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바람 나는 하이킹

전철타고 팔당에서

김완묵 2010. 11. 1. 19:55

 

일시: 2010년 11월 1일

팔당에서 의정부까지 52km

 

 

                                   강심을 가르는 자전거 길

 

소요산에서 신창으로 양평에서 용산까지 수도권에 전철이 닿지 않는 곳이 없고, 65세가 넘으면 경로우대라 하여 공짜로 탈수 있으니 이아니 좋은가. 더불어 자전거까지 탑승이 가능하니 강심을 가르는 자전거 동호인들에게는 천국이 따로 없다.

 

만산홍엽으로 물드는 호시절에 큰 마음먹고 팔당역으로 향한다. 출퇴근 시간에는 자전거 탑승이 금지되기 때문에 회룡역에서 새벽6시에 출발을 하면 회기역까지 30분이 소요되고 20분마다 운행하는 용문행 전철로 팔당까지 30여분이 소요된다.

 

4대강 살리기 일환으로 한강을 정비하고 고수부지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어 행주산성에서 팔당까지 완공하였으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즐겁고 내년이면 충주까지 연결된다고 하니 꿈같은 일이다. 초현대식 건물로 지어진 팔당역에 내려서면 자전거 동호인보다는 예봉산을 찾는 등산객들로 활기가 넘친다.

 

팔당대교 밑으로 내려서면 서울까지 탄탄대로 자전거 길이 열리고 유유히 흐르는 강기슭에는 머리 풀어헤친 갈대꽃들이 아침 햇살에 눈이 부시다. 소슬바람이 목덜미를 파고드는 고수부지에는 제철만난 코스모스가 여린 꽃대를 곧추세우고 고급 카페와 식당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버드나무숲 사이로 미사리 조정경기장이 펼쳐지고, 도심역을 지나며 고층 아파트들이 하늘높이 솟아오른다. 허허벌판의 황무지 땅이 천지개벽으로 발전을 거듭하여 와부읍이 생겨나고 공기 좋고 살기 좋은 주거지로 인기가 높은 보금자리다. 강바람을 가르는 자전거도로가 평탄하기만 하면 재미가 없는지라. 마을 어귀의 아름드리 고목나무가 반겨주는 비알 길에서 우리같이 아마추어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곳이라 자전거를 끌고 산 고개를 넘어야만 한다.

 

바다보다도 넓은 강심을 바라보며 신나게 달려가면 먼발치에 강동대교가 윤곽을 드러내고, 곧이어 한강으로 합류하는 왕숙천을 만난다. 왕숙천은 구리시와 남양주시의 경계를 따라 흐르는 하천으로 죽엽산과 주금산이 발원지가 된다. 왕숙천 고수부지를 한 바퀴 돌아서면 대형태극기가 걸려있는 수변공원이다.

 

공사 중인 암사대교를 지나면 아차산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산기슭에는 워커힐이 자리 잡고 있다. 아차산은 275m의 비교적 작은 산이지만 지리적인 요충지로 고구려와 백제. 신라가 한강유역을 차지하기 위해 250여 년 동안 각축을 벌였던 아차산성(사적 234)이 있고 한북정맥에서 분기한 수락지맥의 끝자락이기도 하다.

 

강 건너 암사동에는 우리 조상들이 터전을 잡은 선사유적지가 있어 태초에 인간이 강을 중심으로 생활하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은 한강을 가로 지르는 다리가 20여개가 넘지만 50년전 만 해도 한강대교와 함께 한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가 바로 광진교였다. 그 당시에는 강 건너 동쪽에 천여호의 집이 있던 곳이라 천호동으로 부르기도 했다.

 

워커힐을 돌아 광진구로 들어서면 한강을 사이에 두고 고층 아파트와 빌딩들이 한강의 기적을 연출한다. 또한 뚝섬 경마장을 개조하여 만든 서울의 숲과 새로 복원한 청계천, 응봉공원에서 남산까지 연결되는 그린벨트는 삭막한 도심지의 콘크리트 벽에 푸른 숲의 다리를 놓아 산소를 공급하는 허파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자전거 타기에서 가장 큰 애로는 엉덩이에 통증이 오는 것이다. 좁은 안장위에서 장시간 달리다 보면 몸의 하중이 엉덩이로 쏠리고 사타구니의 통증이 심한 경련을 일으키게 된다. 숙련된 메니아들은 엉덩이를 안장에서 띄우고 타면서 피로를 덜 수 있지만 대부분이 그런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서 무리하게 타다가 전립선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또한 바람을 가슴에 안고 타야하는 맞바람이다. 장시간 운행으로 지친 몸에 바람을 안고 달려야하는 괴로움은 자전거를 타 보지 않은 사람은 알지 못하는 애로 사항이다. 다리가 뻐근하도록 페달을 밟아보지만 속도계는 14km에 머물고 있으니 온몸에 힘이 쭉 빠지고 만다. 동력의 힘을 빌리지 않고 두발로 추진하는 자전거는 전신운동이다. 또한 조그만 장애물 앞에서도 고통이 따르는 운동이니 매사에 조심해야할 일이다.

 

팔당에서 30km지점을 통과하지만 의정부까지는 아직도 20여km가 남아있다. 걷는 운동은 힘이 들면 중간에서 자동차의 힘을 빌릴 수 있지만, 자전거는 목적지까지 스스로 해결해야하는 운동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체력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강으로 합류하는 중량천 입구에서 한양대쪽으로 방향을 튼다.

 

이곳부터 자전거 동호인들의 숫자가 늘어난다. 걷는 사람, 뛰는 사람, 나름대로 건강을 위해 열심이다. 한양대고수부지에 올라서면 젊음을 불사르는 축구경기가 한창이고 청계천과 갈라지는 징검다리를 건너며 힘차게 페달이 돌아간다.

 

서울에서 안양천과 함께 한강으로 유입되는 대표적인 중랑천은 도봉산과 수락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발원지로 하는 동북부 지역을 살찌우는 하천이다. 10여년 전만해도 가죽염색과 각종생활하수로 죽은 강물이었지만 부단한 노력으로 2급 생활하수로 되살아나 팔뚝 같은 잉어가 활개치고 두루미와 철새들이 모여드는 지상의 낙원이 되었으니 감개가 무량하다.

 

쉬엄쉬엄 달려온 길이 의정부로 진입하고 4시간동안 한강의 르네상스에 취해 신선놀음을 하였으니 몸은 파김치가 되었어도 마음만은 가벼운 깃털처럼 푸른창공으로 날아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