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시화전 : 시낭송.1
오월의 환상곡
김 완묵
병술 년 유월열흘 오후2시
한국과학의 요람에서
울려 퍼지는 결혼 행진곡은
참 사랑으로 맺어진 인연이기에 더욱 감미롭고
구김살 없는 웃음 속에 행복이 가득 담겨 있더구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비가 내리지만
물이란 우주 만물의 근원이요
모든 생명을 잉태하는 근본이라
비온 뒤에 떠오르는 태양은 더욱 눈이 부시고
한여름 뙤약볕 아래 튼실하게 자라는 곡식은
가을의 풍성한 수확을 예고하듯
신천지로 향하는 너희들의 발걸음에
하늘이 내려주시는 계시 이니라
모진 풍파와 시련이 있을 지라도
뿌리 깊은 나무로 키워 낸다면
온갖 새들이 찾아드는 보금자리가 되고
좋은 열매를 맺어 수확을 맛보는
행복이 찾아온단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신애야
지고지순한 사랑이 열매를 맺고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였으니
얼마나 행복하느냐
밝은 웃음 고운자태 잃지 말고
오뉴월 저 푸른 창공 을 향하여
장미꽃 한 아름 안고 달려가거라.
내 마음의 보석상자
원 진희
빛을 먹은 어둠이 땅거미처럼 파고 들어
더 높게 빛나는 산화의 꿈
햇빛에 타버린 향기마저 사랑하고
나 그대 생각 보석 상자에 넣어
간직하고 싶네
그대 그리다가 각인된 모습으로 남을 때
이토록 깊어진 그리움
판화로 새겨 아름다운 모습
가슴에 담아 드리고 싶네
파란 새 잎으로 태어나
가지 위에 그늘이 되고
바람이 할퀴고 간 산등성이에 남아 있을지라도
당신이 함께하는 선물로 남고 싶네
짙푸른 잎으로 덮어 가까이에서
앙상한 가지를 벌려 흰 옷으로
눈보다 하얀 겨울 그녀의 눈 속에 빠져
아름다운 세상 살아갈 보석상자로 남고 싶네.
북 어
권 순자
입 벌린 북어 한 마리
퀘한 눈에 허공을 담아내고 있다
숱한 울음 토해낸 북어
빈 가슴 들어 풍경소리 낸다
물길 수 백리 휘저으며 멀고 고단한 길 저어온
지느러미
바싹 마른 지느러미,
더 이상 바다를 그리워하지 않는다
한껏 가벼워진 몸 일으켜 허공으로
날아갈 기세다
세상의 날개 없는 것들아
가벼워진 몸 바람의 날개에 얹어보라
애타던 것 놓아버린
멍울진 몸 들어
금빛 지느러미 펼친 햇살에 올라보라
풍화한 얇은 생
지느러미 날개짓 해보라
간절히 마른 것들,
공중에 꽂히는 날개짓이 환하다.
천리 밖 문병
김 상경
콜- 어머니
전화를 해도
손사레를 친다 한다
서울-
남도 끝
그 길 만큼이나
아득하고 멀어진 길
마냥 그 소리가 그 소리려니
해가 지는 서문 앞
바람처럼 달려서
창문 밖
서성이고 오는 것을
구름 너머 아버지
마리아님 아실까.
분청자기부
김 응만
반쯤, 가리워진
휘장 안으로
바람이 걷어
열린 나신(裸身)아
티없는 가슴이 순결 같아
백옥의 반경에 지평(地坪)을 열어
흐르는 물, 산, 계곡, 폭포로 쏟고
뽑아낸 구비(口碑)는
열녀의 외론 넋을 담아
몰아쉬는 설레임으로
너와, 밤을 새우나니
섬섬옥수가 깨어져라
단아한 좌변
참선인 듯
안으면 차가운 아미
놓아 옥양목 빛
선녀 내려 목욕하는 날
봉황 깃 털, 칠 일로
뉘 대에 길을 묻는
너의 소재(所在)여!
두 사람
강 진원
이제 두 사람은 비를 맞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지붕이 되어 줄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춥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함이 될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더 이상 외롭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동행이 될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두 개의 몸이지만
두 사람의 인생에는 오직
하나의 인생만이 있으리라
이제 그대들은 집으로 들어가라
함께 있는 날들 속으로 들어가라
이 대지 위에서 그대들은
오래 동안 행복하리라
(어느 인디언 부족의 결혼 축시)
2010년 11월 20일
결혼하는 딸 은석에게... 아빠가
나의 봄
김 선숙
진눈깨비 날리던 자리에는
산과 골짝이 비를 맞고 있다
산을 허무는 곳은 패여져
황토 물이 흐른다
그리워하고 보고싶은 마음은
아픔이 된다
그래도 나는 기다릴것이다
나의 봄날을
덜녹은 눈속에서
따스한 봄을 속삭이는 달래, 냉이처럼
희망의 봄날이 온다고.
비오는 밤
하 명례
우리의 만남이 우연이라면
우리의 헤어짐은 필연이였나요
이룰 수 없는 사랑이
괴로움의 덩어리였다면
세월 흐른 이제는
그대 마음 편안하신지요
우연한 만남이 필연이 되고
필연의 헤어짐이 운명이 되어
아직도 끝나지 않은
가슴 시린 사연들이
남의 이야기 인 듯
내 이야기 인 듯
물 흘러 떠내려가는
비가 오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