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북한강 . 4

김완묵 2013. 1. 18. 02:37

일   시: 2013년 1월 29일

경유지: 춘천역 - 소양2교 - 신매교 - 춘천댐 - 신포리 (23km)

 

                                   

                                      4. 호반의 도시 춘천

대륭산(899m) 자락에 터를 잡은 춘천은 북한강줄기가 북쪽에서 서쪽으로 흘러들며 보듬어 안고, 의암댐축조과정에서 생긴 담수호로 호반의 도시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다. 아침안개 피어오르는 춘천은 대도시에서 매연과 스모그현상으로 고통 받고 있는 현대인들이 갈망하는 이상향이다.

 

우리나라 도청소재지 중에서 인구가 가장적은 27만 여명이 상주하는 춘천은 북한강을 중심으로 험준한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협소한 분지를 이루고 있다. 북한강을 막아 생긴 소양호와 파라호, 춘천호, 의암호가 수도서울의 식수원을 공급하는 상수원보호구역이라, 공해를 일으키는 공장도 없고, 울창한 산림 속에서 피톤치드가 무한정 뿜어 나오는 청정지역이다.

 

춘천역2번 출구를 빠져나와 의암호반에 올라서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곳이 춘천대첩기념 평화공원이다. 6.25전쟁 개전 초기 춘천지구에서 국군6사단을 중심으로 애국시민, 학생, 경찰이 하나 되어 전차를 앞세우고 기습 남침하는 북괴군 6,600여명을 사살하고 전차 18대를 완파하는 등 파죽지세의 적 부대를 3일간 지연, 저지시킴으로서 수원방면으로 진출하여 국군 주력부대를 포위하려던 북괴군의 남침계획을 무산시켰다.

 

이에 따라 한강 방어선을 형성하고 UN군의 증원시간확보와 낙동강방어선구축을 가능케 하여 풍전등화와 같은 국가존망의 위기에서 조국을 구하였기에 '춘천대첩'으로 명명하고, 이 구국의 전승을 기념하여 6.25한국전쟁과「춘천대첩」50주년을 맞이하여「춘천대첩 기념 평화공원」을 조성하게 되었다는 춘천시장의 취지문이다. 춘천은 국난극복의 중심이 되어 구한말 항일의병의 발원지로, 6.25전쟁 시에는 소양강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조국을 지키는 최전방의 격전지였다.

 

춘천을 대표하는 호반의 축제로는 조선일보에서 주체하는 춘천마라톤대회를 꼽는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우승한 손기정선수를 기념하는 마라톤대회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국제대회로 격상하여 건강한 국민이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는 축제의 마당이다. 만산홍엽으로 물든 호반에서, 원색의 물결을 이루는 2만 여명의 건각들이 저마다 실력을 뽐내며 의암 호반을 돌아오는 코스는 국제적으로도 호평 받는 환상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춘천을 대표하는 음식으로는 닭갈비와 막국수를 빼놓을 수가 없다. 복선전철이 개통된 뒤로 닭갈비와 막국수시식을 위해 몰려드는 인파로 전철은 항상 만원이다. 그만큼 춘천은 먹 거리와 볼거리가 풍부한 관광도시로 부상하며, 명동골목이 오랜만에 호황을 누리고 있다.

 

닭갈비의 유래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춘천시에서 발표한 바에 의하면, 1959년 버스터미널 근처에서 돼지고기 등으로 영업을 하던 김영석(金永錫)씨가 돼지고기를 구하기 어렵게 되자, 닭을 토막 내어 돼지갈비처럼 발라서 닭갈비를 만든 것이 효시가 되었다고 한다. 또한 막국수는 강원도 지방의 전통 요리로서 메밀국수 면발을, 찬 김칫국물에 말아 먹는 냉면과 유사한 음식이다.

 

춘천의 상징인 “소양강 처녀”는, 소양강에서 민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꾸려가던 아버지가 가수희망생인 딸을 돌봐주는 '음악가님'에게 매운탕이라도 대접하겠다며 고향으로 초청을 한다. 반야월 선생을 비롯한 원로가수 몇 명이 소양강을 찾았고, 아버지와 함께 솥단지와 장작을 배에 싣고 상중도에 들어가서 어죽을 끓여 먹으며 천렵을 마치고 돌아올 무렵. 소나기가 쏟아지며 물안개가 피어나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는 일화가 있다.

 

소양강 처녀상을 바라보며 자전거 도로는 소양2교로 향한다. 푸른 호수위로 그림같이 걸려있는 소양2교 또한 춘천을 찾는 이들에게 오래도록 남는 인상적인 교량이다. 이곳에서 동쪽으로 갈라지는 소양강은 170㎞를 이어가는 북한강제1지류다. 홍천군 내면 명개리 만월봉(1,281m) 남쪽에서 발원하여 계방천과 내린천, 서화천으로 이름을 달고 소양호로 흘러든다.

 

소양강댐은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과 동면의 협곡을 가로막아 축조된 다목적 댐이다. 1973년 10월 15일 완공된 소양강댐은 길이가 530m, 높이가 123m에 저수량이 29억 톤에 달하여, 우리나라에서 담수 량이 가장 많은 댐이다. 인제까지 배를 운항하여 강원도 내륙산간지역의 교통로뿐만 아니라 설악산국립공원과 연계한 관광자원으로도 매우 중요하고, 청평사를 오가는 유람선을 운행하여 관광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춘천이 자랑하는 세계유일의 연옥(백옥) 광산이 춘천시 동면 월곡리 금옥동(金玉洞)골짜기에 있다.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는 玉광산은 신비한 효능을 지니고 있어, 인간의 신체에 필요한 세 가지 광물 즉 칼슘, 철분, 마그네슘을 포함해 20여종의 원소를 함유하고 있다. 지하 500m 옥석사이에 고인 물을 끌어 올린 이 물은 한두 달 보관해도 침전물이 생기지 않고 맛이 변하지 않으며 특히 치질이나 변비나 소화불량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인형극장사거리에서 왼쪽으로 위도 유원지와 연결된 신매대교는 북한강 철교에서 시작한 북한강 자전거 도로가 끝나는 지점이다. 이곳에서 춘천역을 경유하여 의암호까지 순환하는 자전거도로가 연결 된다. 춘천역에서 진행하는 자전거도로는 신매대교와 직접 연결되지 않고, 한계울 다리까지 올라가서 시내 쪽으로 역 주행하여 인형사거리에서 접속해야만 한다.

 

신북읍 용산리에는 육군102보충대가 있다. 중동부전선의 예하사단에 배치될 장정들이 기초훈련을 받기위해 입소하는 장소이다. 오늘이 마침 입소하는 날이라 아침 일찍부터 정문 앞에는 많은 사람들로 부산하다. 애지중지 키워온 자식을 군에 보내는 부모님들의 애절한 표정, 사랑하는 애인을 보내는 아가씨들이 연신 눈물을 훔쳐내고, 친구의 입대를 환영하는 힘찬 구호가 메아리친다.

 

엄정한 직각보행과 질서정연한 위병소의 사병에게서 우리군의 기강이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자유분방한 청년들이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정예강병으로 거듭 태어나는 것을 볼 때 마음 든든하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군에 다녀올 국방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식인들이 자녀의 병역을 기피하다 망신당하는 것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한다.

 

신매대교에서 춘천댐 쪽으로 2km를 거슬러 가면 용산2리에서 자전거 도로도 끝이 나고, 5번 국도를 따라 화천방향으로 진행한다. 폭이 좁은 2차선 도로는 빈번하게 왕래하는 차량으로 자전거와 도보로 걷기에는 위험한곳이다. 가파른 벼랑이라 자전거도로를 만들기에 부적절하겠지만, 춘천호까지라도 호반을 이용하여 도로를 개설하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춘천댐 방면으로 진행하면 오른쪽으로 용머리 흉상이 있는 샘을 만난다. 주차시설까지 있는 용왕샘은 물이 맑기도 하지만, 그 양이 비교적 풍부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옛날 용왕샘 건너편 서상리에 힘이 센 장수가 살고 있었는데, 키가 십 여리에 이르고 한 번 뛰면 삼십 여리를 갈 수 있었다고 한다. 태평성대에 태어나 자신의 힘을 쓸 곳이 없어, 심심하면 모진강에 누워 목욕을 하고, 신숭겸 산에 올라 무술을 닦는 것이 하루의 일과였다.

 

또한 자신과 짝을 맺을 색시가 없는 것이 한이었다. 색시 생각이 날 때마다 훈련에 정진하게 되고, 목이 마르면 모진강을 건너 뛰어 용산리에 있는 샘에서 물을 마셨다. 왼쪽 발은 서상리에 두고 오른쪽 발만 용산리에 걸치고 몸을 굽혀 물을 마셨다. 그 때문에 서상리에는 왼쪽 발자국이 용산리 샘터 위에는 오른쪽 발자국이 남아있다.

 

장수가 있던 당시에는 샘이 커서, 모진강까지 하나의 큰 소(沼)를 이루고 있었다. 그 소에는 용이 한 마리 살고 있었는데, 장수의 기합소리가 시끄러워 하늘로 올라갔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龍沼는 없어지고, 지금과 같이 산 중턱에서 솟는 샘만 남게 되었다. 이 물은 용이 승천한 곳이라, 이 물을 마시면 정신이 맑아지고 힘이 솟는다고 하여 사람들은 용왕샘터라 하고, 마을 이름도 용산리로 부른다.

 

춘천댐이 시야로 들어온다. 중심시가지에서 북서쪽으로 12㎞지점인 북한강 본류에 축조한 춘천댐은 시설용량 5만 7,600kW의 발전소와 공도교를 건설하여 5번국도가 지나고 있다. 국토개발5개년계획의 일환으로 한국전력에서 1961년 9월 착공하여 1965년 2월에 준공한 댐의 높이가 40m, 길이가 453m에 이른다.

 

금방이라도 함박눈이 펑펑 쏟아질 것처럼 하늘이 호수가로 내려 안고, 눈 덮인 호수는 산자락을 파고들며 끝없이 수묵화를 그려낸다. 길옆에 서있는 표지석하나. 무심코지나치기 십상이라, 하지만 돌비석에 새겨진 세 글자 “38선”.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강대국의 입맛대로 국토는 두 동강이 나고, 6.25라는 민족의 비극으로 비화되어 60년이 넘도록 이산의 아픔을 겪고 있는 지구촌에 남아있는 유일한 분단국이다. 염원하는 통일이 언제나 오려는지 점점 멀어만 가는 그날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