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과 탄천의 만남은 학여울에서
양재천과 탄천의 만남은 학여울에서
행사일시 : 2003년 11월 12일 진행시간 : 7시간 3분 동행인: 전 부하
장 소 : 서울시 양재천 시민의 숲, 무지개다리 - 경기도 분당구 오리역 동막교 까지
무성했던 가로수도 스산하게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맥없이 떨어져 아스팔트위로 흩날리고 외투 깃 곧추세우고 동동거리는 시민들의 출근길 따라 우리는 양재동 시민의 숲 무지개다리를 향하여 발걸음을 재촉한다. 지난 9월 17일 암사동에서 행주대교까지 한강변의 자전거도로를 따라 백리 길을 완주하고 주위에서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제2탄으로 양재 천과 탄천을 거슬러 오르는 행사를 추진하며 큰 자부심과 자신감으로 희망자들 중에 내 노라 하는 산 꾼들을 엄선하여 심혈을 기울여 왔지만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가 몇 일째 오락가락하며 애를 태우더니 행사날인 12일까지도 계속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와 함께 창밖에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갈팡질팡 마음을 잡지 못하고 애를 태우다 결국 무모한 강행군보다는 마음을 비우고 다음기회로 미루자는 결심으로 연락을 하니 모두들 근심어린 심정으로 환영을 한다.
오후 내내 허탈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다 초저녁 하늘을 바라보니 이 무슨 일이람 !
그렇게도 내 가슴을 억누르던 먹장구름은 어디로 가고 어둠속에 유난히 반짝이는 별들의 향연. 일기예보에서는 차차 흐린 뒤 내일오후부터 비가 내린다고 알려준다.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이얼을 돌리니 이미 다른 약속이 있다는 응답으로 도봉동의 전 부하 씨와 둘이서 행사를 하게 되었다.
양재천은 관악산의 남동쪽에서 발원하여 과천 신도시를 거쳐 서초구와 강남구를 경계로 18.2km를 흘러오다 대치교 아래서 탄천과 합류하게 되는데 예전에는 한강으로 직접유입이 되었으나 1970년 수로 변경공사로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청담교 아래서 7.8km 상류지점인 양재동 시민의 숲 무지개다리까지 자전거 전용도로가 개설되어 이곳이 오늘의 출발점이 된 것이다.
도성에서 바라보는 관악산은 연봉들이 타오르는 불꽃형상을 하고 있는 火山으로 그 기운이 강성하여 각종질병과 화재가 만연하므로 경복궁 정문에 물의 화신인 해태 상을 세우고, 불은불로 제압한다는 속설대로 일직선상에 있는 남대문의 현판을 崇禮門 으로, 불길이 거세게 타오르라는 뜻에서 세로로 내걸었지만, 火氣가 센 흉산으로 알려진 관악산이 경기 五嶽으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며 남쪽의 양지바른 언덕에는 과천 신도시가 자리 잡고 그 앞으로 수백만평의 너른 분지에 남서울 대공원과 경마장이 도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사랑을 받고 있으며 동남쪽기슭에는 호국영령들이 잠들어있는 국립묘지와 나라의 동량들이 백년대계를 꿈꾸는 보금자리인 서울대학교가 자리 잡고 있으며, 도심지 가운데 자리 잡은 관악산은 심신을 단련하는 안식처로 도봉산, 북한산과 함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서울의 명소가 되어있다.
예정보다 조금 늦은 08시10분 출발지인 무지개다리에 도착하니 착 가라앉은 구름, 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이 심술을 부리지만 가는데 까지 가보자는 느긋한 심정으로“50km는 나의자존심”이라는 로고가 새겨진 노란 티셔츠로 갈아입고 배낭에는 깃발도 꽂고 파이팅 외치며 전의를 불태운다. 오늘 함께 동행 하는 전부하 씨는 고향이 충북영동으로 소년시절부터 중장거리 선수로 도 체육대회에서 입상을 하며 높이뛰기(1m 65㎝) 에서 두각을 나타낸 만능선수로 64세인 고령에도 불구하고 의야 산악회의 선두가이드로, 젊은이도 따르지 못하는 산 꾼으로, 2년 전에는 산악마라톤에 참가하여 입상을 하는 등 노익장을 과시하는 베테랑이다
대학입시 열풍의 진원지로 명문 고등학교와 입시학원이 밀집되어있고 하늘높이 치솟은 빌딩의 숲, 화려한 쇼핑센터와 젊음의 혈기가 넘치는 서울의 심장부로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낸 강남이지만 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여느 농촌과 다름없이 홍수가나면 상습 침수지역으로 갈대와 뽕나무밭이 무성한 버려진 땅으로 논농사에 의지하고 서울 시민들에게 채소를 공급하며 생활하던 인구 만 여명에 불과한 광주군 언주면과 대왕면 시흥군 신동면이, 조국근대화의 물결에 따라 농촌에서 무작정 상경하는 인구로 강북이 포화상태가 되자 인구를 분산하기 위하여 63년 강남개발을 추진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불편한 교통여건과 기반시설이 미약하여 큰 실효를 거두지 못했지만 한남대교를 건설하고 강북의 명문 고등학교를 이주시키고 지하철 2호선을 신설하여 살기 좋은 아파트가 한강가로 들어서며 각종 행정력을 동원하여 불도저식으로 추진을 하면서 성동구에서 강남구로, 서초구로, 송파구로 핵분열을 일으키듯,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여 지금은 강남, 서초, 송파에 150만의 주민이 생활하는 서울에서 가장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동리가 된 것이다.
부자동네에 걸맞게 친환경 생태공원으로 조성된 양재천은 양쪽으로 자전거 전용도로가 시원스레 뻗어있고 무성한 갈대와 수초사이로 징검다리가 놓이고 물가에는 갯버들이 물고기들의 안식처가 되어 송사리, 피라미를 잡든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군데군데 쉼터에는 야외무대가 마련되어 한여름 밤의 감미로운 선율이 흘러내리는 환상 속에, 붉은색 아스콘 위를 미끄러지듯 6km가넘는 속도를 유지하며 내딛는 발걸음이 가벼워지며 즐거운 마음으로 러닝하이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촘촘하게 놓인 다리위로 차량행렬이 질주하고 왼편으로 하늘높이 솟아오른 삼성타워 펠리스, 최첨단 보안시스템이 갖추어진 이곳은 선택받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복권으로 횡재를 하게 되면 남의이목을 피해 은신처로 이곳을 택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 곳이다. 영동4교에 이르니 가을걷이가 끝난 벼농사 학습장에는 집단들이 듬성듬성 쌓여있고 지난가을 고향(충주시 주덕읍)에서 시집온 메뚜기들이 겨울잠을 자고 있는 곳이라 더욱 정겹게 느껴지며 왼편으로 우성 ,선경, 미도 APT가 시야에 들어온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겉으로 보기엔 아주 평범하고 지은 지 20여년이나 된 낡은 APT이지만 무슨 연유에서인지 평당 3,000만원으로 31평형이 9억 3,000만원을 호가하고 있으니 금싸라기 땅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평당 500돈의 금을 지니고 있다면 실감이 날수 있을까?
출발한지 한시간만에 양재천과 탄천이 만나는 대치교에 도착하니 두 물이 합류되는 이곳을 학 여울이라 하고 노랑부리 백로의 서식지로 180여종의 수변 식믈이 자생하고 있으며 강폭도 넓어지고 무성한 갈대숲사이로 청둥오리와 두루미들이 날개 짓을 하고 있다. 우리의 힘찬 발걸음은 멈출 줄을 모르고 한강본류를 향하여 물길 따라 내려가니 탄천2교아래 둔치에는 예비운전자들이 초조한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강남 운전면허시험장이 나타나고, 좌측으로 삼성교가 걸려있는 테헤란로는 강남의 일번지로 경제, 무역, 금융을 대변하는 무역회관을 중심으로 빌딩숲을 이루고, 우측으로 지구촌의 한마당 잔치가 펼쳐진 88올림픽의 메인스타디움이 웅장한 모습을 보이며, 머리위로 어지럽게 펼쳐지는 고가차도위로 차량행렬이 질주하고 있다.
양재천 무지개다리를 출발한지 1시간 15분 만에 청담대교아래 한강둔치에 도착한 우리는 가쁜 숨을 고르며 유유히 흐르는 한강 너머로 뚝섬의 공장지대가 아파트 숲으로 강변을 따라 솟아오르는 모습이 애벌레가 성충이 되기 위한 몸부림으로 허물벗기를 하는 것으로 연상이 된다. 양재천의 답사는 끝이 나고 이제 탄천을 거슬러 오르는 본격적인 행진이 시작되지만 심술 굳은 날씨는 그새를 참지를 못하고 비를 뿌리고 만다. 탄천은 경기도 용인시 구성 읍에서 발원하여 성남시, 송파구, 강남구를 지나며 한강으로 흘러드는데 35,6km에 면적이 302㎢이고 그중에 절반이 넘는 25km구간이 성남의 중심지를 지나게 되며 오늘 우리가 지나는 답사의 길이 되는 것이다.
두 물 머리 학여울 갈대밭 둔치에는 탄천의 유래가 소개되고 있는데, 한강이 주요 교통수단으로 이용되던 먼 옛날 강원, 충청지방에서 싣고 온 나무들을 이곳에서 숯을 구워 도성에 공급하였다는 설이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이고 또 한 가지 삼천갑자 동방삭을 잡아들이기 위해 옥황상제께서 저승사자를 시켜 냇가에서 검은 숯을 씻게 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는 것이다.
양재천을 뒤로하고 탄천으로 접어들면 넓어진 강폭에다 다리의 간격도 멀고 왕래하는 사람들도 없이 지루한 구간이 계속되는데,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를 맞으며 걷는 모습이 한심스럽기도 하고 심란하지만 묵묵히 걸음을 재촉한다. 2시간 만에 남부순환 도로가 지나는 탄천1교를 지나며(11km 지점) 왼편으로 우리식탁에 싱싱한 채소와 생선을 공급하는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의 웅장한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고 남한산성의 산자락이 아득히 바라보인다.
요즈음 이라크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미국의 파병요청에 대처하는 우리의 고민은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예나 지금이나 약소국의 비애를 맞게 되는데, 우리의 선조들도 자주국방을 외치며 북한산성과 함께 서울을 지키는 보루로서 아주 중요한 남한산성에, 신라 문무왕 때 쌓은 주장성의 옛터를 활용하여 인조 2년에 새로 축성을 하고 유사시를 대비하여 1만 2천여 명을 동원하여 훈련까지 하였지만 막상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치욕적인 항복을 하고 말았으니 어려운 난국일수록 국론이 분열되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일깨워주는 곳이다.
광평교 아래 너른 광장에는 지난 10월 26일 분당에서 시작되는 자전거전용 도로가 한강하류와 연결되는 기념식이 있었던 곳이다. 탄천을 가로지르는 세월교를 건너면 올림픽 훼미리 APT에서 자전거 전용도로까지 제방도로를 따라 폭 3m 길이 114m의 진입램프가 나선형으로 아름다운 조형미로 장식되어 있지만 계속내리는 빗속에서 배낭 속에 있는 카메라를 꺼내기가 번거로워 아쉬움을 남긴 채 발걸음을 재촉한다.
행진을 시작한지 3시간 만에 복정역이 있는 대곡교를 지나 서울과 성남시의 경계인 대왕교에 도착하여 비를 피해 다리 밑에 자리를 잡고 간식을 들며 곁들이는 반주로 피로를 풀어본다, 15,8km인 이곳이 목표지점인 동막교까지 절반이 가까운 곳이지만 우측으로 제방너머 세곡동 로터리에는 반고개가 있었다고 하는데 부산과 의주가 각각 천리가 되는 중간지점으로 송파나루로 연결되는 길목이며 부근(양재역으로 추정)에는 그 유명한 말죽거리가 있어 한양을 오고가는 길손들이 말에 죽을 먹이던 곳으로 관에서는 역촌까지 두고 삼남지방을 오가는 요충지였던 곳이다.
서울을 벗어나 성남시로 접어드니 목가적인 풍경으로 빗속에서도 세월을 낚고 있는 강태공들의 여유로움 속에서 각박하고 고단한 삶에서 해방된 자유로운 몸짓으로 휘적휘적 제방 길을 따라 오른다. 제방의 오른쪽으로 한없이 이어지는 높다란 성벽을 따라(약 6km)철조망이 처지고 철새들과의 전쟁으로 연일 쏘아 올리는 공포탄이 적막을 깨트리지만 정작 새들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여유 작작 물장구치며 가족나들이에 여념이 없다.(성남비행장)
왼쪽으로 검단산 아래 너른 분지에 펼쳐진 성남시가 인구 백만을 수용하는 거대한 도시로 발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특수한 목적으로 처음 만들어진 인공도시로 조용하고 평화롭던 광주군 중부면의 시골마을에 피난민 행렬이 밀려들며 아수라장을 이루니, 아침마다 공중화장실 앞에는 발을 동동 구르며 장사진을 이루고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는 짐짝 실리듯 아비규환을 이루니 군사정부의 전시행정의 부산물로, 서울 도심에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해 가는데 천계천이 복계되며 판자촌이 철거되고, 세운상가 지으며 철거민이 생겨나며, 도로가 만들어지고, 공단이 생기며,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고 변두리 산동네로 내몰리다 1969년 서울시 철거민 집단이주가 시작되며 생겨난 성남시는 기반공사도 없이 졸속으로 내몰리다시피 황량한 벌판위에 새끼줄 따라 집터가 분배되고 움막생활로 천대받으며 태어난 곳으로, 주민들의 폭동이 일어나자 부랴부랴 잠실대교를 건설하며 1973년 성남시로 승격이 되어, 새로운 면모를 갖추게 되어 지금은 분당까지 포용하는 전국의 10대도시로 발전한 것이다.
우리가 출발한지도 벌써 4시간 지루한 성남비행장 구간도 벗어나고 저 멀리 여수대교가 바라보이는 20km 지점을 지나며 다행히 비는 그쳤지만 청담대교부터 대왕교 까지 우산 속에 행군을 하다 보니 평시보다 에너지가 배 이상 소모되고 신발 속에 차오르는 습기로 보행에 지장을 주며 발바닥에 통증이오며 컨디션이 갑자기 떨어진다. 우리는 여수대교 밑에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하며 40여 분간 충분히 휴식하고 10여km남은 분당의 중심지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여수대교를 건너 성남시내로 들어서면 그 유명한 모란시장이 펼쳐지는데, 현대문명에 밀려 사라져가는 5일장이 이곳에서만은 성황을 이루고 있으니 4일, 9일장으로 열리는데 3,000여 평 위에 펼쳐지는 장터에는 내방객이 10만 여명에 이르며 한약재료, 고추, 참기름, 잡곡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지만 개고기를 비롯한 건강식품이 눈길을 끄는 전국제일의 재래시장이다.
사송교를 지나면서 아파트 숲속으로 탄천이 흐르고 고수부지에는 각종 운동시설들이 마련되어 있으며 말끔히 단장된 잔디밭 그 사이로 아름다운 꽃길, 탄천을 가로지르는 인도교가 아치를 이루며 부티 나는 시설들이 외국의 어느 공원에 들어온 듯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한 지붕아래 2가족이 동거를 하면서도 이질감속에 우리의 핏줄은 강남이라고 주장하며 성남과는 한집에서 못살겠다고 딴살림을 내달라며 떼를 쓰는 콧대 높은 분당구.
태어난 배경부터가 다른 분당은 성남시와 나이 차이는 20여년밖에 안되지만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도록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다보니 살기 좋고 교육여건이 좋은 강남으로 몰려들게 되고 폭발적인 수용을 분산하기 위한 정책적인 배려로 89년 개발이 시작되어 91년 분당구로 승격이 되었는데 주거만족도 1위로 전국에서 가장 살기좋은곳, 문화수준 1위에서 보듯 제2의 강남으로 자부심이 대단하여, 용인에서 들어오는 차량이 분당시민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길을 막는 일도 있었으니 ........
아름다운 도심지를 통과하며 지루함도 덜고 원기도 회복하여 한국가스공사 사옥이 바라보이는 돌마교를 지날 즈음 핸드폰의 신호음이 울리기 시작 한다 . 마중 나온 아내의 위치확인 전화로 새로운 용기를 얻고 이제 남은 거리는 3km, 30여분만 고생하면 오리역 앞의 동막교에 도착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같이 굳은 날씨에 혼자라면 중간에서 포기하고 말았겠지만 둘이 함께하는 일이라 서로의지하며 격려와 채찍질로 완주할 수 있었으니 인생이 가는 길도 나 홀로 보다는 둘이서 함께 가는 길이 역경을 이겨나가는 보람도 있고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행복이 아닐까?
예상보다 1시간이상 더 걸렸지만 32km의 장거리를 완주했다는 사실에 우리는 손을 맞잡고 환호하며 악천후에도 무사히 완주를 한 전 부하 씨에게 찬사를 보내며, 손을 흔들며 반겨주는 아내가 더욱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