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합천호에 솟아오른 악견산

김완묵 2007. 5. 22. 06:37

합천호에 솟아오른 악견산(634m)과 의룡산(485m)

 

 

 

산행일시: 2007년 4월 26일   12시 30분 - 16시 20분   산행시간: 3시간 50분

소 재 지: 경남 합천군 대병면    산행거리: 약 9km  청솔 산악회    참석인원: 50명

날   시 ; 맑음    회   비 ; 23.000원   휴식시간: 1시간

 

                           중간 기착지인 덕유산 휴계소


산악회의 중간 기착지인 천호동 국민은행 앞에는 오늘도 산으로 향하는 산우님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제각기 행선지를 따라 떠나가지만 청솔 산악회의 버스는 보이지를 않는다.

 

 

                               용문정 앞의 계류를 건너는들머리


멀고도 먼 길을 이렇게 늑장을 부려도 되는 건지.

7시 40분이 되어서야 모습을 나타내는 버스에 올라서니 오늘도 여전히 초만원을 이루고 주부회원들이 많은 탓에 출발시간을 늦추게 되었다는 설명에 이해를 하면서 상일동을 경유하여 고속도로에 진입한 버스는 질풍같이 달려가고 새벽잠이 부족한 일행들이 조용히 수면을 즐기는데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소음공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위는 우리 모두 각성해야할 기본예절이 아닌가?

 

 

 

                                 V자 게곡을 오르는 일행

 

천안 휴게소에 도착하여 청솔 산악회가 자랑하는 아침식사로 순두부국에 밥 한술씩 말아먹고 멀고도 먼 합천 호반으로 달려보지만 산청 요금소를 지나서도 1089번 도로를 따라 1시간 동안 느림보 걸음으로 애간장을 태운 끝에 드디어 합천호수가 시야에 들어온다.

 

                                악견산과 금성산 그너머 마루금에 황매산

 

                                        조정지 댐의 아름다움


하지만 수문 밑으로 뚝 떨어진 담수량으로 농번기에 물 부족이 일어나지 않을까?  의구심을 가지며 지난겨울의 가뭄 탓인지. 아니면 당직자들의 보신책으로 물빼기 작전인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안타까운 일이다.

 

                               전망대의 아름다운 야생화

 

                                  기암의 사이로 악견산이


굽이굽이 돌아가는 호수 주변의 경치는 도심의 찌든 세파를 씻어 내기에 충분하고 12시 30분 멀고도 지루한 여정을 마감하고 뙤약볕이 내려 쪼이는 용문정 주차장에 내려서며 지체된 시간을 보충이라도 하려는 듯 서둘러 하천을 가로 질러 진입로에 들어섰지만 한겨울이 다 가도록 오간 흔적이 없이 지난 폭우로 등산로가 유실된 탓인지 들머리를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며 한동안 길 찾기에 여념이 없다.

 

                                        용주면의 너른 들녁

 

                                        의룡산의 기암괴석


가까스로 산행 길에 들어서서 왼쪽으로 산굽이를 돌아가며 계류를 건너면 곧바로 가파른 암릉 길이 이어진다.

 

                                   조정지댐의 명경지수

 

                                   산행기에 등장하는 류씨묘


코가 땅에 닿도록 가파른 벼랑길은 중간 중간 전망이 좋은 바위들이 있어 뒤돌아보는 합천호와 조정지 댐의 물줄기와 높고 낮은 산줄기들이 한 폭의 그림같이 시원하게 조망이 펼쳐진다.

 

                                          악견산과 기암

                                             의룡산 정상


하지만 산행시간이 촉박한지라 여유를 부리며 주위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안간힘을 쓰며 암릉을 거슬러 오르는데 중간 중간 걸려있는 로프가 고맙기 그지없고 15m 남짓 되는 V자 협곡을 오르면 시원하게 펼쳐지는 전망대 바위에 올라서게 되고 이름모를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사진 찍기에 안성맞춤으로 시원한 강바람에 흐르던 땀방울도 잦아든다. (13시 25분)

 

                                  문씨 묘로 추정하는 무덤

 

                                 바위 투성이의  의룡산 정상

 

  

                                악견산과 금성산 허굴산까지


솔 푸더기와 어우러진 암릉 길을 걷노라면 왼쪽으로 잘 정돈된 류씨 묘가 자리를 잡고 조정지 댐에서 모은 물이 고품리의 기름진 들녘을 적시고 활등같이 굽은 하천이 휘감아 도는 용주면의 황금 들녁이 바둑판 모양으로 경지정리가 되어 시원스레 펼쳐진다. (13시 30분)

 

 

                                삼층바위로 부르는 촛대바위


곧이어 용의 등줄기에 해당하는 암릉에 올라서면 의룡산의 정수리로 이어지는데 너무도 시원한 조망 터로 서쪽으로 악견산과 합천호수 그 뒤로 금성산과 허굴산이 사이좋게 자리를 잡고 기암괴석의 전시장으로 의룡산이 자랑하는 제일의 전망대 이지만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정수리에는 아무런 표시가 없다는 것이다. (13시 40분)

 

                                       울창한 송림

 

                                  임도 사거리

 

                                        밤나무 단지

 

                                      양씨 묘로 추정


잠시의 휴식도 없이 곧바로 악견산을 향해 출발하는데 수 십 길 단애를 이룬 의룡산의 하산 길은 동쪽으로 100여 m를 능선 따라 진행하다 우측의 벼랑길로 내려서면 갈림길이 나타나고 (왼쪽은 오동골) 선답자들의 산행기에는 문씨 묘라고 적고 있지만 표지석이 없는 묘를 지나면 잠시 후에 전망 좋은 층층바위가 나타나고 뒤돌아보는 의룡산은 거대한 암봉으로 우리의 일행들이 정수리에 올라 환호하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악견산의 오름길

 

 

 

 

 

 

울창한 송림을 빠져나오면 송터와 용문사를 넘나드는 임도 사거리를 만나게 되고 완만한 구릉지에 밤나무 단지가 펼쳐지는데 뒤돌아보는 의룡산의 자태에 반하여 발걸음이 마냥 느려진다. 

 

 

                           악견산 정상을 오르는길목의 수목 터널


밤나무 단지의 가운데를 파고들면 악견산을 오르는 들머리 갈림길이 나타나고 아득하게 올려다 보이는 정수리를 오르자면 잠시 휴식을 해야겠기에 보따리를 풀어놓고 물 한 모금 마신다. ( 14시 10분)

 

                                           조정지 댐

 

                                               통 천 문

 

 

 

 

등산로 옆으로 이름 없는 뫼 잔등에 할미꽃이 머리 풀어 바람결에 흩날리고 진보라 제비꽃이 유혹하는데 수직절벽의 벼랑에 걸린 로프가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정상의 바위모서리의 철쭉이 백미로

 

 

 

전위 봉으로 올라서면 시야가 점점 넓어지고 큼직큼직한 바위들이 앞길을 가로 막고 통천문을 지나 올라선 악견산 정상. (14시 30분)

 

 

                                       흐드러진 야생화


바위벽에 비스듬이 누워있는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누르고 키를 넘는 암반위로 오르면 십여 명이 쉬어 갈만한 공간으로 짐 보따리 풀어 헤치고 함께 고행의 길을 걸어왔다는 인연으로 주고받는 술잔 속에 웃음꽃이 피어나고 화톳불에 이글거리는 삼겹살보다도 감칠맛 나는 우정의 꽃이 피어오른다. (1시간의 휴식)

 

                                      금성산과 허굴산

 

 

 

 

정수리에서 빗겨난 곳에 빼어난 전망대가 있으니 남쪽으로 금성산( 592m)과 허굴산(681m)이 푸른 숲 사이를 비집고 거대한 암봉의 흰 살집을 드러내고 군립공원 황매산(1,108m)을 지나 서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바랑산(796m)과 월여산(862m), 숙성산(898m),  월현산(615m), 인덕산(647m), 논덕산(557m), 소룡산(519m)의 기라성 같은 봉우리들이 합천호를 외워 싸고 서부경남의 산간오지 마을을 빗어내니 정상에서 못 다한 조망을 원 없이 만끽하며 금성산을 다녀온 과천의 김영오 선배님과 하산 길에 동행을 한다. (15시 40분)

 

 

전망대 바위에서 조금 내려오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성터를 만나게 되는데 이곳이 경남 기념물 218호로 지정된 악견산성으로 조선 선조 때 축성된 것으로 추정을 하고 있으며 임진왜란 때 성주부사 곽재우 장군이 보수를 하고 왜군들이 장기전으로 돌입하자 금성산의 바위에 구멍을 뚫고 악견산까지 줄을 맨 뒤 붉은 옷을 입힌 허수아비를 달밤에 띄워 왜군을 물리쳤다는 전설을 간직한 곳으로 규모는 작지만 천연요새의 벼랑 끝에 바위를 의지하여 축성을 하였다. (경상도속찬지리지에서 인용)

 

 

                                            금 성 산


잠시 후 녹색의 철 계단을 지나며 바위투성이의 벼랑길이 펼쳐지는데 젊은이들도 엉금엉금 기어가야할 곳을 사뿐 사뿐 내딛는 발걸음에 거칠 것이 없고 잽싸게 달아매는 리본과 사진 찍고 메모하는 손놀림이 진지하여 경이로운 눈길로 바라본다.

 

 


인생 칠십 고래희라 건강하게 사는 것만으로도 천수를 누리는 것이거늘 일주일에 2번 이상 장거리 산행으로 체력을 단련하고 氣 체조로 심신을 연마하고 있으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선배님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산양의 화신이지 잽싸게 달려가는 모습을 놓칠 새라 정신없이 뒤 따르다보니 어느새 동광가든 앞에 내려서게 되고 이곳이 무학대사의 출생지라는 사실도 확인을 하며 비록 등산구간은 짧지만 아기자기한 암릉길에 볼거리를 제공하는 악견산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16시 20분)

 

 


참고: 1988년 완공된 합천댐은 콘크리트 중력식으로 7억 9천만 톤의 담수 능력을 갖고 있으며 발전 설비를 갖춘 다목적댐으로 낙동강 지류인 황강유역의 대병면의 계곡을 가로막아 유역면적이 725㎦로 합천읍에서 약 16km 거리에 위치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