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국

태산 가는 길.1

김완묵 2011. 10. 8. 04:06

일시: 2011년 9월29일 - 10월 3일 (4박5일)

장소: 중국 산동성

 

 

 

                                       1부 : 도교의 발상지 노산

 

백두산 트레킹이후 2년 만에 외국산행으로 태산을 찾아가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어린 시절부터 동경의 대상으로 삼아왔던 바로 그 산을 찾아간다는 설레 임으로 밤잠을 설치며 기다려왔다. 2시간이 넘는 전철로 제2국제여객터미널에 들어서니 일찌감치 자리 잡은 사람들로 시끌벅적한 가운데 4박5일간 고락을 함께할 용마산악회원들(대장 승병호)과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중국과 국교가 수립된 이후로 활발한 교역이 이루어지고 중국의 청도와 인천을 오가는 항로가 개설되어 (주 3회)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일각이 여삼추 같은 우리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출항시간 2시간이 지나도록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으니 여기저기서 불평의 소리가 터져 나온다.

 

19시 반이 되어서야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거대한 몸집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리가 타고 가는 위동해운의 “뉴골든부리지호”는 29,500여 톤에 길이가 195m 나 되는 거대한 선체로 화물과 함께 700여명을 싣고 45km의 속력으로 달려 16시간 만에 청도에 도착한다.

 

 

평정심을 찾은 우리는 밤바람이 시원한 갑판에 자리를 잡고 술잔을 돌리며 태산에 대한 동경심으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태산이 있는 산동성은 중국에서 가장 동쪽에 위치한 지리적인 여건으로 삼국시대 이전부터 교류가 활발하였다. 백제가 요서경략의 전초기지로 활용한 곳이고, 신라의 해상왕 장보고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곳이다.

 

 

신라 흥덕왕 3년 전라남도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한 장보고는 한, 중, 일 무역권을 제패한 뒤로 무역이 번창하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산동반도에 법화원이라는 절을 짓고 본국에서 스님을 모셔와 법화경으로 설교를 하고 신라인들이 거주하는 마을을 신라방이라 하여 교민사회를 하나로 결속시켜주는 장소로 활용하였다고 한다. 산동성은 면적이 15만㎢로 남한의 1.5배에 1억이 넘는 인구를 가지고 있다.

 

 

밤새 달려온 여객선이 중국영해로 접어들며 어둠이 가시는 바다에는 어선들의 불빛만이 가물거린다. 기대했던 일출도 구름 속에서 숨바꼭질하듯 싱겁게 끝이 나고 수평선 너머로 하나둘 섬들이 나타난다. 기착지인 청도가 어떤 모습으로 선보일지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모두들 갑판위로 올라온다. 가장먼저 반겨주는 것이 노산이다. 영암의 월출산과 북한산을 한데 모아놓은 것처럼 해안가를 따라 기암괴석이 불꽃처럼 화려하게 펼쳐진다.

 

 

청도가 가까워지며 해안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시가지가 단번에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인천의 송도 신도시를 연상하는 7-80층 빌딩들이 해안가를 가득 메운다. 인구가800여 만 명이라면 부산보다도 크고 서울에 버금가는 대 도시가 아닌가? 상해의 번화가보다도 화려한 모습에 그저 넋을 잃고 만다. 산동성의 성도는 제남이지만 경제의 중심은 단연 청도가 으뜸이라고 한다. 인천과 청도의 거리가 544km이고 가장 가까운 위해시에서는 383km에 불과하니 산동성에서 우는 닭소리가 우리나라까지 들린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가까운 이웃이다.

 

 

세관을 빠져나온 시간이 11시 30분. 현지 가이드(현호)와 미팅이 이루어지고 차에 오르니 리무진 버스가 우리를 기다린다. 중국 여행이 4번째인데 이런 대접을 받아 보기는 처음이다. 푹신한 의자에 몸을 싣고 시내에 있는 중국식당에서 점심부터 해결한다. 시내에서 동쪽 해안을 따라 1시간 동안 이동하면 노산입구에 도착하고 이곳에서 우리가 타고 온 버스에서 내려 셔틀버스로 갈아탄다.

 

 

노산은 도교의 발생지이며 노자에 의해 도교가 창시되었다고 한다. 춘추전국시대의 인물로 공자의 스승이며 도덕경을 중심으로 설교를 하지만 당시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그 후 장자에 의해 크게 발전하고 노장사상에 민중의 미신적 성격이 들어가면서 중국의 도교로 완성되었다고 한다. 또한 노산은 태극권의 창시자인 장삼풍이 이곳에서 태극권을 연마하고 왕중량도 이곳에서 전진교를 창시하였다고 한다. 그만큼 노산은 중국문화에 많은 영향을 끼친 성산이며 십대명산에 들어갈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셔틀버스로 갈아타고 올라가는 8km의 굽이마다 도교의 성지를 암시하는 석상을 비롯한 부조물들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도교의 신봉자인 이태백과 진시황제의 모습을 볼 수가 있고 주역의 심오한 64궤도가 벽면을 장식한다. 장삼풍의 석상은 살아 움직이는 듯 활기가 넘쳐흐르고 마지막 굽이를 돌아서면 황금소를 타고 있는 노자의 상이 압권이다.

 

 

드디어 케이불카를 타는 주차장에 도착한다. 천지순화 문에서 바라보는 노산은 온통 바위투성이로 우주만물을 창조한 조물주가 빗어놓은 걸작 품이다. 노산을 오르자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계단을 따라 도보로 가는 길(1시간 소요)과 케이불카로 자광동굴 앞까지 가는 방법이다. 당연히 걸어서 올라가야 하지만 인천에서 2시간 늦게 출발한 것이 빌미가되어 지장을 받는다. 케이불카는 4시까지만 운행을 하고 주차장의 셔틀버스도 5시면 철수를 하기 때문에 도보로 올라간다면 둘레길을 걸을수 없다는 설명이다.

 

8.000원의 대금을 지불하고 4인승의 곤돌라에 몸을 싣고 공중을 날아오르는 것도 주위를 감상하기에는 색다른 맛이 있다. 걸어서는 경험할 수없는 진풍경을 만끽하며 10여 분만에 곤돌라에서 내려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정상에는 군부대가 자리 잡고 있어 오를 수가 없고 정상을 가운데 두고 돌아가는 둘레길이 4km에 걸쳐 조성되어 어느 쪽으로 돌아도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노산에는 6개의 등산로가 있지만 우리가 오르는 거봉코스가 대표적이다.

 

 

가파른 계단 길. 계단으로 시작하여 계단으로 끝이 나는 노산이다. 6km가 넘는 등산로가 흙 한번 밟아보지 못하고 계단으로 이어지니 그 수를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중국의 만만디가 백년대계를 생각하며 만들어놓은 걸작 품이다. 2003년에 개발을 시작하여 북경 올림픽이 열리는 2008년부터 관광객을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1.134m의 높이를 가진 노산은 웅장함보다는 수석 전시장처럼 기암절벽을 이루는 바위산으로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신하들을 보냈을 정도로 이름 있는 명산이다.

 

 

노산의 八門중에 첫 번째 관문인 이문을 지나면 좌우로 갈라지는 둘레길이 나오고 우리는 시계방향으로 돌아간다. 국경절(10월1일)을 맞아 노산을 찾는 관광객들이 제법 많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까지 등산문화가 발달되지 않아 케이불카로 전망대 까지 올라오는 코스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든다.

 

 

곤문을 지나며 건너편의 재성각과 선천교가 모습을 드러낸다. 수 백길 절벽위에 날아갈듯이 자리 잡은 재성각(팔각정) 과 협소한 계곡을 가로지르는 선천교가 보기에도 아슬아슬하다. 건곤동 가는 길에 산굽이를 돌때마다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 붉은 마가목이 바위 틈 사이를 비집고 절정을 이룬다.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한 가을날. 백옥 같은 바위 틈사이로 푸른 침엽수들이 조화를 이루고 먼발치로 푸른 바다가 넘실대는 노산이야말로 천하제일이 아닌가.

 

 

운소동굴을 지나며 나타나는 철삭교. 월출산의 구름다리와 흡사하다. 수 백길 벼랑위에 걸린 다리는 보기만 해도 아찔하고 스릴이 넘친다. 우리조상들이 동양화의 소재로 삼았으면 더 없는 소재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협곡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서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五感이 놀라고 감탄사가 절로 나는 산등성이와 깊은 계곡에는 삼라만상의 보물들이 무수히 깔려있다. 오봉선관에 올라서면 그 유명한 노산맥주가 기다리고 있다. 청도맥주가 제일이라 해도 노산맥주를 따라올 수 없다는 주모의 수다가 허풍만은 아니다. 시원한 맥주로 입가심을 하고나면 漸入佳境(점입가경)이라 노랫가락이 절로난다.

 

 

만고강산 유람 할 제 삼신산이 어디메뇨.

죽장집고 풍월실어 봉래산을 찾아가니

서산에 해는 지고 월출 동녁 달이 뜬다.

어 화 벗님네야 우리 님은 어데 갔나

어화 좋다 어화 좋아 우리 님을 찾아가자.

 

 

오봉선관을 지나면 군부대로 가는 임도가 나오고 임도를 가로질러 숲속으로 내려선다. 피톤치드가 꿀물처럼 흐르는 숲속은 정성스런 보살핌으로 울창한 삼림을 이루고 있다. 갈림길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계단을 숨 가쁘게 오르면 산마루에 강문이 반겨준다. 동쪽으로 바위벽에 새겨진 福 자가 인상적이다. 바위에 글자 새기는 것을 좋아하는 중국 사람들이지만 수 백길 절벽위에 무슨 재주로 글씨를 썼는지? 신기하기만하다.

 

 

복자를 바라보는 전망대에 올라서면 노산의 뒤편이 파노라마를 이룬다. 한 굽이를 돌때마다 달라지는 형상과 풍경들, 숨겨진 비경 속에 끝을 알 수없는 수석 전시장에서 자연의 위대함을 실감한다. 바위를 돌아서면 중국 사람들이 자랑하는 아슬아슬한 계단 길이 수직절벽에 걸려있다. 황산에서 볼 수 있는 그런 길이 이곳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바위틈에서 흘러내리는 석간수를 받아 놓는 샘물은 산불이 났을때 사용하려는 방화수라고 한다. 또 한 굽이 계단을 올라서면 노자의 도덕경이 바위에 빼곡히 적혀있다. 사람의 정신력이 어디까지인지는 몰라도 글자 하나하나에 혼이 들어있는 듯하다. 다시 몇 걸음 계단을 따라가면 도덕경 上篇이 있어 둘을 합해야 완전한 도덕경의 문장을 이룰 수가 있다.

 

 

바위에 글자가 새겨진 간문을 지난다. 금강산의 금강문과 비슷하게 바위들이 겹친 삼각형 문이다. 곳곳마다 아름다운 전망대가 있어 발걸음이 느려지고 진문을 지나 가파른 계단에서 온몸이 파김치가 되고 만다. 그래도 주위에 펼쳐지는 절경에 눈을 뗄 수가 없고, 드디어 선문을 지나면 둘레 길을 돌면서 보았던 재성각(팔각정위)에 올라선다. 정상의 군부대가 코앞에서 손짓하는 이곳은 노산의 전망대라 할 수 있다. 산과 계곡, 하늘과 바다가 함께 어우러지는 절경들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아슬아슬한 선천교를 지나 협소한 전망대에 올라서면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 선천교 아래 계단길이 또 하나의 비경이다. 경사각이 심한 계단에서 잠시라도 한눈을 팔다가는 수십 길 절벽으로 굴러 내릴 판이다. 곡예를 하듯 아슬아슬한 계단을 내려오면서 뒤돌아보는 그 길이 현기증이 일도록 아찔하다. 둘레 길도 끝이 나고 케이불카 승강장에 도착하지만 진 작에 끝이 나고 주차장에 있는 셔틀버스마저 떠나갈 시간이다.

 

 

계단 길에서 40여 분간 사투를 벌이며 주차장에 도착하니 5시 30분. 고맙게도 우리가 타고 갈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태산의 명성에 가려 별로 알려지지 않은 노산이 아름다운 절경을 숨기고 있을 줄이야. 도교와 태극권의 발상지라는 신비함도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진 합작품이고 잘 정비된 트레킹 코스가 노산을 찾는 이들에게 더없는 감흥을 안겨준다. 태산을 찾아가는 길목에 잠시 들려가는 곳으로 알았던 노산의 진면목을 발견하게된 것이 이번여행의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뉴 골든 부릿지호

 

 

 

 

 

 

 

 

 

 

                                                                              멀리서 바라보는 노산의 전경

                                                                                  청도시의 마천루

 

 

 

                                                                               용마산악회 13인

 

 

 

 

                                                                                            노산 입구에서

 

 

                                                                           노산 둘레길 조감도

 

                                                                                     가이드 현호와 함께

 

 

 

 

 

                                                                           계단으로 이루어진 둘레 길

 

 

 

 

 

 

 

 

 

 

 

                                                                                         제성각과 선천교

 

 

 

 

                                                                                                마가목의 열정

 

 

                                                                    

 

  

 

                                                                                     구름다리위의 승대장

 

 

 

 

                                                                              노산 맥주 최고라

 

 

 

 

 

 

 

                                                                      한번만 처다봐도 복을 받을 지어다

 

 

 

 

                                                    

 

 

 

                                                                                노산의 상징!11111111111

 

 

 

 

 

 

 

 

 

 

                                                                               날아갈듯 올라앉은 재성각

 

                                                                                              정상의 군 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