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트레킹 . 7 - 영광의 상처
제 7부 : 영광의 상처
장백산 온천 호텔
빗줄기가 거세지며 짙은 안개가 우리의 몸을 감싼다. 변화무쌍한 것이 날씨라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세찬 비바람 속에 백두산 관리소에서 인원점검을 하고 새우등 능선으로 내려선다. 우리의 일정대로 진행한다면 차일봉(용문봉)의 사면 길을 돌아 달문에서 천지 물에 손도 씻어 보겠지만 지난번 폭우로 달문 오르는 계단이 붕괴되어 출입이 통제되었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백두산의 모든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려는 듯, 거센 비바람이 우비 속으로 파고들며 멋진 장면들이 주위에 펼쳐지지만 카메라를 꺼낼 엄두를 못 낸다. 악천후 속에서도 우리의 표정은 밝기만하다. 모든 일정을 완벽하게 소화 했으므로. 하루 종일 천지 트레킹에도 사람구경을 못했는데 천지를 보겠다며 올라오는 일행을 마주치게 된다. 충남 대학생들, 국토순례단의 일행인가? 달문의 통행금지로 천지를 보기위해 이곳으로 오른다는 그들의 바램 이 비바람으로 무산된다는 사실을 알고는 망연자실한 표정들.
아름다운 새우등. 비수같이 날카로운 암릉에서 아슬아슬하게 곡예를 하며 순식간에 생겨나는 실줄 같은 폭포들이 산책로를 집어 삼킨다. 소천지로 향하는 날 등의 무명봉에 올라서면 비바람 속에서도 장백폭포가 선명하게 바라보인다. 장백폭포가 정면으로 보이는 전망 봉이다. 좌측으로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옥백 폭포. 옥백봉(2649m)에서 흐르는 물이 급류를 타고 장관을 이룬다.
장백 폭포
이제 우리의 여정이 마무리되는 온천관광호텔과 매표소가 보이지만 내려가는 길이 벼랑이라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폭우 속에 벼랑길을 더듬어 내려간다.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이 순식간에 불상사로 변하고 만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것이 인간사 인가? 미끄러지는 발목이 나무뿌리 사이로 끼어들며 발목이 틀어진다. 심한 고통 속에 중심을 잡고 일어서보니 불편한 동작이지만 걷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 같아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옥백폭포
길가에 주저앉아 발목을 주물러보지만 난감한 현실 앞에서 어찌 해야 한단 말인가? 일행 중에 가장 먼저 내려오면서도 남들보다 먼저 장백 폭포를 다녀와야 하겠다는 강박관념이 불상사를 초래하고 만 것이다. 輕擧妄動(경거망동)을 자책하며 비상구급약을 가지고 있는 일행의 도움을 받아 응급처치를 하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점점 심해진다.
장춘시의 아침이 밝아온다
절룩절룩 다리를 끌면서도 인대가 늘어난 것으로 자가진단을 하며, 트레킹을 끝내고 당한 부상이라 千萬多幸(천만다행)이지 산행도중이라면 이 일을 어찌 수습할 수 있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도백하 주차장에서 장춘까지는 500여 km. 서울에서 부산보다도 먼 거리. 부상당한 몸으로 9시간동안 고통을 참아내야 한다는 생각이 아찔 하기만하다. 옹색한 차안에서 부어오르는 발등을 어루만지며 신중하지 못한 경솔함을 자책하며 반성하고 또 반성한다.
자정이 가까워서야 장춘의 호텔에 여장을 풀고 부어오른 다리에 얼음찜질로 하룻밤을 지새우며 귀국을 하였지만, 뼈에 금이 가고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다. 이 모두가 자업자득으로 영광의 상처를 가슴에 안고 내일을 기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