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정선지맥의 곁가지 노목 지맥을 가다

김완묵 2007. 7. 1. 23:36

정선지맥의 곁가지인 노목 지맥을 가다

노목산(1,148m)



산행일시: 2007년 6월 19일 11시 - 17시   산행시간: 6시간    산행거리: 약 11km

소 재 지: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고한읍   화요 맥 - 27명    날  씨: 쾌청






개 요: 정선지맥(금대지맥, 노목지맥)은 남한강의 지류인 골지천과 어천이 정선으로 흘러들어 동강을 이루며 골지천은 금대봉 아래 검룡소에서 발원하고, 어천 역시 금대봉 부근의 백전리 마당목에 있는 용소에서 발원한다. 두 강의 발원지를 품은 금대봉은 두 강의 물을 몰아주기위해 힘찬 맥을 만들어 주니 이 맥이 금대지맥이다. 이 금대 지맥은 금대봉 바로 앞의 1,348봉에서 다시 어천과 지장천의 경계를 이루는 노목 지맥을 분기 시킨다. 두 지맥을 합해 정선지맥이라 부르며 도상거리 95km에 이르는 장대한 맥으로 고양산(1.150m), 문래산(1.082m), 각희산(1.083m), 삼봉산(1.234m), 대덕산(1,307m), 금대봉(10418m), 노목산(1.148m), 지억산(1.116m), 서운산(950m), 기우산(869m), 조양산(640m)으로 연결이 된다.




잊을 만하면 만나게 되는 화요 맥의 동지들.

만나면 반갑고 헤어지면 아쉬운 그들에게서 진정한 우정을 느끼며 사업에 매인 몸이라 자주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장을 비롯한 몇몇을 제외하고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60 -70대의 노익장으로 바람 따라 구름 따라 전국 오지의 산하를 누비며 여생을 즐기는 그 분들이야 말로 우리들이 갈망하는 선망의 대상이 아닌가?




영춘지맥을 시작으로 계방지맥, 진양지맥, 수도지맥을 두루 섭렵하고 정선지맥을 더듬고 있는 발길이 오늘은 노목지맥을 시작하는 날이다. 앞의 개요에서도 언급한 대로 백두대간 줄기에 있는 금대봉의 바로 앞의 1,348봉을 시발점으로 해야 하지만 싸리재 구간이 휴식년제로 접근을 할 수가 없어 소 두문동을 들머리로 산행이 시작된다.






두문동은 이성계가 고려를 멸망시키고 조선을 건국하며 고려의 유신들을 등용하려 했으나 72현의 충신들이 不事二君(불사이군)의 지조를 지키며 송악산의 두문동에 숨어들어 세상을 등지고 살게 되니 화가 난 이성계가 은거지에 불을 질러 모두 태워 죽이는 와중에 전오륜 등 7인이 강원도 정선의 서운산에 들어와 망국의 한을 씹으며 세상을 등지고 은둔생활을 하게 된다. 杜門不出(두문불출)이란 말도 이때부터 생겨나고 그들이 숨어든 곳을 두문동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첩첩산중 오지마을도 변화의 바람을 타고 강원 랜드의 카지노가 들어서며 협소한 계곡을 깍고 다듬어 현대식 빌딩들이 들어서고 백운산 자락에는 골프장과 스키장이 조성되며 종합레저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으니 80년대의 폐광으로 불어오던 찬바람이 뜨거운 열기로 달아오른다.




두문동재 못 미쳐 좌측으로 산 비알을 기어올라 작은 계곡을 들어서면 마을 입구에 수 백 년 된 떡갈나무가 수호신으로 자리를 잡고 가파른 경사지에는 고랭지 채소밭에 배추갈이가 한창이다. (10시 55분) 마을 앞을 가로 질러 고랭지 채소밭이 끝나는 지점에 좌측으로 화물차 한 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의 계곡이 들머리가 되어 200여 m를 진행하면 합수머리 갈림길이 나타나고 일부는 좌측으로 나머지는 우측으로 들어선다.




울창한 낙엽송 숲길을 뚫고 20여 분간 계곡을 거슬러 오르면 주능선의 안부에 도착한다. 고도 1,200m라면 수도권에서는 용문산보다도 높은 곳이지만 출발지가 900m를 넘다보니 싱겁기도 하고 덤으로 거저 얻은 듯 기분이 마냥 좋아진다. 안부에서 물 한 모금씩 마신다음 지난주에 금대봉에서 두문동으로 내려오며 알바를 한 10여명은 마루 금을 잇는다며 우측의1,304봉으로 향하고 나머지는 류민형 회장을 앞세우고 좌측의 능선을 따라 마루 금을 밟는다.( 11시 20분)




하늘을 가리는 낙엽송 아래로 산죽 밭이 질펀하게 펼쳐지고 희미한 족적은 나물꾼들의 흔적인가? 끊어질듯 이어지는 산죽속의 지맥을 찾아 신기에 가까운 독도로 정확하게 목적지를 찾아가는 류 회장이 신비스럽기도 하고 경이 스럽기만 하다. 왼손은 내 몸이 아니라며 손바닥에서 지도와 나침반을 놓는 법이 없이 거리와 속도를 일정하게 진행하면서 나뭇가지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사물까지도 체크를 하고 현재의 위치와 가야할 방향을 수시로 확인을 한다.


                                                            정면의 대덕산과 우측의 우암산

우측으로는 대덕산(1,307m)과 우암산(1,346m)이 우리의 행보에 표준점이 되고 좌측으로는 1,446m의 두위봉과 1,426봉의 백운산 자락에 건설되고 있는 스키장의 슬로프가 눈길을 끈다. 오늘의 산행이 무성한 숲의 연속으로 답답하고 지루한 곳이지만, 이런 곳에서는 독도의 묘미를 만끽하는 즐거움을 터득해야 한다는 류 회장의 주장에 수긍을 하면서 지금까지 앞 사람만 따라 다니는 산행으로 알바를 수 없이 하게 된 연유를 되돌아보며 반성 또 반성을 하게 된다.






1,170봉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1,110봉을 지나 1,114봉의 밀림 속에서 점심 자리를 편다.(12시 35분)  십 분간의 행동 식으로 시장 끼를 면하고 990봉을 내려서는 길목에는 오늘의 산행 길에서 유일한 암릉의 연속으로 겹겹이 쌓인 낙엽의 부엽토아래 숨겨진 너럭바위는 흠뻑 젖은 습기로 미끄럽고 급경사 벼랑은 낙석의 위험으로 앞 사람과의 간격을 멀리해야하며 오금이 저리도록 아슬아슬한 구간을 통과한다.


                                                   백운산 자락의 스키 슬로프와 우측의 두위봉

                                                              사진찍기에 열중인 류회장


가시덤불의 진행로

지도상에서는 완만한 분지를 자나는 것으로 표시가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2개의 무명봉을 넘은 후에야 고랭지 채소밭이 펼쳐지는 개활지가 990고지의 안부가 된다. 3 -40도의 가파른 비알에 돌 자갈이 앙상한 고냉지 채소밭. 사람이 서 있기도 힘든 경사지에 쟁기질은 어찌하며 척박해 보이는 비탈 밭에 파종된 씨앗이 자란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한데, 공기 좋은 무공해 청정지역에서 생산된 배추가 우리네 밥상에서 사랑을 독차지하는  이유를 알만하다.


                                                           천수를 누린 고사목

                                                              전면에 보이는 1,120봉

                                                                           990 안부


아직도 대덕산은 우리의 곁을 떠날 줄 모르고 내려온 만큼 올라가야하는 1,120봉은 급경사를 이루는데 산초가시와 엄나무 산딸기와 한바탕 전쟁을 치루며 밀림 속을 뚫고 올라서면 북사면을 간벌하여 시원하게 터지는 조망으로 강원도 오지의 산들이 첩첩이 물결치며 금대 지맥의 연봉들이 파노라마를 이룬다.









이곳에서 십여 분간 땀을 들이며 류회장의 강의가 펼쳐진다.

그의 지도에는 등고선의 높이에 따라 칼라 펜으로 색을 표시하므로 지형의 높낮이를 한 눈에 식별할 수 있는 편리함과 진행하는 방향의 산세를 판독하기 쉽다는 장점으로 우리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며 열심히 찍어대는 사진은 본인이 모르는 산이라도 집에서 편집하는 과정에서 복기를 하므로 다음산행에서 해박한 지식의 자료가 된다고 한다.






북쪽을 향하던 우리의 발길은 이곳에서 서쪽으로 자세를 바꾸고 발자취도 없는 밀림 속을 헤치며 삼각점이 있는 1.089봉에 오른다. (14시)   442 재설 **7 건설부 로 명명됨, 강원도 오지중의 오지에는 그 흔한 리본하나 보이지 않고 산돼지들도 서식지가 불편한지 흔적  조차 찾을 길 없는 밀림 속에 포로가 되어 길섶에 자리를 잡고 갈증을 달래며 류 회장을 기다리는 것이 최 상책이 아닌가?  수 십 년의 산행 길에 자신만만하던 기백은 어디로 가고 풀죽은 모습으로 개척 산행의 어려움을 실감하며 자성하고 반성한다.






다시 류 회장과 합류하여 이런저런 이야기 속에 많은 노하우를 전수받으며 970봉을 내려서면 노나무재를 지나는 차량들의 소음소리가 지척에서 들리고 서남쪽의 개활지에서 두위봉과 백운산이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이동통신 안테나를 지나 철조망을 끼고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노나무재에 이르고 커다란 돌비석은 심한 매연으로 검게 그 슬려 보기에 안쓰럽기만 하다.(14시 55분) 




















삼척시 하장면에서 사북읍으로 넘나드는 노나무재는  2차선으로 포장된 지방도로이지만 차량의 왕래가 한적한 곳으로 서쪽의 절개치를 치고 올라 10여 분간 진행하면 900고지에 이르고 간벌한 사이로 북사면의 정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으로 답답하기만 하던 가슴이 툭 트인다. 서북쪽으로는 우리가 올라야할 무명봉이 기를 죽이고 노목산은 좌측으로 무성한 나뭇가지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노목산의 전위봉



이제부터 오늘의 산행 중에 가장 힘이든 구간에서 진땀을 흘리며 스틱의 용도가 절실하게 실감나는 행보로 무명봉의 정상에 올랐지만 아무런 표시도 없고, 1,000m가 넘는 안부에서 오르고 내림의 기복도 완만하고 노나무 재에서 올라오는 산악회의 리본들이 길잡이가 되어준다.  억새풀이 웃자란 무덤가를 지나 20여 분만에 노목산의 정수리에 올라선다. (16시)






                                                   고사목에도 새생명이 잉태하고




버려진 헬기장 인 듯.

폭염이 내려 쪼이는 정상은 싸리나무가 무성하고 정상석은 없지만 삼각점이 외롭게 졸고 있다. (303 재설 . 776건설부)  무더운 날씨 속에 5시간의 산행이 무리였던지 모두 후줄근하게 늘어져 그늘 속으로 들어선다. 이럴 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감로주는 당연히 막걸리가 아닌가? 어려운 고비 고비 넘나들며 걸머지고 온 막걸리를 표주박으로 한 모금씩 돌아가는 작은 양이지만 갈증에 지친 이들에게 원기를 회복시켜주는 활력소가 아닌가?







정상 다음으로는 내려가는 길 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1,070봉까지는 평지를 걷듯 휴식시간이나 진배없이 널널하게  걸어가며 웃음꽃을 피운다. 이제 남은 구간은 옥실 차도까지 급경사 내리막길. 하늘도 보이지 않는 울창한 숲속에서 잠시 우왕좌왕하다 9시30분 방향으로 살짝 틀어 곤두박질치며 고도를 낮추다보면 등산화의 코가 통증으로 아려오고 하지의 기나긴 해가 중천에 떠있는 오후 5시 옥실차도에 내려서며 산행도 끝이 나고 다음 구간의 시발점인 절개지를 확인하고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직진리 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파종도 하지 않은 고랭지 채소밭에 소독약부터 살포하고 있으니 이래저래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채소는 무공해라는 말이 실종 된지 오래 전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