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품세계/시와산 계간지.1

제 52 호 ( 시 와 산 )

김완묵 2007. 3. 10. 06:23

                                                   

 

                             제 52 호

                                발 행 일: 2006년 9월 30일

 

 

 

용문산에 머리 조아리는 추읍산 (583m)


산행일시: 2006년 9월 3일  8시 30분 - 11시 30분    산행시간: 3시간   산행거리: 약 6km

소  재  지: 경기도 양평군 개군면, 용문면     나 홀로 산행      날   씨 : 맑음


삼성리 : 8시 30분 - 등산로 입구 : 9시 - 옹달샘 : 9시 30분 - 질 마재 : 9시 35분

- 정상 : 10시 10분 (30분간 휴식) - 내리 갈림길 : 10시 45분 - 약물장 : 10시 50분

- 너덜지대 - 송림 : 11시 15분 - 내리마을 11시 30분


한 여름 뙤약볕 아래

자지러지던 매미도 기력을 잃고

지평 뜰의 벼이삭이 누렇게 익어가는 9월


입추 처서 지나며 조석으로 소슬 바람 불어오니

천고마비 결실의 계절

산 꾼들의 발걸음도 가볍기만 한데

저녁 모임 약속에는 장거리 산행이 어려워

오늘도 근거리의 산들을 돌아본다.


주읍산,  추읍산,  칠읍산

시대의 형편 따라 이름도 여러 가지

두 물 머리 수초위로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정암산의 계곡을 휘감아 돌고 

양평에서 갈아타고 삼성리에서 내린다.


용문산을 바라보며 머리 조아리는

추읍산의 들머리는

중앙선 지나는 신내천을 건너서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빨간 양옥의 양승무씨 집의 고샅을 지나

논밭을 가로질러 고가 도로 밑으로

진입로가 보인다.


활엽수가 무성한 계곡으로 들어서면

화전민의 문전옥답 잡초 속에 허물어지고

가파른 비알 길엔 등산로가 뚜렷하다.


전국을 누비던 근력도 예전 같지 않아서

큰 맘 먹고 장만한 두개의 스틱

어설픈 손놀림에 엉 크러지는 발걸음

손과 발이 되어줄 것이기에

한 시인들 소홀히 할 수 있으랴.

가파른 오솔길 쉬엄쉬엄 오르면

질 마 재 백 미터 전에 시원한 옹달샘

갈증 난 길손과 선잠 깬 토끼에게 소중한 생명수로

청, 홍, 힌 천으로 잡귀를 물리치는

신선한 영역으로 공손하게 물 한 모금 마셔본다.


질 마 재 주능선은 울창한 숲 속 으로 

비수 같은 햇살도 파고들지 못하고

가파른 오름길이 갈 짓 자로 열리는데

오동통한 송이버섯 노송의 발치에서 고개 내밀고

꿈인가 생시인가 화들짝 놀란 가슴

뿌리가 떨어질라 조심스런 손길로

고이 모셔 배낭 속에 갈무리한다.


뜻밖의 횡재에 눈이 어두워 노송의 그늘아래 시선을 묻고

버섯 찾기에 혈안이 되지만 독버섯만 발길에 걷어 채 인다.


오간 사람 흔적 없는 웃자란 풀숲에

정성 어린 이정표

정상 - 170m   내리 - 1.97km    용문(중성) - 2.43km

개군면이 자랑하는 산수유 축제를 위해 조성 한 듯

비알 길엔 로프 걸고  산책로 다듬어

한적한 산길에 국립공원 부럽잖다.


무성한 억새밭에 활짝 열린 헬기장

한 달음에 올라선 정수리엔

무선통신 안테나가 명당자리 차지하고

판독하기 힘든 삼각점이 반겨주는데

선 답 자 들이 자랑하는 정상석은 없어지고

산행 안내 간판이 대신한다.


천지사방 조망 속에 애석하다 참나무 숲

정북으로 바라보면 좌측에는 백운봉 우측에는 도일봉

만조백관 거느린 어전에서

謝恩肅拜(사은숙배) 하렸더니 수렴너머에서 외면하니


애간장 녹아나는 아픔을 삭이며 동북간을 바라 볼 때

하늘 금에 한강기맥 갈기산이 반겨주고 지평 뜰 가로질러 비룡산이 선명하다.

정 동으로 수리봉, 동남간에 고려산과 우두산이 고달사지 품에 안고 

그 너머 원주고을 뒷자락에 치악산이 마루 금을 이룬다.


정남향에 여주, 장호원, 국망봉과 보련산 오갑산이

서남으로 돌려보면 천덕봉과 정계산 이천고을 품에 안고 설봉산도 자리 잡고

서쪽으로 눈길이 가면 발치에는 개군 저수지 너머로

질펀하게 펼쳐지는 문전옥답 여주 뜰이 시선에 가득하고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 뒤로 양자산, 앵자봉 그 너머로 광주읍내

양평읍을 거스르면 정암산, 해협산, 


높고 낮은 산과 들 기름진 들녘에 우뚝 솟은 칠읍산,

일곱 고을 굽어보는 평지돌출 우뚝하니

삿갓을 엎어 놓았나?  주발을 눌러 놓았나?

주군에겐 충성으로 일곱 고을 품에 안고 미소 짓는 그 모습


30분의 시간을 꿈결 속에 보내고 되돌아 내려온 삼거리 갈림길

내리로 내려가는 된비알 벼랑길 스틱의 덕을 톡톡히 보면서

300여m를 내려오면 이정표 갈림길에 약물장 표시 따라

호기심 어린 눈길로 벼랑길을 돌아가면


10여m 벼랑의 바위틈에서 떨어지는 낙숫물이 옹달샘을 만들고

시원한 석간수는 내리의 들판을 살찌우는 발원지로

한 여름에도 등골이 오싹하도록 한기를 느끼는 숨은 비경이다.


되돌아 나온 비알 길에는 추읍산의 유일한 너덜지대로

산으로 오르는 정성으로 쌓아올린 돌탑들

누구라도 이곳을 그냥 지나 칠 수 있으랴?


부지런한 청 솔무 겨우살이 준비로 분주한데

길바닥에 즐비한 상수리 나뭇가지

머지않아 찬바람이 불어오겠지


급경사 너덜지대도 끝이 나고 송림 사이를 빠져 나오면

꿈같은 6km의 산행도 마감을 하고

내리마을로 내려선다.

논두렁 밭두렁 야산의 기슭에도

수 십 년씩 해묵은 산수유가 별천지를 이루고

탐스런 열매가 익어가는 계절이면

주읍리와 내리도 축제의 물결 속에 들떠 있겠지.


조상님을 모신 선산에 벌초를 하고

돌아가는 자가용으로 개군면 정류장까지 나 올수 있었으니

줄거운 산행과 기분 좋은 하루가 된다.

 

 

 

 

 

 


 

     신북 온천 품에 안은 오지산행 종현산(588.5m)


산행일시: 2006년 8월 11일   산행시간: 2시간 50분   날  씨 : 맑음

소 재 지: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연천군 청산면  나홀로 산행  산행거리 : 약 7km


모처럼 맞은 휴일이지만 대간 길을 마다하고 근거리 산행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 것은 2개월에 한 번씩 모이는 도민회(충청향우회) 월례회의 관계로 지난 6월 재형이 결혼식에 참석한 회원들에게 인사도 할 겸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 회포를 풀기 위함이다.


삼복더위(8월 9일) 다 지나고도 펄펄 끊는 가마솥 열기는 식을 줄을 모르고 열대야로 밤잠을 설치며 서울근교의 산 중에서 만만한 산을 고르며 지치기 쉬운 장거리 산행을 피해 짧은 코스에 하산 뒤에 목욕이라도 할 수 있는 곳을 물색하다보니 지난번 감투봉을 다녀오며 눈여겨보았던 종현산으로 점지를 하게 되었다.


종현산은 서울에서 지근거리에 있으면서도 교통의 사각 지대로 산 꾼들에게도 주목을 받지 못하는 곳이지만 열 두 개울의 맑은 물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명소로 무더위를 피해 심심산골에서 천렵을 하던 숨겨진 비경으로 온천이 개발되면서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이다. 


한낮의 무더위를 피해 서늘한 시간에 산행을 하기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배낭을 챙기고 집 앞을 경유하는 139번 버스(수유리에서 소요산까지)에 오르고 보니 이른 시간임에도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일터로 떠나는 사람들로 붐비고 매시 40분에 출발하는 온천 행 버스시간을 잘 맞추어야 하는데 50여 분만에 동두천 터미널에 도착하니 7시라 40여분을 기다려야만 하게 되었다.


택시요금을 물어보니 메다 대로 받는다고 하면서도 만원이 넘는다는 말에 포기를 하고 시내를 활보해 보지만 미군들의 철수로 인한 영향 탓인지 정체된 거리에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로 도시 전체가 활기라곤 찾아보기 어렵지만 내년 말이면 의정부에서 동두천까지 1호선 전철이 연장된다고 하니 기대해 볼 수밖에 없다.


한가로운 터미널에서 지루하게 기다리다 동두천에서 포천을 오가는 57번 대양운수에 올라 30분 만에 신북 온천에 도착하니 초창기 온천의 건물은 무성한 잡초 속에 방치되어 있고 새로 단장한 환타지움 건물이 반겨준다. (8시 10분)


스냅사진을 찍으며 둘러보는 신북 온천은 92년 온천지구로 지정이 되어 개장을 한곳으로 중 탄산 나트륨성분의 온천수가 지하 600m에서 용출 되는데 수질이 매끄럽고 부드러워 갱년기 장애, 노화방지, 피부미용, 아토피스 피부병에 효혐이 있어 나이든 분들이나 부인네들에게 인기가 좋은 곳으로 2004년에 개장된 환타지움에는 야외온천장, 바데풀, 파도 풀, 불 한증막의 시설을 갖추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10여 분간 시설물을 둘러보며 종현산 산행이 시작되는데 온천지구에서 포천 쪽으로  300여 미터를 가면 오른쪽으로 감투봉에서 내려오는 이사랑 골과 마주치게 되고 종현산은 좌측으로 열두 개울의 징검다리를 건너며 시작되는데 민박집 제일 휴게소가 들머리가 된다. (8시 30분)


공사판의 복공판을 걸쳐놓은 징검다리를 건너 민박집에서 펼쳐놓은 평상에서 산행에 필요한 준비를 하고 무성한 숲 사이로 빼 꼼이 티 워 진 오솔길로 들어서면 곧 바로 능선으로 이어진다.


삼복더위의 폭염 속에서도 가는 세월이 아쉽다는 하소연으로 자지러지게 울어대는 매미소리와 먹이 사슬로 펼쳐놓은 거미의 덧에 걸려 얼굴이 말씀이 아니고 싸리가지 꺽 어 들고 부채질을 해보지만 길목마다 자리 잡은 그물망에 속수무책이라 체념을 한 채 육탄전을 벌인다.


무성한 숲, 오지의 비경 속에 푸른 이끼 단장을 한 너덜바위 건너뛰며 가파른 등산로에서 나 홀로 산행이라 서둘 것 없이 느긋한 마음으로 사색을 즐기는데 열대야 찜통 속에 육수를 마구 쏟으며 15분 만에 첫 번째 송신철탑아래 도착을 한다.


너덜바위 사이로 산초나무, 딸기나무, 가시덤불 헤치며 주 능선에 올라서면 덕둔리 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합세하며 비로소 오솔길도 넓어지고 리본들이 눈에 띠는데 미군들이 설치한 삼각점이 반겨준다. (A - 8005   336F0B )


널찍한 공터의 2번째 고압 전신주 밑에 도착하면 울창한 숲에서 해방되어 주위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로 시원한 바람결에 땀을 식히며 내려다보는 열두 개울의 맑은 물이 기암절벽의 산굽이를 감아 돌며 너른 분지의 숲 속에 자리 잡은 신북 온천은 별천지의 무릉도원으로 건너편의 감투봉 주능선이 달포 전에 다녀간 곳이라 정감이 더 간다.


또 다시 된비알 산길에서 가 뿐 숨 몰아쉬는데 찐득한 육수가 꿀맛이라도 되는지 콧바람에도 혼비백산하는 나약한 날 파리들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진액을 빨기 위해 눈으로 코로 달려들며 신경을 곤두세우는데 일일이 대꾸 해본들 뾰족한 방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에라 불가항력으로 체념을 하고 만다.


듬성듬성 나타나는 암 능 길에서 소쩍새 울음소리 벗을 삼아 사색을 즐기는데 정수리로 향하는 정성으로 하나 둘 세운돌이 앙증맞은 탑이 되어 오가는 산객들의 마음을 열어주는 수호신이 된다.


아름드리 참나무들이 군락을 이루는 분지를 지나며 부엽토가 발목까지 차오르는 옥토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영지버섯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리지만 욕심이 앞서서인지 잡 버섯만 얼굴을 내밀고 구슬 같은 땀방울을 훔쳐내며 마음을 비운다.


산행 1시간 만에 510봉에 올라섰지만 울창한 수림에 포로가 되어 답답하기 그지없고 물  한 모금으로 휴식을 대신하고 앙증맞은 암 능 길을 오르내리며 활엽수림으로 답답하던 가슴에 시원한 노송 한 그루 수 십 길 벼랑위에 둥지를 틀고 수 백 년 세월 속에 독야  청청 천수를 누리니 고고한 그 자태에 감탄사가 절로 난다.


잠시 후 제2봉인 560봉에 올라서면 활엽수림의 울창한 숲에 가려 주위의 조망을 볼 수가 없고 가파른 비알 길을 치고 오르면 가시덤불사이로 작전용 벙커가 분단조국의 가슴 아픈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하늘도 보이지 않는 숲을 뚫고 올라선 곳이 두어 평 남짓한 정수리.

590봉으로 건너편으로 종현산의 정상이 따로 있지만 시설물이 있는 관계로 민간인의 접근이 금지되어 있으니 아쉬움과 서운한 마음이야 형언 할 수 없지만 조국을 수호하는 불침번으로 사주경계 확실한 그곳으로 향하는 시선에서 든든한 마음을 금 할 수없다. (10시 - 10분 휴식)


멀리서 바라보면 종을 매달아놓은 형상이라 종현산으로 부르게 되었다는데 정수리에 종의 고리까지 만들었으니 이제 하늘에 매다는 일만 남지 않았는가?


전방의 산으로 정상이 아닌 곳이라 그런지 아무런 시설이나 표지도 없고 산객들이 다녀간 흔적으로 리본들이 바람결에 흔들리는데 무성한 활엽수림 속에서 전망도 좋은 편이 아니고 노송의 틈새로 소요산과 감투봉도 운무 속에 희미한 자태만 내 보일뿐 답답하기 그지없다.


얼음이 살살 도는 동동주로 입가심을 하고 서둘러 하산 길로 접어드는데 숲의 터널을 헤치며 안부로 내려서고 보니 민간인의 접근을 금지하는 경고문이 앞을 가리고 마주보이는 종현산의 벙커를 보는 순간 길을 잘못 들었다는 판단으로 590봉으로 되돌아 올라와 570봉까지 되짚어가며 주위를 살피는데 미로와도 같은 이동통로의 둔덕을 따라 우측으로 돌아가면 잣나무 단지가 나타난다.


잘못하면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는 알바의 순간을 모면하고 보니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오고 오름길의 지체된 시간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심산으로 속도를 내는 하 산길.


듬성듬성 암릉 구간이 나타나고 미끈하게 잘 생긴 노송 한그루.

수 십 길 단애를 이룬 덩치 큰 바위위로 올라서니 이곳이 종현산 제일의 전망대로 460봉인데 사방을 둘러봐도 시원스레 펼쳐지는 조망으로 답답하던 가슴이 후련하게 씻겨 내린다.(10시 30분)


또 다시 숲 속의 포로가 되어 완만한 비알 길을 내려서면 사거리 안부에 이르는데 우측으로 건너편의 산등성이 전체가 무너져 내린 모습을 바라보며 지난번 폭우로 유실된 참담한 현장에서 천재지변의 재해 앞에서 우리 인간의 미약함을 다시하번 실감한다.


310봉을 지나 안부 삼거리에 이르면 모든 리본들이 좌측의 계곡 쪽으로 결려있어 찜통 더위 속에 무리한 산행을 삼가 하자는 생각으로 계곡으로 내려서니 등산로 곳곳이 훼손되고 하류로 내려설수록 계곡의 물소리가 들려오는 반가움에 보폭이 빨라지는데 군사용 비상도로를 만나게 된다. ( 11시 10분)


비상도로 따라 산굽이를 돌아가며 알탕 하기 좋은 장소를 물색하느라 여념이 없는데 시원한 물소리 들리는 열두 개울에 이르고 가로지른 출렁다리(높이 5m에 길이 30여 m)를 건너며 그 옛날 유격훈련을 받던 향수에 젖어 보며 허리까지 차오르는 물속으로 들어서니 이 세상 그 무엇이 부러우랴! ( 11시 20분)


20여 분간 꿈같은 알 탕의 시간을 보내고 후련한 마음으로 344번 도로위로 올라서니 이곳이 군 부대의 휴양지로 버스정류장이 있는 직사교 까지 걸어가는 동안 된장 풀어 수초에 어항을 묻고 견지낚시로 더위를 피하는 천렵꾼들의 모습에서 행복을 느끼며 뒤돌아보는 종현산이 가슴으로 파고드는데 12시 정각 동두천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고 그림

같은 열두 개울을 빠져나간다.


 

 


 

 

물안개 흐르는 무갑산의 고스락에서


무갑산(578.1m), 관산(555.8m), 소리봉(608m), 앵자봉(666.8m),

 우산봉(670m)

산행일시: 2006년 8월 20일  08시 30분 - 15시 50분   산행시간 - 7시간 20분   산행거리: 약 18km

소 재 지 : 경기도 - 광주시, 여주군, 양평군    나홀로 산행   날  씨 : 비 약간 흐린 뒤 맑음


사람이 살아가면서 마음먹은 대로 될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행복할 수가 있을까마는 노는 날 산에 가는 일 마저도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금년 여름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이 동강의 백운산인데 6월에는 월드컵의 열기 속에 무산되더니 이번에는 때늦은 태풍으로 영동지방에 많은 비가 예상된다는 예보에 따라 또 다시 취소되고 말았으니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서울 근교의 산을 물색하다 무갑산과 관산을 오르기로 마음을 정하고 새벽에 일어나 도봉산을 바라보니 어둠 속에 포대능선이 선명하게 다가오며 손짓을 한다.


엷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지만 비올 확률은 많아 보이지 않아 부지런히 배낭을 꾸려 강변 역 테크노 앞 정류장에서 광주를 경유하여 에버랜드까지 운행하는 1113번 버스에 올랐다.


거리에 관계없이 1500원의 버스요금에 좌석버스.

일요일 이른 아침인지라 텅 텅 빈 버스 안에서 기사와 정담을 나누며 지루한줄  모르게 고속도로를 경유하여 45분 만에 광주에 도착하니 08시.


마주보이는 무갑산 자락이 운해 속에 자취를 감추고 객지의 산 꾼에게 고약한 환영 인사로 비를 뿌리고 있으니 착잡한 마음으로 내친걸음을 되돌릴 수가 없어 교통의 사각 지대인 두월리 까지 택시(7,800원)를 이용하여 15분 만에 영화사 입구에 도착한다.


잘 생긴 향나무 한그루 마을 입구를 지키고 그 옆으로 손바닥만한 널빤지에 영화사의 입간판 있는 골목이 들머리가 되는데 우중산행에 대비하여 배낭 카바를 씌우고 카메라도 비에 젖을 새라 깊숙이 갈무리 한 다음 진입로로 들어선다, (8시 30분)


잠시 후 콘 세트 막사에 초라한 영화사.

비닐로 문을 가린 대웅전이 아니라면 암자라고 하기에도 어색한 효정원, 채마밭과 허름한 대웅전을 뒤로하고 오솔길로 들어서면 안개비 내리는 숯  가마 골은 검은 장막 드리우고 빗물을 흠뻑 머금은 풀잎을 스치는 바짓가랑이가 다리에 휘감긴다.


지난번의 폭우 때문인지 사람들의 왕래가 적어서 인지 가시덤불에 흔적조차 희미한 등산로는 깊은 계곡 속에 뭍 혀 버리고 가파른 된 비알에서 구슬땀을 흘리는데 날개 젖은 쉰 목소리의 처량한 매미의 울음소리도 나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는 동병상련의 모습으로 들려온다.


잠시 후 안간힘을 쓰며 올라선 주능선에는 탄탄대로 임도길이 펼쳐지고 고압선 철탑공사가 마무리 중인지 포크레인이 빗속에 졸고 있다. (9시)


울창한 숲

활엽수림이 하늘을 가리고 물안개가 온몸을 휘감는 어둠 속에서 정수리를 향하는 가파른 비알 길에서 거친 숨결 토해내며 안간힘을 쓰는데 아름드리 고목의 밑둥치에 불거진 혹들이 우리 인간들의 고단한 삶의 흔적을 말해주는 듯 가슴이 아려오는데 한줄기 빛이 숲 속으로 파고들며 가슴속의 먹장구름을 날려 버린다.


나무둥치에 걸려있는 은자 표시판을 지나며 무명봉의 정수리에 콘테이너 박스의 구조물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소방업무 통신시설물을 보관하는 곳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삼거리 갈림길은 무갑리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연결이 된다.(9시 30분)


이제 된 비알 오르막도 끝이 나고 훤하게 터진 암 능길.

양쪽으로 단애를 이룬 벼랑길에는 어두운 장막의 그늘인 운무가 온몸을 휘어 감고 잠시 후에 3m 나 되는 거대한 돌탑을 쌓아올린 정수리에 올라서게 된다. (9시 32분)


광주의 진산으로 600m에도 미치지 못하는 곳이지만 주의의 높고 낮은 산들을 굽어보는 제일의 전망대로 시내 전망 안내도와 산행 안내 지도까지 구비하여 조망의 도우미까지 설치하였지만 자욱한 운무 속에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러나 잠시 후

무갑리 계곡에서 불어오는 한줄기 시원한 바람 속에 운해의 춤사위는 시작되고 건너편의 관산의 모습이 드러났다 숨었다  앵무봉, 소리봉이 숨바꼭질을 하는데 소용돌이치는 운해의 옷자락에 학동리 계곡의 숨은 비경이 황홀감을 연출하며 서쪽으로 백마산, 국수봉, 중부고속도로의 질주하는 차량들도 운해 속에 춤을 춘다.


천의 얼굴을 가진 산이기에 시시때때로 천태만상의 모습으로 우리를 반기며 15분간의 휴식을 꿈결 속에 보내고 하산 길을 서두르는데 수 십 길 단애를 이룬 기암절벽에는 노송의 숲 그늘이 운치를 더 하고 로프가 걸려있는 벼랑길을 기어 내릴때 무갑리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과 마주치며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흐뭇한 마음으로 웃 고개에 도착한다. (10시 5분)


청소년 수련원이 있어서인지 갈림길마다 자세한 이정표가 세워지고 무갑리와 학동을 넘나드는 웃 고개를 지나며 뒤돌아보는 무갑산이 하늘 높이 솟아오르고 건너편의 관산이 뒷걸음치며 멀어만 진다.


무명봉을 넘어 열미재에 도착하면 무갑리와 열미리를 내통하는 고개 마루로 관산 1시간 20분 학동 50분 무갑산 50분의 이정표가 말해주듯 등고선이 무시된 산행 개념도를 보고 너무도 쉽게 생각한 관산이 사막의 신기루처럼 수없이 넘나드는 전위봉의 뒤로 숨어 애간장을 태운다.

( 10시 37분)


새벽 5시 선잠 속에 한술 뜨고 강행군을 시작한지 6시간 가파른 비알 길에서 피로와 허기에 지친 몸을 추 수리며 쉴 자리를 찾기에 여념이 없는데 관산과 앵자봉의 갈림길 너럭바위에 짐을 부리고 봄바람에 게 눈 감추듯 민생고를 해결하고 나니 포만감속에 눈이 스르르 감긴다.

(11시, 식사시간 20분 )


하지만 갈 길이 구만리 인데 한가롭게 여유를 부릴 처지도 아니고 608.5봉에 올라서니 북쪽으로 관산으로 향하는 이정표가 손짓을 하는데 40분이 소요 된다고 하니 왕복 1시간 20분을 소비해야하는 종주길에 갈등이 일지만 오늘의 행선지가 무갑산과 관산, 그 다음으로 소리봉과 앵자봉 이므로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내 딛는다.(11시 30분)


하늘을 뒤덮은 울창한 수림

주위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바위하나 없는 육산에서 몇 개의 전위봉을 오르내리며 학생 수련원의 갈림길을 3군데 지나며 된 비알길을 올라서니 555m의 정상석이 반겨주는 고스락이다. (11시 55분,  5분간 휴식)


물 한 모금으로 휴식을 끝내고 되돌아오는 앵자봉 갈림길

높고 높은 608봉이지만 큰 어려움 없이 1시간만에 관산의 종주를 마감하고 어려운 임무를 완수했다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널널하게 펼쳐지는 초원에서 소리봉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경쾌하기만 하다.(12시 30분)


좌측에서 올라오는 청소년 수련원 갈림길을 지나 로프가 매여 있는 가파른 비알 길을 치고 오르니 삼각점도 선명한 소리봉 정상이다. (1998년 재설 이천 439번 -삼각점 번호)


수원에서 원정 왔다는 삼촌과 조카의 우정어린 모습을 바라보며 수인사를 나누고 가는 길이 같은 방향이라 앵자봉까지 동행을 하게 되는데 적막강산에 동지를 얻었으니 이 아니 좋을 씨고 (12시 50분 20분간 휴식)


가파른 하산로를 내려오면 천진암에서 올라오는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앵자봉 가는 길은 오른쪽으로 내려섰다가 능선 길을 타게 되는데 잠시 후 솔푸더기 사이로 시원한 골프장이 펼쳐지고 자기들의 영역 표시를 하기 위함인지 돼지몰이 하듯 등산로를 따라 철조망을 둘러치고 있으니 볼 성 사나운 일이다.


또 다시 천진암 쪽에서 올라오는 갈림길을 만나며 본격적인 앵자봉 정상을 향한 오름길이 시작되는데 짙은 숲 속의 포로가 되어 한고비 두 고비 전위 봉을 넘나들며 하늘이 활짝 열리는 앵자봉 정상에 올라선다.(14시)


오년 전 양자산을 경유하여 이곳에 올랐을 때는 태극기가 휘날리는 게양대가 있었는데 그 사이 없어지고 정상 표지석과 수련원에서 세운 이정표, 사방을 둘러보며 조망 할 수 있도록 사진까지 곁들여  광주, 여주, 이천, 용인, 양평의 산과들이 질펀하게 펼쳐지고 유유히 흐르는 한강의 줄기 따라 서울의 북한산과 도봉산 남산의 타워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으니  무갑산에서의 아쉬운 조망을 이곳에서 만끽한다.


이럴 때를 대비하여 배낭 속에 갈무리하여 장시간 걸머지고 온 서울 막걸리, 수원의 산 꾼과 나누어 마시는 정상주는 산 꾼들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 아닌가?

 

옥빛보다도 더욱 청명한 정수리에서 40여 분간 눈길이 닷 는 곳 마다 나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며 정담을 나누고 급경사 하산 길을 내려서면 앵자현에 이르고 또 다시 거친 발걸음은 우산봉의 정상을 향해 안간힘을 쏟는다.


앵자봉 보다도 높은 670m의 우산봉

무성한 억새밭이 펼쳐지는 헬기장을 3개지나 직진하면 양자산으로 가는 길이고 좌측으로 억새밭을 헤치면 오솔길이 나타난다.(14시 50분)


북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마루 금을 따라 오르내리다보면 10여분 후 원앙봉에 올라서고 잠시 후 천진암에서 세운 산책로 아님 이라는 이정표를 만나게 되는데 성현들의 묘를 참배하자면 이곳에서 샛길로 들어서야만 하겠기에 왼쪽길로 들어서니 미로와도 같은 계곡에는 가시덤불이 무성하고 지난 폭우의 피해로 산책로가 유실되어 헤쳐 나가기에 큰 곤욕을 치룬다.


20여 분간 사투를 벌이며 내려선 곳은 5인의 성현들의 묘가 있는 300m 남쪽으로 그곳으로 가자면 다시 앵자봉 기슭으로 올라가야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망설임 없이 천근이나 되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산길을 기어오른다.


녹색의 융단이 펼쳐지는 잔디광장에는 다섯 분의 성현들의 묘가 자리를 잡고 엄숙한 분위기속에 참배객들의 경건한 모습을 바라보며 짐작조차 할 수없지만 그분들의 피나는 고통의 역사가 오늘의 신앙으로 승화 되었다는 사실에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15시 35분)


서둘러 내려오는 성지에는 우측으로 조선교구 설립자 정해상 바오로의 묘가 있다고 하지만 시간이 촉박하여 성묘를 못하고 백년대계로 우리건축사에 획을 긋고 있는 천주교 성당의 건립현장에서 터다지기에만 십 수 년의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완공되려면 몇 대의 후손에게서나 가능한 일로 먼 훗날 걸작품의 탄생을 기대하며  7시간이 넘는 무갑산 종주도 이곳에서 마감을 한다. (15시 4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