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북한강 . 5

김완묵 2013. 1. 18. 02:40

 

일   시: 2013년 1월 17일

경유지: 신포리 - 지;촌리 - 어리고개 - 서오지리 - 원천리 - 화천읍( 약 20km)

 

                                          화천산천어 축제

 

춘천이 호반의 도시라면, 화천은 눈의 고장이다. 춘천역에서 화천가는 버스로 갈아타고 신포리에 내려서니 사방을 둘러봐도 보이는 것이 눈뿐이다. 그나마 화천에서 산천어 축제를 하면서 제설작업을 하여 차량들이 다니는 국도만이 하얀 도화지위에 검은 크레용으로 그은 것처럼 산 고개를 넘어가고 있다.

 

높고 낮은 산들이 포개어 수묵화를 그려내고, 용화산에서 떠오르는 태양에 반사된 춘천호반이 눈이 부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추운 고장이 화천이라 그래서인지, 귀 볼이 떨어져 나갈 것처럼 시려오는 추위가 목덜미를 파고든다. 두툼한 털모자에 코마개까지 완전무장을 하고 보니 에스키모가 따로 없다.

 

사북면 사무소를 지나 논제마을 앞으로 전개되는 춘천호에서 벌어지는 얼음낚시 꾼들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영하10도가 넘는 한파 속에서 호수에 구멍을 뚫고 쪼그리고 앉아 밤을 지새우다니, 상상할 수 없는 현실이다. 낚시란 정적인 활동으로, 정신수양을 위한 참선에 가까운 취미라고 볼 수 있다. 언제 어느 때나 물이 있고, 고기가 있는 곳이라면 낚시꾼들의 활동무대가 된다.

 

일상의 피로를 풀고 사색을 즐기는 운동으로는 낚시만한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문외한이라도 중국의 강태공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가 초야에 있을 때, 낚시 대를 강물에 드리우고 때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세월을 낚았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낚시는 4만 년 전 구석기시대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지속되어 온 것이다.

 

참고로 낚시에 관한 상식을 살펴보면, 장소에 따라 민물낚시와 바다낚시로 구분하고, 잡는 방법에 따라 대낚시와, 릴낚시, 견지낚시가 있다. 낚싯대는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 유연성이 좋을수록 큰 물고기를 잡는다. 낚싯줄은 낚싯대길이보다 30cm정도 길이가 긴 나일론 줄을 사용하며, 미끼를 물 속 깊숙이 가라앉히기 위해 낚싯줄에 매다는 봉돌과 물고기가 미끼를 무는 순간 물고기의 움직임을 알려주는 찌가 있다.

 

미끼에는 천연미끼와 인조 미끼가 있는데, 살아 있는 작은 물고기가 가장 좋고, 죽은 물고기를 잘게 잘라 쓰거나 빵 반죽을 사용하며, 인조 미끼로는 천연미끼와 똑같이 생긴 것으로 색깔 또는 디자인이 다양하다. 민물낚시냐, 바다낚시냐에 따라 미끼도 달라지고, 민물낚시 중에서도 고요한 물에서 조용히 앉아 즐기는 일반 대낚시와 흐르는 물에서 즐기는 견지낚시, 저수지나 강에서 물고기들을 홀려 낚는 루어나 플라이낚시 등, 종류에 따라 미끼가 달라진다.

 

챙벌마을 입구에 영산불교 춘천 제1수행도량 “현지사”가 있다. 아침햇살에 비추는 현지사 경내는 엄숙한 분위기가 감돈다. 수행도량이라면 세속에서 멀리 떨어진 산속에 터를 잡는 것이 상식으로 알고 있는데, 5번국도가 지나는 대로변에 자리를 잡는 것부터가 일반 사찰과는 다르다. 2년 전에 완공하여 2012년부터 설법을 시작했다는 영신불교는 인도 영축산의 영산궁에 이어 두 번째 설립한 현지궁이라 한다.

 

사찰의 중앙에 위치한 대적광전은 청정법신 비로자나불을 “원만보신 노사나불” 모습으로 모셔놓았다는 설명이다. 대적광전 앞뜰 한 단계아래는 다보탑과 석가탑이 있어 소원을 비는 탑돌이 행사가 이루어지는 곳이고, 용화산 자락을 파고드는 춘천호반과 챙벌마을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진다.

 

현지사를 뒤로하고 산자락을 돌아서면 5번국도와 56번 지방도로가 분기하는 지촌삼거리에 도착한다. 한쪽은 사창리로 다른 쪽은 화천으로 가는 방향이 다르다. 그쪽 세상은 어떠한지 궁금하여 힐끔 힐끔 돌아보지만, 산굽이를 돌아 사라지고 달거리고개를 오르는 동안 한겨울에도 등줄기에서 땀이 흐른다.

 

달거리 고개에서 내려다보면, 북한강과 합류하는 지촌천이 태극문양을 그리며 서오지리의 산촌마을을 휘감아 흘러간다. 지촌천은 화악산에서 발원하는 삼일계곡과 광덕산에서 발원하는 광덕계곡이 합류하여 용담계곡으로 흘러내리며 진경산수화가 펼쳐진다. 조선후기 문신이자 성리 학자였던 곡운 김수증선생이 사색당파의 어지러운 세상에 염증을 느낀 나머지 화천 화음동에 들어와 여생을 보내며, 용담천 상류에 화음정사를 짓고 용담천을 흐르는 아홉 곳의 절경을 화폭에 담아내니 그 유명한 곡운구곡(谷雲九曲)이다.

 

달거리 고개가 화천으로서는 아주 귀중한곳이다. 달거리 고개를 통하지 않고는 외지로 나올 수 없고, 외지사람이 화천을 찾아갈 때도 반드시 이 고개를 넘어야 한다. 그만큼 이곳은 지리적이나 전략적으로 꼭 필요한 곳이다. 한북정맥에서 분기한 두류산 줄기가 북한강으로 연결되어 이 고개를 봉쇄당한다면 화천은 고립무원이 되고 만다.

 6.25전만해도 이북의 통제를 받던 곳이니, 피아간에 얼마나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하남면 소재지가 있는 원천리에서 화천읍으로 통하는 자전거 길이 시작된다. 산자락 뒤로 숨어있던 북한강도 곁으로 돌아오고, 반가운 마음에 자전거 길로 내려서니 종아리까지 눈 속으로 빠져든다. 혹독한 추위 속에 많은 눈이 내려 개들의 발자국만 어지러울 뿐, 자전거는 고사하고 사람들의 발자국도 찾을 길이 없다. 솔아 붙은 눈 속으로 발이 빠질 때마다 걸음마 배우는 아기처럼 뒤뚱거리기 일쑤이니, 하루해가 저물도록 애써봐야 화천까지 가기는 틀린 일이다.

 

할 수없이 위험한 국도로 올라오고야 만다. 춘천댐에서 차오른 물이 호수를 이루고 두꺼운 얼음장위로 눈까지 덮고 있으니, 햇볕에 반사되는 설원이 장관을 이룬다. 화천읍이 가까워지며 산천어 축제 현수막이 요란하게 걸려있고, 겨울축제로는 세계 4대 행사라는 문구로 자랑이 대단하다.

 

행사장입구에 도착하면 회전탑 광장에 있는 얼곰이 동상과 절산 끝자락의 인공폭포를 개조한 빙폭이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화천읍을 감싸고 흐르는 화천천 일대에서 벌어지는 축제는 그 규모면에서 상상을 초월하고, 다양한 프로그램과 20여일이 넘는 행사기간이 다른 축제와는 다르다.

 

백만 인파가 모인다는 산천어 축제는 현장을 방문하고서야 실감이 날정도로, 화천 읍내가 들썩하다. 행사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은 얼음낚시다. 그 넓은 얼음판위에 빼곡히 들어찬 사람들, 얼음에 구멍을 뚫고 산천어를 잡아 올리는 모습도 천태만상이다. 침낭을 깔고 엎드린 사람, 벌 받는 사람처럼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 올리고 얼음구멍에 눈을 맞추는 사람, 낚시가 서툴러 옆 사람을 힐끔거리는 가족동반 참가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얼음성에서 내려다보는 행사장은 축제의 장이다. 인구2만 여명이 살고 있는 화천은,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산간오지마을에 변변히 내세울 특산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휴전선과 가까운 최전방의 열악한 고장이다. 전국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리고, 혹독한 추위로 겨울이면 아무도 찾지 않는 이곳을, 산천어라는 희귀종을 콘텐츠로 하여 지역민들의 자긍심을 높여주는 축제의 장으로 승화시켰으니, 기발한 아이디어와 진행요원들의 일사 분란한 모습에서 대회의 성공신화를 볼 수 있다.

 

행사의 주인공인 산천어는 바다로 나가지 않고1급수의 깨끗한 환경에서 서식하는 연어과의 물고기다. 바다로 나갔다가 산란기에 돌아오는 것을 연어라 하고, 바다로 나가지 않고 계곡에서 사는 송어도 연어과에 속하지만, 일반적으로 양식하는 것을 송어라 부른다.

 

중국 하얼빈의 빙등제, 일본 삿보로 눈축제, 캐나다 퀘백 윈터카니발과 함께 세계4대 겨울축제로 어께를 나란히 하고 있는 화천산천어 축제는, 화천군민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여주는 행사라 할 수 있다. 4대강 답사 국토대행진 북한강 종주의 마지막 날 이런 훌륭한 행사를 참관하게 된 것도 120km를 완주한 보답이라 생각하면, 가슴에 훈장을 달고 있는 기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