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한강 르네상스. 2

김완묵 2012. 2. 17. 04:26

 

일시: 2012년 2월 16일

행주산성 -  방화대교 - 월드컵경기장 - 한강대교 - 한남대교 - 서울의 숲 - 뚝섬유원지 - 광나루 - 광진교                                                                  

 

                                    2. 한강의 기적 (34km)

김포선착장과 마주보고 있는 행주산성은 한강이 흐르는 남서쪽으로 수직단애의 험준한 절벽을 이루고 있어 뱃길을 이용하여 한양으로 들어오는 교통의 요지일 뿐만 아니라 전시에는 한양을 사수하는 전략적인 요충지이다. 이곳을 행주산성으로 부르게 된 것도 임진왜란 3대첩으로 일본군을 물리친 격전지이기 때문이다.

 

 

자전거 길이 시작되는 이곳은, 창릉천이 한강으로 유입되고 방화대교와 접속하는 북로 분기점과 자유로가 관통하는 곳이라 접근하기가 매우 어려운 육지속의 고도라 할 수 있다. 서울역에서 경의선으로 환승하여 행신역에 내렸지만, 강변 쪽으로 고속철도 차량기지가 있어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한 방법이다. 봉대산이 있는 강매동으로 진입하여 노인정이 있는 강고산마을에서 제방을 따라 방화대교 밑까지 진행하여 창릉천의 수중보를 건넌다.

 

 

서울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방화대교는 서울특별시 강서구 방화동과 경기도 고양시 강매동을 잇는 총연장 2,559m의 교량으로, 비행기의 이착륙을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미관이 뛰어나서 남쪽의 개화산과 북쪽의 행주산성 등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 여름 서울에서 자전거로 달려온 하이킹 족들이 방화대교 교각아래서 시원한 막걸리로 피로를 달래는 곳이지만, 동장군의 기세에 밀려 자취를 감추고 찬바람만 세차게 몰아친다.

 

 

난지기점 5.5km이정표를 바라보며 시작되는 답사 길은 고양난지 습지지구다. 습지는 인간의 활동으로 발생된 물질을 정화하여 자연생태를 보존하는 자정능력이 있어 자연의 콩팥으로 부른다. 무성했던 버드나무와 갈대밭이 새들의 보금자리를 만들어주고, 강어귀의 모래톱에서 먹이를 찾는 청둥오리와 두루미의 날개 짓에 우리의 마음도 안정을 되찾는다.

 

 

철새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시설물이 갈대밭 사이로 이어진다. 얼음 덮인 샛강사이로 무성한 갈대숲과 푸른 강물, 창공을 날아오르는 철새, 방화대교의 조화로운 모습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멋진 작품이다. 경기도와 서울시 경계지점인 난지교를 지나며 난지한강공원이 시작된다.

 

 

난지도의 마른습지에 한강물을 지속적으로 유입하여 생태 습지원을 만들고, 생태수로에는 정수된 한강물을 이용하여 수생 식물 및 어패류를 관찰할 수 있는 학습장으로 꾸미는 등, 습지지구로 조성하여 주위 환경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공원으로 꾸미고 있지만, 자연에 맡겨두느니만 못할 것 같다.

 

 

난초와 영지가 자라던 아름다운 섬. 난지도가 수난을 당하여 쓰레기 산으로 버림받았던 그곳에 월드컵의 함성이 메아리 치고, 105만평의 너른 대지위에 평화 공원, 난지 공원, 하늘 공원, 노을 공원의 이름을 달고 우리에게 돌아온 것이다. 한번 파괴된 자연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지만, 서울시에서 한강 르네상스 사업으로, 옛날의 아름다운 섬으로 돌려놓기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으니 기대해 볼만하다.

 

 

한강의 기적을 실감할 수 있는 한강변의 변화는 난지공원 전망대에서 시작된다.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중심으로 고층빌딩이 현란하게 솟아오르고, 한강다리를 질주하는 차량들, 강심을 가르는 요트와 윈드서핑, 걷는 사람, 뛰는 사람, 자전거 메니아들, 모두들 좋은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자고 의욕을 불태운다.

 

 

월드컵 경기장을 사이에 두고 한강으로 유입되는 홍제천은 종로구 평창동에서 발원하여 마포구 성산동을 경유하는 11km의 2급 하천으로 불광천과 녹번천을 아우르고 있다. 참고로 한강으로 유입되는 서울의 하천으로는 강남쪽으로 고덕천, 성내천, 탄천, 반포천, 안양천과 강북쪽으로 향동천, 홍제천, 봉원천, 욱천, 중랑천, 등 10개에 이른다.

 

 

양화대교북쪽 기슭에는 “양화나루와 잠두봉” 유적지가 있다. 양화나루는 서울에서 양천을 지나 강화로 가는 중요한 길목으로, 조선시대 병선 훈련장이 있었고 강가에 버들이 많아 버들 꽃이라는 지명으로 부르게 되었다. 인근에 있는 잠두봉은 20여 m의 기암절벽으로 1866년 병인양요 때 방어기지로 사용했으며, 많은 천주교신자들이 처형당한 곳으로, 천주교에서 병인순교 100주년을 기념하여 절두산 정상에 한국순교자 박물관을 세웠다.

 

 

당인리 화력발전소를 지나면 강 건너 밤섬이 나타난다. 밤섬은 1968년 여의도를 개발하며 골재를 조달하느라 사라졌다가 모래가 쌓이고 억새와 갯버들 등 습지식물이 자생하면서 섬이 다시 생겨났다. 밤섬에는 큰기러기와 가창오리 등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7종 등 모두 582종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어, 환경단체에서 국제적인 습지보호구역인 ‘람사르 습지’로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해질녘 하늘을 날아오르는 철새들과 여의도 빌딩숲이 멋진 조화를 이룬다.

 

 

마포대교 밑으로 마포나루의 흔적을 볼 수가 있다. 여의도 백사장을 지나 시흥으로 가는 길이 연결되는 용산강 하류에 있는 포구로서, 삼남지방의 곡식과 새우젓 등 젓갈류의 집산으로 유명하였다. 이 부근에는 소금배가 자주 왕래하여 이를 매매하는 사람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염리동이 생기고, 용강동 일대에는 젓갈류와 소금 등을 보관하는데 필요한 옹기를 만드는 옹리가 있었다고 한다.

 

노들나루로 부르던 노량진은 서울과 과천, 시흥을 연결하는 조선시대 9대 간선로 중에서 충청도와 전라도 방면으로 향하는 길목이었다. 1899년 9월 인천-노량진 구간이 개통되고 이듬해인 1900년 7월 한강철교가 준공됨에 따라, 주요 교통수단이던 뱃길도 뒷전으로 밀려나고 노량진과 영등포 일대가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되었다. 용산역을 중심으로 150층의 초고층 랜드 마크 타워가 준공되고 나면, 여의도와 어우러지는 한강 르네상스의 중심축으로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게 된다.

 

 

동작대교를 따라 한강을 건너면 국립현충원이 자리 잡고 있다. 관악산 공작봉을 주봉으로 한강을 굽어보며 조성된 43만평의 면적에 16만 3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이 잠들어있는 곳이다. 민족의 비극인 6.25전쟁이 끝나면서 장렬하게 산화한 영령들을 모시기 위한 방안으로 1955년 국군묘지로 안장하여 오다가 1965년 국립묘지로 승격하여 독립투사와 애국지사들의 유해를 모시고, 기관 명칭도 국립현충원으로 격상하였다.

 

 

가수 혜은이의 제3한강교로 유명한 한남대교는 한강에 건설된 네 번째 교량으로, 강남개발의 효시를 이루며 서울과 부산을 연결하는 경부고속도로의 관문이다. 한강이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름답게 조성한 시민 공원이 있기 때문이다. 강북에는 난지지구, 망원지구, 이촌지구, 뚝섬지구로 강남에는 강서지구, 선유도공원, 양화지구, 여의도 지구, 반포지구, 잠원지구, 잠실지구, 광나루 지구 등 각종 체육시설과 오락시설이 마련되어 서울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서울에서 안양천과 함께 가장 큰 중랑천에 도착한다. 의정부시 수락산 북쪽 계곡에서 발원하여 14개 지류가 합류하는 전체길이 약 36.5㎞, 서울시 경계에서 19㎞를 흘러 한강으로 유입된다. 중랑천지류 중에서 가장 주목할 하천이 청계천이다. 북악산과 인왕산, 남산에서 모여든 물골이 도심지를 관통하는 청계천이 6.25전쟁이후 서울로 몰려드는 피난행렬로 청계천주변에 둑 방촌이 형성되고 마구 쏟아내는 오물과 생활하수로 시궁창이 되고 말았다.

 

 

악취 풍기는 청계천을 콘크리트로 덮어버리고, 천형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미생물도 살지 못하는 죽은 하천으로 신음하던 차, 도심지를 살리자는 환경보호 단체들의 요청에 의해 2003년 7월부터 시작된 서울시 청계천복원사업이 2년여의 공사를 마치고, 2005년 10월 1일 우리의 품으로 돌아왔다. 새로 태어난 청계천이 서울의 숲과 연계되는 그린벨트를 형성하며 도심지의 공기를 정화하고 삼복더위의 온도를 2-3도나 낮추어주는 일석 삼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으니 쾌적한 환경 속에서 장밋빛 무드가 펼쳐진다.

 

 

뚝섬유원지에서 바라보는 강 건너 청담동 아파트 숲이 장관을 이룬다. “桑田이 碧海”라는 말이 실감나게 뽕나무밭이 무성하던 삼전나루에 무역 센타를 중심으로 빌딩들이 하늘 숲을 이루고 88올림픽의 팡파르가 울려 퍼졌던 잠실종합 운동장이 그 위용을 자랑한다. 또한 석촌 호수는 롯데 재벌이 꿈을 펼치고 있는 곳이다. 성남비행장의 이착륙에 지장이 있다는 항의로 14년간 줄다리기를 하던 끝에 공사가 진행 중인 제2롯데 월드(112층에 550m)가 완공되면 잠실일대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 할 것이다.

 

 

올림픽 대교를 지나며 사람들의 발길도 뜸하고, 버드나무 숲길이 펼쳐진다. 뚝섬유원지와 함께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사랑을 받던 광나루 유원지. 엄동설한에 속살을 드러낸 수양버들 사이로 평화롭게 물장구치는 청둥오리와 강 건너 빌딩숲이 자연친화적인 모습으로 조화를 이룬다. 난지기점 26km 표지판을 지나며 광나루에 도착한다.

 

 

서울의 동쪽에 자리 잡은 광나루는 조선시대 영남, 강원, 충북지방에서 한양으로 들어오는 길목이다. 특히 충주와 춘천에서 뱃길로 운반된 세곡선을 관리하는 좌도수참전운판관(左道水站轉運判官)이 광나루의 조운을 관장하였다. 육로 교통이 발달되지 못한 그 시절, 정부에서 관리하는 물품뿐만 아니라 민간인들의 생필품도 모두 배로 운반하므로 강의 포구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교통의 요지로 발전하였다. 歲月無常이라 광진교와 천호대교가 건설된 뒤로는 나루터의 기능이 상실되었으나, 교통의 요지임에는 변함이 없어 3번국도와 강변도로가 지나고 지하철 5호선이 강 밑으로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