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정맥 - 관악지맥
관악지맥 / 29km
백운산(567m)에서 북쪽으로 흘러 고분재, 바라산428m), 학현(하오고개), 국사봉(540m)을 거쳐 서울 청계산 산군의 봉우리인 이수봉(545m), 절고개, 매봉(응봉348m)을 지나 과천시가지로 내려간다. 과천시 찬우물에서 시가지 일부구간을 지나 중앙공무원교육원내 능선으로 이어진 산줄기는 관악산의 국기봉인 6봉(525m)으로 가파르게 치고 올라 8봉능선 갈림길과 관악산 정상(632m)인 연주대를 거쳐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남태령으로 내려선다.
우면산(293m)을 넘어온 지맥이 서울시 공무원교육원 뒷 능선으로 뻗어나가 경부고속도로를 건너고, 서초구청 앞 양재사거리를 지나 95봉을 거쳐 한강변에서 그 맥을 다하게 된다. 하지만 서초구청 이후는 도심지의 개발로 지맥을 찾기가 무의미 하므로, 서초구청 사거리나 경부고속도로변 양재천을 끝으로 하는 도상거리 29km의 산줄기를 따르게 된다.
제 1구간 : 백운산 - 찬우물 / 15km
관악지맥의 들머리는 여러 경로가 있겠으나, 진입로가 가장 짧은 왕곡동 버스종점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지하철로 의왕역에서 하차하여 마을버스 01-1번을 타고 30여분 만에 왕곡동 마을버스 종점에 내려 동쪽의 계곡을 따라 백운사로 오른다.
백운사는 현 위치에서 동쪽으로 3km지점인 백운산 중턱에 있었지만 1894년(고종 31년)에 발생한 산불로 가람이 전소되었다. 아래 마을에 살던 청풍김씨가 이듬해에 현재의 자리로 옮겨 중창하고, 근대 한국불교사를 대표하는 金烏 대선사가 머물면서 수행승들을 지도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1971년에는 비구니 정화(貞和) 스님이 도량을 개수하고, 현재는 2002년에 중건한 대웅전을 비롯하여 요사채 1채와 해우소 1채가 있는 작은 규모의 사찰이다.
백운사에서 오른쪽 지 능선을 따라 30여 분간 후줄근하게 땀을 흘린 뒤, 통신대 헬기장에 도착하여 상광교동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합류한다. 수원시의 진산답게 인근 주민들이 즐겨 찾는 백운산과 광교산은 주말이면 人山人海를 이룰 정도로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주위를 관조할 수 있는 조망 터로 손색이 없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백운산 정상의 통신 탑을 바라보며 오르는 오솔길에는 갈림길마다 자연석에 그려진 이정표를 세워 산을 찾는 이들에게 포근한 정감을 안겨주고 심신이 피로한 도시인들이 잠시나마 자연의 품속에서 안주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흐뭇한 마음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정담을 나누며 오르는 비알 길. 헬기장을 지나며 가파른 비알길이 시작되고 통신대 정문을 지나며 시작되는 계단길이 수백으로 헤아리기 어려우니 한발 한발 내딛는 발걸음이 苦盡甘來라.
계단이 끝나는 정수리는 군부대의 철조망이 앞을 가로막고 삼거리 갈림길에서 관악지맥의 분기점이 시작된다. 오른쪽의 광교산에서 내려온 한남정맥이 계단을 따라 지지대고개로 향하고, 지맥은 철조망을 따라 왼쪽으로 돌아가면 백운산(567m) 정상석이 있는 너른 공터에 도착하며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남쪽으로 수원시내의 정경이 펼쳐진다.
벤치와 너른 공터에 시원한 조망까지 구색을 갖추었지만, 진짜 정상은 군부대 시설물이 있는 곳이라 민간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등산객들의 편의를 위해 이곳에 설치를 하였다. 북쪽으로 이어지는 지맥을 따라 560봉에 올라서면 서쪽으로 갈림길이 나온다.
서쪽으로 보이는 모락산(385m)은 산 전체가 바위로 되어있고, 북쪽 사면은 절벽으로 단애를 이루며, 정상 남서쪽은 아기자기한 암릉을 이루고 있다. 임영대군(臨瀛大君)이 세조의 왕위찬탈에 충격을 받아 매일 이 산에 올라 옛 중국의 수도인 낙양을 사모한데서 연유하여 모락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한강유역은 백제가 터를 잡고 나라를 세운 곳으로, 백제의 전성기인 근초고왕을 전후하여 축조된 산성이 둘레가 820m로 정상부와 남쪽의 374봉을 연결하였는데, 장축은 동서로 258m, 단축은 남북으로 175m이다. 이 지역은 삼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국경의 전략적인 요충지였는데, 고구려의 장수왕이 남진정책으로 개로왕이 전사하면서 세력이 약화된 백제는 공주로 천도를 하게 된다.
또 한, 모락산 전투는 6.25 민족상잔의 비극적인 전쟁으로 수원의 지지대 고개를 넘어서면 좌 전방에 수리산(475m)이, 우 전방에 백운산(567m)과 모락산(385m)이 서울을 사수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중공군이 거센 저항을 하던 難攻不落(난공불락)이다. 아군의 1사단과 미25사단, 터키군이 합동작전으로 중공군 663명을 사살하고 90명을 생포하였으며, 아군도 70명이 전사하고 200명이 부상하는 치열한 격전 속에 탈환하면서 1번과 47번 국도를 장악하고, 안양 영등포로 진격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정표(↑고분재 1,700m. 바라산 2,400m ↙오메기 마을 2,200m. 백운사 1,200m ↓광교산. 지지대고개 5,200m)를 뒤로하고 가파른 비알 길을 내려서면, 폐 헬기장에 무성한 억새가 바람결에 휘날리고 아름다운 풍광을 지나칠 수 없어 가던 길 멈추고 삼각대 펼치는데, 수원에서 청계산까지 종주하는 山客을 만나 반가운 인사와 함께 사진 한 장을 부탁한다. 464봉과 422봉을 넘나들며 성남시계를 돌아가는 이정표가 선명하고 서쪽으로 그림 같은 백운호수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바라산가는 길엔 호젓한 오솔길이 열리고, 만추의 고운 단풍 속으로 몸도 마음도 붉게 물들어 간다. 가지가지 뻗어 내린 능선마다 눈길이 가고 전망대 바위마다 올라서서 사주경계 분주한데, 낙엽 진 가을 산이 바른길 찾아가기에는 안성맞춤이라 이아니 좋을 씨고. 고분재 내림 길엔 갈참나무, 산 벗나무, 개 동백이 하늘을 가리고 27번 이정표의 고분재는 학의리와 고기동을 넘는 고개인데,↑바라산 730m ↓백운산 1,700m ←백운호수 2,300m →고기동의 이정표가 선명하다.
바라산을 하루산행으로 즐기는 데는 동쪽의 고기리에서 관음사로 올라오는 길이 제격이라, 서쪽의 속말로 내려서는 길이 백운호수로 연결되니, 四通八達의 고분재는 지금도 성시를 이룬다. 소슬바람 불어오는 산 사면에 낙엽이 우수수 휘날리고,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등허리를 타고 내리면 어느새 바라산(428m) 정상이다.
소나무 숲이 무성한 전망대 바위에 올라서면 정상석은 고사하고 이정표하나 없지만, 발아래로 백운 저수지 품에 안은 학의리가 그림 같고 서북쪽으로 관악산이 육봉, 팔봉, 연주봉까지 불꽃을 피워 올린다. 북쪽의 청계산도 남한산성 검단산도 시계방향 돌아가며 첩첩산중 이루는데, 남쪽으로 백운산의 통신 탑이 선명하고 광교산 너머로 칠장산은 어디쯤일까?
백운산과 모락산 자락의 넓고 넓은 11만평. 잔잔한 호수위로 아침 안개 피어오르면 하얀 구름이 계곡으로 흘러넘쳐 백운호수라 했던가? 농업용수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조성하였으나, 주변의 수려한 경관과 아름다운 산책로를 따라 시민들의 휴양지로 개발하였으니, 모락산에 올라 백운산과 바라산까지 산행을 하는 동안 품안에서 떠날 줄을 모르는 백운호수는 서울 근교에서도 이만한 휴양지를 찾기가 쉽지 않다.
로프가 걸려있는 절개지를 내려서면, 푹 꺼진 바라산재가 기다린다.↑하오고개4,000m ↓바라산 700m.백운산3,100m ←백운호수.북골2,000m →고기리 삼거리 2,000m의 이정표를 뒤로하고 NO-15번 고압철탑을 바라보며 급사면을 치고 오른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400봉에 올라서면 고생길도 끝이 나고, 425봉(우담산)에는 멋들어진 이정표(바라산1,600m에 20분이 소요)가 서있다.
백운호수의 지성터에서 성남의 석운동을 넘나드는 안부로 내려서며 청계산이 한 발짝 다가오고 완만한 오솔길을 휘적휘적 걸어간다. 만산홍엽으로 붉게 물들이던 나뭇잎도 낙엽 되어 발걸음에 채이고, 적막강산에 외로움을 달래주는 말동무가 되어준다. 368봉에 올라서면 오른쪽으로 학현고개를 지나 청계산으로 지맥이 연결되지만, 외곽순환도로의 장애물이 앞을 가려 우회로를 택하게 된다.
왼쪽으로 철조망을 따라 내려서는 능선에는 22-2번 이정표(←윈터마을 800m . →바라산 4,000m)가 반겨주고, 천주교 용산교회 공원묘지에서 바라보는 백운호수는 신비로움이 가득하다. 오른쪽의 사면 길로 내려서면 청계 요금소가 자리잡고 굴다리를 빠져 나오며 고속도로도 쉽게 통과한다. 윈터 마을의 진입로를 따라가면 하우현 성당이 나오고, 마을 뒤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르면 국사봉으로 연결되는 등산로가 소나무 숲속으로 열린다.
이곳은 우회로를 따라 가는 길이라 큰 의미가 없고, 고압전신주가 있는 341봉에 올라서면 청계요금소가 발아래로 펼쳐지고, 의왕쪽으로 서울외곽 고속도로가 미국의 하이웨이를 보는 듯, 눈부시게 화려하다. 또한 하오현 고개를 중심으로 공동묘지로 연결되는 지맥이 부처님 손바닥처럼 선명하게 내려다보이지만, 우회로를 따라 돌아오는 3km가 멀어만 보인다.
공동묘지를 지나온 관악지맥과 만나는 392봉에 올라서면, 너른 공터에는 산행안내도와 쉬어갈수 있는 벤치가 있고 의왕시에서 설치한 32번이정표(←윈터마을1,800m. 국사봉 640m→)를 바라보며 지맥을 이어가는 종주가 시작된다. 성남시와 의왕시의 경계선을 따라 진행되는 등산로는 안부사거리에서 본격적인 국사봉 오름길이 시작된다. 국사봉 바로 아래에서 커다란 암봉을 왼쪽으로 돌아 오른다.
국사봉(540m)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고속도로를 지나오는 어려움을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이, 지나온 지맥의 산줄기가 아득하게 멀어 보이는 백운산과 광교산까지 시원하게 뻗어 내리고, 모락산 자락의 백운호수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서쪽으로 의왕시와 군포시, 안양의 수리산이 정겨우며 서북쪽으로 관악산의 연봉들이 화려하게 불꽃을 피워 올린다.
청계산(618m)은 산세가 수려하고, 계곡에는 항상 맑은 물이 흘러 시민들이 즐겨 찾는다. 관악산과 함께 서울을 지켜주는 '좌청룡 우백호'의 명산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청룡산 이라고 했던 청계산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는 산이다. 경부고속도로를 지나며 오른쪽으로 보이는 청계산은 순한 육산이지만, 과천 서울대공원 쪽에서 보이는 청계산 정상의 망경대(618m)가 바위 암봉으로 위압감을 느낀다. 정상인 망경대는 정부시설물이 있다.
청계산의 시발점이기도 한 국사봉에는 많은 인파로 붐비고, 말끔하게 단장한 정상석에는 불사이군 조윤(조견)선생이 高麗 향한 일편단심으로 국사봉에 올라와 망국의 한을 달래면서 국사봉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국사봉을 출발해 이수봉으로 향하는 길옆에는 성남시에서 세운“시계등산로” 표지판이 있다. 이 표지판은 성남시 경계를 따라 주요지점마다 설치되어 있어 친밀감이 들고, 암릉을 오르내리며 463봉에 도착하면 왼쪽으로 청계사 갈림길을 만난다. 이수봉(545m)에 올라서면 커다란 정상석에 정여창의 일화를 담고 있어 한번 씩 음미를 하게 된다.
이수봉에서 동쪽으로 시원하게 뻗어 내린 철쭉능선은 봉오재를 지나 상적동 옛골로 연결되고, 청계산의 주능선은 서쪽으로 진행된다. 이수봉에서 10여 분간 거리에 있는 515봉에 도착하며 지맥은 왼쪽으로 돌아서고, 청계산의 주봉인 망경대와 헤어진다.
청계사로 내려서는 절고개는 사람들의 발길도 뚝 끊기고, 모처럼 호젓한 오솔길에서 망중한을 즐긴다. 서울대공원이 있는 오른쪽 능선을 따라 철조망이 시작되고 삼각점(450재설. 76년 건설부)이 있는 388.7봉에 올라 심호흡을 한다. 너른 헬기장이 있는 공터에 올라서면 간이매점이 진을 치고 서쪽으로 내려섰다, 올라서면 매봉(368m)정상이다.
과천 시내를 조망할 수 있도록, 테크로 만든 전망대에서 돌이켜보면, 청계동 윈터마을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청계사를 품에 안고 한 바퀴 돌아온 길이 멀기만 하다. 청계산기슭에 자리 잡은 이 사찰은 신라시대에 창건되어 고려 충렬왕10년(1284)에 대대적인 중창을 하고, 연산군이 도성 내에 있는 사찰을 폐쇄했을 때는 봉은사를 대신하여 선종의 본산으로 정해졌던 유서 깊은 곳이다.
서남쪽으로 삼각점이 있는 348.8봉을 지나 문원동갈림길(44번 이정표)에서 직진하여 42번 이정표가 있는 안부에서 이미마을 980m를 가리키고 있는 오른쪽 방향으로 내려선다. 계곡으로 내려서는 것 같지만, 작은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끼고 도는 사면길이다. 북서쪽으로 완만하게 내려가는 지맥은 묘지를 지나면서 족적이 희미하지만 제비울 미술관 아래 포장도로로 내려선다. 42번 이정표에서 인덕원 쪽으로 내려서는 길이 너무 좋아 주의가 요망된다.
과천-의왕 고속도로 밑으로 난 지하도를 지나며 큰 장애물을 통과하고, 제비울 음식점 앞에서 오른쪽으로 올라서야 하지만 60-70m에 불과한 낮은 능선에는 잡목이 무성하고 가시덤불이 엉겨있어 도로를 따른다. 왼쪽으로 과천시 폐기물 소각장 건물과 굴뚝이 보이고 잠시 후 사거리에서 새고개 길을 따라가면 다시 사거리가 나오고 왼쪽으로 진행한다.
8차선의 47번 국도가 지나는 삼거리에는 SK 갈현주유소가 있고, 인도를 따라 왼쪽으로 가면 찬우물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며 1구간을 종료한다.
제2구간: 찬우물 - 양재천 / 14km
제2구간의 종주가 시작되는 찬우물은 일명 갈현고개로 부른다. 갈현고개를 넘는 47번 국도는 과천에서 서울로 들어서는 관문으로,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건건동에서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에 이르는 일반국도로 길이가 112.4㎞에 이른다. 1구간을 다녀 온지 보름 만에 찾아온 관악산은 만산홍엽의 단풍이 낙엽 되어 땅으로 쏟아지고 소슬바람이 옷깃을 파고든다.
오른쪽 갈현동 이정표 방향 2차선 도로를 따라 간다. 곧바로 마루 금이 연결되지만 길도 없는 능선에는 무성한 가시덤불로 뒤엉켜 진행에 어려움이 많으므로 일단 도로를 따라가는 것이 편하다. 왼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주시하며 적당한곳에서 진입하면 오솔길이 열린다. 무성했던 나뭇잎이 바람결에 흩날리고 사각사각 밟히는 살가운 소리에 거친 숨소리도 아름다운 멜로디가 되어 숲속으로 줄달음친다.
사거리 안부에 도착하면 오른쪽으로 과천종합청사 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하며 등산로가 더욱 뚜렷해진다. 통신사령부 펜스를 끼고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중앙공무원연수원 건물이 나타나면, 그 앞을 가로지르는 시멘트 도로로 내려서게 되는데, 마루금은 연수원 안으로 들어섰다가 그 뒷 능선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연수원 주변으로 높은 펜스가 있어 마루금 진행이 불가하다. 따라서 펜스 옆으로 이어지는 시멘트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진행한다.
통신사령부 후문을 지나 밤나무길의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사유지 출입금지 경고문을 무시하고 진입하여 공무원연수원 펜스가 있는 개천으로 내려선 뒤, 펜스가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곳에서 개천 오른쪽의 능선으로 붙는다. 희미하지만 오솔길이 나타나고, 능선을 따라 올라서면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작은 계류를 건너 오른쪽의 능선으로 붙으면 미로와도 같은 연수원을 지난 마루금과 합류한다.
일반인들이 찾지 않는 외로운 길. 호젓한 오솔길이지만 능선을 바라보며 오르는 길은 진입로 찾기에 신경을 곤두세운 탓인지, 허탈감 속에서도 새로운 각오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총무”의 경계석이 있는 봉에 올라서면 모처럼 시야가 트인다. 올려다보면 六峰능선이요. 뒤돌아보면 청계산의 매봉부터 이어지는 지맥이 사행천을 이루며 공무원연수원의 경내를 지나고 있다.
안부에 내려서면 오른쪽에서 올라온 등산로와 합세하며 산길이 더욱 뚜렷해지고 편안한 마음으로 산길을 오른다. 로프가 걸려있는 암반을 올라서며 바위들이 나타나고, 고도가 높아지며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널찍한 전망대 바위에 올라선다. 아름다운 그림은 멀리서 보아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고 하지 않던가? 육봉을 가장 실감나게 볼 수 있는 마당바위는 힘들게 올라온 피곤한 몸을 쉬어갈 수 있는 휴식 터로 안성맞춤이다.
마당바위를 지나며 쌍묘가 나타나고, 심심찮게 나타나는 바위를 타고 넘는 짜릿한 맛에 지루한줄 모른다. 이제 육봉 능선으로 안긴다. 바위 절벽이 있는 곳에서 우회하여 암릉을 오른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안전산행. “나이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실감나게 예전과 같은 패기도 없어지고, 힘이 부치는데, 쓸데없는 객기는 부질없는 만용이 아닌가? 아슬아슬한 암봉을 넘나드는 젊은이들의 곡예를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산을 오르는 묘미는 누가 뭐래도 암릉미가 제일이다. 옹골찬 소나무들이 바위틈을 비집고, 조물주가 빗어놓은 수석들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한다. 아슬아슬한 3봉에서 6봉까지의 암릉미는 십년 묵은 체증이 한 순간에 뚤리는 상쾌함으로 감탄사가 절로난다. 높은 산이 별로 없는 우리나라는 아기자기한 암릉들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전망대 바위에 올라서서 지르는 고함소리는 自我實現(자아실현)의 만족감이다.
태극기가 휘날리는 六峰(525m)정상. 관악산의 전망 좋은 봉우리마다 국기를 계양하여 무려 11개의 국기봉이 있다. 정상에서 왼쪽으로 분기하는 관양능선은 인덕원으로 이어지고, 북쪽으로 진행하면 팔봉능선의 산자락에 안겨있는 불성사가 한 폭의 그림 같다. 태극기가 계양된 八峰(549m)정상. 왼쪽으로 이어지는 팔봉능선은 무너미 고개를 지나 삼성산(481m)으로 연결되며, 육봉능선과 함께 관악산이 자랑하는 암릉미의 白眉(백미)를 이룬다.
경기 五嶽으로 정평이 나있는 관악산은 사방으로 뻗어 내린 능선마다 동양화의 진수를 만끽하는 연봉들이 발길 닫는 곳마다 눈길 가는 곳마다 기암괴석으로 병풍을 두르고, 올라선 바위마다 시원하게 터지는 조망으로 선경이 따로 없다. 팔봉을 뒤로하고 송신소를 바라보며 이어지는 관악능선 또한 아슬아슬한 날 등이 연속된다. 신비스러운 입석바위를 지나며 가까워지는 송신탑은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철옹성으로 그 위용에 압도당한다.
안부에서 주능선으로 올라서면 송신소 앞 헬기장이다. 헬기장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연주암으로 가는 길이다. 송신소 펜스를 끼고 왼쪽 사면으로 진행하면 안부에서 이어지는 우회로와 만나고, 송신소를 지난 3거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주능선으로 연결되는 암봉에 올라서면 연주대와 기상대, 연주암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돌아보는 KBS송신소가 손에 잡힐 듯 근접해 있고 팔봉능선 너머로 관악산 서쪽 능선들이 파노라마를 이룬다.
두 번째 암봉에 올라서면 기상대와 연주대가 더욱 가깝게 보인다. 이어 쇠줄을 잡고 내려서면 연주암 사거리 즉 제4야영장에서 올라오는 깔딱 고개다. 우회로 보다는 전망 좋은 주능선으로 올라 주위를 바라보는 재미로 발걸음이 느려진다. 기상대 앞에서 우회로를 다시 만나고 잠시 후 연주대(632m) 정상에 올라선다. 사방을 둘러봐도 막힘이 없는 연주대. 한강 이남에서 가장 높은 산, 도봉산이나 북한산보다 규모는 작지만 수려한 산세와 뛰어난 암릉미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연주대를 뒤로 하고 쇠줄난간이 있는 암릉을 조심조심 내려선다. 뒤돌아보면 송신소에서 기상대로 이어지는 주능선이 오르지 못할 험준한 산세를 이루고, 남쪽으로 진행하는 지맥도 시원하게 터지는 조망으로 지루한줄 모르게 암릉을 넘나들며 관악문을 지나 넓은 헬기장이 있는 559봉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남태령으로 내려서는 능선과 사당동으로 내려서는 분기점이다.
지맥은 남태령쪽의 능선을 따르는 것이 당연하지만 남태령을 중심으로 군부대가 자리를 잡고, 우면산쪽으로는 경찰의 중요시설이 밀집되어 있는 관계로 사당동쪽으로 내려서는 일반 등산로를 따르게 된다.
사당역쪽으로 내려서는 능선에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20여 분간 주위를 돌아보며 414봉을 내려서면 마당바위에 도착하고 이곳에서는 서울대방향으로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잘생긴 남근석을 지나 헬기장에 도착하면 이정표(←사당역2.25km .연주대2.7km→)가 있고 거북바위를 지나 국기봉에 올라선다.
국기봉에서 보는 조망 또한 일품으로 남산타워를 중심으로 서울의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지며 북한산과 도봉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체육공원 삼거리에는 이정표(←사당역1.3km . 연주대3.3km→)가 있고 철조망을 따라 주택가로 내려서면 사당역이다. 47번 도로를 따라 남태령역까지 이동하여 방배 2동 전원마을로 들어선다. 마을 뒤편으로 약수터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등산로를 따라가면 경찰부대 펜스와 만나 주능선에서 지맥과 합류하게 된다.
남태령에서 우면산으로 오르는 갈림길을 만나며 등산로는 임도수준으로 변하고 모든 잎새 떨어진 참나무와 아카시아나무의 울창한 숲속으로 삼림욕을 하는 기분이다. 방배동의 전원마을에서 올라오는 산책로와 합류하며, 산불 감시초소도 지나고 조금은 비알 진 경사면을 올라서면 공군부대 정문과 요시고개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우면산 정상은 군부대 안에 있고 왼쪽의 사면길로 들어서면 줄줄이 이어지는 약수터, 강원도 숲속에서나 볼 수 있는 늪지대가 울울창창한 숲속에 푸른 이끼로 뒤덮고, 산책로 옆으로 야생화단지를 조성하여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친 환경 녹색공원을 조성하였다. 오늘 내가 걸어가는 이 길이 관악산과 청계산으로 둘러싸인 낮은 숲길이지만 도시민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자산이요. 공해로 찌든 도심을 정화하는 허파로서 우리가 가꾸고 보존해야할 소중한 자산인 것이다.
대성사 쪽에서 올라오는 갈림길과 합류하며 사면 길도 끝이 나고, 능선 쪽으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키 낮은 소나무가 숲을 이루는 소망탑 오르는 길. 진땀깨나 흘리며 266계단을 올라서면 커다란 돌탑이 있는 공터가 기다린다. 우면산(293m)정상은 군부대에 내어주고, 소망탑이 대신하여 이곳을 오르는 이들의 바람대로 하나둘 놓인 돌들이 커다란 탑으로 완성이 되고 심신을 단련하는 흐믓한 장면도 목격할 수가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도심지는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낸 빌딩들이 숲을 이루고, 소망탑을 뒤로하고 내려선 갈림길에는 이정표(↑자연생태공원1.000m ←태극쉼터350m ↓소망탑150m)가 있고 근처에 있는 지적 삼각점(205.34m)이 있는 봉을 다녀온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산책로를 따라 내려서면, 태극조기회 운동시설물이 있는 태극쉼터가 나오고 잠시 후에 앙증맞은 예술바위를 지나 호젓한 산책로가 이어진다.
한국교육개발원 펜스와 쪽문이 왼쪽으로 나타난다. 마루금은 개발원 안으로 연결되지만, 산책로를 따라 진행하면 먼발치로 경부고속도로가 보인다. 녹슨 철조망을 오른쪽으로 끼고 숲길을 따라가면 사거리 안부와 송전탑을 지나 정자가 있는 쉼터가 나온다. 고가로 지나는 경부고속도로(우면교)를 통과하여 우성아파트 정문으로 들어서면 야산으로 올라서는 산책로가 나온다.
낮은 구릉지대에는 아카시아 숲이 무성하고 곳곳에 운동시설과 벤치, 베드민턴장이 있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안성맞춤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콧노래 부르며 산책로를 따르면 왼쪽으로 서초구청에서 올라오는 산책로와 만나고 숲길도 점점 낮아지고 양재천이 내려다보이는 양재사거리에서 관악지맥도 종지부를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