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풍에 낙엽지는 광교산
추풍에 낙엽 지는 광교산(582m)
시산 가을 산행 - 2008년 11월 9일-
아름다운 멜로디가 귓전을 파고든다.
새벽잠 설치며 달려온 몸이라 곤하게 잠이든 사이 어느덧 지하철은 군포역을 지나고 전상열 시인의 반가운 음성에 마음이 후끈 달아오른다. 부산에서 포항에서 대전에서 원정을 오고 경향각지의 회원들이 모두모여 엊저녁부터 술 파티로 정담을 나누며 신선노름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며 자랑이 늘어진다.
화서역의 개찰구에는 주진하 시인, 문영호 시인, 라 용준 교수가 아들 재균이와 함께 일찍 도착하여 반갑게 맞아주고 잠시 후 정선에서 온 전 재옥 시인까지 합류하여 재회의 기쁨에 분위기는 절정을 이룬다. 전호영 부회장이 마중 나온 차편으로 해장국집으로 이동을 하니 반가운 얼굴들이 반겨준다.
아침 시장 끼에는 뜨끈한 해장국이 제격인지라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수원이 자랑하는 장안문을 지나 광교산의 들머리를 찾아가면 우리 민속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항아리 화장실을 만나게 되는데 이외에도 반딧불이 화장실, 달맞이 화장실, 진달래 화장실, 다슬기 화장실 까지 지역 특성에 맞는 이름을 지어 우리들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면서도 멀리하고픈 곳을 친근감 있고 정겨운 쉼터로 만든 수원시민들의 자연사랑에 깊은 감명을 받는다.
단풍의 마지막 절정을 찾아 모여든 행락인파로 등산로 입구가 만원을 이루고 완만한 산등성이를 오르는 길목에는 주황색으로 갈아입은 갈참나무의 잎들이 소슬바람에 꽃비를 내린다. 입담좋은 신 익현 시인, 대전 토박이로 호탕한 웃음 속에 시한 수 풀어내면 온갖 시름 사라지고 千山을 넘어 금수강산 누비며 지구촌의 명산을 찾아 넘나드는 주유천하에 두주불사로 풍류를 즐기니 우리시산의 보물이 아닌가?
한때는 시산의 꽃동산에 모여드는 회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어 분기별로 문학지를 발행하며 전국의 명산을 순례하고 문학의 향기로 꽃을 피웠으나 순수한 문학의 동인들로 구성되어 외부의 재정지원이 없이 운영하는 사이 하나둘 자리를 뜨고 시산의 맥을 이어가는 20여명의 회원들이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는 사명감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분기별로 꼬박꼬박 문학지를 발행하여 타의 귀감이 되고 있으니 이것이 우리의 진정한 보람이 아닌가 생각한다.
물은 생명이라는 한철 약수터를 지나 오솔길을 오르면 갈림길마다 자연석에 그려진 이정표를 세워 산을 찾는 이들에게 포근한 정감을 안겨주고 심신이 피로한 도시인들이 잠시나마 자연의 품속에서 안주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흐뭇한 마음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정담을 나누며 오른 헬기장, 지지대 고개에서 오르는 길목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남쪽으로 수원시내의 정경이 펼쳐진다. 시인들이 가는 길에 어찌 술 한 잔이 없을 소냐. 복 분자에 매실주, 권하는 술잔 속에 마음은 하늘로 날아오르고 휘적휘적 걸어가는 발걸음에 풍악이 넘쳐난다. 만고강산 유람할 제 삼신산이 어디 메 뇨 ~
인생이 가는 길에 어찌 순탄한 길만 있겠는가? 헬기장을 지나며 가파른 비알길이 시작되고 통신대 정문을 지나며 시작되는 계단길이 수백으로 헤아리기 어려우니 한발 한발 내딛는 발걸음이 苦盡甘來라. 백운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절경을 이루고 오늘도 정수리에 올랐다는 희열감으로 가슴속이 뜨겁게 용솟음친다.
오르고 내리고 수많은 발걸음을 비켜가며 올라선 광교산의 정상, 서해의 무인도에 천국을 이루는 괭이갈매기와 같이 많은 인파로 북새통을 이뤄도 모두가 한마음, 마음을 비웠기에 얼굴에 화색이 돌고 오가는 인사에도 정감이 간다. 산이 있기에 순한 양이 되어 속세의 무거운 짐을 훌훌 털어버리고 순진무구한 동안이 되어 破顔大笑를 한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 또한 일품으로, 북쪽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에는 통신대 안테나가 장관을 이루는 백운산(567m)을 중심으로 바라산(428m)을 지나면 청계산(618m)과 관악산632m)이 맥을 이어가고 아늑한 분지마다 수도권의 도시들이 웅지를 틀고 남쪽으로 백만 인구의 수원성이 자리를 잡고 시민들의 안식처로 사랑을 받고 있다.
지방 자치제가 시행되기 전에는 수원시에서 정상에 표지석을 세웠으나 금싸라기 땅이 된 광교산에 성남시에서 연고권을 주장하게 되었으니 수천 수 만년을 지나오며 산은 옛 모습 그대로인데 인간들의 욕심이 한이 없으니 애석하기 그지없고 연유는 잘 몰라도 정수리에 표지석 공사가 한창이니 다음에는 어떤 변화가 올지 지켜 볼일이다.
광교산의 지맥을 더듬어 본다면 백두대간이 속리산의 천황봉(1,508m)을 지나며 한남 금북정맥이 분기하여 말티고개, 선도산(547m), 상당산성, 좌구산(657m), 보현산(481m)을 지나 칠현산(516m)에서 한남정맥과 금북정맥으로 갈라지며 한강과 금강을 나누는 분수령이 된다. 이곳에서 한강 유역과 경기 서해안 지역을 분계 하는 한남정맥이 칠현산 북쪽 2킬로미터 지점에 위치한 칠장산(492m)에서 시작되어 백운산, 보개산, 수원의 광교산(582m), 안양 수리산(395m)을 넘어 김포평야의 낮은 등성이와 들판을 누비다 계양산(395m), 가현산(215m) 지나 강화도 앞 문수 산성에서 끝을 맺는다.
또한 금강의 북쪽 울타리인 금북정맥이 한남정맥과 헤어진 후 칠현산(516m), 안성 서운산, 천안 흑성산(519m), 아산 광덕산(699m), 청양 일월산(560m), 예산 수덕산(495m)을 지난다. 산줄기는 예산 가야산(678m)에서 멈칫거리다 성왕산(252m), 백화산(284m)를 거쳐 태안반도로 들어 반도의 끝자락인 안흥 진에서 생을 마감하게 되는 것이다.
시산회원들의 능력으로는 조금 버거운 산행으로 피곤한 기색들이지만 마음만은 개선장군처럼 활기가 넘치고 항아리 식당에서 시작되는 뒤풀이는 홍안의 소년들처럼 화색이 돌고 한잔씩 순배하는 불 소주의 화끈한 열기처럼 시산의 밝은 미래를 약속하며 불원천리 머나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온 부산의 정혜임 시인, 포항의 이용숙 부회장과 그 일행들에게 심심한 사의를 표하며 2008년 시산의 가을 산행도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