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천리 길 : 13
일시: 2012년 12월 18일
장소; 호포역 - 화명역 - 구포역 - 삼락강변 체육공원 - 감전동(김해경전철) - 낙동강 하구언 - 을숙도 물 문화관 (24km)
철새도래지 을숙도
부산 지하철 호포역에서 시작하는 마지막 구간이야말로 가슴 벅찬 순간이다. 안동댐 물 문화회관에서 종주를 시작하면서 385km라는 멀고도 험한 길을 완주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갖기도 했지만, 몇 시간 후에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슴이 설렌다. 동녘 하늘이 밝아오며 유난히도 돋보이는 거봉이 있으니, 금정산정상인 고당봉(801m)이다.
금정산은 강원도 태백시 매봉산에서 시작하여 백병산(1,259m), 통고산(1,067m), 백암산(1,004m), 주왕산(720m), 단석산(829m), 가지산(1,240m), 신불산(1,209m)을 지나온 낙동정맥이 부산으로 들어오며 가장먼저 솟아오른 산이다.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고당봉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수영강과 서쪽으로 흐르는 낙동강의 지류가 발원하여 두 하천의 분수령을 이루고 있다.
북동쪽 기슭에는 문무왕 18년(678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범어사가 있고, 남쪽에는 1703년(숙종 29)에 축성된 금정산성(사적 제215호)이 있다. 수차례에 걸쳐 증축을 거듭하다가 1972년에 복원된 금정산성은 둘레가 17km에 달하는 우리나라 최대 산성이다. 금강공원에서 산성고개까지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산성에 올라서면, 천리 길을 달려온 낙동강의 물줄기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부산 시내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이 좋아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낙동정맥과 낙동강은 한 몸에서 태어난 불가분의 관계이다. 낙동정맥의 수많은 산정에서 모아진 물줄기가 낙동강으로 태어나고, 강물의 동쪽을 따르는 산줄기가 바로 낙동정맥인 것이다. 낙동정맥은 백양산(642m)과 정광산을 넘어 다대포의 몰운대에서 끝이 나는 397km의 긴 산맥이다.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서쪽으로 전개되는 김해시는 서기42년 김수로왕이 가락국을 건립하여 532년 신라(법흥왕 19년)에 합병 될 때까지 500여 년간 통치하던 금관가야의 중심지이다.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 수로왕의 난생설화에 의하면, 하늘에서 내려온 6개의 황금알이 어린 아이로 변해 먼저 나온 수로가 가락국(본가야)의 왕이 되고 나머지 다섯 아이도 각각 5가야의 수장이 되었다고 한다.
수로왕비는 아유타국(阿踰陀國)의 공주인 허황옥(許黃玉)이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부모의 꿈에 상제로부터 “가라국왕 수로를 하늘에서 내려 보내 왕위에 오르게 했으나 아직 배필을 정하지 못했으니 공주를 보내라” 라는 현몽에 따라 배를 타고 가락국에 도착하여 왕비가 되어, 15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 까지 왕의 곁에서 내조를 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서릿발내린 수초사이로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고니들의 물장구 속에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사장교가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김해시 대동면과 부산시 북구 화명동을 잇는 대동화명대교는 길이가 1.54㎞에 달하는 왕복 4차로의 다리로 2007년 3월 공사를 시작하여 5년만인 금년7월에 준공하였다. 사장교 상판이 콘크리트로 건설된 국내최초로 선형관리기술 및 하중제어기술등 첨단공법이 적용돼 국내외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는 自評이다.
강이나 하천, 바다를 연결하는 다리가 단순하게 차량이나 사람들의 왕래를 위하는 목적을 벗어나, 외형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조형미를 강조하는 시대로 변천되었다. 그대표적인 교량으로 부산의 광안대교와 서해고속도로의 서해대교, 인천대교, 한강의 방화대교를 꼽을 수 있다.
주위 경관을 살려 건설한 “대동화명대교”는 시원하게 펼쳐지는 강철 케이불선이 아침햇살에 반사되어, 마치 강물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고니의 모습으로 보인다. 저녁노을에 비친 교량은 황금빛으로 물든 강물과 어우러진 환상적인 모습으로, 야간에는 강 건너 화명동의 화려한 불꽃 속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난다고 하니, 직접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화명대교를 중심으로 금곡동과 덕천동 사이 3.5km에 이르는 경부선 철로 변에 수림대를 정비하고, 열차소음을 완화하는 효과와 함께, 기찻길 숲속산책로를 조성하여 화명생태공원과 어우러지는 쾌적한 환경을 만들었다. 우리의 경제사정이 나아진 만큼, 衣食住 문제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두고, 소음이 심한 도로변에 방음벽을 설치하고 수림대를 조성하여 휴식공간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그 한 예라 할 수 있다.
낙동강 하구언 13km 이정표가 있는 곳이 구포역이다. 서부경남으로 연결되는 부산의 관문인 구포는 사통팔달의 교통요지다. 남해고속도로가 지나는 구포낙동강교를 비롯하여 경부선이 지나는 구포역에 지하철 2호선과 3호선이 교차하고, 구포대교를 건너 강서구로 김해시로 연결된다.
구포는 대양으로 향하는 출발점이요. 강을 거슬러 뭍으로 향하는 뱃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낙동강의 물목인 부산광역시 북구 구포동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들고, 해산물을 육지로 운송하고 내륙지방의 농산물을 실어 나르는 포구가 형성되면서 낙동강제일의 나루터로 명성을 얻게 된다. 배를 기다리는 시간과 건너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홍수로 물이 불어나면 운항이 중단되는 어려움을 해결하기위해 1930년 착공하여 3년만인 1933년 구포교가 건설되었다.
강서구 대저동과 구포동을 잇는 구포교는 길이가 1,060m에 폭이 8.4m인 그 당시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다리였으므로 “낙동장교”라 불렀다. 다리준공과 함께 부산과 경남을 연결하는 교통의 중심지로 발전하고, 6.25 전쟁 때는 군사장비와 전쟁 물자가 이 다리를 통해 수송되어 낙동강 전선을 지키는 가교역할을 담당하였다.
물동량을 소화하는데 한계를 느낀 나머지 1997년 첨단공법을 이용한 “구포대교”를 완공하면서 차량의 통행을 새로 건설된 다리에 넘겨주고, 승용차의 일방통행로로 사용하다가 2003년 9월14일 태풍 “매미”의 여파로 유실되면서, 수많은 추억의 역사를 뒤로한 채 우리의 곁에서 사라지고 만다.
부산의 명물로 등장한 갈맷길 21구간(총연장 300km) 중 7코스인 "낙동강 하구언 길"이 구포역에서 을숙도까지 14.3km가 이어진다. 낙동강자전거 길과 함께 걷는 갈맷길은 매서운 강풍 속에서도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동쪽으로 불응산과 백양산 자락이 다대포를 향해 힘차게 달려가고 서쪽으로 김해공항을 오르내리는 비행기가 줄을 잇는다.
제방 길 2km를 진행하면 삼락강변공원을 만난다. 143만평의 넓은 공간에 각종 체육시설을 비롯하여 잔디광장, 야생화단지, 자연습지 및 자전거도로, 산책코스 등으로 꾸며진 휴식공간이다. 제방위에는 조깅코스 등이 조성되어있고 사계절 꽃 단지에는 봄에는 유채꽃, 여름에는 해바라기,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피어나고, 습지생태공원에는 연꽃단지와 갈대체험장, 논체험장, 물 억새군락지 등이 있다.
서부버스 터미널이 있는 감전동에는 김해경전철의 미니 전차가 낙동강을 건너다닌다. 의정부에도 경전철이 운행되고 있으니 신기할 것이 없다. 장밋빛 청사진으로 만들어진 경전철. 용인에서는 완공을 한지 2년이 되어도 운행을 하지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선거 때마다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며 재정을 파탄지경까지 몰고 가는 위정자들이 자성해야 될 덕목이다.
10km, 8km... 마치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듯이 을숙도가 가까워짐을 알려준다. 세찬바람 속에서도 목적지를 향하는 발걸음이 멈출 줄을 모르고, 지나는 시민들로부터 박수를 받는다. 제방을 따라오던 자전거길이 남해고속도로가 지나는 남해대교를 지나며 강변길로 넘어 선다. 거침없이 달려오던 자전거도 이곳에서 신호대기로 숨을 고르면, 저 멀리 낙동강하구언이 모습을 드러낸다.
낙동강이 운반해온 토사가 하구에 퇴적되어 형성된 을숙도. 해발고도가 1m에 수로 망이 거미줄처럼 연결되고, 수로를 따라 길이 3m 내외의 갈대가 숲을 이룬다. 을숙도를 중심으로 낙동강 하류에는 플랑크톤 등 어류의 먹이가 풍부하고, 수초가 많아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천연기념물 제179호)가 형성되었다. 1987년 김해평야의 용수공급과 염해방지를 위해 이 섬을 동서로 횡단하는 낙동강하구 둑(길이 2,400m, 높이 18.7m)을 준공하기 전까지는 부산시민의 낚시터로 각광을 받았던 곳인데, 하구 둑 공사로 갈대숲이 사라지고 철새의 종류와 그 수가 차츰 줄어들고 있는 등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는 안타까움이 있다.
가슴 벅찬 순간이다. 성지를 찾아가는 심정으로 꿈에도 그리던 목적지. 수천km를 날아온 철새들이 을숙도를 바라보는 심정이 나와 같을까. 바다와 강물을 둘로 분리시키는 하구언의 거대한 철문이 자연에 도전하는 인간승리의 표상으로 보인다. 을숙도의 물 문화회관에 도착하며 385km 낙동강 종주 길도 대미를 장식한다. 수고하셨습니다. 담당 직원의 위로와 “국토대행진 완주확인증”을 받아든 순간, 어려웠던 고비길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남아있는 영산강 답사 길이 눈에 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