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가칠봉을 찾아가는 의야산악회

김완묵 2008. 6. 21. 06:43
 

                 가칠봉(1240m)을 찾아가는 의야 산악회

 

 

 물질문명이 발전하게 되면 세상의 인심이 각박해지고 그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우리의 마음속에는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회귀본능이 움트게 된다.  I. M. F 라는 큰 장벽 앞에서 시련을 극복하려는 몸부림으로 우리는 산의 품에 안기며 새로운 용기를 얻었고 등산인구 오백만이라는 대중화 시대에 동리마다 지역마다 산악회의 홍수 속에 심신을 단련하여 건강을 지키려는 노력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오늘아침 관광버스에 몸을 싣고 함께 떠나는 의야 산악회도 도봉구 방학동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동호회를 만들어 한 달에 한 번씩 전국의 아름다운 산과 계곡을 찾아 건강을 다지는 모임으로 발족을 한지 10여년이 되었으니 그동안의 관록과 노하우로 지역발전에 기여한 바도 크고 회원들의 끈끈한 정으로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니 산이 주는 큰 선물이 아닌가 생각된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어우러지는 양수리


예고도 없이 시작된 장마로 지난밤까지 줄기차게 쏟아지는 폭우 속에 산행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으로 조바심을 했지만 다행이 비는 내리지 않는다. 평소보다 적은 인원으로 몇 좌석이 비어 있지만 한 달 만에 만나는 반가움으로 차안은 시끌벅적하고 용문 휴게소를 지나며 구름사이로 태양이 미소 지으며 우리의 마음을 한결 편안히 녹여준다.

 

 

오늘 우리가 찾아가는 목적지는 강원도에서도 오지중의 오지인 가칠봉(1240m)으로 사방 삼 십리 안에는 마을도 없는 첩첩산중의 고봉으로 삼봉약수가 있는 휴양림에서 오르는 길은 급경사 오르막길이라 체력에도 문제가 많고 산행시간도 가늠하기가 어려워 구룡령 고개 마루를 산행 들머리로 잡는다. 구룡령의 표고가 1,000m를 넘고 보니 경기도 일원에서는 이만한 높이의 산도 그리 흔치를 않다.

 

 

 

 

양양 쪽으로 이어지는 국도는 한계령에 버금가는 아슬아슬한 구비 길로 초보운전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한겨울 눈이라도 오는 날에는 통행이 중단되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다. 사방을 둘러봐도 첩첩이 이어지는 산줄기에 깊은 계곡 울창한 수림이 끝없이 펼쳐지고 「푸른 산 맑은 물」의 표어가 있는 임업박물관을 뒤로하고 야생동물들의 이동통로와 연결되는 산등성이를 오른다. 

 

 

 

 

 

 

아홉 마리 용이 승천하다 험한 산세에 막혀 오르지 못했다는 구룡령에서 갈전곡봉까지는 4km에 불과하지만 백두대간이 지나는 구간으로 10년 전 광복절 연휴를 기해 1박 2일로 한계령에서 구룡령까지 45km를 폭우 속에 걸어가며 갈전곡봉에서 가칠봉으로 길을 잘못 들어 고생고생하며 종주하던 생각이 엊그제 일같이 생생하기만 하다. 무성한 숲속으로 산들바람이 불어오며 빗물에 씻긴 풀잎들이 윤기가 흐르는 생동감으로 향기를 뿜어내고 무명봉 오름길에서 거친 숨소리가 메아리친다.

 

 

  

구룡령을 출발한지 25분 만에 구룡령 옛길의 정수리에 도착한다. 양양군 서면 갈천리와 홍천군 내면 명개리를 연결하는 구룡령 옛길은 진부령과 미시령, 한계령보다 비교적 평탄해 양양과 고성지방 사람들의 한양 나들이 길로 많이 이용을 하였다고 한다. 수백 년 넘게 영동과 영서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로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아름다운 전설이 깃든 이곳을 옛길로는 전국 최초로 국가지정 문화재로 지정을 했다고 하니 그 의미가 크다 하겠다.

 

  

 

 

안내 간판을 보면 양양 쪽으로 듣기에도 생소한 지명들이 있으니 옛 문헌에 의하면 옛날 상여꾼들이 장례식을 치르면서 나무뿌리가 관을 뚫지 못하도록 뿌렸던 횟가루를 채취하던 「횟돌 반쟁이」를 비롯하여 「솔 반쟁이」는 200-300년 된 금강송이 하늘을 뒤덮고 있어 전국적으로 유명하여 경복궁 복원에 사용된 사례가 있어 지어진 이름이고 「묘 반쟁이」는 옛날 조선시대 양양과 홍천의 경계가 애매하던 시절, 당시 고을 원님들이 서로 만나 경계를 정하기로 하고 젊고 발이 빠른 젊은이를 대동했는데 양양의 청년이 빠르게 달려 홍천군 명계리에서 만나 그곳을 경계로 하였지만 돌아가는 길에 청년이 죽자 그 공덕을 기려 묘를 만든 곳이라고 한다.

 

 

 

 

구룡령을 출발한지 1시간 30분 만에 갈전곡봉에 도착한다. 울창한 원시림의 그늘 속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너른 공터에 모인 일행들은 간식으로 시장 끼를 달랜다. 이곳에서 서북쪽으로 내 달리는 대간 길은 조침령까지 17km가 되고 서남쪽으로 3km지점에 우리의 목적지인 가칠봉이, 우리가 지나온 구룡령은 동쪽으로 4,2km라는 안내판이 서있다. 또한 이곳은 강원도의 인제군과 양양군 홍천군이 만나는 경계지점으로 지리학적으로도 중요한 곳이다.

 

 

 

 

 

 

대간 길과는 다르게 길도 좁아지고 무성한 수림 속을 기어가다시피 능선길이 이어지는데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5월 하순이면 철쭉의 향기가 진동을 하고 산나물이 지천으로 깔려있으니 나물산행으로도 한몫을 하지 않을까 기대를 해 본다. 철쭉이 끝나는 지점에는 키 작은 조릿대가 너른 분지를 뒤덮고 천수를 다하고 쓰러진 고목들이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자연의 고귀한 순환 법칙으로 나무도 세월을 이기지 못하는데 세월을 이길 장사가 어디에 있는가?

 

 

 

 

 

                                               정면으로 갈전곡봉

 

 

갈전곡봉을 출발한지 1시간 10분 만에 시야가 툭 터지는 가칠봉의 정상에 올라선다. 산행 3시간동안 제대로 된 조망 터 하나 없이 답답하기 그지없던 가슴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검은 오석에 흰 글씨로 쓴 정상석이 더욱 반갑고 삼각점에 입맞춤한다. 동북쪽의 가장 높은 봉우리가 갈전곡봉이고 가칠봉에서 남서쪽으로 연결되는 능선 길은 응복산(1,156m) 에서 서북쪽으로 선회하여 구룡덕봉(1,388m)과 주억봉(1,443m)을 지나 방태산(1,444m), 수리봉(945m), 개인산(1341m), 침석봉1320m)으로 둘러싸인 내린 천의 상류지점으로 유명한 개인약수가 있는 곳이다.

 

 

 

 

 

인간이 범접하기 어려운 후미진 곳이라 그 옛날 단종애사의 비극 속에 단종의 장인이 세상을 등지고 사람들이 없는 산속에 들어와 여생을 보냈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우리나라에서 오대산에 이어 원시림이 가장 잘 보존된 곳으로 수 백 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30 여m의 아름드리 참나무들이 강원도의 전통가옥인 귀틀집의 너와지붕으로 유명세를 떨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세인의 이목을 받지 못하는 고목이 되고 말았다. 

 

 

 

 

10여 평 남짓 되는 공터에 둘러앉아 늦은 점심상을 차리고 도란도란 이어지는 정담으로 가칠봉의 산행도 마감을 하며 하산 길로 접어든다. 응복산 쪽으로 내려서는 계곡 길은 통행이 불가능하여 경사가 심한 남쪽 능선을 택하지만 휴양림 측에서 등산로 정비를 잘하여 큰 불편 없이 3.3km의 거리를 1시간 만에 내려온다.

 

 

 

산이 높으면 계곡이 깊은 이치로 한낮에도 햇볕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음지에는 푸른 이끼가 나무 등걸과 바위를 뒤덮고 옥수 같은 맑은 물이 계곡으로 흘러내리는 원시림이 펼쳐진다. 전나무 채종림에는 거목들의 밑둥치가 미련 없이 잘려나가고 따사로운 햇살 이 내려 쪼이는 양지에는 온갖 정성과 보호 속에 후계 림이 자라고 있다. 또한 간벌의 필요성을 강조한 안내판을 바라보며 심는 것으로 소임이 끝나는 것이 아니고 사후에도 지속적인 보살핌으로 자식 사랑하듯 따사로운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울창한 숲속에 들어가 신선한 공기와 나무의 향내를 마시며 피로에 지친 심신을 풀어주는 삼림욕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 된 것은 1983년경이다. 각종 공해 물질로부터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그 타개책으로 삼림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 전국의 이름 있는 계곡을 중심으로 삼림욕장이 조성되고 있는데 신진대사 및 심폐기능 강화, 신경조직의 이완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삼림욕의 신비한 효능은 피톤치드라는 물질 때문이다. 수목들이 각종병균과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위하여 뿜어내는 방향성물질인데 독소저해물질, 성장촉진물이 함유되어있다.

 

 

나무 특유의 향내와 신선한 공기는 바로 이 방어물질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사람들의 건강을 보호하게 되니 산을 자주 찾는 사람들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들어는 봤나  삼봉약수.   마셔는 봤나 삼봉약수.

가칠봉 삼봉약수는 한국의 明水 100선에 선정된 유명한 곳으로 제일철, 유리탄산, 중탄산 이온이 주성분으로 위장병에 특효가 있고, 신경쇠약, 피부병, 신장병, 신경통에도 효과가 있다는 설명을  들으며 3곳에서 솟는 약수의 맛이 조금씩 다르다. 개천가에서 나오는 약수라 객수로 인한 오염도 염려가 되지만 수백 수천 년 동안 특유의 물맛을 유지하고 있으니 다시 오기 어려운 삼봉 약수를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홍천의 九景인 삼봉약수 옆으로는 아름드리 전나무 사이로 운치 있게 조성된 삼봉 자연 휴양림이 자리 잡고 있다. 1960년경 개인이 현재의 건물인 돌집 단층을 건립하여 매점과 민박을 운영하다가 1985년 영주 영림서에서 환수하여 산장으로 운영하고 1991년 홍천 관리소 삼봉 휴양림으로 지정이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는 곳이다. 휴양림의 삼림욕장은 가칠봉까지 돌아오는 4km에 3시간이면 족하고 계곡이 깊고 울창한 숲으로 한 여름에도 한기가 들 정도로 시원하며 휴양림 입구까지 4km나 떨어진 심심산골의 청정지역이다.

 

 

구룡령에서 삼봉 휴양림까지 10.5km의 삼림욕으로 4시간의 등산을 마감하고 감칠맛 나는 홍어회와 짜릿한 소주 한잔이 피톤치드와 어우러지는 궁합을 이루며 의야 산악회와 더불어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