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트레킹 . 2 - 장엄하고 성스런 백두산
제 2 부 : 장엄하고 성스런 백두산
민족의 성산을 우리의 땅으로 오르지 못하고 이역만리 멀고 먼 길을 돌아 오르는 우리의 각오는 대단하다. 태초에 단군왕검께서 이곳의 신단수에서 나라를 펼치신 후로 고구려의 전성기 까지 만주벌판을 호령하던 중심지가 아니던가? 그 성산의 천지연못은 화산의 폭발로 생긴 호수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수면표고 2,189m)이라고 한다. 천지를 둘러싸고 있는 2,500m가 넘는 봉우리가 16개에 달하고 둘레가 14km, 평균수심이 213m에 최고 수심이 384m가 된다고 하니 가히 신비의 성산이라 하여 부족함이 없다.
북한과 중국의 국경선 철조망
압록강의 발원지
남파 오르는 주차장에서 우리가 타고 온 버스는 2일간 작별을 하고 이곳부터는 서틀 버스를 이용해야한다. 무거운 짐은 버스에 두고 2일간 산행에 필요한 짐을 배낭에 꾸린다. 장백산의 현판이 걸려있는 산문에서 인원점검과 함께 중국 가이드가 동승하면서 미니버스 2대에 나누어 타고 산문을 들어서면 울창한 수림 속으로 별천지가 펼쳐진다. 어느 장인의 손끝에서 다듬어진 정원수처럼 융단같이 부드러운 초원에는 야생화가 만발하고 구상나무와 자작나무 낙엽송이 사이좋게 공존을 하고 있다. 숲 사이로 흐르는 시원한 물줄기. 이곳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압록강의 발원지라는 사실을 알고는 코끝이 찡한 감동을 받는다.
낙타봉 주상절리
강물 따라 굽이굽이, 물길 따라 천리 길, 우리 조상들이 터전을 잡아 살아 온지 반만년, 우리의 힘이 강성할 때는 만주벌판을 호령했지만 국력이 약할 때는 압록강을 경계로 수없는 전쟁과 평화가 반복되던 전략적인 요충지. 지금도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철조망이 차창으로 스쳐가며 나라사랑의 징표로 가슴이 먹먹하다.
천의 얼굴을 가진 백두산. 백두산이라면 천지와 장백폭포를 먼저 연상하게 되지만 지금 우리가 오르고 있는 이곳은 화산 폭발당시 용암에 의해 생긴 압록강 대협곡사이로 화산폭발당시 불에 탄 나무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탄화 목 형성대를 지나 낙타봉 전망대에서 절정을 이룬다. 수십 길 단애를 이룬 협곡의 벼랑에는 만고풍상의 풍화 속에 깎이고 다듬어진 주상절리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절경을 이룬다.
소나기라도 한 줄금 하려는지 먹구름이 몰려오지만 우리가 지나는 연도를 중심으로 햇볕이 내려 쪼이고 있으니 이무슨 천지조화인가? 광활하게 펼쳐지는 초원은 끝이 없고 산등성이들이 겹겹이 포개진 사이로협곡을 이룬다. 백두산은 고도에 따라 식물의 분포가 확실하여 생태학적으로도 귀중한 보고라 하겠다. 1,500m - 1,800m 까지는 구상나무와 낙엽송이 주종을 이루고 2,000m까지는 자작나무가 군락을 이룬다. 한겨울의 모진 바람에 키가 크지 못하고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가지들이 부러져 앙상한 모습이다. 이후로 관목지대가 사라지고 융단 같은 초원지대가 펼쳐진다. 천연골프장으로 활용하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을 해보며 부드러운 초원위로 말달리는 연인들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행복에 젖는다.
차안에서 찍은 잔설의 아름다운 모습
구절양장의 임도를 따라 오르는 도중에 지난겨울 내린 눈이 7월 말에도 그대로 남아 있으니 자연의 신비함에 감탄하면서 남파 주차장에 도착한다. 검은 화산석에 천지라는 글씨가 선명한 주차장은 표고가 2,500m가 넘는 탓에 초본식물도 자라지 못하는 툰트라 지역으로 화산재와 앙상한 돌과 암석만이 우리를 반겨준다. 이곳은 대부분이 북녘 땅이지만 중국에서 관광객을 유치하기위해 사용하고 있는 곳으로 수년전에 개방된 곳이라 우리 말고는 한국 사람은 볼 수가 없다.
천지보다도 높은곳에서 물이 솟는다 - 압록강으로 흐른다
이곳부터 천지를 볼 수 있는 관명봉(2,656m)까지는 그리 멀지않다. 길옆으로 넘지 말라는 경고문과 함께 나이론 줄로 국경선을 표시를 하였지만 마음대로 넘나들며 사진을 찍어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으니 신기하기만 하다. 이웃 나라끼리도 마음대로 넘나드는데 내나라 내 민족이 사상과 이념의 갈등 속에 155마일 휴전선에 육중한 철책을 설치하고 각종 지뢰를 매설하여 나는 새도 넘지 못할 난공불락의 요새를 만들었으니 가슴 아픈 현실을 외면할 수가 없다.
구름이 몰려온 탓으로 관명봉의 모습이 희미하게 앞을 가려 우리의 가슴을 무겁게 한다. 관명봉 전망대에 올라서니 수십 길 벼랑 아래로 천지가 희미하게 선을 보인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지만,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20여분을 기다린 끝에 운해가 서서히 거치며 건너편의 천문봉(2,670m)이 신비의 베일을 벗는다. 신 바람난 가이드의 너스레를 뒤로하고 오늘의 트레킹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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