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4 호 ( 시 와 산 )
제 54 호
발 행 일: 2007년 2월 24일
병술년의 산행을 갑산에서 마감을 하고
갈미봉(386m), 신선봉(231m), 갑산(547m), 조조봉(332m) 종주길
산행일시: 2006년 12월 8일 18시 15분 - 14시 산행시간: 5시간 45분 산행거리: 약 10여km
소 재 지: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조안면 날 씨 : 흐 림 나홀로 산행
금년 한해도 큰일을 이루어 놓은 것은 없지만 무사 무탈하게 지나가고 60여개가 넘는 산을 다녀왔으니 작은 소망이지만 흡족한 마음으로 지나간 시간들을 되돌아보는 근거리 산행 길에 나선다.
일기예보에서는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하였지만 다행이 서북풍의 바람결에 구름도 밀려가고 지난해 개통을 한 덕소행을 타기위해 회기역에 도착하니 이른 아침이라 크게 붐비지는 않지만 15분 간격으로 운행을 한다는 시간표대로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전철에 오를 수가 있었다. (07시 23분)
목가적인 풍경과 산뜻하게 지은 역사들이 호기심을 유발하며 한강변의 기적을 마감하는 덕소는 조용하던 시골마을이 아파트 숲으로 변신을 하며 전철의 개통과 경춘 고속도로의 공사로 상전이 벽해가 된다는 말이 무색하게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다.
덕소의 미래를 예고하듯 도시에 비해 크고 화려한 역사(驛)를 빠져나오면 곧바로 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월문리의 구선까지 운행하는 60번 마을버스가 15분마다 순회를 하고 있으니 산간 오지마을이던 월문리도 옛말이 되고 2차선의 협소한 구길 이지만 오가는 차량들이 제법 많아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7시 48분)
산행들머리인 월문 초등학교 앞까지 15분 만에 도착을 하니 제법 강한 바람이 불어오며 몸을 움츠리게 하는데 등교 길의 학생들의 뭍 시선을 받으며 산행준비로 10여분을 소비한 뒤 학교 담을 왼쪽으로 끼고 돌면 작은 개천이 나오고 학교 후문에서 계곡으로 50여m를 직진하면 수백 개의 벌통들이 즐비한 양봉장(겨울이라 보온 덮개로 둘러놓았음) 옆으로 산 비알을 오르게 된다.
사실 덕소와 팔당에는 운길산과 예봉산을 순회하는 종주길이 열려 있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곳으로 집중되는 탓으로 나 홀로 산행으로 사색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신선봉과 갑산, 조조봉으로 오늘의 행선지를 잡았지만 산행거리가 짧을 것 같아 갑산의 서북쪽에 있는 갈미봉을 추가 하다보니 산행들머리를 월문 초등학교로 잡게 되었다. (8시 15분)
예상대로 한적한 오솔길은 낙엽 속에 뭍 혀 버리고 잡목들을 헤치며 오르는 비알 길에는 그 흔한 리본하나 없이 잣나무 숲과 활엽수들이 공존을 하는 평범한 야산이지만 오가는 사람하나 없는 적막강산에서 네 활개 활짝 펴고 휘적휘적 걸어가는 산 꾼에게 거칠 것이 무에 있나?
380여 미터의 낮은 산이지만 나름대로 오르고 내리는 기복이 있게 마련이라 가파른 비알 길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비지땀을 흘리는데 오솔길도 더는 오르기 어려운지 사면 길로 휘돌아 주능선과 연결이 된다, (8시 30분)
고도가 높아질수록 매섭게 몰아치는 바람에 양 볼이 얼얼하지만 주위에 펼쳐지는 경치가 일품으로 발길에 채 이는 가랑잎의 경쾌한 리듬을 벗 삼아 지나온 시간들을 반추해보며 나만의 달콤한 시간 속으로 미로 여행을 떠난다.
갈미봉의 전위봉은 유일한 암 봉으로 그리 위험한곳은 아니지만 초보자들을 위해 서인지 우회로가 열려있고 노송의 그늘아래 시원한 쉼터에서 사방을 굽어보지만 상수리나무의 앙상한 가지에 가려 사진 한 장 남길 수 없는 아쉬움으로 지척에 있는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판독하기 어려운 삼각점이 있는 갈미봉의 정수리도 잡목이 앞을 가려 시원한 조망 터로는 볼 수가 없고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연봉들의 모습은 가늠이 되지만 가슴을 틔워주기에는 아쉬움이 많은 곳으로 간단하게 지도 정치로 방향을 설정하고 올라온 능선을 되짚어 월문리 쪽으로 내려선다.( 09시 5분)
하산 길에서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시원한 조망 터를 찾아보지만 전형적인 육산에 잡목이 무성하여 못내 실망하며 되돌아온 분기점에서 직진을 하며 잣나무숲길이 끝나는 바람막이 사면 길에 이 무슨 변괴란 말인가?
바람결에도 날아갈 연약한 네가 봄이 그렇게 도 그리 읍 더냐?
아직 삼동도 돌아오지 않은 초겨울인데 분홍빛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니 한 여름 잔인한 사람들도 겁을 내는 벌들도 제 한 몸 보존하기위해 헌 집을 버리고 깊숙이 숨었거늘 언감생심 하룻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어찌 이리도 무모한 짓을 하고 있단 말이냐? 철을 잊은 진달래야 명년삼월 봄이 오면 다시 피어나려 무나 어 서!
첩첩 산중에 제법 큰 마을을 이루고 있는 월문리.
경춘 고속도로의 공사로 서부개척시대를 연상하는 부산스러움으로 활기가 넘치고 월문 공단으로 오가는 차량들이 홍수를 이루는 월문 교회 앞으로 내려서며 갈미봉의 산행을 마감하고 앞에 보이는 신선봉의 진입로를 찾아 지도를 정치한다. (9시 45분)
월문 교회에서 바라 볼때 직진을 하면 수리넘어 고개를 지나 마석으로 가는 길이고 우측으로는 먹치 고개를 지나 송촌리로 빠지는 길인데 먹치 고개 쪽으로 고속도로의 교각이 하늘 숲을 이루고 있는 산 모랭이의 급경사 절개지 옆으로 치고 오르게 된다. (9시 55분)
가시덤불 헤치며 치고 오르는 급사면은 죽을 맛이지만 잠시 후 완만한 주능선에 올라서니 임시로 설치한 레미콘 공장 뒤편으로 커다란 동굴 두개가 입을 벌리고 있다.
고속도로 터널의 입구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우리에게도 환경문제와 자연보호가 초미의 관심사로 여러 환경 단체에서 촉각을 곤두세우며 감시를 하고 있는 탓도 있지만 관계당국에서도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여 계곡에는 다리를 놓고 산에는 터널로 이어가니 예전 같으면 신선봉의 허리를 잘라 절개지를 만들고 동물들의 이동통로를 차단하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았는데 모두가 한마음으로 자손만대에 물려줄 자연유산을 보호하려는 현장에서 기분이 마냥 좋아진다.
공사중인 탓으로 월문리 사람들도 찾지 않는 산길에는 낙엽만 수북이 쌓여있고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어른들의 말씀대로 한창시절 하늘을 찌를 듯이 무성하던 나무들도 고주박이 되어 길가에 나딩굴고 속절없이 늙어가는 우리네 인생사도 부질없고 허망하기 매한가지 아닌가?
하지만 잠시 후 잘생긴 참나무 밑둥치를 빙 둘러 칼질로 허물을 벗겨 놓았으니 연유는 모르지만 한강기맥의 신당고개 못 미쳐 새나무고개 근처에도 수 십 그루의 나무들이 수난을 당하는 현장을 보았는데 인간들의 심성이 이다지도 모진지 서글픈 마음이 앞선다.
잡목이 무성한 산길을 가노라니 삼거리 갈림길에 키 작은 노송들이 자리를 잡은 정수리에 올라서고 아무런 표시는 없어도 신선봉 정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산 이름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곳이라 실망감이 앞선다.( 10시 20분 - 10분간휴식)
지근거리에 있는 30번 고압전신주를 디카에 담고 서남방향으로 능선 길을 타고 가는데 수년전에 간벌을 하고 쌓아 놓은 참나무 등걸에 피어난 버섯이 눈길을 끈다.
진주보다도 선명하고 산호 보다 도 고운 버섯이 탐스럽게 자라고 있는 것은 사람들의 발길이 미치지 못하는 한적한 곳으로 신비스러운 그 모습에 손을 대지 못하고 그대로 발길을 돌리고 만다.
10여분 후 중광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31번 전신주 아래 당도하게 되는데 직진을 하면 마을 로 내려가는 하산길이고 좌측으로 90도 선회하면 갑산으로 연결되는 종주길이 열린다. (10시 37분)
완만한 능선 길을 내려서면 구선 마을에서 올라오는 임도를 만나게 되고 100여m 를 전진하면 임도는 좌측으로 사면 길을 돌아가고 종주 길은 직진으로 활등같이 굽어지며 좌측으로 주능선과 연결이 되는데 300여m 의 고도를 극복하는 오름길은 오늘의 산행구간 중에서 가장 힘든 코스로 30도가 넘는 비알 길에 수북이 쌓인 낙엽과 밤새 얼은 빙판까지 복병으로 앞길을 가로 막으니 막막하기 그지없다. (11시)
악전고투(惡戰苦鬪)끝에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주능선에 올라서니 시원한 바람결에 탄탄대로가 열리고 구선마을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길목으로 시원하게 조망이 되는 주위를 둘러보며 남쪽의 연봉들을 몇 개 넘은 후에야 전위 봉에 도착을 하는데 휘늘어진 노송의 그늘아래 시원한 쉼터가 자리를 잡고 있다.
대간 길에서나 봄직한 노란 리본의 밤 도깨비, 이름 없는 산길에도 그 분의 발길이 이어지다니 반가운 마음에 디카에 담아놓고 가쁜 숨 몰아쉬며 오른 곳이 갑산의 정수리이다. (12시)
송신 안테나가 자리를 잡고 있는 정상은 삼각점이 없는 곳이지만 시원하게 터지는 조망으로 북쪽으로 월문리의 뒷동산으로 보이는 신선봉이 누에가 잠을 자듯 길게 누어있고 백봉(587m)이 다정히 손짓하는데 하늘 금에 천마산(810m)이 아른거리고 동쪽으로 돌아가면 고래산(528m)과 그 뒤로 문안산(533m) 조망이 되는데 하늘 금에는 용문산과 백운봉이 마루금을 이루고 그 중에서도 백미인 것은 서남쪽의 운길산(606m)으로 굽이치는 연봉들이 장관을 이루며 예봉산은 숲에 가려 애석함이 있고 서북쪽으로는 불암산, 수락산이 가늠되지만 철조망이 가로막아 넘어설 수가 없다.
정상석도 없는 곳이지만 사방팔방으로 터지는 조망이 너무 좋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체하다가 처음으로 만난 부부 등산객을 만나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귀중한 사진 한 장을 부탁하고 남쪽으로 열려있는 산길을 따라 발걸음을 내 딛는다. ( 20분간 휴식)
완만한 등산로가 100여m이어지다 남쪽으로 급경사 비알길이 연결되는데 직진을 하면 새재고개를 지나 에봉산과 운길산으로 종주길이 열리지만 저녁에 망년회 모임이 있는 관계로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우측으로 열리는 조조봉으로 발길을 돌린다. (12시 25분)
이곳 또한 된 비알 벼랑길로 매서운 바람 속에서도 실낱같이 비추는 햇볕에 양지바른 비알길이 녹아내리는 진흙탕 길에서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안부를 바라보며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나무등걸 부여잡고 안간힘을 쓴다.
안부에서 올려다 보이는 520봉은 더욱 높아 보이고 삼각점이 있는 521봉은 주능선에서 50여m비껴 서있는데 1988년 건설부에서 설치한 3141번의 번호를 부여 밭고 이 지역은 사격구역이므로 사고가 발생하면 그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경고문이 가슴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서둘러 자라를 털고 일어나 조조봉으로 향하던 중 노송이 숲을 이루는 너른 쉼터가 나타는데 잡목이 앞을 가리는 감질 나는 등산로에서 막혔던 가슴이 시원하게 터져 나오고 갑산 제일의 전망대가 펼쳐진다. (12시 45분)
예봉산과 운길산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전망대는 수 십 길 단애위에 널찍한 바위가 운치를 더하고 명당자리에 자리를 잡고 신선놀음을 하고 있는 이승렬, 이동수씨는 초면임에도 합석을 하자며 막걸리 잔을 건네주고 컬컬하던 차에 감칠맛을 더하는 인정 속에 시간이 날 때 마다 이곳에 올라 심신을 단련한다며 운길산과 예봉산의 예찬론에 침이 마르고 맞장구를 치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백두대간에서 분기한 한북정맥이 대성산을 바라보며 수피령에서 종주길이 열리고 광덕고개와 국망봉을 넘어서면 운악산이 반겨주고 서파에서 곁가지로 갈라진 지맥은 주금산을 지나 철마산에서 쾌라리 고개로 내려서고 하늘높이 천마산을 일군다음 마치고개를 지나 백봉에 올라 수레넘이 고개를 넘어 고래산에 당도한다.
먹치고개에서 분기하여 갑산에 올라서면 새재고개가 지척이라 463.4봉이 운길산과 적갑산이 갈라지는 분기점으로 예봉산에서 조안면의 능내리로 꼬리를 내리며 생을 마감하게 되는 것이다.
과분한 대접에 머리를 조아리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 흐믓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제2 전망대위에 올라서면 한강의 품에 안긴 와부읍이 그림 같고 강 건너 검단산 자락에 펼쳐지는 하남시의 아파트 숲. 강동구의 눈부신 발전은 동부서울의 거점도시로 중심축을 이루는데 북쪽으로 불암산과 수락산의 연봉을 비껴선 곳에 북한산과 도봉산이 마루금을 이루고 있다.
발아래로는 10여m 가 넘는 직벽에 로프가 걸리고 가까스로 내려선 뒤 주위를 둘러보니 초심자들을 위한 우회로가 열려있으니 무리한 산행은 삼가 하는 것이 좋겠다.
지척에 내려다보이는 조조봉(일명 각시봉)으로 한달음에 내려섰지만 울창한 소나무 숲에 가려 전망을 기대할 수가 없고 아무런 표지가 없으니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라 허전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지도의 힘을 빌어 초행길을 무사히 종주하고 내려딛는 발걸음이 마냥 가볍기만 하다.
새재 고개로 오르는 자운동 끝자락이 산행의 들머리로 예봉산행 깃 점이기도 하여 30분마다 순회하는 예봉산행 마을버스의 종점인데 운 좋게도 곧바로 버스에 오를 수 가있어 편하게 덕소역까지 도착하며 오늘의 일정도 무사히 마무리를 하게 된다. (14시 산행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