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트레킹 . 3 - 야생화
제 3 부 : 야생화 (남파에서 서파로)
주체 측에서 나누어준 개념도에는 관명봉(2,565m)에서 옥설봉(2,593m), 마천우(2,564m)로 종주를 하게 되어 있지만 험한 산세와 함께 등산로가 없기 때문에 오를 수가 없다. 해서 주차장에서 올라온 길을 되돌아 10여분을 내려오면 트레킹이 시작되는 1800고지에 도착한다. 일반 관광객은 천문봉(2,650m)에 올라 천지를 본 후 장백폭포를 보는 것으로 끝나기 때문에 남파에서 북파까지 트레킹 코스가 있는지 조차 모른다.
산을 사랑한다는 사명감으로 백두산의 분지를 횡단하며 야생화 단지를 탐방한다는 것은 내 생애 꼭 하고 싶은 목표중의 하나이다. 우리를 태우고 온 미니버스도 자취를 감추고, 수백만평의 초원 속에서 우리 일행(36명 가이드 3인 포함)은 서파 산장까지 5시간 동안 자연의 숲을 헤치는 트레킹이 시작된다.
처음으로 내딛는 발걸음이 허공으로 떠오르는 감각으로 중심을 잡기가 어렵다. 고산지대의 이끼와 키 작은 풀잎들이 오랜 세월동안 쌓이고 싸여 스폰치와 같이 탄력성이 생긴 탓이다. 때문에 폭우로 쏟아지는 빗물을 흡수하여 맑은 물이 흐르지만 수림이 울창한 낮은 지대에서는 산사태와 함께 흙탕물이 소용돌이를 치게 된다. 하늘도 무심하여 천지를 보여 주는 것으로 생색을 내더니 기어코 비를 뿌리기 시작한다.
주위에 펼쳐지는 야생화가 수십 수백종류에 이르지만 아는 것이라고는 열손가락에도 미치지 못하니 수 십년 산행경력이 무색하기만 하다. 이름 모를 야생화에 둘러싸여 진행하는 트레킹은 중국 국경수비대가 다니는 길목으로, 현지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따라가는 길이라 산행하기에 어려움이 없고 높은 고지에서 고도를 낮추며 진행하기 때문에 편안한 산행이 이어진다.
우리나라에도 덕유산의 중봉, 점봉산의 곰배령, 대덕산의 분주령, 대관령의 삼양목장의 야생화 단지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많은 인파로 훼손이 심하여 안타까움이 있다. 하지만 이곳 백두산의 야생화 단지는 사람의 발자취가 미치지 못하는 원시림 속에 숨어있어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곳으로 발길이 닿는 곳마다 탄성이 절로 난다. 트레킹 2시간 만에 하늘을 가리는 낙엽송 사이로 우렁찬 굉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일명 금강산 폭포다. 천지의 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계곡을 따라 흐르는 폭포는 수십 미터의 절벽을 타고 흐르는 삼단 폭포로 우리의 가슴을 시원하게 쓸어내린다. 가파른 비알 길을 내려갔다 다시 올라와야 하지만, 폭포를 보고 싶은 열정 앞에 장애물 이 될 수가 없다.
일 년의 대부분이 겨울인 백두산에 잠시 잠깐 왔다가는 여름을 시샘하며 형형색색의 들꽃과 녹색 초원이 펼쳐지는 백두산 트레킹. 잠시도 멈출 줄 모르는 빗줄기에 온 몸을 내 맡기고, 빗물에 밥 말아 먹는 도시락도 시장이 반찬이라 허기를 달랜다. 폭포의 상단으로 계곡물을 건너면 때맞추어 빗줄기도 가늘어지고 본격적인 야생화 단지가 펼쳐진다.
이곳이 대략 1,600고지로 국경수비대가 차량으로 다니는 임도가 나타나며 더욱 편한 트레킹이 펼쳐지고 단지별로 야생화가 군락을 이룬다. 멀리 고지에는 아침에 우리가 올랐던 관명봉과 옥설봉 , 마천봉의 화구들이 병풍을 두른 듯, 기암절벽을 이루고 그 아래로 경사가 완만해지며 진초록의 초원에는 구상나무와 야생화가 어우러져 그림 같은 분지가 펼쳐진다.
터리풀 : 산지에서 자란다. 높이 약 1m이다. 전체에 거의 털이 없고, 줄기는 곧게 서며 가늘고 길다. 잎은 어긋나고 잎자루가 길며 손바닥 모양으로서 3∼7개로 날카롭게 갈라진다. 꽃은 6∼8월에 흰색으로 핀다. 열매는 삭과(殼果)로서 달걀 모양 타원형이고 9∼10월에 익으며 가장자리에 털이 난다. 관상용으로 심으며 어린잎은 식용한다. 한국 특산종으로서 경상남도·경상북도·경기도·강원도 등지에 분포한다.
날개하늘나리 :산에서 자란다. 높이는 20∼90cm이다. 비늘줄기는 공 모양이고 지름 3∼5cm이다. 줄기는 원기둥 모양이고 크며 곧게 선다. 밑부분에 자줏빛 반점이 있고 윗부분에는 털이 약간 있다. 꽃은 7~8월에 1∼6개가 줄기 끝에 우산형 으로 핀다. 화피갈래조각은 6개이고 비스듬히 퍼져 끝이 약간 뒤로 젖혀지며 넓으며 거꾸로 선 바소꼴인데 황적색 바탕에 자줏빛 반점이 있다. 6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은 꽃잎보다 짧다. 열매는 삭과(殼果)로 10월에 익으며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이다. 관상용으로 심고 비늘줄기는 식용한다. 평안북도 ·함경남도 ·함경북도 등지에 분포한다.
층층이 꽃: 네모난 줄기에 짧은 털이 있으며, 키는 50㎝ 정도 자란다.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는 잎은 마주나며 잎자루는 줄기 위쪽으로 갈수록 짧아진다. 분홍색의 꽃은 6~9월경 줄기 끝과 가지 끝의 마디마다 돌려나는데 층을 이루기 때문에 층층이 꽃이라고 한다. 통꽃이지만 꽃부리가 4갈래로 갈라져 있으며, 수술은 4개, 암술은 1개이다. 봄에 어린순을 캐서 삶아 나물로 먹으며, 줄기와 잎을 6월경 캐서 말린 후 가루로 만들어 옴의 치료에 쓰기도 한다.
흐드러진 곰 취. 우리가 지나는 연도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노란 꽃대가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대산이나 점봉산을 하루 종일 헤매도 한 두 잎 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멸종이 되고 말았는데, 너무도 반가운 나머지 한 입 가득히 씹어보면 소태같이 쓴맛으로 진저리가 처진다. 예로부터 쓴 것은 약이요 단것은 독이라 하지 않았던가? 입안에 가득 넣고 꼭꼭 씹어 삼키는 맛이 나중에는 달착지근한 향이 오래도록 남는다.
곰취 : 식물 전체에 털이 거의 없다. 아주 굵은 뿌리줄기에서 나오는 잎은 길이가 85cm까지 자라기도 한다. 줄기에서는 보통 3장정도 잎이 나오는데 밑 부분의 것은 뿌리에서 나오는 잎처럼 심장 모양으로 잎 밑이 움푹 들어가 있으나, 윗부분의 것은 잎자루가 넓어져 줄기를 감싼다. 꽃은 7~8월에 노란 두상화(頭狀花)가 총상(總狀)꽃차례를 이루며 피는데 설상화(舌狀花)가 마치 꽃잎처럼 보인다. 어린잎을 봄철에 날것으로 또는 데쳐서 나물로 먹으며 말려서 묵나물로 만들기도 하는데 향기와 맛이 좋다. 중국에서는 뿌리를 상처 난 곳에 바르며, 허리가 아프거나 기침을 다스리는 데 쓰고 있다. 깊은 산 속의 물기가 조금 있는 곳에서 잘 자란다.
수리취: 1m 높이까지 자라고 줄기에 얕은 홈이 패인 듯 세로로 줄이 나 있으며 흰색 털이 있다. 잎은 어긋나고 달걀 모양이거나 달걀에 가까운 타원 모양이며 긴 털이 난다.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고, 잎 뒷면에는 흰색의 부드러운 털이 빽빽하게 난다. 8~9월에 지름 5cm 정도의 자갈색 꽃이 피는데 땅을 향한다. 총포(總苞)는 흰색 털로 덮여 있고, 꽃턱잎은 꽃 주위를 무성하게 둘러싸고 있는데, 꽃턱잎 조각은 끝이 뾰족하다. 열매는 삭과로 긴 타원 모양이다.
붓꽃 : 뿌리줄기가 옆으로 뻗고 잔뿌리가 나와 자라며, 키는 약 60㎝ 정도이다. 잎은 길이 30~50㎝, 너비 5~10㎜이다. 5~6월에 꽃줄기 끝에 지름 8㎝ 정도의 자색 꽃이 2~3송이씩 핀다. 꽃잎과 꽃 받침 잎이 구분되지 않는 꽃덮이조각[花被片] 6장을 가지며 이 가운데 안쪽에 있는 3장은 곧추서고 바깥쪽에 있는 3장은 옆으로 퍼지며, 가운데에는 자색 점들이 있다. 열매는 삭과(蒴果)로 익으며 씨는 갈색이다. 반 그늘진 곳에서 잘 자라며 뿌리줄기를 피부병 치료에 사용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