莊 子 의 寓 話
觀 齋 朴 完 鍾
莊子(BC369~BC289?)하면 모를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의 이름은 周요 춘추전국시대 宋나라 蒙邑(河南省 商邱縣)사람이다. 그는 천지만물은 善惡도 美醜도 없이 모두 평등하다고 하는 萬物齊同論을 펼치면서 <莊子>라는 33편의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그 속에 담긴 철학은 심오하지만 내용은 모두 고대에 있었던 이야기거나 실제로는 있지도 않았고 있을 수도 없는 우화들로 엮어져 있어서 매우 재미있는 책이다. 33편에 수록된 수백 개의 이야기 중에서 세상에 많이 회자되었던 이야기 10 개를 추려서 여기에 소개한다. 이야기 속에 담긴 뜻이 무엇인가를 음미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1. 내가 나비인가? 나비가 나인가?
예전에 나는 나비가 된 꿈을 꾼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기꺼이 날아다니는 한 마리 나비였다. 아주 즐거웠을 뿐, 자기가 장주인 것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갑자기 꿈에서 깬 순간 분명히 나는 장주였다. 대체 장주가 나비된 꿈을 꾸었던 것일까, 아니면 나비가 장주된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不知周之夢爲胡蝶與 胡蝶之夢爲周與 (莊子 齊物論)
2. 저 죽을 줄 모르고 남의 목숨만 노린다.
장주가 사냥을 나갔다가 이상한 새를 보고 마냥 쫓아갔다. 활을 겨누며 살펴보니 저 앞에는 매미 한 마리가 누가 제 목숨을 노리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 매미는 사마귀가 노리고 있으며, 그 사마귀는 바로 장주가 활을 겨누고 있는 이상한 새가 노려보고 있었다.
장주는 속으로 “불쌍한 것들, 모두 저 죽을 줄은 모르고 남 잡을 생각만 하는구나.” 하고 사냥할 생각을 거두었다. 막 돌아서는데 나졸들이 에워싼다. 장주도 새를 잡을 욕심에 무심코 출입금지구역을 들어왔던 것이다.
賭一蟬 方得美蔭 而忘其身 螳螂執翳而搏之 見得而忘其形 異鵲從而利之 見利而忘其眞 (山木篇)
3. 물고기가 아니면서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가?
장자가 그의 친구 혜자와 함께 호수의 다리 위를 거닐면서 “물고기가 즐겁게 놀고 있구나.” 했더니 혜자가 “자네가 물고기가 아닌데 어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느냐?”고 했다. 그래서 장자는 “자네는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 줄을 아는가?”라고 했다.
惠子曰 子非魚 安知魚之樂 莊子曰 子非我 安知我不知魚之樂 (秋水篇)
4. 뱁새가 어찌 대붕의 뜻을 알랴.
북극에 있는 붕새가 남극으로 날아가려면 한 번 날갯짓으로 삼천리를 나르고 구만리장천을 날라 6개월 만에 남극에 이르러 쉰다. 뱁새가 웃으며 말한다. “나는 두어 길도 못 나르지만 쑥대 사이에서 즐겁게 지낸다. 그런데 저 녀석은 대체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
鵬之徙於南冥也 水擊三千里 搏扶遙而上者九萬里 去六月而息也. 斥鴳笑曰 我騰躍而上 不過數仞而下 翶翔蓬蒿之間 此亦飛之至也 而彼且奚適也 (逍遙遊篇)
5. 매미는 봄가을을 알지 못한다.
작은 지혜는 큰 지혜를 미치지 못하고 단명한 자는 장수하는 자에 미치지 못한다. 아침 밖에 살지 못하는 버섯은 아침저녁을 알지 못하고 매미는 봄가을을 알지 못한다. 상고 쩍에는 대춘이라는 나무가 있었는데 팔천년으로 봄을 삼고 팔천년으로 가을을 삼았다고 한다.
小知不及大知 小年不及大年 朝菌不知晦朔 螻蛄不知春秋 上古有大椿者 以八千歲爲春 以八千歲爲秋 (逍遙遊篇)
6. 쓸모없는 것이 있어야 쓸모 있는 것이 제 몫을 한다.
대지는 한 없이 넓지만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은 발을 붙이는 작은 땅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발의 크기만큼만 남기고 모두 황천까지 깎아내린다면 그 대지가 사람에게 쓸모가 있겠는가.
夫地 非不廣且大也 人之所用 容足耳 然則厠足而墊之致黃泉 人尙有用乎 (外物篇)
7. 나무는 못생겨서 오래 살고 거위는 못 울어서 일찍 죽었다.
장자가 산중을 지나다가 큰 나무를 쓸모없다고 베어가지 않는 것을 보았다. 또한 친구 집을 찾았더니 거위 중에 울지 못하는 놈을 잡아 대접한다. 못나서 오래 사는 수도 있지만 못나서 일찍 죽는 경우도 있다. 용처럼 하늘을 날을 것인가. 벰처럼 땅을 길 것인가. 때에 따라 처신해야 한다.
山中之木 以不材得終其天年 今主人之雁 以不材死 一龍一蛇 與時俱化 一上一下 以和爲量 (山木篇)
8. 나도 살아서 진흙 속에 꼬리를 끌련다.
장자가 낚시를 하고 있는데 초나라 왕이 모셔오라고 대부 두 사람을 보냈다. 장자는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초나라에는 죽은 지 3000년 된 신령스러운 거북이 있다고 들었소. 비단으로 치장해서 사당에 모시고 왕이 제사를 지낸다는데 그 거북이 그렇게 죽어서 대접 받기를 바라겠소. 진흙 속을 기어 다니더라도 살기를 바라겠소.” 대부가 대답했다. “그야 살기를 바라겠지요.” 장자가 말했다. “그러면 가시오. 나도 진흙 속을 기어 다니고 싶소.”
寧其死爲留骨而貴乎 寧其生而曳尾於塗中乎 吾將曳尾於塗中 (秋水篇)
9. 질장구를 치면서 노래를 하다니,
장자의 아내가 죽어서 혜자가 조상을 갔더니 장자는 두 다리를 뻗고 앉아 질장구를 두드리며 노래를 하고 있었다. 혜자가 그것은 너무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장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기가 변화하여 형체를 이루었고 그 형체가 변하여 생명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지금 다시 변화하여 죽음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다. 이것은 춘하추동 사시가 순환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鼓盆而歌 不亦甚乎 氣變而有形 形變而有生 今又變而之死 是相與爲春秋冬夏四時行也 (至樂篇)
10. 하늘과 땅이 나의 관이다.
장자가 죽으려고 할 때 제자들이 장사를 잘 지내려고 하자 장자가 이렇게 말했다. “천지가 나의 관이요 일월성신이 모두 장식이요 만물이 조상할 것인데 또 무슨 장사준비가 필요한가?” 제자가 “선생이 까마귀의 밥이 될까 두렵습니다.” 했더니 장자가 다시 말한다. “땅 위에 던져두면 까마귀가 먹을 것이요 땅에 묻으면 굼벵이가 먹을 것이다. 왜 까마귀밥을 뺏어 굼벵이에게 주려하는가.”
在上爲烏鳶食 在下爲螻蟻食 奪彼與此 何其偏也 (列禦寇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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