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2호 - 2005년 11월 (문학공간)
정암산(403m)과, 해협산(531m)에 오르면
산행일시 : 2005년 5월 9일 08시 - 12시 30분 산행시간 : 4시간 30분 나 홀로 산행
소 재 지 : 경기 광 주시, - 퇴 촌 면, 남 종 면 날 씨 : 맑음 산행거리 : 악 10km
중국을 다녀온 뒷마무리로 20여일 만에 산을 찾으니 신록이 무성한 산에는 철쭉도 낙화되어 땅위로 떨어지고 보라색 제비꽃이 다투어 피어나는데 양수리 에서 바라보는 정암산과 해협산은 수반위에 피어나는 한 떨기 꽃처럼 아름다운 자태로 산 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서울에서 지근거리에 있으면서도 교통의 사각지대로 의정부에서 도봉산역으로 군자 역에서 강동 역으로 환승을 하며 상일동 정류장에서 퇴촌행 13-2번 버스에 몸을 싣고 면소재지에 도착하여 수 청리행 광주시 완행버스(7시 40분)에 탑승하여 여우고개를 넘어서면 목적지인 귀여리가 나타난다.
반갑게도 정류장에는 정암산 오르는 이정표가 산 나그네를 유혹하고(정상까지 2,7km) 들머리인 마을로 들어서니 이방인을 향하는 방정맞은 개들의 합창으로 장로교회도 지나치고 마을을 벗어나 비닐하우스 단지의 왼편으로 산 비알에 청주한씨의 묘를 가로질러 솔밭 속으로 들어서니 잠시 후 주능선에 정류장 0,7km 정상 1,7km의 이정표를 만나 나뭇가지에 리본하나 걸어놓고 정상으로 향한다.
처음 계획했던 등산로는 이곳이 아니고 버스정류장에서 검천리 쪽으로 50여m 더 가서 지릉선으로 올라서야 271봉으로 연결되며 두 물 머리의 너른 물결위에 정자나무 숲과, 정약용의 생가를 바라보는 환상의 산행코스가 될 터인데, 정류장에 세워놓은 이정표에 현혹되어 산길을 오르다보니 푸른 숲의 늪에 빠져 건너편의 산봉우리도 볼 수 없고 안타까움만 더 한다.
전위 봉을 넘나들며 고도가 높아지고 남종면에서 삼림욕장으로 조성해놓은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오르기에는 편하지만 외부인 들의 흔적이 별로 없고 소나무 그늘에 바위가 듬성듬성 나타나며 정암산 정수리에 올라선다.
무성한 나무숲은 주위경관을 가로막고 합수머리 정자나무 가슴속에 묻어 둔 채, 사방을 둘러보니 정암산 정상석을 2003년 3월 1일 세우면서 이름석자 표시 없이 무명으로 남겨두니 조그만 일에도 자기를 과시하는 요즘 세상에 우리의 귀감으로, 양수 461번 1998년 복구된 삼각점이 선명하고 솔바람 불어오는 정상에서 삼각대 세워 사진 한 장 찍고 나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곳은 모든 잎 새 떨 구고 사주경계 확실한 겨울철이 제격인 것을,
20여m 전방의 봉우리에서 우측으로 내 달리면 십자로 안부 지나 시원한 강바람이 능선위로 불어오는 싱그러운 오월의 화창한 봄날, 휘적휘적 걸어가는 발걸음에 느닷없이 달려드는 송아지만한 개의 공격, 기절초풍 혼비백산 깜짝 놀라 바라보니 의기양양한 개새끼는 이빨을 갈아 대고, 백주대낮 산속에서 얼결에 당한봉변,
나물 뜯는 토박이는 천 하 태 평, 여유 작작 울화통 치밀지만, 궁지를 벗어나려면 통사정을 하는 수밖에 목사리도 없이 산천을 활개 치는 개를 피해 340봉을 단숨에 넘고 410봉까지 정신없이 달리는데 신선놀음 사색으로 삼림욕을 즐기다가 삼십육계 줄행랑 간담이 서늘하다.
410봉에서 무성한 나무사이로 수청리를 확인하고 우측으로 90도 방향을 틀어 된 비알을 내려 올 제 개놈에게 놀란 가슴 진정도 되려니와 여유로운 발걸음에 떡 취들이 길섶에 돋아나고 향긋한 그 내 음에 어찌 그냥 지나치랴.
한 잎 두 잎 따 모아 비닐봉지에 담아보니 하루저녁 쌈 싸먹기 알맞은 분량 일세. 쉬엄쉬엄 오름길에 해협산 정상에 올라서면 무인 통신기 철조망으로 보호하고, 외부인 접근금지 서슬 퍼런 경고판에 죄 지은일 없으면 그만이지 주눅 들일 없는 것을 정상석 옆으로 짐 보따리 풀어놓고 시원한 강바람에 두활개 활짝 편다.
윤기 나는 오석에는 531.7m 해협산 이름석자 확실하고 우정산악회에서 정성스레 세워놓은 정상 표 지석 뒷면에는 산의 전설까지 친절하게 소개하니 흙에 뭍인 삼각점 내용물이 없다한들 무엇이 아쉬우랴.
11시 22분 예정대로 진행하는 만족감에 삼각대 세워놓고 요리조리 폼을 잡고 배낭 속에 막걸리로 갈증을 해소하며 20여분 휴식 끝에 우측으로 내려서야 할 것을, 하 산로 표지 믿고 벼랑길로 내달리니 차 소리 붕붕 나고 2차선 포장길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어안이 벙벙하여 어느새 새로운 길이 생겼단 말인가?
개념도를 봐도 판단이 서지를 않고 고개 마루 올라서니 이곳이 염치고개라 일러주는 원주민들, 이제야 수궁이 가고 남쪽으로 강상면 가는 길 북쪽으론 퇴촌 가는 길이 확실한데 5km거리는 아득히 멀기만 하고 지나는 차들은 무심히 지나친다,
그래도 예정대로 두 산의 정수리를 올랐으니 소기목적을 달성한 셈으로 위안을 가지며 포장길로 터덜터덜 한참을 내려서니 천하 대장군, 지하 여장군 장승을 세운 휴게소에서 지나는 차들을 세워보지만 남의 애타는 심정을 어이 헤아릴까?
두 손 흔들며 애원하는데 신세대 젊은이가 어서 타라 손짓하고 고마움에 올라앉고 보니 천국이 따로 없는데 이런 저런 대화 속에 상봉 역까지 편하게 오는 횡재로 전화위복이 되었으니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어찌 다 갚으리요.
이럴 때를 대비하여 배낭 속에 넣어둔 저서(바람과 구름이 머무는 곳)를 건네주니 어찌나 고마워 하는지 흐뭇한 미소로 인사를 나누고 7호선으로 집을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