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하지 못한 금북정맥 그래도 후회는 없다.
완주하지 못한 금북정맥. 그래도 후회는 없다.
덕숭산(492m), 홍동산(309m), 일월산(394m)
건너다 보이는 일월산
산행일시 : 2007년 8월 25일 10:00시 - 14시 산행시간 : 4시간
소 재 지 : 충남 - 예산군 덕산면, 부항면 (덕산 도립공원) 날 씨 - 폭염 35도
산행거리: 약 12km 가고파 산악회 참여인원 28명
청계천의 아침은 밝아 오고
예산, 당진, 홍성, 서산 아산 까지 충남의 서해 지방은 677m의 가야산을 제외하고는 3-400m의 고만고만한 산들이 산재하고 있는 탓에 정맥의 종주 팀 들이나 다녀가는 한적한 곳으로 산 꾼들에게 외면을 당하고 있지만 아기자기한 산세의 팔봉산을 비롯하여 용봉산의 암릉미는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들머리가 해수면과 같다는 사실을 안다면 만만하게 보아 넘길 산들이 아니다.
서해대교 행담도 휴계소
정갈한 화장실 일등국민
하여 모처럼 금북정맥 팀과 합류하여 예산 땅으로 눈길을 돌린다.
삼복더위에 처서까지 지나고 뒤늦게 기승을 부리는 더위는 35도의 열기 속으로 수은주를 끌어올리고 열대야로 잠을 설치며 새벽같이 일어나 배낭을 꾸리고 동대문운동장역 8번 출구에 올라서니 하나관광이 산우님들을 기다리며 반갑게 맞아준다.
강남으로 양재역을 경유하여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안에는 30명이 채 안 되는 인원이지만 전국토의 맥을 찾아 산을 누비는 종주 팀인지라 일당백의 건강미가 넘치는 산객들로 활기가 넘쳐흐른다. 그림 같은 서해대교 너머로 수평선에 피어오르는 가스가 오늘의 폭염을 예고하듯 희미하게 윤곽을 드러낸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질주하던 버스는 해미 I. C 를 빠져나와 예산 방면으로 45번 국도를 따라 10여 분간 달린 끝에 나본들 고개에서 정차를 한다. 산행의 들머리는 고개 마루 못미처 방음벽 펜스가 끝나는 지점으로 에어컨이 시원하게 가동되는 버스에서 내려서면 대지를 달구는 지열로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감싸고 모두들 잽싸게 그늘 속으로 달려든다. -10시-
한 여름 웃자란 억새풀과 가시덤불이 앞을 가로막아 오늘의 산행길이 예사롭지 않음을 예고하고 있다. 덕숭산 정수리는 동쪽으로 진행을 하게 되며 10여 분후 가시덤불도 사라지고 희미한 족적을 따라 정맥 길이 이어지고 간간이 나타나는 전망대 바위에 올라서면 호서지방의 기름진 들녘과 낮은 산자락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들이 평화롭게 보인다.
정맥 길을 가로막는 철조망을 왼쪽으로 통과하면 임도처럼 널찍한 등산로가 우측에서 연결되는데 천년고찰 수덕사에서 오르는 길로 고려 충렬왕 34년(1308년)에 창건된 수덕사는 비구니의 도량으로 일엽스님이 기거하던 곳으로 유명하고 만공스님을 기리기 위한 미륵불상등 역사를 더듬어 볼 수 있는 유물들과 국보 49호로 지정된 대웅전은 부석사의 무량수전과 더불어 현존하는 목조건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부처님의 진본 사리가 안치된 황화루 등 볼거리가 많지만 가는 길이 멀다보니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아쉬운 발길을 재촉할 뿐이다. - 10시 30분-
수덕사에서 오르는길과 합류하여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주체 못하며 가파른 비알 길을 치고 오르면 시원하게 터지는 조망 터로 서해안 5대 명산(마니산, 오서산, 불갑산, 변산의 상봉)의 하나이며 금북정맥의 끝자락에 솟아있는 가야산이 아름다운 자태로 우뚝 솟아오르며 우리의 발걸음은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정상을 향해 안간힘을 쏟는다.
가야산 정상
듬성듬성 나타나는 바위들과 노송들이 군락을 이루는 그늘 속에서 피톤치드의 싱그러움도 한낮의 열기 속에 녹아들고 용광로의 찜통 속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가파른 비알 길 을 올라서면 널찍한 공터에 시원하게 펼쳐지는 조망으로 지친 몸을 달래주고 검은 오석으로 치장을 한 정상석이 반겨준다. -10시 45분- (5분간 휴식)
홍동산과 마루금에 일월산
서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연암산과 상준산이 맥을 이루고 북쪽으로 가야산이.
동쪽으로는 질펀한 평야위에 예산읍이 자리 잡고 남쪽으로는 바위 암봉의 용봉산과 오늘의 종주길인 홍동산과 그 너머로 일월산이 마루 금에 걸려있다.
수덕고개의 상가
모진생명 바위틈으로 자리를 잡고
수덕산을 뒤로하고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남동방향으로 널찍한 비알 길을 따르다 첫 번째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잡아 희미한 길로 내려서야 정맥 길이 되는 알바지점으로 주의를 요하고 별 어려움 없이 20여분을 진행하면 전망 좋은 암반의 슬랩 지대에 도착하며 발아래로 수덕고개와 그 유명한 유괴정의 정자나무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등산로는 우측의 계곡 쪽으로 있지만 암반을 딛고 내려 오다 가시덤불과 한바탕 씨름을 한 뒤에 넘어진 펜스를 타고 40번 지방도가 지나는 수덕고개에 도착한다. - 11시 18분 - (7분 휴식)
수덕고개의 육괴정
수덕고개는 고개 마루에 시원한 나무그늘과 상가들이 있어 종주 길에 지친 산객들에게는 오아시스와 같이 꿀물이 흐르는 곳으로 서둘러 상점에 진열된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며 갈증을 풀고 한낮의 열기 속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지나온 덕숭산
오늘 우리가 지나가는 종주 길은 큰 기복이 없는 아주평탄하고 순한 길이라 소슬 바람 불어오는 10월이면 한 달음에 달려갈 곳이지만 35도의 열기속에 대지를 녹이는 복사열을 합치면 체감온도는 4-50도의 살인더위로 그늘속의 시원한 바람도 열기 속에 녹아들고 비 오듯 쏟아지는 땀으로 수분이 고갈된 탓인지 체력이 급속히 떨어지며 물먹은 솜처럼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거워진다.
예산 지방에는 명당자리도 많다
우리 인간이 견디어 낼 수 있는 한계는 얼마나 될까?
늘보의 움직임보다도 더딘 발걸음에 몽롱해지는 의식세계.
한번 흔들리는 시계추가 반복운동을 하듯 무의식적으로 내딛는 발걸음에도 목표가 있기에 한걸음이라도 더 가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 홍동산 정수리를 향한 네발걸음으로 혼신의 힘을 다한다.
홍동산 정상
무성한 숲속 아무런 흔적도 없는 정수리에서 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도 예상시간을 빗나가지 않았다는 안도감으로 심호흡을 하며 완만하게 이어지는 하산 길에서 체력안배에 신경을 쓰면서 적당한 그늘 밑에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 시간을 갖는다. - 12시 15분 - ( 식사 25분간)
새초롬한 산도라지 누구를 유혹하나
항상 즐겨 가지고 다니는 행동 식.
보온 통에 밥을 반쯤 담고 그 위에 비닐주머니에 국물이 넉넉한 국을 담으면 식사 준비는 끝이고 밥에 국을 말아 먹는 행동식은 시간절약과 갈증해소에 더없이 편리하지만 오늘따라 체력소모가 심한 탓인지 모래알같이 입안에서 겉돌고 있으니 이런 황당한 일이. 하지만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니고 살기위해 먹는 일이라 꾸역꾸역 밀어 넣는 밥 먹는 일이 이렇게도 힘에 겨울 줄이야.
건너다 보이는 일월산
다시 시작하는 행보.
식사 후의 10여 분간은 속도를 낼 수 없기에 아주 편한 자세로 천천히 나 홀로 산행을 즐기는 중에 숲속을 빠져 나오면 머리위에서 태양이 이글거리고 가지만 앙상한 나무들이 삭막한 사막의 선인장처럼 황량하게 펼쳐진다.
지리산 제석봉의 고사목처럼 지난겨울의 산불이 가져온 재앙으로 벌거벗은 산등성이에는 불에 탄 고사목이 별천지를 이루고 수 십 년간 자라온 나무들이 하루아침에 벌거숭이로 변하고 말았으니 참담한 심정으로 현장을 디카에 담다보니 정작 내가 가야할 길을 잃고 말았다.
싸리나무와 산초나무 억새풀에 타다 남은 가지들이 뒤엉키고 숯 검 뎅 이가 온몸을 휘어 감는데 건너편으로 산마루에 일월산이 보이지만 접근하는 능선이 두 갈래로 나누어 있어 어느 쪽으로 가야할지 등산로를 찾아 이리저리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하며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아주 간단한 A. B. C의 법칙대로 오던 길을 되돌아갔으면 간단한 것인데 옆으로 잠시만 가면 길을 찾을 수 있겠거니 방심한 사이에 나무 등걸의 늪 속에 빠지고 30여분을 헤맨 끝에 급기야는 저수지 둑으로 내려서고 말았다.
양쪽으로 치닫는 산줄기는 높기만 하고 뜨거운 열기 속에 전의를 상실 한 채 돌파구를 찾아 둑 방 길을 터덜터덜 걸어 산모롱이를 돌아서니 자동차의 소음이 들려오고 잠시 후 2차선 도로에 도착을 하여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지근거리에 있는 주유소를 찾아가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친절한 사장님이 바쁜 와중에도 현재의 위치는 쌍효각이 있는 낙상리로 까치고개는 예산 쪽으로 1.5km를 벗어나 있다는 설명과 함께 시원한 정수기의 물까지 공급을 받고 보니 천국이 따로 없다. 하지만 한낮의 열기 속에 아스팔트 도로를 걷는 것이 얼마나 힘이든 일인지 상상만으로도 이해가 가지 않겠는가?
까치 고개
어렵게 올라선 까치고개.
하 고개에 있어야 할 관광버스가 나무그늘에 자리를 잡고 대장을 비롯한 몇몇이 휴식을 하고 있으니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사지에서 돌아온 패잔병처럼 반가움에 목이 뫼이고 지금까지 13명이 이곳을 통과 했으니 잠시 쉬었다 가란다. -13시 50분-
2층 폐가 옆으로 길이 열린다.
용기백배로 갈오리 마을 표지석이 있는 마을길에서 절개지 를 치고 올라 숲속으로 들어서니 희미한 길이 열리고 잠시 후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2층의 폐가를 지나치게 되는데 기도원의 교회 건물인 듯 녹 슬은 망루가 을씨년스럽고 울창한 방풍림 아래로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10여 분을 오르면 일월산 오름길도 가파른 경사가 시작된다. - 14시 05분 -
일월산의 전경
이곳에서 나의 발걸음이 중단되고 말았으니 애석하고 안타까운 순간이다.
허벅지에 근육이 경직되며 쥐오름이 시작되고 경련이 일어난다. 산행을 하다보면 간간이 쥐가 오르기도 하지만 금 새 풀어지곤 했는데 오늘과 같은 경우는 처음으로 길섶에 주저앉아 등산화를 벗고 다리를 주무르며 응급치료를 해 보지만 신통치를 않고 몸도 마음도 지친상태에서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에 까치고개에 있는 버스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만약 구원의 손길이 없었다면 험난한 일월산을 넘기 위해 무리한 짓을 했을 터이지만 200m가 넘는 고도를 극복해야 하는 극한 상황에서 봉우리가 3개씩이나 있으니 무리한 산행을 하다가 치유 할 수 없는 상처를 받고 고생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온 터라 눈물을 머금고 후일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한번 무너진 마음을 되돌리기는 정말로 어렵고.
긴장의 끈이 풀어진 탓인지 의욕이 상실된 탓이지 되돌아서는 발걸음이 더욱 무겁고 절룩거리는 다리를 이끌며 까치고개까지 가는 길이 어찌나 멀고도 먼지. 마주치는 일행들과 인사를 나누며 고개 마루에 내려서니 버스도 대장도 후미를 기다리며 나의 몸 상태를 돌아보면서 용기 있는 일이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 14시 20분 -
아스팔트 그늘에 앉아 등산화도 풀어 헤치고 보충 받은 시원한 물로 맛사지를 하며 휴식을 하는 중에 후미그룹도 통과를 하고 종주를 포기한 5명은 안락한 버스에 올라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몸을 맡기고 하 고개로 이동하며 차창으로 바라보이는 일월산이 더욱 높아 보이고 마음 한편 으로는 미련이 남아 있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