하여 16세기에는 베네치아나 피렌체와 함께 사치품의 생산이 발달하여 국제적인 명성을 얻는다. 전통의 맥을 이어온 밀라노는 세계 패션의 중심지로서, 12,000개의 기업과 800개의 전시장, 6,000개의 의류 매장이 있고 아르마니, 베르사체, 돌체 앤 가바나 등이 이지역의 대표적인 기업이다.

 

다음날 아침. 밀라노에서 베니스(베네치아)로 가는 길가에는 포도밭과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전원풍경이 펼쳐진다. 285km의 거리를 4시간의 여정 속에 베니스에 도착하니 짓궂게도 빗방울이 먼저 반겨준다. 베네치아는 한때 지중해 전역에 세력을 떨쳤던 해상공화국의 요지였고, 유서 깊은 베네치아 시는 북동쪽에서 남서쪽까지 약 51㎞로 뻗은 초승달 모양의 석호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다.

 

가면의 도시. 영화의 도시. 곤돌라의 도시로 명성이 높은 베네치아는 452년 로마가 멸망하고 훈족이 침입할 때 도망하여 생성된 도시로 진흙습지에 말뚝을 박아 112개의 인공 섬을 연결하여 길이 3㎞, 너비 1.5㎞의 모래언덕들이 군도를 이룬다. 베네치아는 118개 섬 사이를 400여 개의 다리로 연결되고, 중심 수로인 그란데 운하가 2개의 넓은 만곡부 주위를 흘러 도시를 통과한다.

 

베네치아에서의 교통은 주로 수로를 이용하게 되며, 실제로 수상 택시와 버스, 경찰쾌속선, 유명한 수동식 곤돌라 등으로 운하를 통해 정기적으로 운행한다. 버스에서 내린 우리는 수상버스로 이동을 한다. 수상도시 베네치아의 이색적인 경치를 바라보며 30여 분간 이동하면 그란데 운하와 넓은 산마르코 저지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선착장에 도착한다.

 

이태리에 유학 와서 정착한 성악가 출신가이드의 설명이 유머러스하게 이어진다. 건물과 건물은 좁은 수로를 사이에 두고 밀집되어 있는데, 시궁창같이 불결한 물길을 따라 배로 이동을 하고 우산도 펴지 못하는 좁은 골목길을 지나야 한다.

 

우리가 찾은 탄식의 다리는 두칼레 궁전과 감옥을 연결하는 다리이지만, 그 길이가 10여m에도 미치지 못하는 좁은 수로 위에 걸려있다. 16세기 베네치아 죄수들이 감옥에 수용되면서, 다시는 햇빛과 자유를 보지 못할 것을 깨달은 한 죄수의 한숨소리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 다리를 건넌 사람 중 유일한 탈옥수는 바람둥이 “카사노바”다. “당신들이 나를 가둘 때 동의를 구하지 않았듯이 나도 자유를 찾아 이곳을 떠나면서 당신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겠다.” 라는 메모를 남기고 탈옥을 했다고 한다.

 

베네치아의 중심부는 산마르코 광장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고 나폴레옹이 극찬했다는 광장은 하얀 대리석 주랑이 삼면을 둘러싸고 있어 커다란 홀에 서있는 느낌이 든다. 예전에 등대로 쓰기위해서 세운 종탑은 중세시대에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했던 건축물이다.

 

광장의 정면에 있는 산마르코 성당은 화재로 인해 여러 번 복구과정을 거치며 원래 건축양식인 비잔틴 양식에 로마네스크와 르네상스 양식까지 복합적인 양식의 결정체로 변하고 말았다. 내부를 관광객에게 개방하고 있지만, 사진 찍는 것을 금지하고, 배낭의 반입이 허용되지 않는다.

 

 

고딕양식의 결정체라고 하는 두 칼레 궁전은 단정하면서도 우아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건물이다. 흰색과 회색의 대리석이 만들어낸 마름모꼴의 문양이 건물전체를 두르고, 규칙성 있는 외관의 기둥들의 모양이 더욱더 아름답다. 흰색 기둥들 사이에 2개의 핑크빛 기둥이 있는데 이곳은 군주가 광장에 모인 백성들에게 연설도하고 답례를 보내던 장소라고 한다.

 

베니스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곤돌라를 타고 관광길에 나설 시간이다. 장대 같은 빗줄기가 쏟아지고 모두들 실망의 빛이 역역하다. 50유로의 선불로 곤돌라 예약이 완료된 상태에서 옵션이 날아갈 처지에 놓인 가이드의 표정 또한 난처하기는 마찬 가지다. 하늘도 무심치 않았는지, 한 시간 동안 거세게 쏟아지던 빗줄기가 서서히 가늘어지고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낭만의 베니스 곤돌라 관광! 11세기경부터 등장한 곤돌라는 “물의 도시” 베니스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낭만적인 교통수단이다. 선두와 선미가 모두 휘어져 있는 선체와 그 위에 서서 긴 노를 젓는 사공(곤돌리에르)은 언제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이 로맨틱한 전통 배를 타고 운하 곳곳을 음악과 함께 누빌 때 베니스의 낭만이 물결처럼 흐른다.

 

가는 빗줄기속에서 한손엔 카메라 한손엔 우산을 받쳐 들고 흔들리는 몸과 떨리는 손으로 베네치아 풍경을 담는다. 흔들흔들 불안하지만 베니스의 풍경에 매료되어 눈과 손을 계속 움직여댄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베네치아의 골목에서 산타루치아의 구성진 노래 가락이 들려오고 뱃노래로 흥을 돋운다.

 

700년 된 창틀의 문양, 500년 된 고딕에서 350년 된 르네상스의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미로를 헤치며 40분간의 곤돌라여행도 종지부를 찍는다. 아름다운 베네치아여!!! 꿈속에서도 잊지 못할 추억을 가슴에 안고, 수상택시로 고풍스런 운하를 빠져나와 베니스 시내에 있는 홀리데이 인 호텔에 여장을 푼다.

 

다음날 호텔식으로 아침을 마친 우리는 피렌체로 이동하는 버스에 오른다. 베니스에서 피렌체까지는 270km에 4시간이 걸린다. 르네상스의 발원지. 꽃의 도시인 피렌체. 중세도시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피렌체는 아르노 강이 시내중심가를 흐르는 구 시가지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피렌체에서 메디치 가문을 빼놓을 수가 없다.

 

메디치 가문은 1397~1743년까지 346년간 유럽최고의 귀족 가문이었다. 르네상스를 후원하고 우피치 미술관 소장품을 피렌체에 기증하고, 레오10세 및 클레멘트 등 2명의교황과 프랑스 왕비 2명을 배출한 가문이다. 오페라의 탄생과 서양식 식사 예절, 하이힐 패션 등이 모두 메디치가와 관계가 있다. 또한 미켈란젤로, 마키아벨리, 갈릴레요 갈릴레이 등을 후원하고, 아메리카대륙의 유래가 된 '아메리고 베스푸치'도 후원하여 아메리카 대륙 행을 도와주었다.

 

Mugello 지방의 조그만 농장주였던 메디치가문은 근처 마을 피렌체에서 은행업을 하면서 성장하기 시작했다. 기독교의 교리상 은행업을 할 수 없었기에 장부를 사용하지 않고 오직 신용과 재량으로 이자를 주는 방법을 사용한 것이 메디치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1. 신의를 중시하고, 2. 내면을 풍족케 하면서 3. 미래를 위하여 참고 인내하는 모습에서 몇 백 년이 지난 현재에도 위대한 삶을 살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고 있는 곳이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이 시뇨리오 광장이다. 교황으로부터 바티칸의 성 배드로 대성당을 설계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미켈란젤로는 “피렌체의 두오모 보다 더 크게 지어드릴 수는 있지만, 더 아름답게 지어드릴 수는 없습니다.” 라는 일화가 전해오는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1292년에 착공하여 1436년에 완공하였으며 정식명칭은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이다.

 

175년이란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아름다운 꽃의 성모마리아성당 두오모는 쿠폴라(돔)의 높이가 106m, 둘레가 114m에 464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진 외벽은 대리석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있고, 내부는 전성기 고딕 아치형 천정이 아치들로 받쳐져 있다. 그 커다란 돔을 지지대 없이 그 당시의 건축기술로 세웠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피렌체 시내 어느 곳에서도 두오모의 아치형 돔이 보일정도로 거대하고 화려한 성당이다.

 

두오모 대성당의 동쪽을 마주보고 있는 천국의 문은 당시 최대의 조각가 로렌조 기베르티가 구약성서를 상징한 작품으로 르네상스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힌다. 천국의 문은 오랜 세월 먼지로 덮여 있어 검은 빛을 띠고 있었는데, 2차세계대전후 도로에서 튄 작은 돌로 손상된 부분을 수리하다가, 금을 입힌 황금 문이 드러났다고 한다.

 

85m의 높이에 414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진 지오토 종탑은 외관을 장식하고 있는 겉면의 기하학적 무늬가 매우아름답다. 크림색과 그린색, 적색대리석을 쌓아서 무늬를 만들었다. 1334년 지오토가 설계하였으나 3년 만에 죽고, 타렌티가 14세기 말에 완성하였다고 한다.

 

 

1576년 암만나티가 제작한 르네상스양식의, “냅튠의샘”은 토스카나해군의 승리를 축하하는 작품으로 바다의신 “포세이돈”을 묘사하고 있다. 로마와 피렌체를 중심으로 활약한 펠리니는 파리에서 대성공을 거둔 뒤 피렌체로 돌아와 토사카나 대공 코사모1세의 요청에 의해 “메두사의 머리를 손에든 페루세우스”라는 조각상을 완성했다.

 

꽃의 도시 피렌체는 강력하고도 거대한 적들로 둘러 싸여 있었다. 다비드(다윗)는 구약성경에 나오는 소년장수로 적군의 거인 장수 골리앗을 돌팔매로 쓰러뜨리고 승리하여 왕이 된다. 피렌체의 영주 메디치의 뒤를 이은 종교적 압제자 사보나롤라를 몰아낸 피렌체 시민들에게 다비드는 힘과 분노의 재현을 상징하는 인물로 묘사되어 다빈치가 25세 때 만든 걸작 품이다.

 

 

르네상스시대 3대화가인 다빈치, 미켈란젤로, 사파엘로가 사랑한 도시이며, 신곡으로 유명한 단테와 천재수학자 갈릴레이 갈리에오의 고향이 피렌체이다. 피렌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산타크로체 성당 광장에는 거리의 악사 집시들이 머무는 곳이다. 이곳에는 롯시니, 갈릴레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브루니, 마키아벨리, 등 피렌체출신의 명사 276명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금은세공업과 패션도시, 가죽제품으로 명성이 높은 피란체는 기원전 59년 시저의 정복으로 프랑스를 정복하기위해 군수물자를 생산하는 거점도시로 성장화면서 상업도시로 발전했다. 점심메뉴로 나온 스파게티 정식은 우리의 여행길에 추억을 담기에 충분한 음식이다. 명품 가죽제품이 진열된 쇼핑센터에서 아이쇼핑으로 시간을 보낸 뒤 피렌체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미켈란젤로언덕에 올라 그림 같은 피렌체를 바라보며 로마를 향해 4시간이 소요되는 300km여정 길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