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8 호 ( 시 와 산 )
시 와 산
발 행 일: 2005년 9월 30일
가평의 정기어린 보납산(330m), 물안산(438m)
산행일시 : 2005년 6월 10일 8시 50분 -11시 05분 산행시간 : 2시간 15분
소 재 지 :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개곡리 -읍내리 산행거리 : 약 6km 나홀로 산행
성북역에서 가평까지 07시 17분 - 3,200원 개곡리까지 택시로 8,500원 날 씨; 비온후 개임
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
몇일 동안 삼복더위를 방불케 하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가마솥 같은 열기를 식혀주는 단비가 전국적으로 내리며 모두들 환영을 하지만 나에게는 달갑지 않은 불청객 이다.
요즘은 주 5일 근무에다 공휴일까지 겹치는 황금연휴로 산 꾼들이 태평성대를 이루지만 우리같이 개인 사업을 하는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으로 불황의 그늘 속에서 생존경쟁을 위한 몸부림으로 어렵게 마련한 휴일을 이리재고 저리 재며 좀더 보람 있게 보내려고 궁리를 한끝에 가평을 깃 점으로 하는 명지산으로 목표를 정했지만 비 소식으로 이마져 뜻대로 되지 않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이른 새벽 회룡역 프렛 홈에는 굳은 비가 주룩 주룩 쏟아지고 전철을 타는 승객들 틈에 등산복차림의 나를 바라보는 눈길을 애써 외면하며 성북역에서 경춘선에 올라 차창에 부디 치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갖가지 상념에 사로잡힌다.
산사나이들이 빗속에 등산을 하는 것이야 예사로운 일이지만,
나 홀로 산행은 수많은 복병들이 도사리고 있기에 삼가해야할 일로 이제는 나이 탓인지 썩 마음에 내키지 않으면서도 집에 있기에는 허전한 마음으로 좀이 쑤시고 가평에는 비가 오지 않겠지 하는 일말의 기대감으로 갈 때 까지 가 보자는 심정으로 마음을 진정해 본다. (07시17분 무궁화호)
가평역에 도착하니 가늘어진 빗줄기속에 도시 전체가 잠들어있고 지근거리에 있는 버스 터미널에서 개곡리행은 11시 30분에 있다는 확인으로 부득불 택시(은 희인 씨011-223-6014)를 이용하게 되는데 마장리 회관 앞에서 우측으로 마장교를 건너 달려가는 차창밖으로 급경사 암봉들이 평풍처럼 둘러쳐진 능선이 오늘 가야할 산으로 이렇게 비가 내리는데 저 험준한 산을 혼자서 넘을 수 있겠느냐는 근심어린 표정에 애써 태연하게 답을 하며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나의 저서 바람과 구름이 머무는 곳을 건네주니 그제서야 안심을 하는 눈치이다.(8시 50분)
가평천을 거슬러 8km를 돌아 산내교를 지나면 우측으로 임도가 나타나고 갈림길이 산행 들머리로 하염없이 내리는 빗속에 엷은 운무까지 주위를 감싸 돌고 을씨년스런 분위기속에 마음이 썩 내키지는 않지만 전의를 가다듬어 완전무장을 하고 울창한 숲 사이로 빼꼼이 티워진 임도를 따라가는데 길옆으로 보납산 들머리 이정표가 반가운 구세주가 되어 움츠러든 마음에 활기를 불어 넣으며 백만 원군이 되어 자신감을 갖게 하는데 길옆으로 나의 분신 오백 산으로 향하는 발걸음인 리본을 달아가며 15분 만에 주을실 고개 마루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에도 보납산 4.55km의 이정표가 오른쪽의 숲 속으로 길안내를 하는데 고개 마루 왼쪽으로는 경기제일의 화악산에서 시작된 지맥이 응봉을 거쳐 촉대봉으로, 홍적이 고개를 훌쩍 뛰어넘어 몽덕산 - 가덕산 - 북배산 - 계관산을 지나 작은 촉대봉으로 이어지며 월두봉에서 이곳에 이르게 되고 보납산까지 연결이 되며 북한강과 가평천의 합수머리에 이르러 여생을 마감하게 되는 것이다. (09시 5분)
무성한 숲길로 들어서면 예상보다 잘 다듬어진 등산로가 급사면을 이루고 우중산행이라 땀은 나지 않지만 숨이 턱에 차도록 안간힘을 쓰며 20여분을 기어오르면 밀림과도 같이 무성한 숲속에 안부가 나타나고 이곳에도 보납산 4,05km의 긴급조난 구조의 이정표가 왼쪽으로 방향을 지시하고 우정산악회를 비롯한 수많은 리본들이 외로운 산꾼의 가슴에 불을 지르며 반가이 맞아준다.(09시 25분)
리본의 방향이 모두 보납산으로 향하고 있지만 김 용수 씨의 400명산에 표시된 물안산의 정상이 오른쪽의 지근거리에 있을 것으로 추정을 하며 발길을 돌리는데 심심찮은 암릉길이 나타나고 가파른 벼랑에 걸려있는 로프를 잡고 산파바위를 빠져나오니 오늘의 산행중에 가장 높은 438m의 물안산 정상이 노송의 그늘아래 우뚝 솟아오르고 급경사 암반 아래로 펼쳐지는 가평천의 절경은 빗속에 피어나는 운해사이로 신비감을 더하며 무아지경 속으로 몰입된다.(9시 30분)
되돌아 내려온 안부에서 시작되는 보납산의 주능선은 아기자기한 암릉길로 물에 젖은 바위가 미끄러워 신경이 쓰이지만 주위에 펼쳐지는 경관은 3-400m의 낮은 산으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급경사를 이루며 로프를 잡고 오르내리는 손끝에 짜릿한 전율을 느끼며 좌측으로는 북한강이 우측으로는 가평천의 절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노송의 그늘아래 펼쳐지는 널찍한 쉼터는 신선들이 노닐던 장소로 가족나들이에 더할 나위없는 안식처로 홍천의 팔봉산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암릉길이 이어진다.
천의 얼굴을 가진 보납산
주능선의 길이가 5km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고 아담한 산이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산세는 기암절벽의 스릴 넘치는 암릉 구간에 낙락장송 휘늘어진 전망대바위, 수 백길 절벽 아래로 도도히 흐르는 강물이 산자락을 휘감아 돌고 철마의 기적소리와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는 흘러가는 운해사이로 신비로움을 안겨주는데 405봉을 지나며 아기자기한 암릉 구간도 자취를 감추고 신갈나무 무성한 숲 사이로 들어서면 융단을 깔아 놓은듯 포근한 비단길이 이어지는데 강원도의 심심산골에 들어온 듯 울창한 숲 속에 빠져든다.
보납산 3,05km, 주을실 3,11km의 구난구조 5번의 이정표가 있는 안부를 지나며 우측으로는 가평을 상징하는 잣나무 군락이, 좌측으로는 신갈나무 숲이 사이좋게 경계를 이루며 자생하고 있는 삼림욕장으로, 소리 없이 내리는 빗줄기속에 갖가지 야생화가 싱그러움을 더하고 애처러운 뻐꾸기 소리만이 조용한 숲 속에 울려 퍼진다. (10시)
중간 중간 갈림길이 나타나지만 무성한 숲 사이로 주능선을 따라 40여분을 진행하면 운동시설이 있는 안부에 도착하게 되는데 직진을 하면 보납산 0,48km에 15분 거리이고 좌측으로는 강변 산책로로 이어지는 갈림길인데 정상은 어느 곳 하나 수월한곳이 없듯이 코가 땅에 닿도록 급경사를 이룬 오름길에 거친 숨소리만이 숲 속에 가득하고 빗물에 젖은 비알길이 진흙길이 되어 애를 먹인다.(10시 20분)
정상의 오른쪽 암봉에 올라서면 높디높은 누대위에 휘늘어진 낙락장송이 운취를 더하고 동쪽으로 방금 지나온 보납산의 주능선이 한눈에 펼쳐지는 절경이지만 아쉽게도 축제 때 사용한 듯 나무둥치에 묶여있는 천들이 비바람에 퇴색이 되어 너풀거리는 모습이 옥에 티로 남아 아쉬움을 더한다. (10시 40분)
잠시 후 보납산의 정상에 올라서면 대리석으로 만든 아담한 정상 표지석이 자리를 잡고 삼각점 옆에는 지석 삼각점 인식표가 눈길을 끄는데 경기 가평군 읍내리 산 18-1번지에 경기 200번의 삼각점으로 표고 331,15m에 지적 측량을 위한 지점으로 훼손이 되지 않도록 보호하자는 경기지사의 안내표지석이 1981년 10월 설치되어 있다. (10시 50분)
그칠줄 모르는 빗줄기는 천하절경의 보납산을 안개속에 묻어 버리고 인적하나 없는 공허로움 속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타까움에 눈물짓는데, 예전에는 이곳을 석봉(石峰)이라 불렀다는데 명필 한 석봉과 인연이 깊은 곳으로 선조 32년(1599년) 가평군수로 부임한 한호(韓濩)가 보납산을 수시로 오르내리며 아름다운 풍광에 심취한 나머지 자신의 아호를 이 산의 이름을 따서 석봉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보납산의 숨은 절경은 정상에서 제재소가 있는 급경사 하산로인데 5-60도의 가파른 벼랑길은 가슴이 서늘하도록 현기증이 일고 중간 중간 바위 전망대에 올라서면 그림 같은 가평시내가 발아래로 펼쳐지는데 유유히 흘러가는 북한강의 여유로움은 가평주민들의 풍요로운 삶의 요람으로 가평교를 건너 뒤돌아보는 보납산은 삼각형의 피라밋과 같이 우뚝한 기상으로 초, 중, 고의 교가에는 보납산 정기 받아로 시작되는 구절이 들어있는 산으로 함초롬히 비에 젖은 몸이지만 보납산의 정기 받은 마음만은 더 없이 풍요롭다.(11시 05분)