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품세계/문학공간

여백 채우기 - 대표 수필선 제 13 집

김완묵 2008. 4. 30. 19:51
 

호명호수 가는 길

주발봉(489m),  물안산(401m), 가주봉( ?)


저녁에 모임이 있는 날이면 으래 서울 근교에 있는 산을 찾게 되고 특히 일요일이나 공휴일에는 돌아오는 길이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정체현상으로 애를 먹게 된다.


그래서 시간 약속에는 지하철이나 기차보다 좋은 수단이 없으니 자연히 집에서 가까운 경원선이나 경춘선을 곧 잘 이용하게 되는데 이번 산행에도 그동안 눈여겨 두었던 물안산과 주발봉을 거쳐 호명호수를 둘러보고 청평에서 기차를 이용한다면 멋진 산행 코스가 되겠기에 10여일 전에 예약 까지 해놓았다.


다행이도 전날 비가 내린 탓인지 하늘은 맑게 개이고 싱그러운 5월의 훈풍 따라 나들이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로 7시 14분발(요금 3,400원) 성북역에서 기차에 오르니 산으로 들로 떠나는 행락인파로 만원을 이루고 8시 26분 가평역에 도착하니 대합실에는 지난 정초에 달아놓은 신년 운수를 기원하는 꼬리표들이 초파일날 사찰의 연등행렬처럼 장관을 이룬다.


곧바로 버스 터미널로 달려가지만 갈치고개를 경유하는 금대리행 버스는 9시가 넘어서야 있다니 40여분을 낭비하는 것이 아까워 택시를 대절하여 8km나 떨어진 들머리로 향해 달려간다.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남이섬 입구를 지나면 한가로운 시골풍경이 나타나고 아침부터 건수를 잡았다는 듯 신바람이 난 운전수는 콧노래까지 불러가며 흥을 돋우고 굽이굽이 올라간 갈치고개는 오가는 차량도 별로 없는 한적한 곳으로 7,600원의 요금을 지불하고 10여 분간 산행준비를 한 다음 고개 마루 남쪽의 이동 통신 전신주와 복장리 5,5km의 이정표가 있는 임도의 초입에서 왼쪽의 오솔길을 따르면 무덤1기가 나나난다. (8시 50분)


무성한 숲과 가파른 비알 길은 산나물 뜯는 약초꾼들이 오간 탓인지 뚜렷하지만 간밤에 내린 빗물로 흠뻑 젖은 낙엽이 어찌나 미끄러운지 발목이 시큰 거린다.


20여 분간의 힘든 고생 끝에 올라선 물안산 정수리.

너른 공터에는 헬기장이 자리 잡고 삼각점(춘천 317  2005년 재설)과 그 옆에는 지적 삼각점 인식표가 경기 지사 명의로 시설되어 있는데 경기 가평군 가평읍 이화리 산 87-1로 산의 높이는 401.39m로 지적 측량을 위한 기준점이므로 훼손하지 말고 보존하자는 글귀가 적혀있다.


 하지만 가장 기대를 모았던 남이섬의 전경은 무성한 숲에 가려 그림자도 볼 수 없으니 큰 실망을 안고 서쪽으로 주발봉의 전경을 사진에 담은 후 서둘러 하산을 한다. (9시10분 5분휴식)


되돌아온 갈치고개(해발 200m)는 여전히 한가롭고 곧바로 절개지의 펜스 옆으로 옹벽을 타고 넘으면 급경사 오름길에 산불 감시 초소와 군사보호 지역으로 민간인의 출입을 금한다는 경고문이 앞길을 가로 막지만 경방 기간이 끝난 탓인지 감시원도 없고 뚜렷한 등산로가 앞길을 틔워준다. (갈치고개 - 9시 30분)


완만한 주능선에는 오래전에 고압 전신주를 세우며 만든 임도인 듯 널찍하게 이어지고 초여름의 햇살에 흐르는 땀 냄새의 유인으로 날 파리들이 눈과 코끝에서 맴돌며 성가시게 굴며 거미줄까지 합세하여 퍼레이드를 벌이는데 얼굴이 만신창이가 되어 속수무책으로 하염없이 발걸음을 재촉할 뿐이다. 어느 산객님의 정성어린 표지판을 거울삼아 소나무와 활엽수림이 공존하는 빽빽한 밀림 속에서 미로를 헤쳐 나아가듯 20여분을 진행하면 489m의 주발봉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10시 10분)


표시 없는 삼각점과 이정표, 산불 감시 무인 철탑이 자리 잡고 있는 삼거리 갈림길, 북쪽으로는 빛 고개 가는 길로 방금 올라온 곳을 하산 로로 표시하고 호명산 방향을 큰골로 표시하고 있어 잠시 혼동을 하게 되지만 큰골로 표시하지 말고 호명호수로 했으면 더 쉽게 알아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며 진행방향은 왼쪽으로 90도 방향을 틀어야한다.


무성한 숲속에 가린 주발봉의 정상이지만 산의 뿌리를 살펴보면 한북정맥이 국망봉을 지나 숨고르기를 하며 강씨봉을 일구고 오뚜기재를 넘으면 무명봉에 이르는데 이곳에서 정맥과 작별을 하고 동쪽으로 가지 치며 귀목봉을 지나 명지3봉 못 미친 지점에서 남쪽으로 아재비 고개를 지나 연인산, 우정봉, 매봉, 깃대봉, 대금산에 이르러 남쪽으로 내려서면 청우산과 불기산의 갈림길에서 불기산을 넘어 경춘가도의 빛 고개를 지나 현재의 지점에 이르고 호명산을 일군다음 청평호에서 여생을 마감하게 되는 것이다.


잠시 물 한 모금마시고 내딛는 발걸음은 예정된 시간표대로 진행을 하고 있다는 자신감에 여유가 생기고 헬기장을 지나면 가평이 자랑하는 잣나무 단지들이 싱그러운 솔향기를 내 뿜으며 하늘을 가리고 잠시 후 돌무더기로 눌러놓은 헬기장을 지나면서 활엽수림이 빽빽이 들어찬 밀림속을 지나 상천리에서 복장리로 넘나드는 지방도로와 동행을 하다 큰골의 상류인 발전소 고개에 이른다. (10시 50분 - 10분간 간식)


2차선 포장도로의 정상에는 대한 싸이클 연맹에서 제18회 아시아 싸이클 대회를 개최한 기념으로 비석을 세우고 호명산 오르는 이정표와 자세한 자료를 코팅으로 전시하여 초행자들에게 많은 참고자료가 되고 있다.


간식과 막걸리로 요기를 하고 나무그늘로 들어서면 하늘도 보이지 않는 밀림 속.

눈에 익은 리본도 간간이 보이고 가파른 비알 길을 올라서면 융단같이 편안한 오솔길에 잘생긴 낙락장송이 힘에 겨운 산객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고 잠시 후 참나무의 밑 둥에 칼질을 하여 껍질을 벗겨 놓았으니 우리 인간들의 심사가 어쩌다가 이다지도 잔혹하게 변했는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친절하게 세운 이정표에는 호명산(천지연) 0.5km라고 표시가 되어 있지만 위치선정이 잘못 된 것 같고 비단결 같은 육산에 바위가 듬성듬성 나타나더니 엉성한 표지판에 가주봉 이라는 팻말이 눈길을 끈다.(11시 35분)


복장리 경로당에서 세운 것으로 봐서 현지에서는 오래전부터 가주봉으로 불리고 있는 것으로 생각을 하며 호명호수의 인근에서는 가장 높은 봉우리로 건너편 숲속에는 기념탑과 정자가 고개를 내민다. 허물어진 성터로 여겨지는 돌무더기를 지나면 시야가 확 트이는 광장에 제철 만난 연산홍이 만발하고 상천리에서 올라오는 도로 입구에는 이동통신 안테나가 서있는데 이곳부터 좌우로 호명호수를 둘러볼 수 있는 산책로가 열리고 산상의 호수 가에 아름답게 조성한 하늘 공원이

펼쳐진다. (11시 45분)


좌측의 계단 길을 내려서면 너른 광장에는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은 기념탑이 서있는데 기단위에 세 사람의 역군들이 떠받치고 있는 위로 하늘을 향해 반달을 높이 들고 있는 여인상이 눈길을 끄는데 전력이 남아도는 밤에 물을 양수하여 낮에 발전을 하는 상징으로 이해를 하게 된다.


그 옆으로는 1980년 최규하 대통령 시절 서정주 시인이 지은 노래비가 있고 우측의 가파른 계단은 호수로 내려가는 길이고 직진을 하면 2층 누각의 호명정이 전망 좋은 언덕에 자리를 잡아 1층은 양수발전의 전시실로 2층은 전망대로 활용하고 있으나 문이 굳게 잠겨있어 아쉬움이 있지만 산상의 호수가 한눈에 들어오는 경관은 가평의 2경으로 손꼽을 만큼 아름다운 절경으로 산 정상에 이렇게도 넓은 호수가 있을 줄이야.


벅차오르는 감흥으로 벤치에 앉아 하염없이 내려다보는 호수는 명경지수의 하늘아래 펼쳐지는 천지연으로 우리역군들이 일구어낸 80년대의 걸작 품이 아닌가?  632봉을 중심으로 33만평에 달하는 산정의 분지에 총사업비 176억 원을 들여 지은 양수 발전소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곳으로 관광 전망대, 천지 하늘공원, 사 계절 꽃밭단지, 자연 체험시설, 호수 순환도로를 만들어 관광지로 조성을 하였지만 높은 산 정상에 있는 입지조건으로 일반인들이 찾아오기에는 여려 움이 많아 훌륭한 시설들이 사장되고 있으니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기념탑이 있는 광장으로 되 돌아와 호수로 내려가는 계단 길은 인공적으로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호수를 배경으로 조성된 나무들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수 만평의 호수가로 산책로가 열리고 우측으로는 역사의 현장에서 순직한 역군들을 위로하는 위령탑이 자리를 잡고 있다.


잠시도 눈길을 돌릴 수 없는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때약 볕의 따가움도 잊은 채 산책길을 거닐며 어느새 매점을 겸하고 있는 전망대로  올라오게 된다. 호수와 주위의 산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은 호명정 앞뜰과 함께 가장 좋은 조망 터로 가족나들이로 하루를 쉬어 간다면 더 없는 관광 명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며 일반인들도 자가용으로 올라 올수 있는지 궁금증이 인다.


40여 분간 호명호수를 둘러보며 망중한을 즐긴 여진으로 남쪽의 호명산 들머리를 찾아가는 길은 호수의 제방 위를 지나게 되는데 수백 척의 계곡을 메우고 쌓아올린 대역사의 현장에서 우리 인간들의 위대함을 다 시 한번 실감하며 흐뭇한 마음으로 하산 길을 서두른다. 


현재시간이 오후 1시 기차 예매시간까지는 2시간이상 남아 있지만 호명산 까지 의 종주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을 하고 일단 장자터 고개까지 내려와 우측으로 방향을 잡아 우무내골 을 거쳐 감로사를 경유하여 청평으로 가는 지름길을 택한다.


산이 높으면 계곡이 깊은 자연의 이치대로 가파른 하산 로에는 잔자갈이 많이 깔려있어 신경을 곤두 세워야하고 하늘을 찌를 듯이 무성한 숲속은 사람들의 왕래가 적은 탓으로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청정지역으로 오랜 가뭄 속에도 제법 많은 물이 흐르고 있어 여름철의 피서지로는 안성마춤으로 삼십여 분만에 감로사에 도착한다.


충담당 대원사께서 1956년에 창건한 사찰로 경내에는 49척의 미륵불상이 안치되어 있고 감로사 약수가 유명한데 몇 년 전만해도 오솔길이었으나 절에서 거듭되는 중창으로 자동차가 드나들 수 있는 도로로 확장이 되어 걷기는 편하지만 운치가 덜하고 대성사 입구를 지나 경춘선 철도 밑으로 빠져 나오면 조종천이 흐르고 수중보를 지나 청평역에 도착하니 기차시간이 40여분이나 남아 있어 혹시 시산회에서 여름산행지로 선정이 된다면 들머리를 확인하는 사전답사로 안전유원지까지 탐방을 하고 청평역으로 되돌아와 16시 25분 기차에 몸을 싣고 오늘의 산행도 마감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