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엑스포 .1
일시: 2012년 5월 24일 ~ 25일 (2일간)
장소; 전라남도 여수시 엑스포 박람회장
여수 엑스포
여행을 좋아하는 아내의 보채임이 아니라도 몇 달 전부터 여수 엑스포 개막을 손꼽아 기다려온 터라, 전날부터 짐을 꾸리고 새벽부터 달려가는 천리 길이 멀기만 하다. 동 순천 IC를 빠져나가며 시작되는 17번 국도는 엑스포를 계기로 여수발전을 20년 앞당기는 역사적인 현장이다.
고속도로보다도 시원스럽게 달려가는 차량들이 순식간에 환승 주차장에 도착한다. 수 만평 너른 공터에 주차장을 마련하여 셔틀버스로 행사장 까지 연결한다는 것이 교통대란을 막아보자는 조직위의 복안이다. 버려졌던 부둣가에 화려한 모습으로 변신한 엑스포장. 십여 만평의 부지에 조성된 화려하고 아름다운 건물들이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는다.
2007년 11월 27일을 우리는 잊지 못한다. 프랑스 파리에서 날아온 낭보에 국민모두 하나 되어 얼싸안고 춤추며 환호하였다. 하계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지구촌 3대 행사로 인정받는 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자는 목표를 세우고 4년 동안 2조원을 투자하여 개막을 하였다.
행사장에 들어서며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밝은 미소로 친절하게 맞이하는 진행요원들이다. 각 분야별로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자원봉사자들의 활동모습은 월드컵을 개최하며 얻은 노하우가 아닌가 싶다. 엑스포역에서 한국관까지 가는 도중에 디지털 갤러리를 바라보며 탄성이 절로난다. 국제관중앙 홀 27m높이의 천장에 설치한 길이 218m, 폭 30m의 LED 전광판에서 사람들의 얼굴을 모자이크한 돌고래와 물고기가 산호초 사이를 유영하는 모습은 우리나라가 IT강국임을 과시하는 전시장이다.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주제로 시작되는 박람회장은 바다를 배경으로 드넓은 광장에 분야별로 주제관을 설정하여 어디서부터 찾아가야할지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 한국관을 비롯하여 76개관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빅오를 중심으로 8개 특화 시설이 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쿠리움과 한국관은 일찌감치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놓은 터라 내일로 미루고 현장에서 예약한 주제관과 해양생물관을 중심으로 관람을 시작한다.
평일에 10만 명, 휴일에 30만 명이 입장할 것이라는 예측과는 달리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2~ 3만 명의 관중들이 입장한 탓에 한국관과 아쿠리움을 제외하고는 줄 서는 일도 별로 없이 곧바로 입장하여 편안하게 관람을 한다. 치열한 유치경쟁으로 얻어진 대회를 축제의 장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조직위의 보람이 있어 105개국에서 대거 참여한 것도 우리의 위상이 높아진 결과가 아닌가 싶다.
우리연예인들이 코리아 열풍을 일으키며 세계젊은이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그들의 뛰어난 재능도 있지만, 숨은 역군들이 세계의 오지까지 찾아가 의료와자원봉사로 코리아를 알리고, 올림픽과 월드컵을 개최하며 지구촌에 코리아의 명성을 드높인 결과이다.
세계적인 관광지로 명성이 높은 필리핀의 보라카이를 십여 년 전에 다녀온 적이 있다. 마닐라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을 날아간 뒤, 자동차로 2시간, 배로 30여분을 가야 만날 수 있는 아주 작은 섬이다. 그곳에는 강릉에서 이민 온 박❍❍씨가 한국관광객을 상대로 호텔을 운영하며 교민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인구 1000여명에 변변하게 내세울 자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난을 대물림하는 섬을 필리핀 제일의 휴양지로 탈바꿈 하는 데는 그 분의 숨은 노력이 한 몫을 하였다고한다.
한국을 비롯하여 외국관광객이 몰려들며 섬이 활기를 찾게 되고 주민들의 생활이 향상되며 박씨의 명성도 높아졌다. 코리아의 열풍 속에 한국어를 배우는 학원까지 생겨나고,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에 오른 것을 자기들의 승리라도 되는 듯이 열광하며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그들에게서 무한한 자부심을 느꼈다.
코리아의 열풍이 비단 보라카이에서만의 일이겠는가. 지구촌 구석까지 우리 교민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한다. 이름도 생소한 오지에서 선교와 사랑으로 헌신을 하고, 가전제품과 자동차가 그들의 필수품이 되었으니 자연적으로 코리아 열풍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국을 배우고 자기들을 알리기 위해 지구반대편에서 날아온 수많은 나라들, 재정형편으로 독립관을 갖지 못하고 작은 공간의 공동관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의욕만은 대단하다.
이럴 때 일수록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더욱 겸손하고 친절해야한다. 4~50년 전만해도 그들보다 더욱 어려운 환경 속에서 가난의 질곡을 헤쳐 나오지 않았던가. 이제 우리나라도 다문화의 시대를 맞고 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불협화음을 일소하고 다함께 사랑하고 도와주는 풍토를 길러야 한다.
엑스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빅 오 쇼는 어둠이 짙게 깔리는 바닷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올리픽과 월드컵에서 보여주던 불꽃놀이와는 차원이 다르다. ○자 모양의 디오와 해상분수에서 물과 불, 빛과 레이저로 만들어내는 바다모험 이야기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환상속의 진풍경이다. 환호 속에 가슴이 먹먹하다. 위대한 우리 대한민국을 다시 보는 순간 허리띠를 졸라매고 달려온 세월이 자랑스럽고, 30-50 클럽으로 향하는 우리의 발걸음에 서광이 비칠 것이다.
환상의 빅 오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