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구절산과 연엽산 산행기

김완묵 2007. 5. 26. 08:49
 

구절산(750.4m)과 연엽산(850m) 종주기

 

                                                  차창에 비추는 일출

 

산행일시 : 2007년 5월 23일 오전 9.00시 - 15시   산행시간 : 6시간  날 씨: 맑음

소 재 지 : 강원도 춘천시 동산면  산행거리: 약 11km  나 홀로 산행  경춘선과 택시 이용

 

 


6시 26분 성북역에서 춘천 가는 무궁화호에 올라서니 출근하는 직장인들과 통학하는 학생들, 제철만난 산 나물꾼들로 만원을 이루고 부족한 잠을 보충 하려는 듯 모두들 꿈나라로 향하고 있다.

 

 

                                          북한강의 물안개와 멀리 삼악산


가평을 지나며 북한강을 끼고 달리는 기차는 산자수명한 호반의 진수를 보여주며 차창을 스치는 강 언덕에 아카시아 꽃이 만발하고 수면위로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삼악산 자락을 감아 돌며 강촌역은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M. T의 요람답게 추억의 향수가 물씬 풍기는 문구들로 낙서판이 된지 오래 이다.

 

 

 

주위의 풍경에 넋을 잃고 있는 동안 동백꽃으로 유명한 김유정 시인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김유정 역을 지나 1시간 40분 만에 남춘천역에 도착을 한다.

 

 

 

원래는 춘천역이 종점이지만 경춘선의 복선전철화 작업으로 춘천역을 새로 신축하면서 당분간이곳이 종점이 되어 춘천역까지는 셔틀버스로 연계 운행을 하며 이곳 또한 임시로 사용하는 곳이라 시설도 빈약하고 산만 하지만 완공이 된다면 춘천의 관문으로 새로운 도약을 하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남춘천역은 처음 와 보는 곳이라 모두가 생소하고 오늘의 목적지인 구절산의 들머리인 동산면의 봉명리 도화동을 찾아가기가 만만치를 않아 여기 저기 물어 보지만 한 시간에 한번 씩 있는 홍천 행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택시로 시외버스 터미널로 이동을 하는 번거로움과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으로 저녁의 이 춘길 씨와의 약속시간을 생각하면 잠시도 머뭇거릴 시간이 없어 택시를 이용하게 된다. (8시 15분)

 

                                                     

 

  막상 택시에 올랐지만 산간 오지마을인 도화동을 모르는 기사의 표정에서 황당하기 그지없고 지도를 펼쳐놓고 설명을 해주며 길을 찾아 가는 중 지난번 영춘 기맥을 지나던 중간 들머리인  모래 재에 올라서며 눈에 익은 지형에 안심을 하고 하산지점인 쉰 동골을 유심히 살펴가며 동산면 소재지인 조양리에 도착한다. (8시 30분)

                                                 도화동의 당산 나무

중앙고속도로 밑으로 북쪽의 포장도로가 눈에 들어오지만 초행길인 기사는 슈퍼에서 재차 확인을 한 뒤에야 봉명리로 들어가며 3km가 넘는 시골길을 달린 후에야 수 백 년 된 당산 나무아래 차를 세우고 22,000원이나 나오는 택시비가 아깝기는 하지만 산간 오지 산행에 감수해야할 여비가 아닌가? (8시 40분)

 

 

 아침 일찍 들어오는 택시가 신기 한듯 하던 일손을 멈추고 바라보는 촌 노들이 반가워 장자골 들머리를 물어 보지만 의아한 표정으로 길이 없어진지 오래 이고 더구나 입산이 통제 되고 있으니 그냥 돌아가라는 말에 하도 어이가 없어 경방기간이 끝이 났는데 무슨 통제를 하느냐고 반문하는 말끝에 이곳은 강원대학교의 사유림으로 외지인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으니 되돌아가라는 일언지하의 거절에 망연자실 할 뿐이다.

 

 

새벽같이 일어나 택시를 빌어 타며 이곳까지 왔는데 어찌 되돌아 갈수 있단 말인가?

사전에 알지 못하고 찾아 왔으니 눈 한번 질끈 감아달라는 통사정에 묵묵부답이던 감시원은 산을 오르며 글을 쓴다는 하소연에 슬그머니 한발 물러서며 산나물에는 손도 대지 말라는 언질과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 9시)

 

 

고맙다는 인사를 연신하며 장자골 계곡으로 들어섰지만 그동안 마을 사람들의 왕래가 없었는지 한 발짝도 내딛기 어려운 무성한 숲과 억새와 찔레덩굴이 앞을 가리고 지난해의 홍수로 계곡이 패여 나가 그나마 길도 유실되고 말았으니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장애물 앞에서 되돌아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가는데 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한발 한발 내딛는다.

 

 

 

                                          남쪽의 3봉과 하늘금에 한강기맥

 

 

                                                     2봉 정수리의 돌탑

 

햇볕도 들지 못하는 어두운 계곡의 음습한 기운에 온몸이 오그라들며 희미한 족적을 따라 계류를 수 십 번 건너 25분 만에 갈림길에 도착을 하며 우측의 능선으로 산길 을 접어들게 된다.

 

 

                  

                                     정상으로 향하는 제 2봉의 벼랑길

 

계곡의 무성한 다래 넝쿨 속에서 해방이 되었다는 안도감으로 마음의 평정을 되찾으며 전주이공의 묘 잔등 뒤편으로 희미한 흔적을 발견하며 오지의 밀림속이지만 정상적인 산행길이 열리고 언제 누가 이곳을 찾게 될지는 모르지만 리본을 달아가며 산 비알을 기어오른다.

 

                                           연엽산과 하늘금에 가리산

 

                                                      리본 하나 걸고


거목들이 울창한 비알 길은 잡목들도 별로 없고 희미한 오솔길 따라 짐승의 배설물과 발자국이 마음 한편으로 불안하지만 나 홀로 산행에 이만한 일이야 다반사 이므로 부지런히 주능선을 향해 오른다.

 

                                                           제 2 봉의 전경


계류를 벗어 난지 30분 만에 무명봉의 정수리에 올라섰지만 바로 옆으로 임도가 나타난다.

 

 

 

50,000분의1 지도에는 구절산과 연엽산의 중허리를 돌아가는 임도가 동신면의 장재울과 북방면의 연엽골 동내면의 사암리에서 시작하여 수십km에 걸쳐 연결이 되어있는데 100여 m동행을 하다가 우측의 절개지를 치고 오르면 구절산의 등산로가 열린다. (10시 30분)

 

 

 

날카로운 비석(飛石)들이 산 비알에 즐비하게 낙엽 속에 묻혀 있어 위험하기 짝이 없고 사람의 발길이 미치지 못하는 별천지에 산돼지가 주인인가?

 

                          구절산 정상에서 북사면으로 내려오는 벼랑길


너덜지대에 쌓인 낙엽을 조심스럽게 오르면 산돼지들의 천국으로 여기저기 배설물들이 수북이 쌓여있고 밭갈이 하듯 땅을 모조리 뒤져 놓았으니 그 놈들과 마주치지 않을까 긴장을 하며 정수리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금낭화의 천국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정수리.

동쪽으로 수십 길 절벽이 단애를 이루고 남쪽의 봉우리는 어느 곳으로도 오르기가 어려운 첨봉으로 북쪽이 정상인데 북동쪽으로 틔워진 조망은 저 멀리 가리산(1,050m)에서부터 대룡산(899m), 녹두봉(853m), 매봉(758m), 연엽산(850m)으로 이어지는 영춘기맥의 산줄기들이 파노라마를 이루며 서쪽의 모래재로 이어지고 남쪽으로는 한강기맥의 준봉들이 마루금을 이루고 있다.

 

 

 

빛바랜 리본이 바람결에 흔들리고 앙증맞은 돌탑을 배경으로 추억을 만들고 자리를 뜨지만 제1봉으로 가야할 방향으로 십여 길이 넘는 벼랑이 서쪽 산 비알을 따라 만리장성을 이루고 있으니 힘들여 올라온 길을 되짚어 내려가며 탈출로 찾기에 여념이 없다.

 

                                      거목도 고사 시키는 담쟁이 넝쿨

 

                                                  홀씨되어 날아갈 민들레 꽃


100여m를 내려온 후에야 겨우 벼랑 끝에 탈출로를 찾아 험지를 벗어나고 보니 고립무원의 오지에서 안전사고가 가장 념려가 되어 긴장의 끈을 늦출 수가 없고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암봉위에 올라서니 이곳 또한 시원한 조망으로 가슴속이 후련하고 스텐으로 세운 정상표지석이 돌탑과 함께 자리를 잡고 근처에 삼각점(대평 26, 1988년 재설)까지 확인을 하고 하산 길을 서두루지만 이 또한 만만치를 않다. (10시 55분 - 5분 휴식)

 

                                              임도에서 바라보는 구절산

 

                                                  임도에서 바라보는 연엽산


무성한 밀림 속에서 가파른 벼랑이 앞길을 가로막고 사람들이 오간 흔적도 찾을 길이 막연한데 북사면으로 조심스러운 행보를 시작하지만 수직에 가까운 벼랑길을 더듬으며 내려오는 심심산골의 음지에 금낭화가 군락지를 이루며 외로운 나그네에게 한 가닥 기쁨을 선사하고 가시덤불 헤치며 30여 분간 곡예를 하며 안부에 내려오니 임도가 기다렸다는 듯이 반겨준다. (11시 30분)

 

 

                                                        세곡현 삼거리


이제부터 연엽산의 세목현 까지는 임도와 동행을 하게 되는데 구절산에서 너무도 많은 시간을 허비한 탓에 시간도 단축하고 피로도 풀 겸 임도를 걸으며 외지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이유를 알게 된다.

 

                                  길섶의 민들레에는 벌 나비가 날아들고


수백정보가 넘는 광활한 임야에 전문 교수들이 임산물의 종자 개량과 생육을 관찰하는 학습장으로 우리의 산림자원을 보호 육성하는 현장으로 산불감시와 자연을 훼손하는 것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곳곳에 프로젝트의 안내문과 경고문이 설치되어 있다.

 

                                            둥굴레의 군락지


임도 주변에는 두릅나무들이 지천으로 깔려있고 그늘 속으로 조금만 들어가도 취나물과 둥굴레 이름 모를 약초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강원대학의 재단과 마을 주민들과의 모종의 계약으로 외지인들이 임산물을 채취하다 발각되면 상상도 못할 벌금과 망신을 당하기 때문에  접근을 못하고 임산물의 채취권을 현지인들에게 주어 공생의 관계로 더욱 세심한 단속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연엽산이 바라보이는 새목현 헬기장


산 중허리를 따라 이어지는 임도는 잣나무 단지를 비롯하여 많은 식물들이 온갖 정성으로 보호를 받으며 자라고 있는 별천지로 시원한 바람 속에 정화된 공기를 마음 껒 마시며 뒤돌아보는 구절산의 첨봉들이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30여분 만에 북방면의 연엽골과 동산면의 윗박골로 이어지는 세곡현 삼거리 길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을 하며 막걸리로 피로를 풀고 주능선으로 올라붙는다. (12시- 10분간 휴식)

 

                                                         정상 직전의 암봉


둥굴레와 탐스러운 취나물이 지천에 깔려 있지만 가는 길이 바쁘기도 하거니와 조금 전의 경고문을 본 터라 ❝소 닭 처다 보듯이❞ 그저 앞만 보고 부지런히 지나치다 보니 연엽골과 장재울 주민들이 넘나들던 새목현에  도착한다. (12시 30분)

 

 

                                                     정상의 산불 감시초소


너른 공터에 헬기장을 겸하고 있는 이곳은 연엽산을 오르는 주 등산로가 시작되는데 연엽골에서 올라오는 산우님들이 있었는지 심심 찮케 나타나는 리본으로 외로움을 덜 수 있고 구절산과는 달리 험준한 것도 아니고 완만한 육산으로 30여 분만에 산불 감시 초소가 있는 정상에 오르게 된다. (13시- 5분 휴식)

 

 

                                                      정상에서 바라보는 구절산


정상석은 없지만 삼각점(내평 316 - 2005년 복구) 도 확인을 하고 대룡산과 녹두봉이 지척에 바라보이지만 구절산이 있는 남쪽으로 조망이 뛰어나다.

 

                                              녹두봉과 대룡산

 

산간오지인 구절산과 연엽산을 무사히 완주했다는 자만심에 매봉으로 향한다는 생각만 앞질러 지도 정치 한번 안하고 하산 길로 들어서 무성한 밀림 속을 달리면서도 앞에 보이는 산이 매봉이라는 생각에만 집착하여 영춘기맥의 리본들을 따라 무명봉을 넘어 임도와 마주치며 의아심을 갖게 되지만 영춘 기맥의 리본들이 줄기차게 따라붙는다.

 

                                             다시 보는 구절산

 

                                  정성어린 손길의 보호를 받는 잣나무 단지

 

때 늦은 후회로 지도를 확인하니 이곳은 매봉으로 가는 길이 아니고 모래재로 내려가는 서쪽방향 인 것을 되돌리기엔 너무도 먼 거리에 와있고 저녁의 약속시간이 마음에 걸려 구절산과 연엽산을 오른 것에 만족하며 윗박골의 삼각점(내평 451 - 2005년 복구)이 있는 607봉에 리본하나 걸고 영춘기맥의 리본과 작별을 하고 봉명리의 관골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생소한 임도


조용한 시골동네 관골을 지나 1km남짓 걸어 나오면 아침에 도화동으로 오르던 갈림길 삼거리가 나오고 전화위복으로 하루에 3번만 다닌다는 시내버스가 시간에 맞추어 도착을 하니 이아니 좋을 손가?

 

 

                                                 607봉의 삼각점과 야생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