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 : 3
2012년 12월 25일
가평 - 경강교 - 춘성대교 - 강촌 - 등선폭포 - 의암댐 - 공지천 - 춘천역( 28km)
경춘 가도
가평역에 도착한 시각이 7시 30분. 간밤에 내린 눈을 치우느라 제설작업이 한창이다. 금년겨울처럼 눈이 많이 오는 해도 드물다. 다행이 눈도 그치고 동녘하늘이 붉게 물들며 먼동이 터온다. 새로 이전한 가평역이 남이섬과 자라 섬 근처에 있어, 북한강 진입로를 찾기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자라섬 유원지가 있는 제방을 따라 올라선 가평2교는 가평 천을 가로지르는 교량이다.
경기도 최고봉인 화악산에서 발원한 가평천은 조무락골에서 물길을 내어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익근리, 명지, 백둔, 용추계곡을 차례로 만나 북한강과 합류하는 약30km에 이르는 하천이다. 북한강과 합류하는 곳에 생겨난 자라섬은 면적이 20여 만 평에 이르는 버려진 섬이었으나, 가평군에서 새롭게 조성하여 젊음의 향연인 페스티벌 공연을 개최하므로 새로운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근처에 있는 남이섬은 행정구역상으로는 춘천시에 속하는 섬이지만, 가평군 달전리를 통해서 접근이 가능하므로 가평군에 속하는 줄로 알고 있다. 남이장군의 묘가 있어 붙여진 남이섬은 청평호를 축조하며 생겨난 섬으로 면적이 0.453㎢에 둘레가 약 4km에 이른다. 섬에는 밤나무와 포플러나무를 중심으로 잔디밭과 오솔길을 조성하여 전원의 풍치를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축구장과 테니스장 등 각종 레저시설을 갖추어 낭만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쾌적하고 아름다운 명소로서, 겨울 연가 촬영장으로 알려지면서 일본관광객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보납산 자락이 끝나는 지점에 북한강 자전거길 안내도와 경강교 인증센터가 있다. 내일(12월 26일)이 북한강 자전거도로준공식이라 사전 답사하는 기분으로 주위를 둘러보지만, 한겨울에 너무 서두른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경기도와 강원도가 경계를 이루는 경강교를 건너면서 북쪽으로 거슬러 오던 북한강이 동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주위를 둘러보면, 산 비알을 차지하고 있는 푸른 숲의 잣나무를 많이 볼 수가 있다. 혹독한 추위와 비바람을 이겨 내는 씩씩한 기상을 뽐내고 있는 잣나무는 숲이 울창하여 진한 향기와 함께 신선하고 깨끗한 자연 환경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지상의 낙원을 이룬다. 잣나무는 고도 천 미터가 넘는 압록강 변에서 많이 자라며, 경기도 가평과 강원도 춘천지방에서 질 좋은 잣이 생산된다.
1읍5개면에 6만 명이 상주하는 가평은 전체면적의 70%이상이 산으로 둘러싸인 험준한 산세로, 논농사는 찾아보기가 어렵고, 산 비알에 밭을 일구어 살아가는 화전민 생활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활조건이 그러하다보니 산을 의지하여 약초재배가 발달하게 되고, 자연조건에 맞는 잣을 가평의 특산물로 지정하여 전국 생산량의 33%를 차지하고 있다.
예로부터 불로장생의 먹을거리 혹은 신선의 식품으로 알려진 잣은, 비타민B가 풍부하고 호두나 땅콩에 비해 철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빈혈 치료나 예방에 좋다. 기력을 잃은 환자가 조금만 먹어도 밥 한 공기를 먹은 만큼의 열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한다. 엿이나 강정, 기름, 죽, 단자 등으로 만들어 먹거나 탕, 찜, 신선로, 약식, 편, 정과 등 입맛을 돋우는 고명으로도 다양하게 활용되어 왔다.
춘성대교를 사이에 두고 자전거 길은 양쪽으로 진행한다. 어느 쪽을 이용해도 강촌에서 다시 만날 수 있으니 상관이 없으나, 복선전철이 개통되면서 경강역도 굴봉산 역으로 바뀌고 옛날에 사용하던 단선철로를 자전거 도로로 개설하여 주변에 전개되는 경관이 아주 좋다. 하지만 지금은 눈이 많이 쌓여 빙판길이라 안전한 길을 택하여 춘성대교를 건넌다.
오른쪽 다리 밑을 통과하여 강 옆으로 자전거길이 이어진다. 양지쪽이라고는 하지만 수차례 내린 눈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유리알처럼 반질거리고 엊저녁에 내린 눈이 빙판길을 덮고 있으니 잠시라도 한눈을 팔다가는 엉덩방아 찧기에 안성맞춤이다. 춘성대교를 건너면 가파른 벼랑위로 월두봉이 장엄하게 솟아있다.
한북정맥이 백운산에서 국망봉으로 진행하는 중간에 포천시, 가평군, 화천군이 경계를 이루는 도마봉(883m)에서 왼쪽으로 큰 지맥을 형성하여, 석룡산(1.147m), 화악산(1.468m), 촉대봉(1.190m), 북배산(867m), 계관산(730m)을 지나 월두봉(466m)에서 북한강으로 꼬리를 내리는 44.5km의 산줄기를 화악지맥이라 부른다.
강을 거슬러 가노라면, 강 건너 굴봉산(308m)자락에 자리 잡은 강촌컨트리클럽이 하얀 눈 속에 묻혀 동화속의 마을처럼 평화롭게 보인다. 하지만 자전거 도로 옆으로 승용차들이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으니, 그곳이 얼마나 미끄러운지 미루어 짐작을 할 수가 있다. 춘성대교를 건너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편안하고, 귀전을 때리는 회오리바람에 자전거도로에 쌓인 눈까지 말끔하게 날아가 버리니, 이래저래 즐거운 답사 길이다.
“4대강 새 물결” 표지판은 한강과 낙동강에서 수없이 보아오던 것이라 낮 설지가 않다. 북한강은 다른 강과 다르게 본격적인 치수사업을 하는 곳이 아니라, 강기슭에 자전거도로를 개설하는 수준으로 그치고 만다. 그러하기에 자연미가 그대로 남아있고, 강가에 수초들과 왕 버들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건너편의 백양역이 너무도 아름답다. 강과 산이 만나는 협곡에 아치형으로 구조물을 만들어 창공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제비처럼 날렵하게 보인다.
시퍼렇게 날이 선 검봉(530m), 어느 장수가 용맹을 떨치던 곳일까, 바라보기에도 아슬아슬한 암장이다. 그러하기에 벼랑 끝에 걸린 강촌역이 젊음을 불사르던 곳이다. 지금이야 시앗에게 자리를 물려준 퇴물기생이 되었지만, 한때는 다정한 연인들이 손에 손을 잡고 찾아와 구곡폭포로, 문배마을로 사랑을 속삭이던 낭만열차의 심벌이 아니던가.
또한 강 건너 삼악산과 등선폭포도 지나칠 수 없는 명소다. 한 여름 비가 내린 뒤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를 바라보는 것이 폭포의 매력이라 한다면, 겨울의 빙폭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장관이다. 高山登頂을 위한 전지훈련으로 이름난 곳이 구곡폭포이고, 계곡입구부터 협곡을 이루고 있는 등선폭포는, 금강굴, 신선들이 노닐던 제1폭포와 제2폭포, 신선이 학을 타고 다니던 승학폭포, 흰 비단 천을 펼쳐놓은 백련폭포, 옥녀담, 비룡폭포, 주렴폭포를 등선8경이라 한다.
북한강이 북쪽으로 몸을 틀며 의암댐이 모습을 드러낸다. 댐의 준공으로 춘천시가 호반도시로 명성을 얻게 되었고, 춘천을 찾아오는 관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전력부문에 민간자본이 참여한 최초의 사업으로 화일전력(주)에 의해 1962년 3월에 착공했다. 하지만 자금난과 개발규모의 변동으로 전 공정의 52%를 시행한 채 1966년 4월 한국전력(주)으로 이관되고 말았다.
그 뒤 한국전력에서 완공을 보아 발전용량 4만 5,000kW를 생산하는 의암댐은 높이 23m에 길이 273m이며, 댐의 건설로 조성된 의암호는 유역면적이 7,709㎢, 총저수량 8,000만㎥에 이른다. 현재 의암호 안에는 댐이 건설되기 전에 하나의 섬이었던 중도가 하중도·중도·상중도로 분리되고, 중도와 상중도는 춘천시 서면과 중심시가지를 잇는 뱃길을 내기위해 운하를 파서 분리시켰다.
의암댐에 올라서면 일대 장관을 이룬다. 호리병 입구처럼 폭이 좁은 삼악산과 의암봉의 협곡을 가로막아 생겨난 호수는 춘천을 물의 도시로 탄생시키고, 양쪽으로 전개되는 삼악산과 의암봉은 三峽長江을 거슬러 오르는 짜릿한 맛을 느낄 수가 있다.
신앙교에서 자전거도로는 두 갈래로 갈라진다. 삼악산 벼랑 밑으로 403번 지방도로를 따라 신매대교까지 15km에 걸쳐 조성한 자전거 길과, 의암호를 건너 북한강 순환 자전거길이 공지천까지 5.5km 연결되어 춘천이 자랑하는 마라톤 코스와 함께 호수를 한 바퀴 돌아오는 춘천의 명물로 탄생하였다.
신앙교를 건너면 호수의 벼랑에 철심을 박고 나무테크로 마무리한 자전거도로가 주위 경관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김유정 시비를 지나 까투리봉을 넘어가면 레포츠타운과 공지천을 지나 의암호 나들길과 만난다. 의암호수를 돌아가는 나들길이 춘천시민들의 건강관리와 심신단련 장으로 14km에 걸쳐 이어진다.
경춘선의 종착역이요, 시발역인 춘천역에 도착하며, 영하12도의 한파 속에서도 북한강 제3구간 28km 답사를 무사히 완주하고, 춘천이 자랑하는 닭갈비에 소주한잔으로 추위를 녹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