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시>
시인 주 진 하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갈수록
점점 더 커 보이는
당신
왜 자꾸 커 보일까
산 사랑, 그 열정 때문일까
따뜻한 인간미
불타는 정의감
새록새록 묻어 나는
핑크빛 사랑
그리고 또 뭔가가 진하게
흐르는 게 있어
감로주 같은 맛
만날 때마다 그것을 느끼게 하는
당신
그런 당신이 너무 좋아
나 자리 깔고 눌러 앉았네
그 시원한 그늘 밑에서
실컷 마시며 취하고 놀다가
해 떨어지면 함께 동무하려고
<서평>
전호영
사랑하는 사람과 20여년을 함께 했다면 더구나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도 그 사랑이 이어졌다면 과히 그 사랑은 진실했노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산을 시작하였다. 산을 시작하면서 쓴 글 또한 늦은 나이에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산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과 글에 대한 억누른 열정이야 당장의 생활고와 현실적인 한계 앞에 우선순위가 될 수 없었다.
그리고 지천명의 나이 50대에 과히 바람처럼 구름처럼 전국의 산하를 떠돌게 된다. 20대의 객기와 30대의 불안정과 40대의 몸사림도 없이 하늘의 뜻을 아는 여유로움으로 크고 작은 산을 깨알 같은 글로 기록해 갔다. 물론 여기에는 성인으로 자란 자식들의 열렬한 응원과 사랑하는 아내의 전폭적인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5년 전 『바람과 구름이 머무는 곳』을 상재한 후 백두대간의 대서사시라 할 수 있는 『백두대간에 부는 바람』을 세상에 내놓는다. 두 권의 책이 산을 다니면서 기록한 산행수필집의 형태에서 동일하다 할 수 있으나 이번 『백두대간에 부는 바람』은 민족의 등뼈인 백두대간의 남한 지점 향로봉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 체계적인 기록의 완성이라는 데 그 의의가 크다 할 수 있다.
또한 20여 년의 산행에서 묻어나오는 산꾼의 여유로움과 수필가로서의 끊임없는 노력이 보태져 과히 백두대간의 대서사시라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독자들은 이 책을 접하면서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서 작가의 관점을 이해해 보도록 하자.
작가는 산경표에 의한 1대간, 1정간, 13정맥의 구분을 충실히 기초한다. 백두대간의 북쪽 지역(910km)을 뺀 남한 지역(662km)의 대간 기록이 이 책의 주요 구성이다. 13정맥 중에서 남한 지역 9개의 정맥도 작가는 완주하였다 하니 언젠가 그 기록들이 책으로 발간될 날도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1부는 백두대간의 개요와 1정간 13정맥의 기본 자료들을 수록하였고 2부 강원지역, 3부 중부지역, 4부 남부지역, 5부 지리산 자락에서 백두대간 남한 지역의 대서사시가 펼쳐진다. 실로 몸소 발로 밟고 몸소 손으로 기록한 사실적이면서 가슴에 와 닿는 기록문학의 정수가 아닐 수 없다. 어떤 미사여구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느끼는 그 기록물에 견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6부 여가(餘暇)에서는 국제환경의 변화에 힘입어 좀처럼 올 것 같지 않던 백두산 트래킹과 금강산 탐방에 대한 기록들과 작가가 산악문학의 산실로 여기는 <시산> 가족들의 1박 여행 지리산 농평마을의 기록, 또한 한라산 겨울산행의 짜릿함과 드넓은 대륙 중국여행의 소회를 다루고 있다. 실로 여가가 여가가 아닌 대서사시의 말미가 아닐 수 없다.
풍운아는 작가의 호다. 사전적 의미로는 <좋은 때를 타고 활동하여 세상에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을 일컫는다. 산행수필가로서의 풍운아는 바람과 구름처럼 떠돌며 막걸리 한 사발에 산과 노니는 풍류가이다.
나는 김완묵 작가를 생각하면은 조선시대 2명의 인물을 겹쳐 떠올리게 되곤 한다. 바로 대동여지도의 김정호와 풍류시인 김삿갓이다. 몸소 발로 뛰며 기록하는 사실적 모습에서 김정호를, 구수한 농담과 흥에 겨운 가락에서 김삿갓을 닮았다 할 수 있다.
물론 나는 현대문명의 장점과 끊임없는 자기개발에 진력하는 김완묵 수필가가 이 둘의 장점을 합쳐 한국 산악문학에 지대한 한 축을 세울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작가는 800여 산을 올라 800여 편의 산행수필을 기록하였다. 이제 겨우 2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으니 잉크냄새 가득한 글들이 아직 서재에 가득 차 있는 셈이다.
이제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김완묵 작가가 산악문학의 산실에서 좀 더 편안하고 열정적으로 그 기록들을 정리할 수 있었으면 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최소 100년간은 우리의 후학들이 이 기록물을 바탕으로 좀더 정확하고 감동적인 정보들을 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런 지원도 없이 어떠한 보상도 바라지 않고 묵묵히 한국산악문학의 한 획을 그어가는 김완묵 수필가에게 산에서도 글에서도 편안히 그 길을 따라가는 후배로서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